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3화(31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3화
“왜, 유입 팬들 때문에?”
가볍게 대꾸하자 류재희가 놀란 기색을 띠고선 눈을 깜빡였다.
뭐, 인마. 왜 그런 눈이야.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 모르냐?
그리고 회귀 전의 경험으로 특정 멤버만 주목받는다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팬덤에게도, 그룹에게도.
비록 이번에는 주목받는 대상이 서예현이 아닌 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반복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과거의 내 모습이나 다름없던, 류재희의 제 실력에 대한 자신감 하락마저 보게 되어 버린 이상은.
“아무래도 DTB로 유입된 팬들은 우리 그룹을 보고 온 게 아니라 나를 보고 온 거니까 아무래도 그룹보다는 내게 집중이 되겠지.”
“그러면 팬덤 내 갈등은 필연이고, 그 갈등으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져 코어층이 빠져나가면 좋을 게 없죠. 유입된 개인팬들과 대중팬은 새 이슈가 생기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그것쯤은 나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번 활동곡의 내 파트를 확 줄이고 보컬 비중을 늘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서예현의 파트에는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 오히려 내 파트보다도 더 인상에 깊이 남을 수 있도록.
어쨌건 DTB가 끝나고 한 달 내로 컴백하니 DTB의 화력은 아직 죽지 않을 것이다. 연말에 DTB 4 콘서트도 있고, 벌써 몇몇 래퍼들은 주목받기 시작했으니.
그 화력은 고스란히 아이돌 래퍼라는 정체성을 고수했던 우승자가 속한 그룹의 컴백으로 이어질 테고.
우리에게 쏟아질 그 관심 속에서 레브의 ‘윤이든’이 아닌 ‘레브’의 윤이든을 각인시킨다. 이게 이번 활동에서의 내 목표였다.
“이번 곡의 내 파트가 왜 이렇게 짧냐고 물어봤었지? 이게 내 대답. 일단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작사, 작곡에서야 멤버들의 이름이 다 들어갔다지만 프로듀싱은 온전히 내 영역. 주목이 나 하나한테만 집중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은유를 곡 파트로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임시방편으로는 충분하다.
“누구세요…?”
또 눈을 두어 번 깜빡인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환장하겠네. 또 왜 그러는데?”
“우리 이든이 형은 이렇게 섬세하고 머리가 잘 굴러 가시는 분이 아닌데. 평소에 저한테 지능 외주 맡기고 사시는 분인데.”
그 어이없는 답에 류재희의 목을 휘감아 가볍게 목 마사지를 선사해 주며 투덜거렸다.
“우리 멤버들은 왜 툭하면 멀쩡한 사람한테 귀신 들렸다고 의심을 해 댈까.”
하긴, 당장 나도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던 서예현을 귀신 취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은 없다만.
“나도 그 정도 머리는 쓰고 살거든.”
무한 회귀를 멈추려면 머리 굴리기 정도야, 뭐.
“그래도 형이 DTB에서 얻어낸 관심이 독뿐은 아니에요. 파이널 무대에서 아이돌다운 면도 확실하게 보여 줬고.”
“파이널… 준이한테 피처링을 괜히 맡긴 게 아닌가 후회되긴 해.”
살짝 열려 있는 견하준의 독방 문을 힐긋 보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나 때문에 괜히 그 녀석 실력만 깎아 내려지게 만든 거 같아서. 애초에 힙합이라는 전제가 잘못됐는데 말이야. 그건 힙합이 아니라 아이돌 유닛곡이었는걸.”
애초에 그건 힙합이 아니었다. 그냥 아이돌 래퍼라는 내 정체성을 못 박아 주기 위한 무대였을 뿐이지.
이것 역시 힙합을 외쳐 대는 DTB 유입 개인팬들을 막기 위한 장치이긴 했다. 너튜브 댓글만 봐도 충분히 걸러지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었다.
내가 아닌 견하준에게 화살을 돌릴지는 몰랐지만.
“그것 때문에 안 들어도 될 괜한 말을 듣게 만든 것 같아서 후회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대 자체만 봤을 때, 그리고 곡의 완성도만 봤을 때는 절대 후회 안 해.”
살짝 더 목소리를 높였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 너머로 충분하게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오히려 준이랑 함께한 무대가 아니었다면 그게 더 평생의 후회로 남았을걸. 첫 힙합 서바이벌 결승 무대는 인생에 한 번뿐이라고.”
앞으로 DTB가 4년은 거뜬하게 더 해 먹을 텐데.
짧게 웃고 류재희의 귀에 다급히 속삭였다.
“야야, 재희야. 이 정도면 충분히 준이한테도 들렸겠지?”
“아-주 충분히요. 한 데시벨 낮췄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냥 하준이 형한테 직접 말하지 그러세요. 괜히 저를 가운데에 끼우는 이유가…?”
“인마, 이게 더 진실성이 느껴지잖아. 마음 가볍게 해 주려는 입발린 배려가 아니라 속에 담고 있던 내 진실된 마음, 어?”
“DTB 이후로 연출 실력이 다달이 느시네요.”
오케이, 이걸로 견하준이 쓸데없이 마음에 짐 지고 땅굴 파는 건 막아 냈고. 그럼 이제 대체 뭐가 사이 개선도 1을 깎은 문제인지 알아나 보자.
* * *
“연호 형, 눈 아파?”
알테어 멤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차연호는 눈을 덮고 있던, 수건으로 감싼 아이스팩을 떼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아니야, 그냥 어제 슬픈 너튜브 동영상 보고 잤더니 부어서 그래.”
“세상에, 연호 형이 슬픈 동영상 보면서 울기도 한다니.”
입을 틀어막고 놀란 척을 하던 멤버가 슬그머니 입을 가린 손을 내리며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정준이 형한테라도 말해 줘. 요즘 형 너무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까.”
진중한 목소리에 차연호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방향이 비껴 간 냉소를 내뱉었다. 그가 멤버들에게 말한다고 한들 어느 누가 이걸 해결해 줄 수 있겠나.
아, 딱 한 번 미쳐서 멤버들에게 털어놔 봤지.
그때 그를 보던 걱정 어린 눈빛들. 많이 힘들었냐고 휴식을,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던 그 목소리들.
그때의 차연호가 필요했던 건 따스한 걱정과 위로가 아니라 그저 믿음뿐이었는데.
그 고백 이후로 차연호는 다시는 멤버들에게 위험도 시스템의 존재를, 그의 회귀를 말하지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쉰 차연호가 다시 아이스팩을 눈꺼풀 위에 올렸다.
DTB 4가 방영하는 동안 위험도가 요동치며 시야가 빨개졌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너무 시야의 색깔이 휙휙 바뀌기를 반복해서인가, 눈이 타들어 가는 듯한 환상통이 느껴졌다. 아이스팩은 그 방편이었다.
안과를 몇 번을 가 봐도, 뇌 MRI를 찍어 봐도 모두 이상 하나 없는 정상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윤이든이 DTB로 하도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으니 위험도가 오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위험도가 내려간 건 무슨 연유고, 다시 올라간 건 또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대체 레브의 회귀자가 누군데.’
차연호 그가 기억하는 가장 첫 번째 삶, 듣보 그룹이었던 레브가 직캠 하나로 승승장구하며 2군 그룹까지 올랐던 그때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다섯 번의 회차는 비슷비슷했다.
윤이든이 작곡한 좋은 곡으로 반짝 주목받다가 윤이든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손을 뗀 이후로는 멤버 간의 불화설에 시달리고 윤이든의 탈퇴로 마무리되는 식이었다.
특히 주목받은 몇 곡은 그도 기억하는 1회차 때의 윤이든이 작곡한 히트곡들이었다. 다만 레브의 곡이 아니라 다른 곳에 팔았던 곡이라 문제지.
게다가 차연호 그의 회귀는 항상 윤이든의 탈퇴 시점 이후. 알테어가 윤이든에 의해 무너지든 무너지지 않든 한결같이 그는 윤이든이 탈퇴한 이후 한 달 이내에 회귀했다.
하지만 겨우 그것만을 단서로 윤이든을 회귀자로 지목하기엔 윤이든은 항상 한결같았다.
1회차와 바뀐 건 겨우 레브의 데뷔 초창기 곡들,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차연호는 그 다섯 번의 세계를 회귀자의 개입이 아닌 그저 비틀린 세계에서 비틀린 채로 우연히 정착된 레브의 아주 잠깐의 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TK 서바이벌로 데뷔할 뻔한 가해자들을 끌어내리고 제게 입혀졌던 오명을 벗겨낸 류재희, 아직 연기로 길을 틀지 않은 견하준, 지난 6회차 동안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곡을 뽑아 내고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던 DTB에 나가 승승장구하는 윤이든, 연기에 도전하지 않아 발연기라는 별명을 얻은 개망신도, 흑역사도 갱신하지 않은 서예현.
달라진 멤버가 한둘이 아니다. 멤버 제각각은 물론이요, 그룹 분위기 역시 이전과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달라졌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일단 윤이든은 확실히 아니고.’
앞서 윤이든과의 일례의 일을 겪으며 회귀자 의심 후보에서 날려 버린 지 오래였지만, DTB에서의 모습을 보니 그 확신에 또 한 번 확신을 더해 주었다.
DTB 4는 회귀 전에 차연호 역시 보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그곳에서 보았던 윤이든의 모습이 바뀐 룰을 교묘히 이용하여 저를 향한 관심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면 그도 의심을 해 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조력자가 알려줬다고 한들 시키는 것을 따르는 것과 자신이 계산하여 하는 것쯤은 차연호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DTB 4에서 보았던 윤이든의 모습은 광역 어그로 그 자체였다. 룰을 이용한 모습 따위는 하나도 없는, 어느 시즌에 나왔어도 충분히 먹혔을 순도 100% 어그로 그 자체.
‘아니, 잠깐. 바뀐 룰을 알려주지 않을 거면 레브의 회귀자가 윤이든을 DTB에 내보낸 이유가 뭐지?’
솔직하게 평가하자면 DTB는 자칫하면 짊어질 리스크가 너무 컸다. 특히 윤이든 같은 자부심 높은 언더 출신 아이돌 래퍼한테는 더더욱.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이때까지의 윤이든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 윤이든은 그 리스크를 고스란히 짊어질 확률이 더 높았다.
이렇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만한 레브의 회귀자라면 윤이든을 굳이 그 리스크에 밀어 넣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이든은 DTB에 나갔고, 모두가 경악할 만한 악마의 스타성으로 DTB에서 꽤나 큰 이득을 얻었다.
그렇다고 본인이 회귀했다기에는…
고백 공격을 갈기고 크롭티와 산악회장 룩을 입고 나오고 DTB에서 DTB 디스를 갈기던 그 미친놈의 모습을 회상한 차연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DTB 4의 룰을 꿰고 있는 회귀자 대가리에서 나올 생각인가. 먼 길을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가시밭길을 모로 굴러가는 수준인데.
달라진 모습을 보이던 세 사람에게 의심이 닿던 중, 윤이든과 더불어 유일하게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이 차연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람은 유일하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하나를 꼽자면 여행 예능 정규 멤버로 꽂힌 정도?
만약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면…? 사람 속터지게 만들었던 그 맹했던 모습도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연극이었다면?
차연호의 의심병이 또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랬지. 더 이상의 회귀는 없을 거라고.
이 회귀의 의미를, 위험도의 의미를 이번에야말로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차연호는 걱정과 동시에 기대가 되었다.
* * *
“아이씨, 누가 내 욕 하나.”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투덜거렸다.
“헐, 저도 누가 욕하나 봐요.”
김도빈 역시 귀를 후비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나랑 김도빈을 싸잡아서 욕하고 있는 거냐,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