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4화(31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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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이 얼마 남지 않은 10월의 가을, 우리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했다.
내 DTB 우승이 뿌듯했던 건지, 아니면 DTB 촬영 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인지 소속사는 내게 이틀간의 휴가를 준 상태였다.
“형, 추석 쇠러 본가 안 가세요?”
미리 찍어 놓은 추석 인사가 너튜브 공식 채널에 잘 업로드되었는지 확인하고 있는 내게 김도빈이 물었다.
“나만 혼자 휴가 가기 그래서 나도 그냥 숙소에 남으려고. 어차피 안무 연습도 해야 하고.”
물론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얼굴 비치고 올 수 있었지만 굳이 설날보다 용돈 덜 주는 추석에 친가를 가느라 내 소중한 휴가 하루를 허비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아무리 친할아버지와 반쯤 정도 내적 화해를 했다고 하더라도 친가는 여전히 껄끄러웠다. 나를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에 내보내려 해 내 연예계 인생의 가장 큰 오점을 남길 뻔한 친할머니가 버티고 있는 이상은 더더욱 말이다.
씨바, 내가 뭘 했다고. 내가 얼마나 얌전했는데.
-저번에는 신분이랑 성별이랑 시대까지 넘나들더니 이번에는 너무 극단적 아니냐以빱빱?한복 디자인이랑 색깔까지 다 똑같은 건 둘째치고 사이즈까지 똑같으면 어떡해ㅋㅋㅋ 도빈이한테 너무 크잖아!!ㅋㅋㅋㅋ
-DTB 콘서트는 언제인가요?
-울 이드니 축 DTB 우승 하
-윤이든 DTB 우승도 했는데 솔로앨범 정규로 하나 안 내나?
-레브 컴백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
-콘서트에서 부를 바에는 해줬으면 좋겠음
-오 나머지도 뭔가 낯익다 싶었더니 dtb 파이널 때 나온 얼굴들이네
-올해 가기 전에 미니라도 괜찮으니까 솔로앨범 들고 컴백 부탁
-레브 정규앨범도 슬슬 나올 때 됐는뎅
-ㅅㅂ dtb충들 벌써 ㅈㄴ 꼈어
서치 퀘스트의 일종으로 [데이드림께 레브가 올리는 추석 인사]에 달린 댓글들을 훑으며 짧게 혀를 찼다. 어쩌냐, 내 정규 솔로앨범은 레브 정규 2집 전까지는 나올 일이 없는데.
그리고 내가 계획한 레브의 첫 솔로 활동 타자는 견하준이나 류재희였다. 내가 아니라.
류재희도 나랑 같은 것을 보는 듯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며 꽤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굳이 굳이 푹신한 소파 놔두고 내 발치 바로 옆에서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던 서예현이 한껏 고개를 위로 꺾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네 할아버지께서 콘서트 스탠, 하아… 스탠딩까지 오셨는데 이번 명절에 한 번 찾아뵙기는 해야 하지 않아?”
차마 스탠딩이라는 단어를 한 번에 말하지 못하고 서예현이 중간에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의 콘서트 스탠딩은 멤버들 모두한테 손꼽히는 경악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친할아버지를 A구역 펜스 바로 앞에서 본 나도 식겁했는데 멤버 할아버지를 거기서 본 멤버들은 얼마나 더 놀랐겠는가.
“설날에는 가능한데 이번에는 안 돼.”
“설마 세뱃돈 때문은 아니지?”
“형,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본인 할아버지 팔순잔치에서 디스랩하는 천하의 효륜아.”
DTB를 기점으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간 그놈의 효륜좌 별명을 상기하며 서예현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세뱃돈도 하나의 이유긴 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며칠 전에 엄마한테서 걸려온 전화 내용 때문이었다.
‘이든아, 너 이번에 뭐 우승인가로 받은 거 말고 원래도 차 한 대 있었지?’
‘엉, 나 그래서 이제 두 대 있어, 엄마. 아직 차 출고 안 되긴 했는데 그래도 어차피 나오는 건 확정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엄마 차 한 대 필요해? 작년에 차 바꿨잖아. 벌써 고장 났어?’
‘아니, 고모가 갑자기 묻데?’
이건 고모와 윤현호가 인터넷 뉴스로 DTB 우승 상품을 접하고 내 새 차를 노리는 게 틀림없다.
물론 나는 잘 타고 다니던 SUV 두고 경차 타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걸 내 DTB 우승에 아무것도 보탠 것 없는 윤현호한테 기부하기에는 매애애애우 아까웠다.
아, 생각해 보니까 보탠 게 있긴 하구나. 프리스타일 디스 실력.
아무튼, 내가 이번 추석에 친가를 가면 고모는 내게 우승 상품 경차를 윤현호한테 양보하라고 은근히 종용할 테고, 차가 없는 다른 사촌들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 그 쟁탈전에 김칫국 마시며 참전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컴백을 앞두고 부정 타게 그 꼬라지를 굳이 직접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설날에 세뱃돈을 수금하러 가면 말이 나올 게 분명하니 그 전까지 어떻게든 그 차가 내 손을 떠나게 만들어야 했다.
“도빈아, 너 면허 땄지. 내가 우승 상품으로 받은 경차 줄까?”
“놉, 저는 첫 차는 짱 좋은 차로 살 거예요.”
김도빈의 입에서 단칼에 나온 거절에 김도빈을 달달 볶았다.
“하여간 겉멋만 들어서. 야, 누가 첫차를 좋은 차로 사? 자고로 첫차는 운전 익숙해질 때까지 긁거나 벽에 박고 다닐 각오 정도는 하고 사는 거다. 너는 차 수리비가 아깝지도 않냐? 돈을 바닥에 버리고 있어, 쯧.”
분명히 나를 보는 듯하면서 슬쩍 시선을 비껴 허공을 멍하니 보고 있던 김도빈이 내 말이 끝나고 대략 5초 후에 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좆도 안 들어먹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일곱 살 때부터 꿈꿔 왔던 제 로망이에요. 말리지 마세여.”
“그래라, 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이 형님의 충고가 옳았음을 뼈저리게 깨닫지. 바보는 굳이 안 말리련다.”
혀를 차며 손을 내저었다. 사이 개선도가 100이 된 게 아니라 김도빈의 간 크기가 100이 된 거 같다, 아무래도.
견하준은 자차가 있고 서예현과 류재희는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다. 두 사람 말로는 올해 안으로 반드시 딸 계획이라고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
그리고 서예현이 운전면허를 딴다고 말한 지 올해가 벌써 4년째다. 내가 볼 때는 류재희가 제 운전면허를 딸 때 서예현을 함께 끌고 가지 않는 이상 서예현이 운전면허를 딸 일은 요원하다.
원래 운전면허라는 것은 수능 끝나고 바로 따지 않으면 딸 날이 한없이 미뤄지는 법이다. 서예현이 서른 살까지 운전면허를 안 따리란 것에 서예현의 DTB 5 우승을 건다.
“준아, 혹시 새 차 필요해?”
“아직 바꿀 생각은 없어.”
견하준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견하준 마음의 짐 덜어주기’ 연출로 인해 견하준이 땅굴 파고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애초에 견하준의 잘못은 하나 없이 억까당하고 있는 것임에도 왜 본인이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건지. 그건 오히려 그러리라는 걸 예상하고도 굳이 견하준을 무대에 세운 내가 가져야 하는 것인데.
덕분에 견하준과 내 사이는 파이널 무대 전처럼 돌아왔다. 일단 겉보기에는 말이다.
미묘한 거리를 두도록 발걸음을 옮긴 쪽이 이번에는 나라는 걸 깨닫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언제나 견하준이 먼저 발을 떼고 내가 그 뒤를 좇았던 걸 생각하면 퍽 시원씁쓸했다.
내가 이유를 깨닫고 내 발로 돌아가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견하준이 나를 원래 위치로 끌어당기는 게 먼저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언제나 먼저 손을 뻗었던 건 나였으니까.
“씁, 그러면 차를 어쩌지? 구정 전까지는 처분해야 하는데.”
“그럼 나 줘.”
서예현이 슬쩍 손을 들었다.
“형, 면허부터 따고 말해. 무면허 운전하면 뉴스 1면이야. 아니면 바퀴 두 개 떼서 2륜으로 개조하시던지. 형 오토바이 면허는 있다며.”
“올해 딸 거라니까.”
서예현은 익숙하게 뒤에 붙은 내 헛소리를 무시하며 대꾸했다.
“그래, 그러고 또 내년이 되면 똑같은 소리를 하겠지. 내후년이 돼도. 3년 후가 돼도. 한 10년 후에는 땄으려나 모르겠다.”
“너, 내가 올해 안에 따면 어쩔래?”
“형님이라고 불러드림.”
누구한테 차를 넘겨야지 덥넷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잘 넘겼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쇠뿔도 단김에 베라고, 생각난 김에 그 사람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어, 형진아. 너 면허 있냐?”
-있지. 그런데 너는 다짜고짜 전화해서 하는 말이 그거냐?
“어어, 너 혹시 차 필요하냐?”
-아오, 이 새끼 또 지 할 말만 해. 필요하다, 어쩔래! 네가 사 줄래?
“사 주는 건 아니고. DTB 우승 상품으로 받은 차, 너 가져라.”
-@#$%%&!
수화기 너머로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들려왔다. 일단 기뻐하는 것처럼 들리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높을 확률로 오케이인 듯했다.
DTB에서의 라이벌한테 DTB 우승 상품 차를 양보한 이 훈훈한 미담! 형진아, 믿는다! 이 미담을 널리 널리 퍼트려 주라! 카메라에 얼굴 비출 때마다 이 미담부터 깔고 시작하라고!
차도 처분하고, 나를 빛내 줄 미담도 생기고, 최형진한테 생색도 내고, 그야말로 일석삼조였다.
비록 그다지 좋은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예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아오, 생각해 보니까 억울하네? 왜 하필 내 슬럼프가 시즌 4 할 때랑 시기가 딱 걸린 거지?’
만약 슬럼프가 내년에 왔으면 DTB 시즌 5에 나갔을 건데!
DTB의 가장 찬란한 전성기이자 시청률 최고 피크를 찍은 것은 시즌 4였지만 우승 상금과 상품은 시즌 5가 최고로 전성기였다.
상금 1억 5천과, 더해 우승자가 방송 동안 벌어들인 파이트머니에다가 차도 어디랑 새로이 콜라보해서 지금 우승 상품인 경차보다 훨씬 더 좋은 차로 업그레이드됐지.
그러니까 시즌 4 참가자들은 시즌 5 참가자들 좋은 일만 시켜 준 셈이었다.
“내년에 DTB 한 번 더 나가서 상금 따 올까? 댓글 보니까 제발 내년에도 참가자로 나와 달라고 성화던데.”
“그렇지만 진짜로 나갔다간 신입생 환영회에 눈치 없이 낀 복학생 취급을 받겠죠.”
진담 반 농담 반을 섞어서 묻자 내 말 속의 진심을 어떻게 알아챈 건지 류재희가 곧바로 팩폭을 날려 내 계획을 커트했다.
머쓱하게 머리를 헤집으며 소파에 편히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안무 연습이나 하러 가자. 이번에는 활동 단축 없이 풀로 다 해야 하니까.”
이번 곡의 평가가 어떻든, 성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같이 짊어질 녀석들이 있다는 걸 상기하니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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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부터 LnL의 모든 SNS 공계와 사이트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운트다운 숫자가 어느새 1을 가리키고 있었다.
D-1
드디어 티저 공개일이 하루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