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5화(31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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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진출 그룹, DTB 4 우승자가 있는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전의 몇 배가 된 관심 속에서 드디어 레브의 컴백 티저가 공개되었다.
[Reve(레브) – ‘연하가(煙霞歌)’ Official Teaser #1]“1이라고? 또 때처럼 멤버별로 하나씩 티저 뜨려고 그러나?”
단정한 낯이 단연 돋보이는, 속눈썹을 살짝 내리 깐 견하준의 얼굴이 썸네일로 박힌 동영상을 보며 김 모 양은 의자에 한껏 등을 기댔다.
곡의 제목도 그렇고 썸네일 속 견하준이 한복을 입고 있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번 신곡은 동양풍인 모양이다.
그리고 동양풍의 특성상 곡이나 뮤비나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일 확률이 높았다.
의 해외 주목과 DTB 4에서의 인지도 상승 직후에 나오는 곡인 만큼 큰 한 방을 터트려 주어야 할 텐데, 이번 활동곡이 그녀가 예상하는 분위기가 맞다면 강렬한 이미지를 박아 주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국악풍이라면 때처럼 해외 파이를 끌어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 초반 반응이 나오면 안 되는데…’
윤이든의 건강 문제로 인한 활동 단축, 그리고 그가 직접 밝혔던 슬럼프. 제 최애한테 이런 비극이 반복되도록 둘 수는 없었다.
김 모 양은 초조한 얼굴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윤이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티저 반응이라도 먼저 확인해 봐야지만 마음을 놓고 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제발 이번에는 하준이 센터ㅠㅠㅠㅠ
-곡이 너무 잔잔한 거 아닌가… 서정적인 느낌 살린 건 좋지만 좀 약할 거 같은데
-사극풍!!! 국악!!!
-티저가 아니라 사극 드라마 예고편 본 거 같다ㅋㅋ 다들 한복 너무 잘 어울려ㅎㅎ
-마지막에 윤이든 미쳤나
-미친 윤이든 뭔데
-다른 멤버들 다 청순단아한데 왜 이든이 혼자만 장르가 다르죠
스포를 당하고 싶지는 않아 티저 내용을 설명하거나 떡밥을 찾아 대는 댓글은 최대한 피해 가며 대략적인 반응을 쭉 훑었다.
일단 영상이나 의상 퀄리티에 관한 불만은 없는 걸 확인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우주로 와>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모든 초창기 데이드림의 마음 한구석에 존재했다.
티저 반응은 반반이었다. 김 모 양이 걱정했던 대로 너무 잔잔한 게 아니냐는 염려(혹은 불평), 국악풍·동양풍을 반기는 반응.
확실히 윤이든의 개인팬이 늘긴 한 건지, 아니면 그만큼 티저의 윤이든 등장 장면이 인상적인 건지, 윤이든을 언급하는 비중이 꽤 많았다.
-예프들 잠잠해지니까 릴레이도 아니고 이제 든프들이 난리네 일몽판 굿 한 번 하자 ㅅㅂ
-아 그러니까 2E는 개인서바를 왜 기어나가서;;; 파트 분량 줄세우기 때 팬덤 지랄났던 거 생각 안 나나
-그냥 개인서바면 몰라 하필 또 힙합서바 나가서 힙합충들 존나 붙여옴 시발 남팬 1도 안 반갑고요 걔들이 팬덤 눈치 보면서 분위가 파악하고 아가리 싸물고 있겠냐고 백퍼 2E한테 우승좌 행님행님 거리면서 타멤들 후려치기랑 팀 탈퇴하고 솔로래퍼 솔로앨범 레이블 ㄱㄱ 염불이랑 레브 음악성 고나리나 오지게 하겠지
악개들의 팬덤 분탕을 잡지 못했을 때 나올 반응을 상상하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든 올팬 기조가 팬덤에 자리 잡히게끔 만들어야 했다.
초창기에 빡세게 잡았어야 했는데-라는, 김 모 양이 파트 분량 줄세우기 대란 때 수백 번은 했던 후회를 곱씹으며 김 모 양은 <연하가(煙霞歌)>의 티저를 재생했다.
바람에 짙은 남빛 도포 자락이 흩날리는 것으로 티저가 시작되었다.
느릿하고 잔잔한 가야금 소리와 피리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렸다. 점점 옷자락을 타고 위로 올라간 화면이 단정하지만 왜인지 싸해 보이는 견하준의 낯을 담았다.
갓을 살짝 들어 올리고 푸른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견하준이 제 옆을 지나가는 가마 안에 서신을 쓱 밀어 넣었다.
가마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쓰개치마를 툭, 떨어뜨리고 가는 김도빈의 모습이 짧게 스쳐 갔다.
화면이 아주 잠시간 널브러져 있는 쓰개치마와 한복 치마를 비추었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며, 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방.
호롱불의 초가 켜지더니 방 안을 밝혔다. 짧은 저고리와 바지 형태의 한복을 차려입은 류재희가 호롱불의 불꽃으로 서신을 태우더니 종이를 펼치고 붓을 들었다.
[하염없는 기다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곡조를 타고 류재희의 애절한 목소리가 귀에 틀어박혔다.
철릭을 입은 서예현이 누군가에게 화살을 겨눴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장면이 스치듯 지나가더니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미닫이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대지도 않았건만 홀로 스르륵 열린 미닫이문의 너머를 화면이 비추었다.
중간 부분이 갈라진 반투명한 장막이 한 차례 부드럽게 펄럭였다. 병풍 앞, 옥좌 같은 의자에 거의 눕듯이 모로 비스듬하게 기대어 앉아 있던 인영이 아주 그 짧은 찰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번째로 펄럭인 장막은 그 너머를 첫 번째보다 조금 더 오래 비추어 주었다.
안에 받쳐 입은 흰색 한복이 보이도록 느슨하게 풀어헤친 남빛 은사 곤룡포를 입은 윤이든이 들고 있던 도자기 술잔을 기울였다.
슬쩍 고개를 돌린 윤이든이 느른하게 웃으며 화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가 들고 있던 술잔과 서신이 바닥으로 툭, 추락함과 동시에 다시 장막이 내려앉으며 윤이든을 가렸다.
[임이여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소서]견하준의 부드러운 음색이 잔잔하게 귀를 간지럽혔다.
휘이이-
고풍스러운 곡조에 긴 휘파람 소리가 섞여들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인영이 장막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그림자의 형태로 보였다.
콱, 장막을 움켜쥔 손이 자비 없이 장막을 뜯어냈다. 힘없이 찢어진 장막의 틈새로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린 윤이든의 얼굴이 비쳤다.
조명이 한 번 깜빡이며 검은색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10.22.SAT PM 6:00]그제야 김 모 양은 멈췄던 호흡을 재개하며 다시 휴대폰으로 손을 뻗어 반응을 마저 찾아보았다.
-사극풍과 섹시가 어울릴 수 있는 단어였구나
-서예현 철릭ㅠㅠㅠㅠㅠ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ㅠㅠㅠ 설인사 때 철릭예현 진짜 보고 싶었는데ㅠㅠ
-보컬 한 소절 들었는데도 ㄹㅇ 미쳤네 그런데 이런 국악풍이면 랩이 어울리려나?
-아 쌉오글거려 뮤비에서 괜히 되도 않는 사극드라마 찍지 말고 라올다처럼 영상화보나 찍어주지
-내용 없고 떡밥 없다고 쳐팰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라올다 염불외우네ㅋ
-낙서-마스터피스도 그렇고 예전부터 심어놓은 이스터에그 구현에 빠졌나고ㅋㅋㅋ
└혹시 이번 티저 이스터에그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레브 올해 설 인사 영상이요! ㅋㅋ 그런데 거기에서는 이든이가 철릭 입고 예현이가 세자 곤룡포 입었어요
오글거린다는 반응도 간혹 있었으나 평은 대략적으로 괜찮았다. 게다가 설 인사 때 레브 멤버들이 입은 의상과 이번 티저에서 각자 입었던 의상이 얼추 일치했기에 그걸로도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컴백에서 기대한 만큼의 폭발적이고 뜨거운 반응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럴 거면 왜 굳이 숫자 나눈 거지? 여기에서 티저 더 나올 게 있나?”
멤버 다섯 명의 모습도 한 번씩 비추어졌고, 엔딩도 기대감과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완벽했다.
티저 엔딩이 하도 강렬하게 끝난 터라 여기에서 더 티저를 이어간다면 오히려 뮤비 본편을 향한 기대감이 식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김 모 양은 제발 LnL이 헛발질만 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Reve(레브) – ‘청류가(淸流歌)’ Official Teaser #2]그런 그녀의 간절한 기도를 보란 듯 배반하고 다음날 뜬 티저는 어제 뜬 티저와 마찬가지로 견하준이 썸네일을 차지하고 있었다.
똑같은 표정, 똑같은 크기로 확대된 상체.
다만, 배경과 의상이 달랐다. 푸른 하늘이 아닌 야경, 그리고 어제의 한복이 아닌 쓰리피스 정장.
그렇지만 어깨에 걸친 겉옷은 분명히 코트보다는 두루마기에 가까웠고, 넥타이에는 전통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곡 제목이 다르잖아?”
어제는 분명 연하가(煙霞歌)였는데 오늘 티저의 제목은 청류가(淸流歌)였다.
‘두 곡? 설마 더블 타이틀곡인가?’
그냥 하나에만 집중하지. LnL이 또. 앓는 소리를 내며 김 모 양은 티저 #2 영상을 재생했다.
찢어진 장막의 틈새에 얼굴을 비춘 윤이든의 모습으로 영상은 시작되었다. 티저 #1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김 모 양이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윤이든의 손이 거칠게 장막을 마저 찢었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느낌을 쫙 뺀 경쾌한 가야금 소리와 피리 소리에 비트가 깔렸다. 분명 <연하가(煙霞歌)>와 똑같은 음이건만, 템포 역시 한층 빨라졌다.
짧게 끊은 휘파람 소리가 멜로디에 잠깐 섞여 들였다.
짙은 남색의 항공점퍼 안에 흰색 티를 받쳐 입은 윤이든이 성큼 바깥으로 나왔다. 항공점퍼에 수놓아진 둥근 은색 용은 그가 티저 #1에서 입었던 곤룡포를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윤이든이 그 휴대폰을 주차된 차의 창문으로 쓱 넣었다.
차의 문이 열리더니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김도빈이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김도빈이 가발과 마스크를 벗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김도빈이 입고 있던 후드의 단청 무늬가 확대되었다.
장면이 바뀌며, 흐릿한 스탠드 밑 불빛 아래에 라이터를 켠 류재희가 등장했다. 라이터로 종이를 깔끔하게 태운 류재희가 컴퓨터를 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염없는 기다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같으면서도 은근히 다른 가사. 경쾌한 류재희의 음정이 울렸다.
어딘가를 향해 총을 겨눈 서예현은 검은색 목티 위에 허리에 끈을 감은 검은색 겉옷을 입고 있었다. 겉옷의 밑단은 마치 철릭처럼 주름이 잡혀 있었다.
서예현이 총을 겨누고 있던 고풍스러운 현대식 문이 스르륵 열렸다. 통유리창 너머의 야경이 한 번 비치더니 푹신하고 큰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어 앉아 있는 견하준에게로 화면이 집중되었다.
쓰리피스 정장 위에 짙은 남빛 두루마기 코트를 입은 견하준의 손에는 양주로 추정되는 액체가 담긴 유리잔이 들려 있었다.
견하준이 유리잔과 동시에 제 휴대폰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길 바라]견하준의 미성이 귀를 스쳐 가고 방의 조명이 꺼지는 것으로 티저는 마무리되었다.
[10.22.SAT PM 6:00]‘이게 타이틀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확신이 스치고 지나갔다.
<연하가(煙霞歌)>는 <청류가(淸流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보조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