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7화(31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7화
<연하가(煙霞歌)>의 뮤직비디오는 본격적인 사극 드라마처럼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멤버들의 분량은 본인의 파트에서 짧게 등장하는 게 다였다.
티저에서 스치듯 나왔던 분량에서 조금 더 길어졌을 뿐,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감상을 떠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드라마보다는 영화 예고편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스토리 라인은 명확했다.
역모를 꾀하는 견하준이 직접 작성한 역천(逆天)의 서신이 왕세자인 윤이든에게로 가는 과정이었다.
<연하가(煙霞歌)>에 한해서는 사실상 견하준의 연기 실력이 살린 뮤직비디오이기도 했다.
어두컴컴한 방, 호롱에 놓인 초의 불빛에 흐릿하게 비치는, 역천(逆天) 두 글자를 종이에 적는 견하준의 싸한 얼굴.
그리고, 지고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후, 김도빈이 탄 가마 안으로 서신을 밀어 넣고는 떠나는 가마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웃는 얼굴.
대사 하나 없이 오직 두 장면만으로 견하준이 일을 꾀한 흑막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과 푸른 하늘 아래 견하준의 남색 도포 자락과 함께 흩날리는 푸른색 나뭇잎이 영상미를 더해 주었고.
[이별을 고하는 새하얀 천은이 바람에 고이 나빌레라]
하늘을 오랫동안 비추는 화면에 군더더기나 기교 없이 깔끔한 견하준의 음색이 얹혔다.
한참을 하늘을 비추던 화면이 내려가더니 가마 한 대를 비추었다.
가마가 멈추자 망설임 없이 가볍게 가마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디딘 김도빈이 얼굴을 꽁꽁 싸매다시피 한 쓰개치마를 살짝 들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쓰개치마를 망설임 없이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허리에 둘렀던 치마 같은 천 역시 풀어 던진 김도빈은 거의 머슴 같은 복장을 한 채 서신을 품에 넣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이 텅 빈 골목을 한 번 비춘 화면이 방향을 바꾸어, 멀어지는 가마와 땅바닥에 널브러진 쓰개치마와 치마를 길게 비추었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며, 갑작스레 켜진 호롱불의 초 심지를 태우는 불빛에 흐릿하게 비친 작은 방이 보였다.
두 개의 서신 중 하나를 펼쳐 든 유제가 그것을 호롱불에 태웠다. 종이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길게 나왔다. 턱을 괸 채로 서신을 쓰는 유제의 모습과 후렴구의 마지막 구절이 겹쳐졌다.
[어여 오시라 읍소하여도 내 님은 듣지 않아하염없는 기다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
임이여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소서]
평소의 파워풀한 음색이 아닌, 힘을 쫙 뺐음에도 쫙쫙 올라가는 고음과 애절한 기교가 섞여 들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또 한 번 장면이 바뀌어, 철릭을 차려입은 채로 서신을 펼쳐 그 안에 적혀 있는 두 개의 한자를 읽은 서예현이 탄식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과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해시계를 오래 간 비춘 화면은 어느새 복도로 바뀌어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서예현을 비추었다.
피에 젖은 복도를 걸어 마침내 미닫이문 앞에 당도한 서예현이 서신을 화살에 단단히 묶었다. 그 긴 속눈썹을 살짝 내리깐 서예현이 화살을 미닫이문에 겨눴다.
마치 시조를 읊조리는 듯한 서예현의 랩은 베이스 대신 가야금으로 비트를 탄 곡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갔다.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리며 반투명한 장막이 휘날리고.
방탕함을 표현하듯 느슨하게 풀어헤친 왕세자 곤룡포를 입은 윤이든이 등장하는 티저의 장면이 고스란히 나왔다.
윤이든은 <연하가(煙霞歌)>에서 랩을 포기하고 보컬을 택했다. 중저음의 단조로운 음색이 흥얼거림처럼 울렸다.
윤이든이 장막을 찢음과 동시에 역천(逆天)의 서신이 묶인 화살이 장막을 향해 겨누어졌다. 윤이든이 부는 긴 휘파람 소리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견하준의 후렴구가 섞여들었다.
[임이여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소서]장막 너머 윤이든을 향한 화살촉과 장막의 찢긴 틈 사이로 보이는 윤이든의 얼굴을 차례로 비춘 화면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끝을 알렸다.
멤버들이 등장한 장면을 모두 합한 게 뮤직비디오의 겨우 절반밖에 못 차지했음에도, 심지어 다섯 명의 단체샷은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딱히 분량에 관하여 불만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각자가 맡은 역할이 스틸컷처럼 짧게 나온 덕분에 오히려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주고 오글거린다는 느낌을 덜어 주었다.
-도빈이 진짜 많이 컸네ㅋㅋㅋㅋ 뮤비에 이든이 나오자마자 이든이 등짝 때리면서 박장대소라니ㅋㅋㅋ 전엔 은근히 이든이 무서워하더니만
-이든이 멋있었는데ㅋㅋ 도빈이한테는 혈육이 멋있는 척하는 거 보는 기분이려나?ㅋㅋ
-편집 진짜 잘했다 쓸데없는 거 ㅈㄴ 오래 비추고 있어도 안 지루하게
-도빈이 여장… 아니 저걸 여장이라고 할 수는 있나…?
-다른멤들 옷 다 이쁜데 왜 우리 도빈이만 머슴옷 입혀요ㅠㅠㅠㅠㅠ
-엥 그럼 이든이 죽은 거야 산 거야? 청류가에서 나오나?
-하준이 임팩트 진짜 쩐다 이든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하준이만 생각남
-와 나는 청류가보다 이 곡이 더 좋은 거 같은데
-이게 타이틀곡이 아니라고? 어째서???
-예현이 파트가 킬링파트인가? 평소에 예현이 랩 좋다고 생각해 본 적 딱히 없는데 이번에 시조 읊듯이 하는 거 미쳤다
-윤이든 랩 어디감?? 래퍼가 랩을 안 하고 노래를 하다니 초심 잃었네
티저 #1이 공개되었을 때의 염려와 헐뜯는 말이 싹 날아간, 호의적인 반응 속에서 <청류가(淸流歌)>의 뮤직비디오가 이어 재생되었다.
뮤비를 보는 순서가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뮤직비디오의 시작 장면은 <연하가(煙霞歌)>의 엔딩 직전 장면과 똑같았다.
반투명한 베일의 찢긴 틈으로 보이는 윤이든의 얼굴.
휘파람 소리가 길게 이어진 <연하가(煙霞歌)>의 극후반부와 대조되도록, 짧게 끊어지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곡과 영상이 시작되었다.
그를 겨누고 있는 화살은 온데간데없어진 것이 <연하가(煙霞歌)>의 엔딩과 다른 점이었다. 찢어진 장막 너머로 성큼 발을 내디딘 윤이든의 신발은 하이탑 운동화였다.
운동화부터 시작하여 찢어진 연청바지, 흰 티, 곤룡포를 떠올리게 만드는 퓨전한복풍의 남색 항공점퍼로 훑듯이 화면이 올라갔다.
휘파람 소리에 점점 드럼 비트가 섞여들었다.
선글라스를 척, 걸쳐 쓴 윤이든이 휘파람을 불며 휴대폰 키보드로 ‘복’이라는 단어를 작성했다.
福(복) 자를 지나 復(복) 자를 터치한 그가 망설임 없이 메시지 전송 버튼을 터치했다. 전송 완료된 메시지 화면을 담은 카메라가 그다음으로 그의 입가에 걸린 삐뚜름한 웃음을 비추었다.
또 한 번 키보드를 두드리는 윤이든의 옆모습과 현대식 복도의 벽을 함께 담은 풍경은 곧 도시와 주차된 차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푸른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선 똑똑, 자동차의 문을 두드린 윤이든이 아주 조금 열린 창문의 틈새로 휴대폰을 밀어 넣었다.
[이별을 고하는 새하얀 천은이 바람에 고이 나빌레라]
국악에 힙합을 얹은 흥겨운 멜로디와 어울리는, 같은 가사지만 다른 느낌을 주게끔 아련함을 쏙 뺀 견하준의 음색과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출발하는 차를 보며 씩 웃는 윤이든의 얼굴이 겹쳐졌다.
차의 문이 벌컥 열리며 김도빈이 차에서 내렸다. 그가 입고 있는 밝은 노란색 후드티에는 단청 무늬가 박혀 있어 꽤 유니크한 느낌을 주었다.
뒤집어쓴 후드 아래에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얼굴을 가린 마스크 덕분에 김도빈의 얼굴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제 휴대폰과 윤이든이 건넨 휴대폰 두 개를 한 손에 쓱 쥐어 올린 김도빈이 제 머리채 밑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가발이 스르륵 그의 손아귀를 따라 흘러내렸다.
마스크까지 마저 벗어 던진 김도빈이 후드 모자를 벗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골목길로 들어가는 김도빈의 후드티 단청 문양이 확대되며 어두컴컴한 사무실로 장소가 바뀌었다.
파티션이 쳐진 책상에서 흐릿한 스탠드 빛과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에 의지해 라이터를 켠 유제가 막대사탕을 입에 문 채 종이에 불을 붙였다.
그의 의상은 흰색 터틀넥 티 위에 걸쳐 입는 짧은 저고리 형태의 퓨전 한복이었다.
제 손에 내려앉은 재를 훅, 불어 치운 유제는 컴퓨터로 메일을 작성하여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까딱거리는 캔버스화가 확대되며 후렴구에 접어들자마자 단체 안무 컷으로 전환되었다.
<연하가(煙霞歌)>에서 멤버들이 맡은 컷이 끝날 때마다 특정 장면을 길게 보여준 것과 달리 <청류가(淸流歌)>에서는 장면이 바로바로 이어지며 멤버들의 단체 안무 컷까지 등장했다.
단체 의상은 겉옷만이 퓨전 한복에 가까웠는데, 들고 있는 부채와 허리띠에 매어진 노리개, 바지 밑으로 삐져나온 안자락 흰 끈 등으로 한국풍 느낌을 한껏 살렸다.
안무 역시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절도 있는 칼군무의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빨리 내게 오라 재촉해도 넌 듣지 않아하염없는 기다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길 바라]
가야금과 피리, 드럼 비트가 어우러지는 멜로디에 유제의 경쾌하고도 파워풀한 음색이 더해졌다.
센터에 있던 견하준이 뒷짐을 지며 탁, 접은 부채로 화면을 가리킴과 동시에 화면이 전환되며 현대풍으로 재해석한 철릭 의상을 입고 있는 서예현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막 도착한 휴대폰 메지지를 확인한 서예현이 한숨을 푹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과 서예현 손목의 손목시계를 한 번씩 비춘 화면은 어느새 복도로 바뀌어 경호원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서예현을 비추었다.
서예현의 랩은 시조를 읊조리는 느낌을 주었던 <연하가(煙霞歌)>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 더 흥겨워진 가야금과 비트의 조합, 그리고 더 빨라진 멜로디 덕분에 독특하면서도 곡에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윤이든의 랩. 바로 앞 파트인 서예현과 느낌이 대조되면서도 정반대라 어느 한쪽이 거슬린다든가 하지는 않았다.
윤이든의 랩 파트였지만 비추어지는 것은 #2 티저에서 나온 견하준의 모습이었다.
견하준이 의도적으로 놓은 유리잔과 휴대폰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단체 안무 컷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
곡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항공 점퍼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윤이든이 유유히 다가와 여전히 견하준에게 총구를 겨눈 서예현의 손가락을 꾹 눌러 줌과 동시에 화면이 검게 물들며 깜빡거렸다.
[부디 노을이 지기 전에 돌아오길 바라]각자의 스틸컷 의상을 입은 채로 단체로 모인 레브 멤버들의 얼굴을 한 번에 담다가 페이드아웃되며 <청류가(淸流歌)>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왜 연하가 먼저 보라고 했는지 알겠다 청류가 스토리는 솔직히 모르겠고 어떤 식으로 연하가 장면이 현대화됐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
-촬영 시간은 진짜 하준이 말대로 그렇게 많이는 안 걸렸을 만하다
-ㅅㅂ 애들이 청류가 뮤비는 스토리 생각하지 말Lㅋㅋㅋㅋ 오직 영상미래ㅋㅋㅋ
-영상미랑 의상 죽이긴 하더라
-그냥 생활한복도 아니고 현대식 의상에 더 가까운 현대풍 퓨전한복이라는 게 덕후들 돌게 만들자너
-도빈이 후드가 제일 탐난당 너무 이뽀
-그러니까 반역으로 죽은 이든이가 환생해서 하준이한테 복수한 거야…?
-하준이 센터 맞지????
-와 티저로만 짧게 들었을 때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풀로 들으니까 진짜 미쳤다
-우리애들이 다 같이 작업한 곡이라는 것도 의미가 큰데 곡 좋기까지 하니까 너무 행복해짐…
-예현이 랩 짱 잘하는데? 예현아 내년에 DTB 5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