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9화(31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9화
[김도빈: 지금 저희는 <청류가(淸流歌)> 뮤비 촬영 현장에 와 있습니다. <연하가(煙霞歌)>는 개인 컷만 따면 돼서 단체 안무 컷이 있는 <청류가(淸流歌)>부터 먼저 촬영이에요.]카메라에 얼굴을 불쑥 들이민 김도빈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김도빈: 이번에는 특별히 의상에 맞춰서 역할이 정해졌어요.]자신이 입고 있던 단청 무늬 후드티의 가슴팍을 보란 듯 쭉 잡아당긴 김도빈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김도빈: 모두가 탐내던 이 후드를 사수하기 위해서 제가 얼마나 눈물 나는 노력을 했는지…] [유제: 엥? 형이 무슨 노력을 했어?] [김도빈: 네, 사실 다들 알아서 떨어져 나가긴 했어요. 이 후드와 세트인 옷이 바로 여장이랑 머슴 옷이었거든요.] [유제: 저도 이 후드티 정말 탐나긴 했는데 연하가 의상 보고 바로 드랍했어요.] [김도빈: 이든이 형이 마지막까지 이 후드를 탐내긴 했지만 청류가에서 이걸 입으면 연하가에서 머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듣고 포기하더라고요. 우리 폼생폼사, 가오에 죽고 가오에 사는 이든이 형이 쓰개치마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머슴 옷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됐나 봐요.]굉장히 뿌듯해하는 얼굴로 웃은 김도빈이 자랑하듯 단청문양 후드티를 또 한 번 펄럭거렸다.
[김도빈: 하지만 저는 이 후드를 위해서라면 머슴 옷쯤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기에 제가 이걸 쟁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항공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쓱 다가온 윤이든이 김도빈을, 정확히는 김도빈이 입고 있는 후드티를 빤히 내려다보며 턱을 쓸었다.
[윤이든: 아, 이거 진짜 탐나네. 아무리 봐도 이게 내 옷보다 더 멋있는 거 같아.]윤이든이 입맛을 다시자 김도빈이 두 팔을 X 자로 교차하여 제 가슴팍을 감싸며 고개를 저었다.
[김도빈: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여. 그렇지만 이 옷은 이제 제 겁니다. 탐내시면 안 돼요.] [윤이든: 무대 의상으로 입을 때 바꿔 입으면 안 되냐? 너 곤룡포 항공점퍼 안 입어 보고 싶어?] [김도빈: 너무 구질구질해도 가오 떨어져 보여요, 형.] [윤이든: 너는 형한테 구질구질이 뭐냐, 구질구질이.]김도빈의 후드 모자를 위로 휙 잡아당긴 윤이든이 자비 없이 짤짤 흔들어 대며 타박을 날렸다. 덕분에 김도빈의 몸도 포대자루처럼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그 모습은 리더가 넷째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삼촌이 조카를 놀아 주는 것에 가까웠기에 보기에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김도빈: 자, 그럼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유제: 이런 거에 교훈까지 있어?] [김도빈: 당연히 있지.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면 가오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청류가(淸流歌)>의 MR과 함께 엄숙한 김도빈의 목소리를 배경음으로 윤이든의 뮤비 개인 컷 촬영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겉옷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턱을 치켜들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윤이든의 옆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가오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리더님의 개인 cut]메이크업을 수정받으며 윤이든이 카메라 앞에서 청류가의 멜로디에 맞추어 휘파람을 짧게 선보였다.
[윤이든: 음원에 삽입된 휘파람 소리도 제 휘파람 소립니다. 저 휘파람 진짜 잘 불어요. 어렸을 때 어른들이 뱀 나온다고 휘파람 부르고 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뱀 보고 싶어서 휘파람 불어 봐도 안 나오더라고요.] [디렉터: (웃음)그냥 시끄러우니까 불지 말라고 한 거 아니야?] [윤이든: 어리고 순수했던 저는 그런 깊은 뜻까지는 몰랐죠.]키득거리며 웃는 윤이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장면은 가발을 쓴 김도빈의 개인 컷 촬영 직전 모습으로 넘어갔다.
[김도빈: 이거 가발 고정 안 돼서 이렇게 고개 기울이면 바로 흘러내려요.]차 문에 비친 제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김도빈이 마스크를 쓰며 물었다.
[김도빈: 그런데 저 이러고 있으니까 좀 락스타 같지 않아요?]차에서 내려 가발과 마스크를 벗는 김도빈의 개인 컷 촬영 장면이 짧게 지나가고.
[유제: 라이터 어떻게 켜요? 한 번도 안 켜 봐서… 오, 이렇게 켜는구나.]류재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무실로 꾸민 스튜디오에서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스텝의 시범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제: 불붙이는 씬이라 소화기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디 사고 없이 무사히 끝냈으면 좋겠네요.]라이터를 한 손에 꽉 쥔 류재희의 비장한 표정과 뮤비 촬영 장면이 교차했다.
이제 다섯 멤버가 모두 모인 단체 안무 촬영 장면에 돌입했다.
[단체 안무 cut 촬영]한복풍의 겉옷 자락이 멤버들의 움직임에 따라 풍성하게 펄럭거렸다. 다 같이 위로 각도를 맞춘 손에서 홀로만 아래를 가리키고 있는 손이 클로즈업됐다.
[김도빈: 어, 이든이 형 안무 틀렸다!] [서예현: 야, 나도 안 틀렸는데 네가 틀리냐, 푸하하!] [건수 하나 잡자마자 시작된 리더 몰이]득달같이 몰아가는 멤버들 중 서예현이 특히 기뻐했다.
[윤이든: 이거 정상 참작해 줘야 해, 솔직히! 낮에 연습한 거랑 늦은 밤에 연습한 거랑 습득률이 똑같겠냐고, 상식적으로!] [서예현: 다른 게 뭐죠?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왜 안무를 새로 창작하시는 거죠?] [윤이든: 형은 왜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아주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네! 내가 실수한 게 그렇게 행복해? 엉?] [서예현: 내가 그런 걸로 왜 행복해하겠어.]어깨를 으쓱하면서도 서예현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유제: 이런 날도 다 오네요.]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었다.
[얼굴천재 맏형의 개인 cut 촬영] [서예현: 고민이네요. 여유롭게 웃는 게 나을지, 아니면 진중하게 가는 편이 나을지.] [-모니터링 중-] [서예현: 여기선 진중하게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웃으니까 좀 싸패 같다. 내가 생각했던 그 그림이 아니야. 연기 너무 어려워요.]모형 권총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빙글빙글 돌리며 서예현이 한탄했다.
다시 진중한 표정으로 총부리를 겨눈 서예현의 촬영 장면이 조금 나오고, 나란히 붙어 있는 견하준과 윤이든이 등장했다.
[예현의 개인 컷 촬영 동안 대기 중인 동갑즈] [견하준: 보리차 온더락입니다.] [윤이든: 그런데 네가 그렇게 잡고 있으니까 꽤 양주 같은데? 새끼손가락 하나 들어봐, 준아. 어, 그렇게. 와씨, 까리하네. 야야, 촬영할 때도 이렇게 가자.] [견하준: 이렇게는?] [윤이든: 그건 너무 다도 같잖아.]견하준이 보리차가 든 유리컵 바닥을 손바닥에 받친 채로 정갈하게 감싸 들자 빵 터진 윤이든이 견하준의 등을 두드려 대며 웃었다.
[어느덧 <청류가(淸流歌)> MV의 마지막 컷] [디렉터: 자자, 두 사람, 좀만 더 붙어 봅시다.] [윤이든: 여기서 더요…?]총 하나를 같이 붙들고 서로를 힐긋 마주 본 윤이든과 서예현이 아주 주춤주춤 거리를 좁혔다.
[디렉터: 음, 좋아! 자, 이든 씨, 팔 하나 예현 씨 어깨에 얹어 보자! 오케이, 그렇게!]마지막 장면이 끝나자 컷! 소리가 촬영장에 울렸다. 붙어 있던 두 사람이 곧바로 서로에게서 떨어지며 스텝들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견하준: 수고하셨습니다.] [스텝들에게 인사하는 레브 멤버들] [견하준: 이렇게 청류가 뮤비 촬영은 마쳤고요, 내일은 연하가 뮤비 촬영이 있네요. 연하가 콘티는 정말 단순했는데 촬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카메라 앞에서 슬레이트를 치듯 손뼉을 짝! 친 견하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블랙아웃 되더니 다시 푸른 하늘을 비추었다.
[Day 2, 연하가(煙霞歌) M/V 촬영 현장]자막과 함께 카메라가 천천히 내려오며 머슴 복장을 한 채 쓰개치마를 한 손에 꼭 쥐고 있는 김도빈과 남색 곤룡포를 풀어헤쳐 입은 윤이든을 비추었다.
[윤이든: 야, 잘 어울린다. 진짜 잘 어울려.] [김도빈: 형도 잘 어울려요. 끌어내려야 할 방탕한 세자저하 완전 그 자체.] [윤이든: …욕이야, 칭찬이야?]떨떠름한 표정으로 김도빈을 돌아보는 윤이든의 뒤로 철릭을 차려입은 서예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도빈: 우와, 설날 인사에서 이든이 형이 입었을 때보다 훨씬 잘 어울려요.] [윤이든: 그럼 이건? 세자복은? 이건 내가 더 잘 어울리냐?] [김도빈: 그것도 솔직히 예현이 형이 더 잘 어울렸어요.] [윤이든: 이런 입바른 소리만 하는 충신 놈을 다 봤나. 너는 귀양이다, 인마.] [서예현: 네, 여러분. 이래서 하준이가 역모를 꾸미는 겁니다. 연하가 뮤비의 역모에는 이런 비하인드가 있어요.]김도빈에게 가볍게 헤드록을 거는 윤이든을 가리키며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촬영 시작!]견하준부터 차례로 개인 컷 촬영 장면이 나왔다.
나뭇잎이 바람에 우수수 흩날려 견하준의 머리 위로 내려앉는 장면과 한복을 입은 채로 모니터링하는 장면이 차례로 지나갔다.
[견하준: 바람이 마침 딱 타이밍 좋게 불어준 덕분에 멋있는 컷이 탄생했네요.]만족스럽게 웃는 견하준의 얼굴과 잔뜩 당황한 김도빈의 얼굴이 교차했다.
한 번 더 시도를 한 끝에야 똑딱이가 풀린 치마가 스르륵 바닥으로 내려갔다.
[유제: 저 붓글씨 잘 쓰지 않아요?] [막내가 데이드림에게 전하는 마음]류재희는 종이에 붓글씨로 ‘데이드림 사랑해요’를 적어놓고 상큼하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 팔랑팔랑 흔들었다.
[서예현: 제가 또 왕년에 아체대에서 양궁으로 끗발을 날렸죠.]당당하게 웃으며 활을 흔들어 보이는 서예현의 모습과 진지한 얼굴로 한껏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교차되어 보였다.
[윤이든: 추워!]옥좌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윤이든이 제 팔소매를 문질렀다. 반투명한 장막을 계속 펄럭이게 만들기 위해 큰 선풍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윤이든: 이거 언제까지 펄럭거리는 거예요?]윤이든이 손을 뻗어 장막을 찢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연하가(煙霞歌)>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났다.
[디렉터: 컷!] [윤이든: 드디어 촬영이 모두 끝났습니다. 촬영 시간이 정말 짧았어서 걱정이 되긴 하는데, 결과물이 꼭 좋았으면 좋겠네요.] [김도빈: 그런데 저희 진짜 청류가 촬영 때랑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각도까지 맞췄잖아요. 분명히 잘 나올걸요.] [유제: 그럼 22일에 만나요, 데이드림!]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레브의 로고와 함께 이번 앨범의 제목이 스르륵 나타났다.
[Reve 3rd single몽유별곡(夢遊別曲)]
* * *
“우리 지금 몇 위냐? 혹시 내가 부담과 실망감을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한테 고루고루 덜어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냐?”
소파에 드러누워 류재희에게 묻자 류재희가 친히 내 눈앞에 음원 차트가 뜬 화면을 들이밀어 주었다.
[1위-new ‘Reve ? 청류가(淸流歌)’ ♥99,999+] [23위-new ‘Reve ? 연하가(煙霞歌)’ ♥68,902]“오, 한번 찍고 내려온 게 아니라 계속 쭉 1위야? 추이 좋네?”
“엄청 오랜만에 1위 한 거 같아요. 도 역주행은 했어도 1위는 못 했잖아요.”
DTB를 하며 내 이름이 박힌 음원만 몇 번을 차트 1위로 보냈지만, 레브라는 이름을 단 곡이 차트 1위를 차지하니 감흥이 남달랐다.
느낌이 좋다고 흐뭇하게 웃고 있자 부엌에서 버럭,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야, 윤이든! 막내야! 아이디어는 너희들이 내놓고 너희들이 놀고 있으면 어떡하냐!”
“형, 그냥 둬요. 저 둘은 저러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나중에 시킬 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