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0화(32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0화
우리를 거실로 보냈던 장본인인 견하준이 서예현을 만류했다.
“윤이든 쟤가 재룟값 다 낸 건 알겠는데 정성이 중요하다며. 그걸 내가 말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강조했잖아. 그렇다고 쟤가 재료를 직접 사 온 것도 아니고, 영진 형이 사 와서 가져다줬고.”
“그러게, 우리가 좀 더 빨리 아이디어를 냈으면 인터넷으로 시켰을 텐데, 매니저 형만 고생시켰다. 역조공 아이디어가 늦게 생각난 내 두뇌의 잘못이지. 그런데 또 돈은 정성이 아니야?”
여전히 소파에 드러누워 한탄하자 서예현이 투덜거렸다.
“네가 지금 너 노는 꼴이 보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 사진 올릴 건데 너만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면 욕을 안 먹겠어?”
세상에, 서예현이 내가 욕먹을 것도 걱정해 주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그래도 지금 단계에서는 시킬 거 따로 없어요, 형. 저 둘이 중탕을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견하준의 진지한 물음에 중탕으로 녹이고 있던 초콜릿을 슬쩍 내려다본 서예현이 순순히 납득했다.
“그건 그렇지.”
“형이 손 씻으러 간 사이에 이든이 형이 냄비에 초콜릿 넣고 끓이려 한 거 하준이 형이 말리고 거실로 보낸 거예여.”
“어쩐지 왜 가스레인지에 저 거대한 냄비가 올려져 있나 했다. 이미 부엌에서 쫓겨날 짓을 했구나.”
눈치 빠르게 후다닥 부엌으로 달려간 류재희가 제 휴대폰을 가로로 고쳐 들며 살갑게 능청을 떨었다.
“에이, 저는 이든이 형 심심하실까 봐 잠깐 가서 있었던 거고요. 언제든지 튀어가서 사진 기사가 될 준비는 진작 마쳤죠.”
“류재 너 말고 이든이 형한테 찍어 달라고 하면 안 돼? 이든이 형이 훨씬 더 사진 잘 찍잖아.”
“그래, 재희야. 카메라는 이든이한테 넘기고 너는 이리 와서 이 동결 딸기 좀 썰어 줄래? 이만큼은 잘게 다지고, 이만큼은 이렇게 가로로 썰어 줘.”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견하준의 부름에 휴대폰을 할 일 다 끝낸 류재희에게 넘기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 꾸며.”
“내가 또 이런 건 잘하지.”
건조 과일과 견과류, 쿠키를 녹은 초콜릿 위에 모양새 좋게 올려서 초콜릿을 꾸몄다. 내 작업 과정 사진 촬영은 류재희가 전담해 주었다.
“오, 느낌 있다.”
“그렇지, 나 좀 배치 잘 한 듯?”
칭찬에 어깨가 한껏 으쓱해졌다. 마지막 딸기까지 올리자 역조공에 끼워 넣을 수제 바크 초콜릿이 모두 완성되었다.
“저거 이제 굳으면 잘라서 개별 포장하면 되는 거지?”
“우리 손맛이 들어간 초콜릿인데 데이드림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손맛이라니까 이상하잖아. 정성이 들어갔다고 해.”
“그런데 이든이 형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실지는 몰랐는데.”
“나는 바크 초콜릿 아이디어만 냈다. 수제 디저트 하나 이번 역조공에 끼워 넣자는 아이디어는 막내가 낸 거지.”
그게 바로 멤버들이 열심히 부엌에서 초콜릿을 중탕하고 있었던 이유였다.
류재희가 낸 아이디어는 쿠키였지만 숙소의 오븐으로는 수량을 못 맞출 게 뻔했기에 친구 놈 하나가 1주년 기념으로 여친에게 받았다고 자랑질로 올린 수제 바크 초콜릿을 보자마자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자, 이제 포장하자.”
깔끔하게 개별 포장까지 마치고 사녹 픽업을 하러 온 매니저 형한테 수제 초콜릿을 넘겼다.
<청류가(淸流歌)>의 첫 컴백 음방 무대는 류재희가 MC로 있는 인기뮤직이었다.
사전 녹화를 마치고 본방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도 류재희는 런스루 리허설 전까지 대본 숙지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순서는 뒤에서 두 번째였지만, 컴백 인터뷰는 중반 정도에 이루어졌다.
“생방송 인기뮤직! 청량한 가을, 청량한 제목의 곡으로 돌아온 레브! 바로 만나 뵙겠습니다!”
두 MC들과 함께 손동작을 한 류재희가 MC 마이크를 든 채로 후다닥 가운데로 합류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네, 저희 레브가 신곡 <청류가(淸流歌)>로 돌아왔습니다. 이든 씨, 아니 이든이 형. 청류가는 어떤 곡이죠?”
이게 음방 MC인지 멤버인지. 합류해서도 진행 본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류재희였다.
“네, 청류가는 떠나간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의 정서를 현대식으로 해석한 곡인데요, 힙합과 국악을 조합한, 저희도 처음 시도해 보는 퓨전 장르입니다.”
“곡 설명만 들어도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무대 전에 노래 한번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걸그룹 멤버인 MC의 요청에 견하준과 류재희가 마이크를 들어 후렴구를 짧게 불렀다. 나머지 셋은 화음 담당이었다.
“레브의 컴백 무대는 잠시 후에 만나 보도록 하고요, 다음 무대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다음 무대는…”
* * *
-와 무대 미쳤다 안무 개빡세
-동양풍 느낌은 중반에 부채 쓰는 안무 그때만 좀 도드라지고 전체적으로는 약간 힙합에 접목시킨 국악 느낌?
-예현이 킬링파트 너무 중독성 있어서 계속 듣게됨 예현이 파트 할 때 뒷짐 지고 부채 촥 펴는 거 도랐다,,,
-하준이 센터ㅠㅠㅠㅠ 보컬라인 너무 잘 살렸다ㅠㅠ
-걱정한 거에 비해서 무대 안 오그라들고 깔끔하니 좋은 듯 가사도 흐린귀 하고 멜로디에 초점 맞추면 꽤괜
첫방 무대 평은 긍정적인 반응이 주였다.
REVE_official☑ @LnL_reve
[레브 Dream]우리 일몽이들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레브가 깜짝선물을 준비했어요♥
#Reve #레브 #데이드림 #청류가 #몽유별곡
(서예현_견하준_김도빈_초콜릿_중탕.jpg) (류재희_재료손질.jpg)
(윤이든_초코_꾸미기.jpg) (열심히_포장중.jpg)
공유 13k 인용 1101 마음에 들어요 63.7k
-헐 상표 안 붙어 있다 했더니 찐 수제였어???
-세상에 정성 무슨 일이야ㅠㅠ
-와우 안그래도 초콜릿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웠는데 더 아까워졌다 평생 모셔놔야지
-아미친 이걸 어케먹어ㅠㅠㅠㅠㅠㅠㅠ
-이와중에 요리 개노답 2형제한테는 중탕 안 시키고 재료손질이랑 초꾸만 시킨 것도ㅋㅋㅋㅋ
-부럽다… 나도 울애들 수제 초콜릿…
레브가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바크 초콜릿 사진은 데이드림의 인증샷을 통해서 SNS와 커뮤니티로 널리 퍼져 나갔다.
HIT! [음방 역조공으로 남돌이 만든 수제 초콜릿 퀄리티.jpg] [381]
-와 진짜 이쁘다 받은 팬들도 먹기 아깝겠다ㅋㅋ
-아 여기가 DTB 4 윤이든 그룹이야? 아이돌 래퍼라는 건 DTB에서 하도 나와서 알았는데 그룹명이 레브였구나
-이번에 레브 컴백했어요~ 청류가 많관부!
덕분에 훈훈한 역조공 미담도 생기고, 윤이든 그룹이 레브라는 것도 다시 한번 잘 홍보되고, 나름 일석이조였다.
* * *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여기에서 10배를 더 늘려야 한다는 소리지? 여전히 까마득한 숫자를 노려보고 있자 시스템이 상태창 하나를 더 던져 주었다.
[HIDDEN QUEST] [▶멤버들과의 관계 개선하기-내용: 멤버들과의 진중한 대화와 배려하는 행동을 통하여 사이 개선도를 100%로 채워 보세요.
-기한: 3개월
※100%를 달성하지 못할 시 ‘회귀’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
-서예현(100%)
-견하준(99%)
-김도빈(100%)
-류재희(99%)]
시스템도 잊고 있는 줄 알았더니, 또 망할 사이 개선도 카운트다운을 내게 던져 줬다. 이제는 보상도 안 주네, 망할 시스템.
3개월 안에 나랑 이 그룹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편이었던 두 사람의 사이 개선도를 1% 올리는 건 언뜻 보면 쉽게 보였지만, 이게 100%인 상태에서 갑자기 내려갔다는 걸 고려했을 때 언제 또 다른 멤버들의 사이 개선도 수치까지 떨어질지 몰랐다.
“개선도가 떨어졌다는 건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소린가?”
“아무래도 그렇지. 개선이라는 게 이전보다 더 좋게 만드는 거잖아. 한마디로 다운그레이드지.”
내 혼잣말 같은 질문에 오늘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있던 서예현이 답해 주었다.
서예현과는 딱 이 정도 사이만 유지하면 다운그레이드가 될 일은 없겠구나.
어느 때를 기점으로 두 사람의 사이 개선도 수치가 떨어졌는지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가늠이 됐다. 어떻게 수치를 되돌려야 하는지도.
내가 제일 가까이 여기는 사람은 견하준, 그리고 그다음으로 류재희인데 막상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서예현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형, 어떤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데 앞날을 위해서 꼭 의지해야만 한다면 어떡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서예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즉답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세 번이나 똑같은 말을 반복해 주고 나서야 서예현은 겨우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잠시 고민하던 서예현이 간결하게 대꾸했다.
“머리를 힘껏 쳐서 큰 충격을 줘서 그 깨달음을 지워.”
“아, 좀 진지하게.”
“진지한 건데.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지. 상대가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건 오직 상대방에게 달린 거거든.”
내 투덜거림에 서예현은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너 하준이한테 의지한 적 없었어.”
견하준의 견 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서예현은 내가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바로 캐치해 냈다.
“의지한 적이 있었다고 해도 슬럼프 초반, 네가 불면증으로 제일 힘들어했을 때 아주 잠깐이었지.”
바로 그때가 딱 사이 개선도가 100%로 올라갔을 때였다.
“네가 하준이한테 부담을 안 주려고 하는데, 의지를 어떻게 하냐?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필연적으로 부담을 안겨 주는 일인데.”
“그래도 나름 의지할 때는 의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파이널 피처링 때도 그렇고, 넌 항상 하준이가 부담가지지 않게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 내려고 하잖아. 강박처럼.”
반박할 수 없는 그 말에 끄응, 앓는 소리만 흘렸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정답률 99.9%를 돌파한 서예현의 추론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너는 애초에 남의 눈치를 보면서 배려하는 그런 성격이 전혀 아니고, 그 태도도 오직 하준이한테만 적용이 되고. 그렇다면 네가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된 건 하준이에게 원인이 있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