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1화(32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1화
‘저 인간, 혹시 신내림이라도 받았나…?’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고 있자 드디어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서예현이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데뷔하고 나서는 KICKS 리더랑 엮였을 때 빼곤 딱히 너랑 하준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럼 우리 데뷔 전에 있었던 일인가?”
“동자님, 복채 얼마에요?”
초자연적인 현상을 마주하자 말투가 즉시 공손해졌다. 따지고 보면 견하준과 나의 손절은 내 재데뷔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내 나름의 RESPECT를 나타내는 그 질문에 서예현이 잠깐 질색했다가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진짜 데뷔 전에 하준이랑 무슨 일 있었어?”
회귀 전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는 없었기에 뒷머리를 멋쩍게 긁적이며 서예현은 모를 예전 이야기 하나를 풀어놓았다.
“낙하산 때문에 걔가 그렇게 뉴본 나가고 나서 내 연락 거의 한 달인가 씹었던 거?”
얼마나 멘탈이 나갔을지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 일로 견하준을 원망한 적은 딱히 없었지만, 한번 손절을 겪고 나니 그 일도 다르게 보였을 뿐이다.
언제든지 견하준은 나를 먼저 놓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하준이도 회피형이네. 그런데 겨우 그거 때문에 네가 조심한다고? 왜 연락 씹었냐고 하준이한테 쌍욕했다가 인연 영영 끊길 뻔하기라도 했어?”
쌍욕은 안 하고 그게 기만이라고는 말했었지.
그리고 견하준은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 순간 제가 내 미래까지 망쳤다는 걸 인정해야 했기에, 그게 무서워서 회피했다고 내게 순순히 털어놓았고.
그 말이 내게 일종의 족쇄가 됐다. 회귀 전의 견하준이 부담과 부채감 때문에 나를 놓았다는 걸 회귀 후의 견하준의 입으로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지 않으리란 확신이 없어서 문제지.”
꽤 건조한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확신이 없으면 한번 해 봐. 그럼 결과를 보고 어떻게든 확신이 생기지 않겠어?”
지금 나보고 견하준에게 쌍욕을 하라고? 쌍욕 한 번당 2점씩 깎일 초심도는 둘째 치고……
“그러다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면?”
“그럼 너희 우정이 딱 그 정도였다는 소리지. 싸움 한 번에 갈라질 사이.”
서예현이 냉정하게 딱 잘라 대답했다.
내 표정이 복잡해지자 서예현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너 친구 많잖아. 친구랑 싸운 적 한 번도 없었어? 네가 하는 말본새나 꼬라지 보면 그럴 리가 없는데?”
“최형진이랑 형도 친구인가? 이 둘이 나랑 제일 많이 싸운 투톱인데.”
“말고. 네 학창 시절 친구들.”
오, 크루 형들이었으면 바로 ‘내가 니 친구냐?’ 시전했을 텐데. 서예현의 이런 면은 나름 마음에 들었다.
“싸운 적이 거의 없기도 했는데, 그때는 감정 상한 일 있어도 치고받고 싸우면서 깔끔하게 풀거나 PC방에서 게임 한 판 갈기고 풀었지. 그런데 견하준이랑은 그게 안 되잖아.”
“왜 안 돼?”
“걘 다르니까.”
질색 시동을 거는 서예현의 안면 근육을 캐치하고 다급히 선수 쳐 해명했다.
“오해하지 마. 내가 전에 형한테 말한 것처럼 내가 먼저 다가간 특별한 관계라서 다르다는 게 아니라 그냥 견하준이 다르다고. 이때까지의 내 친구들이랑은.”
“그거 말고 또 뭐가 달라?”
“걘 좀… 어른스럽잖아.”
그래서일까, 다른 친구 녀석들처럼 대하기가 힘들었다.
나를 마냥 막내 취급만 하는 언더 형들이랑은 또 다른 느낌의 안정감이었고.
“부담 안 얹어 준다는 말 취소. 이건 너 혼자서만 어떻게 타파해 나갈 문제가 아니다. 그냥 고민거리로 삼지 말고 너 평소 하던 대로 속 편하게 머리 비워. 너 그런 거 잘하잖아.”
한숨을 푹 내쉰 서예현이 골 아프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형 혹시 나랑 하준이랑 싸움 붙이려는 건 아니지?”
“나도 벌써 그룹 불화설 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그리고 내가 너희들 싸움을 어떻게 붙이냐? 내가 지금 당장 하준이한테 가서 “하준아, 윤이든이 나한테 네 뒷담 깠어.” 이래도 “이든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만약 진짜라면 제게 속상했던 게 있나 보네요.” 이런 반응이나 돌아올 게 뻔한데.”
회귀 전, 배우판에 발을 디딘 견하준이 가끔 드라마 대본을 가지고 서예현과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게 문득 생각났다.
그때는 발연기하는 놈과 연기 관련해서 대체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지난번 뮤비 촬영 때 있었던 연기 경연 대회에서도 그렇고, 서예현은 연기 실력은 부족해도 인물 해석은 제법 잘한다.
방금도 견하준이 할 법한 소리를 소름 돋을 만큼 완벽하게 구현해 냈지 않나.
“내가 하준이랑도 이야기해 볼 거긴 한데, 어쨌든 해결은 너희 둘이서 할 일이고.”
그 말을 끝으로 서예현은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갔다.
그래, 일단 견하준과의 사이 개선도가 왜 떨어졌는지는 대충 파악했고. 그다음은 류재희의 사이 개선도가 떨어진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어차피 시스템은 힌트를 주라고 요구해도 절-대 안 줄 것 같고.
[같은 시기]같은 시기라고? 설마 그건가?
견하준이 내 온전한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때? 그때 나는 류재희가 내민 답 역시 모두가 정답이 아님을 함께 깨달았으니까.
그렇다면 류재희의 사이 개선도 1%를 올리기 위한 방도는.
‘막내가 활약할 사건이 하나 터져야 한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다.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없고 레브 이미지에 타격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해결되는 순간 악재를 호재로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사건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3개월 안에 터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내가 몸소 그런 사건을 만들어 보려 하다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았으므로 기도 메타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3개월 안에 안 터지면… 그때처럼 위험도인가 뭔가가 개입해서 또 시스템 오류 뜨기를 바라야지.
비록 그것 때문에 김도빈이 악귀이든이라고 칭하던 서른 살 나인가 뭔가한테 몸과 정신을 며칠간 점거당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다시 데뷔 초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그게 매애애우 나은 것 같았다!
일단 차연호가 그 위험도를 내게 보낸 건 기정사실화됐고. 그럼 차연호가 3개월 후라는 페널티 발동 시기에 맞춰서 내게 위험도를 다시 보내게 만들어야 하는데…
견하준에게 협조를 부탁하기엔 설명하기가 너무 복잡하고 본인도 믿지 않을 것 같으니, 씹덕 최적화 김도빈으로 미끼를 던져 볼까.
‘이게 바로 시스템 보유자끼리의 두뇌 싸움?’
[두뇌 X 개 O]아무래도 시스템도 최형진처럼 내 까빠가 분명했다.
[ㄴ]* * *
DTB 시즌 4 종영으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비하인드 촬영을 위해 출연진들이 Wnet 방송국 스튜디오에 모였다.
시즌 4의 우승자인 나는 당연히 필참이었다.
프로듀서들과 TOP 8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이슈가 됐던 MoonK나 IJM, 라이조, 니지어스, YISIK, 최화 등의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선이 어느 정도 있을 때지, 본선 1차 마이크 선택에서 탈락하자마자 프로듀서 디스곡을 정발한 사포 같은 불화 메이커는 초청받지 못했다.
“이야, 커플룩이 많네.”
나를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드는 니지어스와 쓱 지나가는 최화가 입은 남색 곤룡포 항공점포를 보며 담백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침 나도 신곡 홍보 때문에 그 항공점퍼를 입고 온 터라 몇몇과 강제 커플룩이 되어 버렸다.
단청 문양 후드티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게 좀 유니크하고 힙하긴 하지. 그래서 나도 탐냈던 거고.
일상룩으로 입어도 괜찮은 이 두 의상이 유행을 탄다는 건 서치 퀘스트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실감이 났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최신 유행의 장을 보고 싶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니지어스가 곧장 내게 달려왔다. 오늘 형도 이걸 입고 올지 몰랐다는 한탄부터 자기의 항공점퍼가 너무 짭티 난다며 브랜드 좀 알려 달라는 징징거림까지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딱 한 마디 했다.
“이거 주문 제작이다.”
니지어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 제일 반가운 얼굴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어, 용철이 형. 앨범 준비는 잘돼 가?”
DTB가 끝나고 각자의 앨범 준비로 서로 바빴던 터라 용철이 형과 얼굴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
내 물음에 용철이 형이 마른세수하며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몰라, 다 뒤집어엎고 디싱으로 바꾸고 싶다.”
“수록곡 작업 성가시긴 하지. 그나저나 피처링 진짜 안 필요해?”
“너도 바쁜데 어떻게 부탁하냐.”
“에이, 형 부탁이면 내가 어떻게든 시간 빼서 도와주지.”
용철이 형을 툭 치며 넉살을 부리다가 BQ9, 공철에게 붙잡혀 또 한참을 근황 스몰토크를 하던 중,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최형진을 발견했다.
“왜, 내 라이벌 형진아. 할 말 있냐?”
최형진의 인상이 곧장 구겨졌다. 최형진이 입은 남색 곤룡포 항공점퍼를 발견하고 빵 터져서 웃으며 물었다.
“굿즈냐? 이렇게 내 열혈 팬 인증을 해 버리네.”
“뭐래. 그냥 요즘 유행하는 거 디자인 멋있어서 산 거거든? 나 말고도 입고 있는 사람들 있는 거 안 보이냐?”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여전히 능글거리는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묻자 최형진의 미간과 꾹 다문 입꼬리가 꿈틀했다.
“아니. 됐다, 그냥.”
팀 프로듀서들과 같은 음원 미션 조였던 래퍼들과 스코언을 비롯하여 다른 이들과도 대충 모두 인사를 마치자, 드디어 비하인드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각자의 근황과 신변잡기용 질문이 간단히 이어지고.
“이든 씨도 이번에 컴백하셨죠?”
“네, 래퍼 윤이든이 아닌 레브로 <청류가(淸流歌)>라는 곡과 함께 컴백했습니다.”
“종영하고 얼마 안 돼서 신곡이 나왔던데, 그러면 본선이랑 활동 준비를 같이 병행을 한 거예요?”
“그렇죠.”
“와… 그런데도 본선 무대 퀄리티들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 감탄사에 어깨가 괜히 으쓱했다.
“기왕 온 거, 신곡 홍보 좀 하고 가.”
“그래, 한 소절, 아니 한 파트 부르고 가자. 그 특이한 랩 파트, 거기 한 번.”
공철과 BQ9이 양옆에서 몰아가며 신곡 홍보의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예현이 형 파트는 제가 하기엔 좀 어려운 파트인데… 이건 제 스타일이랑 너무 달라서. 제가 재현도 못 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서예현의 파트를 부르자 <청류가(淸流歌)>를 들은 듯한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느낌이 안 산다. 음원으로 들었을 때는 되게 시조 읊는 듯이 들렸는데 네가 하니까 너무 힙합 같아.”
BQ9이 깔끔하게 평했다. MC가 다시 진행 주도권을 잡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든 씨가 우승 상금 절반은 또 기부를 하셨다고.”
“네, 아무래도 의미 있는 상금이다 보니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어서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MC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옆에 앉아 있던 세븐킥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차는 받았어? 출고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