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2화(32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2화
“아, 출고는 됐는데, 이제…”
내가 내 입으로 양도했다고 말하기는 너무 생색내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애초에 이건 대본에도 없는 세븐킥의 기습 질문이었다.
내가 말끝을 흐리자 최형진이 찰떡같이 말을 이어 주었다.
“제가 양도받아서 차 명의가 제 명의가 됐죠.”
“뭐야, G-TE한테 줬어? 나 주지!”
세븐킥의 헛소리는 이 자리의 모두한테 가볍게 무시당했다.
“DTB라는 이 서바이벌을 하면서 제일 고마웠던 친구거든요, 아무래도. 정말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좋은 라이벌이었기도 하고.”
용철이 형, 내가 형한테 가장 고마워하지 않았다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최형진은 무려 내 비자발적 불명예 하차를 막아 줬는걸.
차마 원래는 멤버들에게 먼저 넘기려 했다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방송용과 대외용으로 말하기 딱 좋은 답변을 술술 읊었다.
“사진 같은 건 안 올렸어요? 이런 훈훈한 미담은 SNS에 올려서 팍팍 자랑을 해야지.”
“양도 인증샷을 찍긴 했는데, 너무 딜러와 카푸어족처럼 나오는 바람에 SNS에 업로드하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휴대폰을 꺼내자 대체 어떻게 나왔는가 보자고 우르르 몰려든 래퍼들이 자동차 앞에 서서 정면을 보고 악수를 나누며 허리를 애매하게 굽힌 나랑 최형진의 사진을 보고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니지어스 저 자식의 웃음소리가 제일 컸다.
“아, 존나 웃겨. 형 진짜 자동차 딜러미 나요.”
“말 들으니까 그렇게 보이긴 한다. 왜 못 올렸는지 이해가 되네.”
나중에 제작진이 따로 받아갈 이 사진이 ‘최초 공개’ 따위의 자막을 달고 화면에 크게 뜨리란 것쯤은 쉬이 예상 가능했다.
사소한 질문 하나로 시작되어 거하게 뽑힌 방송 각에 MC가 눈을 빛내며 우리한테 물었다.
“판 건가요? 아니면 그냥 양도?”
“차 값 준다고 해도 끝까지 안 받더라고요, 윤이든이.”
“그렇게 되면 너무 우승 상품 매매 같잖아요. 사고 팔라고 주신 게 아닐 텐데. 그런데 형진이가 계좌번호 알려 달라고 전화를 얼마나 해 대던지. 저희 멤버가 인터넷에 제 번호 털린 줄 알았대요.”
넉살을 떨며 손을 내젓자 공출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뭐 줬으면 땡이지. 설마 쪼잔하게 그런 거로 뭐라 하겠어?”
“이야, G-TE 부럽다. G-TE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든이네 이번에 나온 앨범이나 하나 사 줘라.”
최형진의 팀 프로듀서였던 원백의 말에 최형진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앨범을 샀다고 말을 못 하니. 이 새끼 설마 지금까지 안 산 거 아니야?
비하인드 촬영은 DTB 4 1화부터 12화까지 하이라이트 장면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기에,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가장 큰 빈도를 차지하고 있는 내가 해야 할 말이 제일 많았다.
1화에서 빠지면 섭섭한 게 또 ‘DTB 패션’의 서막을 연 베레모 패션이었다.
“아, 베레모. 완전 핫한 유행템이 됐죠. 이든 씨는 이게 유행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요. 제가 써도 안 어울리던데 제가 쓴 걸 보고 사람들이 유행이 될 정도로 따라 살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본인은 안 어울렸다고 생각했다고? 의왼데. 나는 이거 유행시키려고 단단히 각오하고 베레모 쓰고 온 줄 알았어.”
그런 스코언의 머리에는 베레모가 얹혀 있었다. 이제 슬슬 유행 끝물일 때 안 됐나?
2차 예선은 All PASS를 받은 이들(나, 스코언, A01, IJM)만으로 넘어가나 했더니, 어림도 없지. 바로 토끼 모자 이야기가 나왔다.
프로듀서들에게 모자를 기부(라고 쓰고 뜯겼다고 읽는다)한 비하인드 이야기와 모자가 귀엽다는 말이 썩둑 잘린 채로 편집되어 나를 귀여워하는 이상 취향이 되어 버렸던 AJA의 해명 타임이 짧게 지나갔다.
“3차 예선 하면 유피 씨와 이든 씨의 대전이 제일 이슈였죠. 현재 너튜브 클립 조회 수 1,855만, 댓글 3만. 그 화가 방영되고 포털 인기검색어에도 한동안 두 사람 이름이 나란히 떠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봤던 게 조회 수 1,300만이었는데 언제 1,855만까지 찍었대? 2천만 뷰까지는 충분히 가능해 보였지만 내가 패배한 장면이 그런 높은 조회 수를 찍는 게 과연 내게 좋은 일인가.
진지한 고찰을 하고 있자 MC가 나와 유피한테 질문을 던졌다.
“댓글에서 최근까지도 정말 치열하게 승자를 판별하고 계시던데, 두 분은 혹시 댓글을 보셨나요?”
“여론이 궁금해서 살짝 봤습니다.”
“저는 댓글을 전혀 안 봤어요.”
깔끔하게 긍정한 나와 달리 유피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유피 씨, 댓글을 보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어차피 윤이든 님은 패자부활전에서 100% 올라올 거고, 나중에 결승이든 부결승이든 언젠가 또 한 번쯤은 다시 붙을 텐데 굳이 댓글을 보면서 제 실력을 향한 의심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진지한 유피의 대답에 짧은 감탄사를 흘렸다.
오, 나는 내가 유피보다 실력 딸렸다는 댓글들은 싹 흐린 눈 하면서 내 찬양 댓만 봤는데.
패자부활전과 싸이퍼, 여기에서도 내 이야기가 중점이었다. 이쯤 되면 비하인드 특집이 아니라 윤이든 특집이라고 이름을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디스랩. 최형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희 디스전 이야기는 패스하면 안 될까요. 이거 진짜 흑역사라…”
“그래요, 패스합시다.”
4 대 1 중 4를 맡았던 라이조 역시 최형진에게 동조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 복면이 얼마나 더웠는지, 그 덕분에 그걸 쓰고 있으면서 땀이 얼마나 났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해 냈다.
“그런데 진짜 얘 말대로 그 4 대 1 디스전이 제가 나온 DTB 동영상 중에 제일 조회 수가 높긴 해요. 본선 2차 영상보다 그게 더 높더라고요.”
최형진이 멋쩍게 볼을 긁적이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차 디스전은 고백 공격을 빼놓고 논할 수는 없죠.”
MC의 말에 MoonK가 쓱, 제 왼손을 들어 올렸다. 왼손 약지에 낀 크롬X츠 반지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여자친구랑 잘 끼고 있습니다.”
“네, 꼭 오래 가세요.”
훈훈한 덕담을 꾸벅 고개 숙여 받은 MoonK가 비하인드를 풀었다.
“사실 정말 그때 디스 수위를 엄청 조절을 했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시다보니까 팬덤, 팬분들이 좀 무서워서. 디스 가사 초안을 딱 보여줬는데 여자친구가, 오빠 이거 그대로 가면 오빠 진짜 큰일 난다고. 눈 부분이 뚫린 사진이 집으로 정기적으로 배송될 수가 있다고.”
“에이, 우리 데이드림은 안 그래요.”
“그래서 최대한 순화를 시켰거든요. 그래서 순화를 시키면서 사실 좀 얄미웠어요, 이든 씨가.”
MoonK는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솔직함을 드러냈다.
“나는 이렇게 순화시켜서 디스를 하는데, 저기는 수위 고려 안 하고 독하게 나갈 게 분명하니까 완전 우승 거저먹는 거 아니냐, 그랬는데 갑자기 꽃다발이 등장을 하더니 고백 공격을 막.”
덤덤한 목소리와 매치되지 않는 미친 상황 설명에 래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꽃다발 안고 디스 들으면서, 아, 졌다. 이건 내가 초안을 가져왔어도 졌을 거다.”
손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는 말에 또 한 번 박장대소가 터졌다.
조별 음원 미션에서는 가장 골이 깊었던 최화와 세븐킥의 오해와 앙금 풀고 화해하기가 중점이었다.
“방송 볼 때는 마냥 억울했거든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거 다 악편인데.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막 했는데… 나중에 이제 여기서, 조별 미션 단계에서 탈락하고 좀 마음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까 다 제가 한 말은 맞더라고요. YISIK 형이랑 세븐킥 형한테 너무 미안했고, 크흥…”
“얌마, 울지 마. 나도 좀 조장으로서 배려도 하고 좀 좋게 타이르고 그랬어야 했는데 내가 참 부족했고, 크흡…”
눈물을 줄줄 흘리며 서로를 와락 껴안고 화해하는 둘을 향해 심드렁한 박수 갈채를 보내 주었다.
“방송으로 보니까 제가 중간 점검에서 G1 프로듀서님께 한 소리 듣고 나서 태도가 너무 뚱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러브액츄얼리 재현까지 하면서 최대한 배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맞아요, 저도 그때 욕 엄청 먹고 정신 차렸어요. 제가 너무 싸가지 없었대요.”
우리 조원들 역시 내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 이라고 해야 하나. 원래 팀 선택에서 탈락하면 아무도 안 알아준 채로 그대로 잊힌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별 음원 미션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놓고 여기서 탈락한 놈이라고 또 이슈가 되더라고요.”
“형, 괜찮아요. 저도 본선 1차 무대도 못 올라가고 마이크 쟁탈전에서 탈락했어요.”
니지어스가 한껏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라이조의 어깨를 두드렸다. 물론 라이조의 얼굴은 전혀 위로를 받은 표정이 아니었지만.
본선 1차부터의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진 이야기였다. 용철이 형과 최형진이 말하는 본선 2차 비하인드는 나조차 살짝 울컥하게 만들었다.
다음 주에 방영한다니까 이 비하인드가 음방 1위 버프나 가져다줬으면 좋겠네.
* * *
레브의 컴백 팬 사인회 대기 장소.
‘와, 팬싸 컷 진짜 올랐다.’
데뷔 초기부터 쭉 팬이었던 윤이든의 홈마, ‘낙원의 에덴’은 데뷔 초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팬싸 컷을 상기하며 대기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카메라를 꺼내어 세팅을 시작했다.
당장 지난 활동 때의 팬 사인회와 비교해도 컷이 확연히 오르긴 했다. 그리고…
‘한 장 샀는데 추첨으로 운 좋게 당첨된 건가? 아니면 진짜 팬싸 컷만큼 앨범 산 거야? 추첨이면 진짜 부럽네.’
아주 극소수이긴 했지만 남팬들도 조금씩 보였다. 10 대 0의 성비를 자랑하던 팬 사인회 현장이 9.5 대 0.5 정도의 성비로 재정립된 것이다.
저 남팬들은 90%의 확률로 DTB 4에서 유입된 윤이든의 팬일 게 분명한데 저들이 타 멤버들을 성의 없이 대면했을 때 팬덤에서 나올 말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당장 그녀의 멀찍한 옆자리에 어색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힐긋한 홈마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시선을 원위치시켰다.
‘그런데 저 남팬, 왠지 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눈익팬인가? 얼굴이 익숙해질 정도의 남팬이 데이드림에 있었던가?
홈마가 바로 관심을 거둔 그 눈익 남팬의 대기 번호는 그녀의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남팬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턱 틀어막고 묻는 팬싸 가장 첫 타자, 김도빈의 물음에 홈마는 그 ‘남팬’의 정체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헉, 혹시 G-TE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