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3화(32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3화
DTB 4를 시청했던 데이드림이라면 G-TE가 누군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윤이든이 언더에 있었을 때 허구한 날 부딪혀 대던 동갑내기 악연이라는 과거를 가진 덕분에 덥넷이 그렇게 라이벌 구도로 밀어 댔던 래퍼.
라이벌이라기에는 살짝 부족한 실력과 더불어 싸이퍼와 디스전 때 얄미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G-TE는 본선 2차에서 제대로 라이벌 포텐을 터트리며 윤이든의 라이벌이자 함께 성장해 나가는 친구로 대중들에게 인정받았다.
언더에서 처음 만났지만, 이후 아이돌과 언더래퍼라는 각자 다른 길로 갈라졌다가 힙합 서바이벌에서 다시 마주했다는 드라마 같은 서사 역시 대중들의 몰입을 돕는 것에 한몫했다.
하지만 그건 DTB 4 팬들에게 먹히는 서사고, 이미 레브에는 무려 같은 소속사에 있다가 한 사람이 나오자 데뷔도 마다하고 같이 따라 나온 미친 서사가 있는 동갑즈 견하준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데이드림은 대중들처럼 두 사람의 과거 서사와 이제야 완성된 라이벌 관계에 열광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박힌 돌’ 견하준을 지우는 ‘굴러 들어온 돌’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더라니. 저 사람도 화면발 진짜 안 받네.
눈익남팬이라고 생각했던 이의 정체가 G-TE라는 걸 알게 되었어도 딱히 큰 감흥은 없었다. 홈마는 레브의, 윤이든의 팬이지 G-TE의 팬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팬싸까지 오는 건 DTB 끝나고 나서도 라이벌 코인 타려는 게 너무 티 나는데?’
팬심이 차고 넘치는 데이드림의 팬싸 기회를 그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라이벌 코인만을 위해서 가로채 갔다는 게 영 그랬다.
홈마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몇몇 팬들의 따가운 눈빛을 눈치채지 못하고 G-TE는 김도빈의 앞에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앨범 진짜 구매하셨구나. 저희 이번 신곡은 들어보셨어요?”
“네, 나오자마자…”
“저번에 파이널 무대 볼 때 이든이 형이 레브 곡에서는 힘 너무 뺀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어떠셨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든이 형이 이번 곡에서 진짜 칼 갈고 랩 하신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때 그 말 듣고 이번 곡은 안 그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했던지 몰라요.”
따발총처럼 쏟아지는 김도빈의 질문 겸 말에 G-TE가 멋쩍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힘 뺐던데.”
“엥, 진짜요?”
김도빈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G-TE가 다급히 설명을 덧붙여 해명했다.
“아니, 그렇다고 노래가 안 좋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요. 힘 뺐다는 것도 욕이 아니라 그냥 윤이든이 곡에 잘 맞춰 주는 거예요.”
김도빈도 DTB 4를 어지간히 재미있게 봤는지 눈을 반짝이며 G-TE에게 DTB 4에 관련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G-TE는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는 태가 났다.
어쩐지 팬싸의 주객이 전도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제한 시간이 되고, 사인을 받은 G-TE가 그다음 순서인 유제의 앞으로 향하자 홈마는 첫 타자인 김도빈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입고 있는 옷은 뮤직비디오에서 각자가 입은 의상이었지만, 김도빈은 윤이든의 의상인 남색 곤룡포 항공점퍼를 입고 있었다.
“후드티, 뮤비 메이킹 영상에서부터 이든이가 호시탐탐 노리더니 결국 쟁탈당한 거야?”
“아뇨, 이든이 형이 입은 거 계속 보다 보니까 이것도 멋있어 보여서 오늘 하루만 바꿔 입기로 했어요! 어때요? 이거 저한테도 잘 어울려요?”
장난스러운 홈마의 물음에 김도빈이 잔뜩 뿌듯한 얼굴로 항공점퍼를 잡고 흔들며 대답했다.
그녀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답해 주자 김도빈이 특유의 입 모양으로 밝게 웃었다.
“어, 이든이 형 라이벌 형! 파이널 때 관중석에서 뵙고 이번에 또 뵙네요.”
그녀의 옆으로는 유제가 G-TE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G-TE는 방금 김도빈의 앞에 섰을 때처럼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 주었다.
비록 팬이 아닌 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패싱하지 않고 어떻게든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려는 태도는 홈마가 G-TE에게 세운 가시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게 했다.
과몰입하며 보아 왔던 DTB 애청자라 G-TE와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웠던 막내 라인과 달리, 윤이든이 나와서 멤버들과 다 함께 보긴 했지만 몰입하면서 볼 정도는 아니었던 서예현은 막내 라인만큼 G-TE와의 거리감을 좁히지는 못했다.
“신곡 랩 파트 정말 좋았습니다. 윤이든도 그 느낌은 못 살리더라고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얼굴이 밝아진 서예현이 살짝 미소 지으며 앨범에 사인을 그렸다.
G-TE의 까빠 속성과 DTB 4 비하인드 촬영을 알 리가 없는 홈마는 갑작스러운 멤버 실력 비교질에 약간의 빡침을 안고 다음 타자인 서예현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서예현은 얼굴만 보고 있어도 참으로 즐거웠다.
홈마가 드디어 쌍방 어색함에서 해방되어 기쁜 서예현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G-TE는 견하준과 마주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찰나간 G-TE를 미묘한 표정으로 보던 견하준은 곧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걸치며 G-TE와 인사했다.
견하준의 옆에 있는 윤이든은 공주 티아라를 벗고 팬이 내민 빨간색 왕리본 두 개를 머리 양쪽에 부착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대망의 순간.
윤이든과 G-TE가 네 명의 사인이 담긴 앨범을 사이에 두고 대면했다.
순번을 대기 중인 팬들은 물론이요, 나머지 멤버들과 멤버들에게 사인을 받고 있던 팬들마저 두 사람에게 잠깐 시선을 주목할 지경이었다.
왕리본 두 개를 머리에 달고 있는 윤이든을 본 G-TE의 표정이 벙찌자 막내 라인이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윤이든이 앨범에 제일 크게 제 사인을 시원하게 휘갈기며 킬킬거렸다.
“이야, 나한테 이렇게까지 감사를 표하지 않아도 되는데. 팬싸까지 오다니, 감동이다, 형진아.”
“감동이고 나발이고 그 대가리 양옆에 붙이고 있는 큰 리본 좀 어떻게 떼면 안 되냐?”
“엉, 안 돼. 이런 모습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
“아니, 전혀.”
G-TE가 질색하며 즉답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윤이든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각오고 뭐고 그냥 어쩌다가 당첨돼서 온 거거든?”
“야야, 그런 겸손은 접어 둬도 돼. 온라인으로는 팬싸 응모 안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본업하는 나를 보고 싶었구나. 그래, 너도 이제 ED 팬질에서 졸업할 때도 됐지.”
팬싸 응모를 하려면 지정된 오프라인 매장에서 앨범을 사고 응모권에 개인 정보를 적어서 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응모를 해야 했다.
‘감사? 라이벌 코인이 팬싸에 굳이 온 이유가 아닌 건가? 다른 이유가 또 있나?’
견하준과의 대화에 집중하려고 해도 옆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신경이 쏠렸다.
“연예인병 걸렸냐? 집 근처 매장이 마침 거기였거든?”
“그렇구나. 온라인으로 사도 됐을 텐데 굳이 오프라인으로 샀구나.”
“배달비 아까워서 그런다, 왜.”
“그렇구나. 배달비가 아까웠구나. 그런데 대체 몇 장을 샀냐?”
“어어… 차 값의 5분의 1?”
“그 정도면 온라인으로 사도 무료 배송 안 해 주냐?”
저 차가 tea인가 car인가. 전자면 아무리 찻값이 비싸도 4장에서 5장 내외일 테고, 후자면 저 인간이 팬싸컷을 올린 원흉이렷다.
그런데 설마 팬싸 온다고 몇백을 태웠겠어? 두세 장 샀다가 운 좋게 당첨된 거겠지.
어차피 곧 올 순서, 홈마는 옆자리에 신경을 최대한 끄려고 노력하며 견하준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윤이든도 G-TE와의 화기애애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어디 보자… 내가 너 팬싸 오면 뭐 해준다고 했지? 윙크랑 손하트였던가?”
“아니, 필요 없어. 진짜, 진심으로 필요 없어. 난 네 윙크랑 손하트를 굳이 보고 싶지 않아. 네가 대가리에 왕리본 달고 있는 꼴 보고 있는 걸로도 아주 충분해. 더 이상 내 눈을 괴롭히지 마.”
진심이 듬뿍 묻어나오는 G-TE의 거절에 윤이든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까딱였다.
“형진아, 사양하지 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귀한 시간 내서 인증하러 온 라이벌한테 이 정도도 못 해 주겠냐?”
시간차 공격으로 윤이든이 찡긋, 윙크를 하며 손하트를 날려주자 G-TE가 못 볼 걸 본 표정을 하고선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몸을 펄떡거렸다.
“악, 미친놈아! 왜 은혜 갚으러 온 사람을 괴롭히냐고!”
“그래, 기분이다. 볼콕까지 해 줄게.”
“@#$%&!”
윤이든이 능청스럽게 검지로 제 볼을 찌르기까지 하자 G-TE가 뭔가 욕설을 최대한 뭉갠 것 같은, 아무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무어라 하며 다급히 손바닥으로 제 눈을 가렸다.
“이동하실게요!”
제한시간 종료를 알리는 스텝의 안내에 G-TE는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표정으로 잽싸게 의자에서 일어나 튀어나갔다.
“쟤는 인사도 안 하고 가냐.”
윤이든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툴툴거렸다. 견하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홈마도 자리를 이동했다.
“오, 누나, 오랜만이에요.”
드디어 제 아이돌과 대면한 홈마는 윤이든이 내민 손에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흰색 고양이 귀 털모자를 내밀었다.
챙겨온 팬싸템이 윤이든이 김도빈과 바꾸어 입은 단청 문양 후드티와도 잘 어울려서 다행이었다. 울 애기고영이 힙함과 큐티 다 한다고 속으로 주접을 떨며 홈마는 준비해온 멘트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짧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홈마는 윤이든이 화관이든, 장미꽃 문 이든, 투명고글이든, 인싸토끼모자이든, 곰돌이모자이든, 고양이귀머리띠이든으로 변신할 때마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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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사인회 금지어 모음] [아, 진짜요?] [아, 정말요?] [아, 그래요?] [아, 리얼요?] [오, 진짜요?] [오, 정말요?] [오, 그래요?] [오, 리얼요?] [아아, 오오.] [아, 그렇구나] new! [Update 항목: 금지어 뒤에 문장 2개 이상 언급 시 초심도 감점 X]오늘도 또 팬사인회 금지어 하나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