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5화(32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5화
“와우, 이건 우리가 계 탄 거냐, 형진이가 계 탄 거냐?”
자동차 양도 미담에 이어 팬싸 방문 비하인드까지 알려지며 버즈량이 또 한 번 확 늘어났다.
덕분에 최형진이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가 컴백했다는 사실도 겸사겸사 홍보되는 중이었다.
<청류가(淸流歌)>가 나온 지 며칠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 5천만 뷰를 찍고 음원 차트 1위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원래 홍보는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는가.
“상부상조한 거죠. 그런데 DTB 화력이 대단하긴 하네요. 종영한 지 거의 한 달이 넘었는데도 비하인드 방송까지 이렇게 이슈가 되고.”
메이크업 수정을 마친 류재희가 대기실 소파에 풀썩 앉으며 말했다. 소파에 앉아 빨대로 딸기 주스를 마시던 김도빈이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건지 눈을 빛냈다.
“DTB 다음 시즌에는 예현이 형이 나가서 화력을 또 가져오는 거예요. 예현이 형도 마침 이든이 형도 못 하는 랩을 하는 재야의 고수 정도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그랬다.
DTB 시즌 4 비하인드에서 <청류가(淸流歌)>를 홍보할 겸 짧게 선보였던 서예현의 파트에서 내가 원곡의 느낌을 못 살렸다는 이유로 서예현은 요새 힘을 숨긴 랩 고수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도빈아, 내가 지워지지 않을 평생의 흑역사를 만드는 게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나는 1차 예선에서 떨어질 거라고. 하필 또 심지어 윤이든 얘랑 같은 그룹이라는 이유로 시즌 4에 분할 화면으로 아이돌 래퍼들 한꺼번에 나온 것처럼 편집도 안 되고 단독 화면 받을걸?”
서예현이 질색하며 곧바로 맞받아쳤다.
“이든이 형이 프로듀서로 나와서 예현이 형 심사하고 붙여 주면 되잖아요.”
“레이블도 없는 놈을 프로듀서로 왜 부르겠냐. 그리고 내년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고.”
“나도 싫어! 낙하산 소리 안 듣고 싶어! 얘가 심사에서 붙여 줘 봤자 낙하산이라고 조롱이나 들을 거 아니야!”
“낙하산이라기보다는 인맥힙합 소리 듣겠지. 그리고 시즌 5는 시즌 4만큼 주목 못 받을 거니까 나가도 딱히 메리트가 되진 않을걸?”
“왜요? 왜 시즌 5는 주목 못 받아요? 형 뭐 제작진들이나 프로듀서들에게 들은 거 있어요?”
DTB 애청자답게 큰 관심을 보이는 김도빈의 물음에 고개를 짧게 젓고 당당히 답했다.
“아니, 시즌 5에는 내가 안 나오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모든 인생사가 피크 찍었다가 서서히 내려오는 법이다. 영원한 정상은 없다고. 음원 차트만 보더라도 1위에 있다가도 좋은 신곡이 나오면 곧바로 순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인데.
“에이, 시즌 5에 형보다 더한 스타성을 가진 사람이 나올 수도 있죠.”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어려울 것 같아, 도빈아. 윤이든을 뛰어넘는 미친놈이 또 존재한다는 건 미친놈 질량 보존의 법칙에 어긋나.”
저건 편들어 주는 거야, 날 까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서예현을 돌아보자 서예현이 편들어 주니까 왜 그러느냐는 얼굴로 나를 마주 보았다.
내 편을 들어 줄 막내를 향해 몸을 돌리다가 갑자기 깨달은 바를 입 밖으로 즉시 내뱉었다.
“그런데 막내 너 MC하러 안 가냐?”
“여기 아니거든요. 형은 막내가 어느 음방에서 MC 하는지도 모르세요?”
“하아암, 오늘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이었냐? 얌마, 형이 요일 좀 헷갈릴 수 있지, 그런 걸로 형한테 꼽을 주면 쓰냐? 어? 나도 네가 인기뮤직 MC인 건 당연히 알지.”
하품하며 습관처럼 류재희의 머리를 헤집으려 하다가 곧 1위 후보 인터뷰가 있다는 걸 상기하고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세팅된 머리 흩트려놨다가 또 코디 누나한테 한 소리 들을라.
하품하며 인별 피드를 내려 새로고침을 하자 최형진이 몇 시간 전에 올린 게시글이 맨 위로 올라왔다.
◎g_te
(레브_몽유별곡_앨범_모음_박스.jpg)
♡⌕⇗
won100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
쌓아놓기도 그렇고 버리기는 더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함?
주변인들에게 무료나눔하는 것도 한계가 왔음
댓글 2,223개 모두 보기
(고정된 댓글)g_te 자기들한테 무나해 달라고 DM 쏟아지네;; 그런데 내가 이거 무나하면 앨범 판매량 안 늘 거 아니야;; 니들은 걍 돈 주고 사
gangjun_real 앨범 판매량까지 고려해주다니 역시 어둠의 윤이든 1호팬
_uo.ou_ 에궁… 그냥 미수령 하시지…
rlacodus21 앨범 실물로 사서 쌓아놓은 것까지 계산 없는 찐 선의 같아서 그냥 훈훈하게 웃기기만 함ㅋㅋ
“와, 미치겠다. 차 양도해 줬다고 앨범을 이만큼이나 산 거야? 야, 준아. 이거 봐봐. 이만큼이나 샀는데 팬싸 당첨이 안 될 리가 없지.”
키득거리면서 견하준에게 최형진이 올린 인별 게시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견하준이 짧고도 담백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앨범 엄청 샀네. 총판량에 기여 꽤 하셨다. 그런데 인별 말투랑 실제 말투랑 엄청 다르시네. 팬싸에서는 이렇게 가벼운 말투가 아니었는데.”
“아, 인별이 얘 원래 말투야. 팬싸에서는 너랑 초면이라 어색해서 공손해진 걸걸? 그리고 얘가 우리랑 동갑이고 내 친구인데 네가 왜 굳이 말을 올려. 편하게 해, 편하게.”
굳이 최형진을 언급하면서 말을 올리는 견하준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DTB 파이널 이후로, 그리고 추락한 사이 개선도 1%를 자각한 이후로도 견하준과 내 사이는 딱히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이 그룹 내에서 제일 친하고 가까운 친구였다.
서로가 속으로 뭐라고 생각하든 일단 겉보기에는 말이다.
서예현이 해답으로 내놓았던 방법은 우리가 거의 치고받을 수준으로 크게 싸움질을 하는 거였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그 정도 수준으로 싸움을 일으킬 거리도 딱히 없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드는 의문점. 견하준이 과연 멱살잡이와 주먹질은 고사하고 나와 비슷한 데시벨로 언성을 높이기는 할까?
그건 회귀 전후를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KICKS가 우리 뒷담을 깠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언성 높이며 화내고 놈들 멱살을 잡았던 건 나였지, 견하준은 냉소 한 번 내뱉고 마치 자신은 뒷담 피해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신경을 껐다.
과연 내가 선빵을 날려도 견하준은 그때처럼 침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화를 내며 주먹질을 돌려 줄까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대뜸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날릴 수도 없고. 그랬다가는 손절 시기가 회귀 전과 비교했을 때 4년은 더 앞당겨질 수가 있다고.
그런데 이유 있는 주먹질이라면 견하준은 그냥 순순히 맞아 줄 거 같은데. 일단 맞아 주긴 하고, 폭력을 썼다고 바로 아웃이려나?
“…졌어?”
“어?”
견하준하고 쌍방 소음과 폭력을 동반하며 싸우는 방법에 대한 고찰을 거듭하며 무심하게 인별 피드를 내리다가 옆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견하준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렸다.
“DTB 디스전 때까지만 해도 그저 예전 언더 시절 지인 정도로만 여기더니 갑자기 확 친해진 것 같아서.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나 하고.”
“친해 보여?”
견하준한테까지 그렇게 보이다니, 아무래도 형진이의 라이벌 코인이 잭팟을 터트린 모양이군. 뒷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견하준이 여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팬싸 때도 그렇고, 비하인드 방송에서도 그렇고, 충분히. 예전에 뉴본에서 네가 권윤성을 대할 때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오우, 그 정도야? 그래도 형진이가 예전 권윤성급은 아닌데. 좀 어릴 때 만나기도 했고, 하도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치고받고 싸운 기간이 더 길어서.”
내가 진이라고 안 부르는 것만 봐도 딱 안 보이나?
피식 웃으며 견하준의 어깨에 팔을 턱, 둘렀다.
“야야, 걱정하지 마. 내 제일 친한 친구는 너잖아. 서얼마 내가 형진이를 너보다 더 가깝게 여길까.”
그렇지만 최형진은 이미 한 번 멱살잡이와 주먹다짐을 해 본 상대라 겨우 그 정도 일로 사이가 다시 멀어지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지만, 견하준은 아니라는 게 둘의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최형진은 체급 차이가 좀 나지만 견하준은 아니라는 것도 차이점이군. 승패를 쉬이 예측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로 질투 안 해.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견하준이 가볍게 웃으면서 타박했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MC를 맡은 후배 아이돌이 1위 후보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왔다. 머리와 옷매무시를 쓱쓱 정리하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네! 오늘의 1위 후보 인터뷰! 두 곡을 1위 후보에 올리신 레브 분들을 만나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나, 둘!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다 같이 구호를 외치며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청류가(淸流歌)>랑 <연하가(煙霞歌)>, 이렇게 무려 두 곡이 1위 후보에 각각 올랐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두 곡 모두 애착이 많은 곡이다 보니 나란히 1위 후보에 함께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요, 어느 곡이 1위를 하든 참 기쁠 것 같네요.”
오늘의 1위 후보곡에는 <청류가(淸流歌)>와 <연하가(煙霞歌)>가 나란히 올라와 있었다.
<연하가(煙霞歌)>는 아무래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짙은 발라드라 경쟁력이 약하다 싶었는데, 도전정신 일으키는 류재희의 높은 음역대와 가창력, 견하준의 깔끔한 보컬이 커버곡 열풍에 큰 기여를 한 덕에 순위가 야금야금 오르더니 음원 차트 3위까지 차지했다.
무려 세 가지 버전을 뽑을 수 있어서 더 커버곡 열풍에 불이 붙은 듯했다. 류재희의 고난이도 파워풀한 가창력 커버, 견하준의 담백하고 깔끔한 보컬 커버, 둘 다 구현해 낸 커버.
너튜버와 음방 BJ들뿐만 아니라 가수들 몇몇도 커버곡을 올렸지만 그래도 역시 원곡이 넘사였다. 애초에 우리 맞춤 곡인데 어떻게 우리보다 더 잘 소화를 하겠어.
1위는 <청류가(淸流歌)>가 하겠지만 <연하가(煙霞歌)>가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우리 곡이기도 했고 앵콜에서 나는 짧은 보컬 파트만 소화하면 됐으니까.
“아, 이게 빠지면 섭섭하죠. 생각해 놓은 1위 공약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저희 그거 한 번 갈까요? 앵콜 무대 때 랜덤 파트 체인지?”
“콜! 좋아요! 자기 파트 부르거나 끝까지 못 부른 사람은 이제 벌칙으로 SNS 공계에 애교 3종 세트 영상 올리기!”
“네, 얼떨결에 공약에 이어 벌칙까지 정해졌네요. 레브의 랜덤 파트 체인지와 벌칙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하시다면 1번 혹은 2번으로 #0011 문자 투표 부탁드립니다.”
다들 양손의 손가락으로 <청류가(淸流歌)>의 번호인 1번과 <연하가(煙霞歌)>의 번호를 만들어 흔들고 있었다.
“레브의 공약을 보고 싶으시다면 뮤직센터 채널 고정!”
오케이, 나는 무조건 류재희 파트만 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