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2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29화(32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29화
“다들 미션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뛰는 거야?”
“모르죠!”
얼떨결에 김도빈을 따라 달리면서 묻자 사람 속 터지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왜 뛰어?”
“머리를 쓰는 것보단 몸으로 찾는 게 더 빠르다는 걸 다회차의 경험으로 습득했으니까요! 그냥 뛰다 보면 언젠간 찾게 되어 있어요!”
그래, 나보다는 고정 패널인 김도빈이 더 잘 알겠지.
“저거 미션지 아니냐?”
숲이 조성되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적당히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높이의 나무 위에 걸쳐져 있는 미션지가 보였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발견하는구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성큼성큼 다가가던 중 내 신발에 밟힌,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노끈을 주워들었다. 아무리 봐도 방송용으로 둔 짱짱한 새 노끈은 아니고, 누가 쓰고 버린 노끈 같았다.
“뭐야, 노끈이 있네? 여기 무인도라고 안 했던가?”
“우리나라 무인도 중에서도 낚시랑 야영까지 가능한 곳은 이용 가능 무인도서랑 개발 가능 무인도서거든요. 사람이 안 들어왔을 리가 없죠.”
묘하게 뿌듯해하는 얼굴로 설명하는 김도빈을 짤짤 흔들며 버럭했다.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무인도를 올 때 생수랑 먹을 것만 한 바가지 가져오고 정작 가져와야 할 텐트랑 침낭은 안 챙겼냐!”
그러자 김도빈이 거하게 사고를 친 개처럼 눈동자를 굴렸다.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쥐고 있던 손을 뗐다. 이 자식을 잡는 건 숙소에 돌아가서도 충분하고, 지금은 일단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혹시 필요할까 싶어 노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손을 뻗어 나무 위의 미션지를 손쉽게 잡아챘다.
[미션: 갯벌에서 조개 열 개 채집하기]“오, 쉬운데요?”
김도빈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갯벌 들어가서 뻘 다 묻혀 오면 어디서 어떻게 씻을래?”
“저희 생수 있잖아요. 이 미션 성공시켜서 하나는 식수용으로 쓰고 하나는 씻는용으로 쓰고, 이러면 되죠.”
“그럼 미션을 한 의미가 있냐? 결국 생수 얻은 건 뻘 씻는 용으로 다 나가는데?”
처음으로 발견한 미션지라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일단은 챙겼다. 다른 걸 발견하지 못하면 이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일단 미션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를 해 놔야 해요. 그래야지 유리하거든요.”
김도빈이 옆에서 전문가처럼 떠들어 댔지만 텐트 하나 안 챙겨온 것만으로도 저 자식은 이미 믿음을 잃었다.
그다지 크기가 크지 않은 섬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우리는 다섯 개의 미션지를 더 발견했다.
[미션: 칡뿌리 캐기] [미션: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포토존에서 셀카 찍기] [미션: 네잎클로버 찾기] [미션: 꿩 사진 찍기] [미션: 라면을 끓여서 보급품 배 선장님과 나눠 먹기]미션은 무인도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하고 안전한 것들이었다. 미션을 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얻으려는 건 아닌 것 같고… 역시 보급품이 중점인가.
이 조그마한 섬에 무슨 칡이랑 꿩도 있어? 칡과 포토존과 네잎클로버는 움직이지 않지만 꿩은 움직이기 때문에 넷 중 미션 난이도가 제일 높으리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미션은 저거 성공하려면 최소 라면이랑 물이랑 냄비랑 버너랑 젓가락, 이렇게 다섯 개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만약 버너에 부탄가스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최소 여섯 개다.
만약 버너가 없으면 직접 불을 피워서 만들어야 하니 미션은 미션대로 낭비하고 난이도는 난이도대로 더욱 높아지고.
언뜻 보면 제일 쉬워 보이고 미션 하면서 내 식사도 같이할 수 있는 일석이조 미션이지만 이런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오, 이게 제일 쉬워 보인다.”
이런 놈들이 이제 이런 함정에 걸려들어 제작진의 의도대로 열심히 모으고 해 낸 미션을 이 미션 하나에 다 말아먹는 거지.
마지막 미션지를 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김도빈을 향해 혀를 찼다. 에휴, 짭막내 새끼.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보트 온다!”
성량이 얼마나 큰지 무인도에 쩌렁쩌렁 울리는 솔로 가수의 외침에 모두 미션지 찾기를 멈추고 우리가 처음 모터보트를 타고 도착했던 해변가를 향해 달려갔다.
짐을 조금 싣은 모터보트가 해변가로 도착했다. 딱 우리가 모래사장에 적은 여섯 개의 짐이 모터보트에 놓여 있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운반된 짐 중에서 가장 부피가 작은 생수병을 보니 다시 한번 열이 뻗쳤다.
제작진들이 보트 위의 짐을 모래사장 위로 날랐다. 김도빈이 누가 훔쳐 갈까 잽싸게 생수병을 안아 들었다. 신문지 절도를 걱정하는 노숙자 꼴이 따로 없었다.
“미션지가 총 몇 개야?”
“여러분들이 전날 문자로 짐 사진을 보내 주셨잖아요. 그 짐 수만큼은 됩니다.”
그럼 일단 여기 있는 이들이 모은 것보다는 더 숨겨져 있다는 소리군.
“그리고 이번 무인도 MVP에게는 다음 여행 설계권을 드릴 예정이에요.”
그 여행 설계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김도빈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눈빛을 빛내는 걸 보니 좋은 건가 보다.
아무튼 덕분에 단합 플레이는 날아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미션지들을 슬그머니 숨기는 걸 보면 말이다.
“잠깐만, 그러면 도빈이한테 너무 유리한 거 아니야? 여기는 벌써 두 명이 한 팀 먹었잖아.”
“그러니까 찬스죠.”
김도빈이 특유의 입 모양으로 뿌듯하게 웃었다. 슬그머니 손을 들며 물었다.
“개인플레이도 돼요? 얘랑 1+1 세트 취급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아니, 무인도 오면서 나뭇가지랑 나뭇잎으로 간이 집 만들어서 자려고 한 놈이랑 같은 팀이라니, 저는 무슨 죄에요.”
“형, 우리는 이미 같은 그룹이에요. 형과 저는 데뷔 했을 때부터 운명공동체였어요.”
김도빈의 손이 내 팔을 단단히 붙들어 왔다. 시바, 여기서만큼은 난 너랑 운명공동체 안 하고 싶어.
“내가 또 때 봤잖아요. 이 친구 진짜 야무져. 거기에 우리 럭키 도빈이 운빨까지 합치면 너무 밸런스 붕괴인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때까지 쌓아 온 경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지.”
개그맨의 걱정에 MC역 예능인이 가볍게 어깨를 다독여 안심시켰다.
“윤이든 씨는 도빈 씨 찬스로 왔기 때문에 도빈 씨와 한 몸처럼 움직이셔야 합니다.”
PD의 선언에 김도빈과 나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리고 미션지를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미션을 먼저 수행해서 저희한테 증명을 하면 미션을 성공한 걸로 쳐 드립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미션지를 뺏지 않고도 미션 내용만 안다면 미션 스틸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개인전이라는 걸 땅땅, 못 박아 준 거다.
“군데군데에 연장도 저희가 놔뒀으니까 잘 활용해 보세요. 그럼 1시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리고 간조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2시간 30분 후입니다. 이 점 유의하세요.”
PD가 탄 모터보트가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다시 멀어졌다. 나도 저걸 타고 다시 아늑한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간조가 뭐야?”
“뻘 나온다고요. 갯벌.”
“아, 썰물. 갯벌에 게가 있나 보네?”
“꽃게는 몰라도 뽈뽈뽈뽈 기어 다니는 째깐 게는 있겠죠. 잠깐… 게? 갑자기 게가 왜 나와. 미션?”
“그냥 해 본 소리야.”
“몇 마리 잡아야 해요, 형님?”
“아잇, 그냥 해 본 소리라니까. 갯벌 하면 게 아니야.”
“에이, 형님 분명히 게 있는지 몰랐잖아요. 나한테만 살짝 말해 봐요. 상부상조하고 살아야지, 사람이.”
예능인과 배우가 투닥거리는 사이 다들 각자 제 짐을 챙겼다. 낚시 가방을 달랑 챙겨 든 기타리스트에게 다가간 김도빈이 살갑게 말을 붙였다.
“동규 형, 텐트 안 챙겨 오셨어요?”
“침낭이랑 세트로 인터넷으로 샀는데 배송이 늦어서 못 챙겨 왔어. 우리 촬영장 도착한 아침에 오늘 배송 온다고 문자 왔더라.”
같은 처지 동지가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텐트를 설치하는 대신 한 곳에 고이 모셔 놓고 다시 흩어지는 패널들을 보다가 김도빈을 돌아보며 물었다.
“뭘 먼저 하지? 미션을 해, 아니면 미션지를 더 찾아? 어이, 경험자. 뭐가 낫냐?”
“이것들도 어차피 미션 하려면 찾아야 하니까 돌아다니면서 이걸 찾죠. 그러면 미션지든 미션 종목이든 하나 정도는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 일단 해 보자. 보급품이라도 얻어야지. 생수 하나로 뭘 해.”
뻥 뚫린 해변가보다는 산이라고도 하기 뭐한 동산에 미션지가 숨겨져 있을 확률이 더 높았기도 하고, 우리가 주운 미션이 숲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았기에 우리는 곧장 동산을 올랐다.
“형, 여기 삽 있어요.”
얼마 가지 않아 누군가가 흙을 헤집어 놓은 듯한 흔적과 함께 삽 하나가 곱게 놓여 있었다.
“혹시 칡 아니에요?”
“그런데 너 칡 본 적 있냐? 나 칡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뭔지 알고 캐지?”
“삵은 너튜브에서 봤는데 칡은… 나무뿌리 같이 생긴 거 아닌가? 좀 더 시커멓나?”
일단 삽질을 시작했다.
삽은 하나였고 김도빈이 삽질을 더럽게 못 한다는 것은 옛날 반지하 숙소 폭설 고립 때 증명된 바였으므로 그냥 삽질에 재능이 있는 내가 닥치고 도맡아 했다.
“와, 인간 포크레인 그 자체.”
빠른 속도로 땅을 파자 옆에서 김도빈이 박수를 짝짝 쳤다. 그 박수 소리를 듣고 딱히 힘이 나진 않았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칡 아니에요?”
“나무뿌리 아니야? 아무리 봐도 나무 뿌린데?”
“일단 뽑아 봐요, 형. 뽑아 보고 배급품 배 오면 PD님한테 가져가서 한 번 판별을 해 보게요.”
“야, 이거 어떻게 뽑아? 이거 뽑아지긴 뽑아져?”
한참을 그것과 씨름을 하고 나서야 칡인지 나무뿌리인지 모를 것을 땅에서 뽑아 냈다. 그걸 잘 챙기고 조금 더 걷자 토끼풀 군락이 나왔다.
“네 잎짜리가 있긴 해? 아무리 봐도 다 세 잎인데?”
“형, 발로 차지 말고 얼른 찾아 봐요. 100% 네잎클로버가 있으니까 미션에 넣은 거라니까요.”
“그냥 하나 만들자, 도빈아. 잎 하나 더 추가해서 붙이면 아무도 몰라. 나 그거 만들기 진짜 잘해.”
“다 들통난다니까요. 잠시만요. 대표님 사진 좀 휴대폰에 띄워 놓고….”
“대표님 ppl을 여기까지 와서 하냐. 정산받을 때 꼭 홍보비까지 정산받아라, 너는.”
“어, 찾았다! 역시 행운 토템!”
김도빈이 대표님의 사진을 휴대폰에 띄워놓은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는 네잎클로버가 당당하게 들려 있었다.
진짜 저건 뭐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자 45분이 지나 있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상태의 배급품을 제일 먼저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미션을 포기하고 먼저 해변가에 가 있어야 했다.
“야, 도빈아! 얼른 내려가자!”
급하게 동산을 내려와 해변가에서 대기하고 조금 기다리자 모터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패널들이 다급히 달려왔지만 진작 해변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리가 제일 빨랐다.
“아싸, 1등!”
“네, 칡이랑 네잎클로버 확인됐습니다. 보급품 두 개 챙겨 가세요.”
PD가 말하는 동안 보급품 더미를 빠르게 훑었다.
“와, 진짜 칡 맞았나 보네. 오, 버너 있다! 형! 형! 버너랑 담요! 담요 아님 냄비!”
“시끄러, 인마! 무조건 방수포야!”
방수포 두 개가 하나로 포장되어 있는 것을 덥석 집어 들었다.
“저희한테 생수 한 통 있잖아요! 저 방수포는 제가 혹시 물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물 만들기용으로 챙겨온 거란 말이에요!”
“오, 이거 네가 챙겨온 거냐? 그나마 유일하게 쓸모 있는 거 챙겨왔네. 그런데 데시벨 좀 적당히 높여라. 나 아직 귀 안 먹었다.”
“물도 쓸모 있는데요.”
“여기 생수병 쌓여 있는 거 안 보이냐? 머릿속에 박아 넣어! 네가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다 생각한 거야!”
“형, 데시벨 low, low.”
“내가 지금 데시벨 낮추게 생겼냐! 하마터면 끌려온 죄로 맨몸으로 모래바닥에서 잘 뻔했는데!”
눈을 부라리자 김도빈이 드디어 내 분노의 척도를 깨달았는지 조용히 수그러들었다.
“그럼 하나는 버너 챙겨요.”
“좀 가만히 있어 봐, 인… 도빈아.”
카메라가 우리를 찍고 있음을 겨우 상기하고 태도를 바꾸어 최대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김도빈의 이름을 부르며 버너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김도빈의 뒷머리를 꾹 눌렀다.
“자, 제한시간 5초! 5, 4…”
매의 눈으로 보급품 더미를 훑다가 드디어 발견한 것을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에 잽싸게 낚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