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3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30화(33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30화
“아니, 형. 다른 좋은 거 두고 왜 맥가이버칼이에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얼른 버너로…”
“자, 선택 끝!”
PD의 단호한 외침에 우리는 방수포와 맥가이버칼을 든 채로 옆으로 밀려났다.
우리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다른 패널들이 앞다투어 PD에게 미션의 결과물인가 싶은 것들을 들이밀며 보급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버너를 잽싸게 낚아챈 개그맨의 모습을 본 김도빈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 김도빈을 향해 보급품 배가 있는 쪽에는 들리지 않지만 우리에게 따라붙은 카메라에게는 들릴 정도로 목소리 낮춰 속삭였다.
“야, 버너에 부탄가스 안 들어있어. 내가 봤어.”
“진짜요?”
“어어, 진짜. 그러니까 우리가 다음 턴에 부탄가스 얻으면 돼. ”
부탄가스 없는 버너는 나 없는 현재의 레브나 다름없었기에 부탄가스만 손에 넣는다면 버너를 쓸 수 있다.
“만약에 누가 먼저 가져가면요?”
“그럼 버너를 향한 미련을 깔끔히 지워야지. 너는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
김도빈에게 타박하며 미션에 다시 뛰어드는 대신 치열한 보급품 쟁탈전을 지켜봤다. 버너를 손에 넣은 개그맨을 비롯하여 아무도 부탄가스를 챙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동규 형이 안 보이네. 설마 또…”
김도빈이 말끝을 흐렸다. 기타리스트는 <트러블 트레블>에서 가장 낮은 미션 성공률이 캐릭터성인 패널이었다.
개그맨이 부탄가스가 있는지 확인도 해 보지 않고 제 텐트 팩 옆에 버너를 놓고 다시 섬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모조리 눈에 담은 후, 우리도 다시 미션 수행 겸 미션지를 찾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왜 다른 거 두고 굳이 방수포랑 맥가이버칼이에요?”
“이거 활용 용도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방수포는 인마, 잘 곳을 만들어야 할 거 아니야. 진짜로 맨바닥에서 잘래?”
“오오, 형은 다 계획이 있군요.”
“없어. 쌩 라이브 서바이벌이야. 지금 너 때문에 내가 팔자에도 없이 머리 굴리고 있는 거야.”
지금 저 섬 안쪽에서 풀숲을 헤치고 다니며 꿩을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으므로 해변가 뒤편으로 가 보기로 했다.
파도가 약하게 철썩거리는 바위 위를 걸으며 김도빈에게 말을 걸었다.
“도빈아, 보급품에 남은 생수병 몇 개인지 세어 봤냐? 500ml짜리 말고, 2L짜리 큰 거.”
“잠시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요. 그리고 500ml는 하나였나. 다들 큰 거로 가져왔네.”
“다음 배 오기 전까지 미션 다섯 개는 하자. 여섯 개면 더 좋고.”
미션지를 찾던 우리는 찾던 미션지 대신 여기 근방에 있던 미션지를 차지했을 것이라 예상되는 사람을 발견했다.
“동규 형! 좀 잡으셨어요?”
김도빈의 물음에 바닷물에 낚싯대를 기울이고 있던 기타리스트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니. 이러다가 하루 종일 낚싯대만 드리우게 생겼어. 그래도 내가 낚시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안 잡힌다…”
“그럼 다른 걸 하셔야지 왜 낚시만 하고 있어요, 형.”
“내가 찾은 미션지 중에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서 이러고 있지. 나도 다른 걸 하고 싶어…”
나를 한 번, 그리고 물만 채워진 채로 텅 빈 물통과 낚싯대를 한 번 본 김도빈이 갑자기 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건지 눈을 빛냈다.
그러고선 내가 말리기도 전에 미션지 하나를 당당하게 꺼냈다.
“동규 형, 미션 교환 어때요?”
김도빈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아 미션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미션: 갯벌에서 조개 열 개 채집하기]“얌마, 저기가 무슨 미션인 줄 알고 교환을 막 하자고 해?”
“당연히 낚시겠죠. 그러니까 동규 형이 낚시하고 있겠죠.”
“특종 어종을 잡으라거나 그러면 어쩌려고.”
“그건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낚싯대를 바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기타리스트가 제 미션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미션: 물고기 다섯 마리 잡기]저런 낚시 풀세팅 장비까지 마련한 사람도 지금까지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는데 내가 과연 다음 보급품 배가 올 때까지 물고기 다섯 마리를 낚시로 잡을 수 있을까.
이게 과연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가성비가 괜찮은 미션인가.
고민에 빠진 내가 여전히 제 손목을 놓지 않고 단단하게 붙들고 있자 김도빈이 제 손목을 흔들었다.
“형은 어복이 있잖아요. 이거 우리가 할 수 있어요. 얼른 잡고 미션 더 찾아다니면 돼요.”
“생각해 보니까 우리는 낚싯대도 없잖아.”
“그럼 낚싯대 빌려 줄 테니까 나 그 물 한 모금만 줘. 목말라 죽겠다. 무인도 끌려와서 이게 뭔 고생이여….”
김도빈이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생수병을 가리키며 기타리스트가 요구했다.
내가 손목을 놓자마자 잽싸게 미션지를 교환한 김도빈이 생수병을 건넸다. 낚싯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내 손에 들렸다.
“도빈아, 내가 다섯 마리 낚을 동안 옆에서 멍 때리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주변 돌아다니면서 미션지나 찾아 봐라.”
김도빈을 보내고 기타리스트의 충고에 맞추어 낚시 준비를 했다. 그래도 몇 번 해 봤다고 내 손은 익숙하게 낚싯바늘에 크릴새우를 끼우고 있었다.
그리고 10분 후.
“오… 나 좀 쩌는 듯.”
물통에서 쌩쌩하게 펄떡거리는 다섯 마리의 물고기를 내려다보며 자화자찬했다.
“대체 비결이 뭐야? 똑같은 장소, 똑같은 장비, 똑같은 미끼인데 왜 이렇게 잘 잡혀?”
옆에서 나의 낚시 차력쇼를 지켜보고 있던 기타리스트가 비결 좀 전수해 달라며 나를 간절히 붙잡았지만 내가 한 건 낚싯바늘을 물에 던져 놓은 게 다였다. 물고기가 알아서 미끼를 물은 거지.
리얼리티 찍을 때는 쓸모없다 여겼던 어복이 여기에서 이렇게 한 건 할 줄이야.
“이든이 형! 많이 잡았어요? 얼마나 잡았어요?”
“다 잡았다. 가자.”
낚싯대 정리를 마저 돕고 물고기가 든 물통을 챙겨 미션지를 흔들며 쩌렁쩌렁 나를 부르는 김도빈에게 성큼 걸어갔다.
“엥, 벌써 다섯 마리를 다 잡았다고요? 나는 한 세 마리 정도나 잡았을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통 안 물고기의 수를 세어 본 김도빈이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이 형 진짜 전생에 용왕이었던 거 아니야?”
“네가 나 어복 있다고 이거 시켜 놓고 네가 놀라면 어떡하냐. 너는 미션지 몇 개 찾았어? 미션 완수한 건 있고?”
“짠. 이거 하나 찾았어요. 그리고 포토존도 찾았는데 발자국이 있더라고요. 누가 거기서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저희가 1빠로 보급품 배에 가야 해요.”
포토존에서 찍은 제 셀카와 미션지를 보여 주며 김도빈이 속닥거렸다.
[미션: 소라 일곱 마리 채집하기]“소라를 잡으라고? 갯벌에 있는 거 아니야?”
“다슬기처럼 바위에 붙어 있는 거 아니에요? 어, 게다. 갯벌 안 들어가도 여기에서 잡을 수 있겠네.”
바위가 무성하고 바닷물이 잔잔하게 고여있는 곳,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가던 게를 덥석 집어 들어 올린 김도빈이 갑자기 멈칫했다.
“잠깐… 게…?”
나직한 중얼거림이 끝나자마자 김도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형, 일단 넉넉잡아서 열 마리 정도만 잡죠. 그 미션에서 게를 그렇게 많이 잡으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소라도 여기 있네? 여기 완전 노다지인데요, 형? 우리 여기에서 미션 두 개 끝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은근 이런 거 잘 찾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쓸모가 아예 없지는 않군.
소매와 바짓자락을 걷어붙이고 소라와 게를 열심히 잡았다. 두 사람이 하니까 금방이었다.
“그런데 게를 물고기랑 같이 넣어놔도 되냐? 이따가 확인 받을 때도 게만 꺼내기 힘들 거 같은데.”
“그러게요. 물통 하나 더 있으면 좋을 텐데.”
물통 안에서 펄떡거리는 물고기들과 우리 손에 한 아름 잡혀 꿈틀거리는 게를 번갈아 보던 중, 좋은 묘책이 생각났다.
“너 얼른 후드집업 벗어봐. 네 후드에다가 게 넣자.”
김도빈의 겉옷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저 추워요!”
“형 겉옷 벗어 줄 테니까 얼른 벗어 봐. 내 옷에는 후드가 없어서 못 넣잖아.”
김도빈의 후드에 게와 소라를 집어넣어 도망 못 가도록 잘 감싸고 내 겉옷을 벗어 김도빈에게 건넸다. 불어온 한줄기 해풍이 내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흐트러뜨렸다.
추워, 시발. 하지만 줬다 뺏는 건 모양새가 영 없어 보였기에 그냥 꿋꿋하게 추위를 견뎠다.
“시간이… 아직 25분이나 남았네.”
“그냥 배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애매하니까 10분? 15분? 그동안 꿩이나 찾으러 가죠. 그러다가 미션지 찾을 수도 있는 거고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고 해변가를 벗어나 섬 안쪽으로 향했다.
나무가 무성한 동산을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과 함께 외침이 들렸다.
“야, 여기 꿩도 있어!”
나랑 김도빈은 꿩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건반사적으로 다급히 외쳤다.
“꿩 어딨어요?”
“꿩 어디로 갔어요?”
“저기로 날아가더라. 그런데 잠깐만. 꿩을 왜 이렇게 애타게 찾아. 미션이야?”
“뭐라고? 꿩 잡는 게 미션이래?”
“도빈아! 뛰다가 괜히 물통 엎지르지 말고 여기 있어라!”
이래서 구전 설화는 온전히 믿으면 안 된다는 거구나. 내가 꿩이 날아갔다는 방향을 향해 뛰자 꿩을 발견했던 배우와 개그맨 역시 내 뒤를 쫓아서 함께 뛰기 시작했다.
“총도 없고 그물도 없는데 꿩을 어떻게 잡아?”
“어, 저기 꿩! 저깄다, 저기 있다!”
삿대질을 곁들인 배우의 외침에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어 꿩의 사진을 찍자 눈치를 챈 듯한 배우 역시 꿩에게 슬금슬금 다가가려 하던 개그맨을 붙잡아 뒤로 물리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푸드덕, 꿩이 다시 날아가고, 꿩 사진을 찍는 것에 성공한 배우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인증샷 찍는 게 미션이네. 맞지?”
“오우, 눈치 빠르시네요.”
“뭐야, 꿩 날아가기 전에 말을 해 줬어야지. 아이, 꿩 어디로 갔지? 나도 사진 찍어 와야겠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자 보급품 배가 곧 도착할 시간이었다. 다시 해변가의 모래사장으로 나오자 저 멀리서 모터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와 서로를 의식하며 항상 보트가 멈추던 곳에 서 있자 갑자기 보트가 방향을 틀어 저 멀리에 배를 댔다.
“형, 금방 따라갈 테니까 얼른 먼저 뛰어요!”
“네가 말 안 해도 그러려고 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모래사장을 가로질렀다. 휴대폰을 쥔 채로 이를 악물고 달렸다. 학창 시절 체육대회 계주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해 본 적이 없는데.
PD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미리 사진을 띄워 놓은 휴대폰을 PD의 눈높이까지 척 올리며 다급히 외쳤다.
“꿩! 꿩 인증샷! 이거 꿩 맞아요! 제가 똑똑이 봤어요!”
“꿩 미션 성공!”
나보다 한발 늦게 도착한 배우가 아쉬움을 담고 혀를 찼다.
“자, 더 없으시면 다음 분으로 순서 넘어갑니다.”
“허억, 헉, 포토존!”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김도빈이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어 포토존에서 찍은 제 셀카를 보여주었다.
“포토존 미션 성공!”
“허억, 저희 아직 안 끝났어요. 물고기 다섯 마리. 소라 일곱 마리. 그리고 게….”
물통과 후드를 급하게 PD 앞에 내려놓은 김도빈이 겨우 숨을 고르며 보여주다가 게 차례에서 말끝을 흐렸다.
“몇 마리!”
“열 마리?”
“땡!”
“숫자가 열 마리 위에요, 아래에요?”
“아랩니다.”
후드에서 게 한 마리를 빼서 내 손에 덥석 쥐여주며 김도빈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아홉 마리!”
“땡!”
“여덟 마리!”
“땡!”
“일곱 마리!”
“미션 성공!”
우리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예능인의 미션을 스틸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아귀에서 버둥거리던 세 마리의 게를 다시 후드에 넣었다. 얘는 먹지도 못하니까 원래 있는 곳에 가져다 둬야지.
“꿩, 포토존, 소라, 물고기, 게. 총 다섯 미션 성공하셨고요, 보급품 총 다섯 개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오케이, 생수병은 김도빈 말대로 다섯 개가 맞고.
김도빈이 부탄가스를 바로 덥석 집어 든 틈을 타 2L 생수병 네 개를 끌어와 한꺼번에 덥석 안아 들었다.
“자, 김도빈&윤이든 팀, 선택 끝!”
“엥, 벌써요? 우리 아직 하나밖에 선택 안 했는데. 이든이 형, 뭐 선택했-”
생수병 네 개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 김도빈이 아연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