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3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32화(33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32화
갯벌 진흙투성이가 된 이들이 애타게 물을 찾고 있을 때, 크기도 작은 데다가 엎어져 있던 바람에 눈에 띄지 않던 500ml 생수병을 발견한 개그맨이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잽싸게 그것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곧 곤란한 표정이 되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정도 양이면 발만 씻어도 물 다 쓰겠는데? 마실 물도 필요한데 이걸 어쩌냐.”
다른 이들은 아예 배에 올라타서 모터보트의 바닥에 뻘을 뚝뚝 흘리며 생수병을 찾아 짐들을 마구 뒤져 대고 있었다. 근처에 서서 남은 것들 중 쓸모있는 게 있는지 기웃거렸다.
미션 하나만을 수행했던 개그맨은 500ml 생수병 하나로 선택이 끝났고.
이제는 쓸모있는 것이 거의 나간 상태라 예능인과 배우는 그들이 챙겨 온 여벌 옷을, 옷을 채 챙겨오지 못한 솔로 가수는 양말 하나와 종이컵 묶음만 덜렁 챙겼다.
“어우, 그래도 바지가 물만 있으면 진흙이 지워지는 재질이라 다행이지. 물이 없어서 문제지만.”
뻘이 가득 묻은 제 바지를 내려다보며 안도와 염려가 반반 섞인 한숨을 흘린 개그맨이 바다를 쓱 바라보더니 의문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그냥 바닷물에 씻으면 되지 않나?”
“그래도 깨끗한 물로 한번 헹구긴 해야지. 바닷물도 씻어내야 해.”
국내 여행 예능을 하며 갯벌만 몇 번을 들어갔던 예능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
“나 물 진짜 있어야 해….”
대체 갯벌에서 어떻게 다닌 건지 앞머리와 얼굴까지 뻘을 묻힌 배우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좋아, 이렇게 대충 물의 필요성을 사람들이 온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했군.
“자, 저는 1시간 후에 마지막으로 오겠습니다. 보급품을 가져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횝니다!”
“이미 쓸모 있는 건 다 털렸는데 뭔 놈의 마지막 기회야?”
다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보급품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갯벌을 헤집고 다니느라 남은 미션지를 찾아다닐, 그리고 미션을 할 여력도 없는 듯했다.
김도빈과 눈 신호를 주고받은 후, 짝! 손뼉을 쳐 시선을 집중시켰다.
두 손을 모아 입 근처에 확성기처럼 가져다 댄 김도빈이 무슨 길거리 트럭장사처럼 쩌렁쩌렁 홍보했다.
“물 필요하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물이 아닙니다!”
물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휙 돌린 패널들이 흡사 싱싱한 인간을 발견한 좀비 같은 꼴로 우르르 달려들었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몸과 물을 갈망하는 게걸스러운 눈빛으로 달려오는 모습은 나조차도 흠칫하게 만들었다. 김도빈이 슬그머니 내 등 뒤로 숨었다. 이 새끼는 진짜 이러려고 나 데려왔나.
“뭐야! 물 여기 다 있었네!”
“너네는 텐트도 안 가져왔으면서 물만 다 쟁여 놓으면 어떡해?”
“그러고 보니까 얘네 갯벌 들어가지도 않았네. 그럼 너희, 식수 말고 물 필요 없잖아. 안 그래?”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빛들에, 기대에 부응해 주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많은 물은 필요 없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그러므로 물물교환 타임을 갖겠습니다.”
“가지고 있는 거랑 하나씩 교환?”
내가 겨우 물건 하나씩 얻으려고 물을 싹 가져와서 희소성 있는 재화로 만든 줄 아나.
이런 건 굴러온 돌보다 박힌 돌이 하는 게 반발감이 덜 들지. 김도빈을 툭 치자 김도빈의 입에서 내가 미리 말해준 멘트가 술술 나왔다.
“에이, 하나라뇨. 물의 용도가 두 개잖아요. 씻고, 마시고. 그러니까 최소….”
말을 잠깐 멈추어 긴장을 극대화시킨 김도빈이 씩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
“저희가 원하는 걸로 두 개는 받아야겠는데요. 아, 특별히 침낭은 하나로 쳐 드릴게요.”
텐트를 가지고 온 솔로 가수가 김도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나나나나! 나 침낭이랑 바꿀래!”
그리고 우리가 오케이를 하기도 전에 제 짐을 쌓아 놓은 쪽으로 쌩 달려가더니 침낭을 들고 다시 컴백했다.
솔로 가수가 김도빈에게 침낭을 내밀자 김도빈이 그것을 받아들고 생수병 하나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김도빈은 침낭을 나한테 안기며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형! 봤어요? 이제 저희도 따뜻하게 잘 수 있어요!”
아이디어는 내가 냈는데 왜 생색은 네가 내고 있냐…?
“성수야, 너 바지랑 팔만 씻으면 될 것 같은데 물 많이 필요해?”
“아니요, 저거 반만 있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럼 너랑 나랑 합쳐서 하나 얻자. 하나씩 차출하면 되잖아.”
“오, 좋네요. 괜찮네.”
예능인과 개그맨은 그 와중에 자기들끼리 단합을 시도했다.
“저희 그럼 코펠 가져갈게요. 코펠이랑…”
“버너 어때, 버너?”
언감생심이었던 텐트를 필사적으로 몸으로 가리며 개그맨이 우리 앞에 버너를 흔들었다.
“그거 부탄가스 없잖아요. 저희는 있거든요. 부탄가스. 그래서 그걸로 거래하시려면 하나는 더 얹어 주셔야겠는데.”
내 말에 황급히 부탄가스를 끼우는 곳을 열어본 개그맨은 텅 비어 있는 걸 확인하고 허망한 얼굴로 우리에게 라면까지 순순히 넘길 수밖에 없었다.
“라면을 지켰어야지. 라면 넘기면 우리는 뭐 먹어?”
“아이, 형님도 코펠 넘겼잖아요. 냄비가 없는데 어떻게 끓여 먹어요.”
“생라면 부숴 먹으면 되지.”
“끓이면 한 입 주라고 하죠. 맛있는 해물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어? 굳이 생라면을 먹어야 해요?”
갯벌로 들어간 네 명 중 뻘을 가장 많이 묻힌 배우는 별말 없이 물 한 통을 물건 두 개랑 교환했다.
“오, 접이식 매트. 이거 좋네. 이거랑요…. 도빈아, 얼른 챙겨라. 그리고…”
“이든이 형, 드럼통 위에 올려서 조리하려면 이거 안 필요해요? 석쇠?”
“그러네. 석쇠도 가져갈게요.”
물이 필수품, 그리고 희소품이 된 이상 우리가 원하는 걸 무려 두 개나 선택해서 가져간다고 해도 그 거래 조건에 불만을 품은 이는 없었다.
배우가 잡은 낙지를 발견한 김도빈이 제가 안고 있던 접이식 매트를 금방이라도 놓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내게 물었다.
“형, 접이식 매트 말고 낙지랑 교환하면 안 돼요? 라면만 먹으면 질리잖아요.”
“도빈아, 머리를 써라. 그건 굳이 우리가 교환 안 해도 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일단 접이식 매트랑 침낭으로 간이 잠자리 업그레이드는 성공했고, 이제는 플랜 B로 넘어가서 원하는 걸 얻을 차례였다.
아, 그 전에 한 번만 더 뜯고.
네 명이 모두 교환한 생수로 깨끗이 씻기를 기다렸다가 칼바람이 부는 때에 맞추어 수건을 홍보했다.
“젖은 채로 계시면 감기 걸리는데 수건 한 장 가져가세요. 젖은 채로 옷 갈아입으시면 새 옷도 젖어요.”
“꽁짜야?”
“교환 하나! 물품 하나랑 교환!”
“야, 하나면 진짜 싸다!”
“수건을 뭐하러 소중한 물품 하나랑 바ㄲ-, 어우, 추워. 도빈아, 나도 수건 한 장만.”
바로 직전에 두 개랑 교환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다들 저렴하다며 수건을 거리낌 없이 받아갔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불어주는 찬바람도 한몫했다.
덕분에 우리한테는 바비큐용 집게와 담요, 물티슈, 랜턴이 또 생겼다.
우리한테 남은 물은 총 세 통. 하나는 나랑 김도빈의 식수고, 하나는 요리용이었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또 식수 혹은 해감용 거래 용도로 쓰면 되겠군. 뻘과 바닷물을 씻어 내느라 얼마 남지 않은 패널들의 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텐트를 챙겨 온 이들이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나랑 김도빈은 버너에 부탄가스를 끼우고 코펠에 물을 넣어 라면 두 봉을 끓이기 시작했다.
남은 보급품에서 필요한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있으면 쓸모 있어 보이는 걸 발견했기에 허기도 채울 겸 라면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미치겠다! 나 텐트 한 번도 안 쳐 봤어!”
“쓰읍, 모래사장에서 텐트가 고정이 되나? 내가 많이 해 보긴 했는데 캠핑장 아닌 곳에서 치는 건 또 처음이네.”
그래도 능숙하게 쓱쓱 텐트를 설치하는 예능인과 달리 부품들을 다 꺼내 놓고 멘탈이 터진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는 솔로 가수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도와 드릴까요?”
“오, 할 줄 알아?”
“제가 또 컵스카우트 출신이라서요.”
“보이스카우트가 아니라?”
“저희 때는 보이스카우트랑 걸스카우트 합쳐져서 컵스카우트라던데요.”
물론 초등학교 졸업한 이래로는 텐트 설치를 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시도해 보자 의외로 어영부영 텐트가 완성은 됐다.
옆에서 우리가 끙끙거리는 동안 개그맨은 아주 쉽게 텐트 설치를 마쳤다.
“내가 이럴 줄 알고 원터치 텐트로 챙겨 왔지.”
하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는 게 영 못 미더웠다. 저기 안에 사람 없으면 날아가는 거 아니야?
텐트 설치를 도와준 몫으로 여분의 텐트 고리 하나를 받아온 나는 심상찮은 라면 면 상태를 발견하고 김도빈의 어깨를 턱 짚었다.
“도빈아, 딱 봐도 아직 면 덜 익었는데 왜 불을 벌써 껐냐? 다시 켜자.”
“형은 너무 퍼진 면으로 먹잖아요. 저는 이게 딱 좋다고요.”
“그럼 생라면을 먹지 뭐하러 끓이냐? 네 꼬들면 취향 전에 면 다 붙어 있는 거 안 보여?”
좋은 말로 하면 꼭 토를 달아요. 내가 지금 부탁하는 걸로 보이냐? 입이 댓발 나온 김도빈이 툴툴거렸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다 분리되는데… 잠깐만, 젓가락이 없으면 이거 어떻게 먹지…?”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한 김도빈이 나를 휙 돌아보았다.
“형, 나뭇가지 네 개 꺾어 올까요? 그러고 보니까 준원이 형한테 나무젓가락 모둠 있었는데, 그냥 좀 딱딱한 곳에서 자고 접이식 매트 말고 나무젓가락이랑 교환할걸. 지금이라도 못 바꾸냐고 물어보고 올까요…?”
“도빈아, 안 그래도 된다. 그런 부속 물품들은 굳이 우리가 교환하지 않아도 다 우리한테 오게 되어 있거든. 그러니까 빨리 불이나 다시 켜.”
하지만 여전히 김도빈은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접이식 매트를 향해 튀어가려 했기에 뒷덜미를 꾹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불신자 놈한테 증명해 주듯 종이컵 묶음을 든 솔로 가수와 나무젓가락이 가득 들어 있는 봉지를 든 배우가 우리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상부상조합시다. 젓가락 줄 테니까 좀만 주라.”
“그릇 대신 종이컵 제공할게. 나도 한 입만, 아니 한 컵만.”
그렇게 라면을 담아 먹을 그릇과 나무젓가락이 생겼다. 아직 교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개그맨과 예능인, 기타리스트는 라면이 끓는 코펠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도빈아, 형 몫 미리 빼 놔라.”
저 멀리 보이는 모터보트를 발견하자, 라면이 든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PD에게 미션지와 함께 그것들을 건네자 순식간에 해치운 PD가 보급품 하나를 가져가라고 손짓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어 눈도장을 찍어 놨던 보급품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