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39화(33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39화
“형, <셜록keyAn> 이후로 연예중계에서 설문 조사를 했으면 형은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스타 1위를 하지 못했을 거라는 의견이 60%를 차지하는데 겨우 추리 예능 하나로 든든한 지능캐에서 영 못 미더운 놈으로 추락해 버린 소감이 어떠신가요.”
<셜록keyAn> 레브 편의 MVP로 선정되어 탐정 모자를 받은 류재희가 그걸 쓰고서 음방 MC 짬밥을 살려, 내게 세미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차피 나를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이유도 머리도 쓰는 머슴으로 부려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니었어? 모니터링 해 보니까 다들 몸과 머리 노동은 나한테 맡기고 행운력은 김도빈한테 맡기고 본인은 편히 쉴 생각이던데.”
2, 3위로 뽑힌 다른 스타들처럼 유사 연애용이 아니라 그저 머슴용이라는 걸 나 자신조차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 하나 없이 맞받아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인마, 생존형 지능이랑 문제 풀이 지능은 다른 거야.”
류재희의 탐정 모자를 꾹 아래로 눌러 내려주며 투덜거렸다. 내가 공부 머리가 있는데도 안 쓰는 거라는 할아버지의 믿음은 그저 헛된 소망이었던 걸로.
그렇게 데이드림한테 혼란을 안겨 주고 내 이름과 레브의 그룹명을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새겨 준 예능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고.
“다음 주가 벌써 활동 막방이네요. 게다가 곧 연말도 다가오니까 연말무대 준비도 슬슬 해야 하고. 시간 진짜 빠르다.”
몽유별곡(夢遊別曲)의 활동도 점점 끝이 다가왔다.
“그러게. 활동 단축이랑 윤이든 슬럼프가 엊그제 같은데. 와, 내가 한 달 반 후면 스물다섯이야?”
서예현이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깜빡였다.
레브 첫 콘서트와 슬럼프와 DTB 4와 슬럼프 극복과 빌보드 변방 차트 차트인이 모두 올해 일어난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1년이 이렇게 정신없이 훅 가 버리다니.
<트러블 트레블> 해외 촬영을 나갔다가 얼굴이 살짝 타서 돌아온 김도빈 역시 서예현을 따라 입을 틀어막으며 놀란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그룹 멤버가 전원 성인이 된 게 올해였다니. 내년에는 막내가 스물한 살이라니.”
“나는 네가 내년에 스물두 살이라는 게 더 놀랍다. 어떻게 막 데뷔한 열여덟 살 때랑 깡 말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냐.”
“스물두 살이 진짜 어린 나이긴 하구나. 그런데 그때의 형들은 왜 그렇게 커 보였을까요.”
“너보다 컸으니까 크게 보였겠지.”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그때의 우리가 어른스러웠던 게 아니라 지금의 네가 철이 덜 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냐.”
“형도 동갑인 하준이 형이랑 비교하면 그때는 딱히 철들어 보이진 않, 억!”
오랜만에 받는 목 마사지에 김도빈이 시원한지 탄성을 터트렸다.
우리는 <청류가(淸流歌)>로 공중파 음방 3사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청류가(淸流歌)>의 가장 치열했던 1위 후보 라이벌은 대부분 <연하가(煙霞歌)>였다.
<청류가(淸流歌)>는 2주간 음원 차트 1위에 머물다가 현재 5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KICKS 저번 활동 지표 넘었죠? 이러다가 우리 음원 부문 실디 대상 받는 거 아니에요?”
김도빈이 기대에 잔뜩 부푼 얼굴로 호들갑을 떨었다.
내 기억으론 알테어는 몰라도 KICKS는 대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우리한테 따라잡힌 음원은 물론이요, 아마 올해의 음반 부문 대상도 KICKS의 몫은 아닐 터였다.
‘그러고 보니까 올해던가…?’
본지 좀 된 것 같은 KICKS 낙하산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KICKS라는 그룹이 회귀 전과 어떻게 달라진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여전히 궁금한 건, 뒤늦은 사과를 견하준에게 기어이 건넸던 권윤성 때문이겠지, 아마.
깨달은 바가 있었으면 낙하산한테도 사과하고 한 팀으로 품어 주지. 권윤성이 그럴 깜냥까지는 없는 녀석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입맛이 썼다.
그래서 그들의 예정된 추락은 회귀 전과 달리 속이 마냥 시원하지는 않았다.
힐긋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제 발로 뛰쳐나왔던 나보다 더 미련이 남을 만하게 쫓겨나왔던 견하준을.
본인은 이제 KICKS가 제게 의미 없다고는 하지만 KICKS랑 붙을 때마다 은근하게 드러나는 견제와 알게 모르게 날카로워지는 신경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제 볼에 닿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견하준이 고개 돌려 내게 물었다. DTB 결승 무대 준비에서 들었던 말을 내 쪽에서 먼저 꺼내 주길 바라는 견하준의 눈빛을 외면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갑자기 KICKS 이야기하니까 자동 반사적으로.”
분위기가 살짝 굳은 걸 눈치챘는지 서예현이 다급히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까 봐야지 결과 나오는 건 이쯤 이야기하고, 우리 활동 끝나고 휴가받으면 뭐 할지나 이야기해 보자. 이번에 내가 듣기로는 제법 길게 휴가 줄 거라는데 각자 본가 다녀오고 나서 우리끼리도 어디 한 곳 잡아서 놀러 가게.”
“그러고 보니까 <2만원의 행복> 우승 상품으로 받았던 하와이 여행권, 올해까지 아니에요?”
“그래, 우리 그걸로 하와이나 한번 다녀오자. 5박 9일? 7박 10일?”
“그것도 휴가 일정 받아 봐야지 정하겠는데?”
“몇박 며칠로 가고 싶은지 먼저 회의로 정하는 건요? 오래 있고 싶다는 의견이 대세면 굳이 본가 가지 말고 바로 휴가 1일 차에 하와이로 떠나도 되잖아요.”
“안 돼! 나 우리 카이사르 봐야 해!”
“영상 통화해, 영상 통화. 나도 포도랑 영상 통화 한 번씩 하잖아.”
굳어졌던 분위기는 하와이 여행 일정을 짜는 동안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하게 풀렸다. 데뷔 초의 우리가 봤으면 리얼리티 촬영 중 아니냐고 의심할 만한 장족의 발전이었다.
* * *
“얘들아! <청류가(淸流歌)>가 빌보드 차트인 했단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온 매니저 형의 희망차고 우렁찬 외침에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심드렁하게 물었다.
“어어, 또 어디 변방 차트야?”
저번에 도 빌보드에 들었다고 해서 한껏 기대했건만 굳이 세세히 찾아보지 않고는 모르는 마이너 차트였지 않은가.
하도 소속사가 빌보드 차트인으로 홍보를 때리는 바람에 그거 관련으로 조롱도 좀 들었지. 하지만 너희 아이돌은 그곳에라도 차트인은 했냐며 우리를 향한 조롱을 두들겨 패는 데이드림을 보니 빡치기 전에 든든해졌다.
그렇게 기대감이 0인 상태에서 매니저 형이 내 질문에 대답했다.
“hot 100! 지금 93위래!”
처음에는 93위라는 숫자만 귀에 들어왔다. 뭐야, 93위면 의미 있나? 싶다가, 그 앞에 언급된 차트가 뒤늦게 인지되었다.
시발, hot 100이면 메인 차트잖아.
의 해외 관심이 <청류가(淸流歌)>까지 무사히 이어진 모양이었다. 93위면 밑에서 세는 게 더 빠르긴 하다만 그래도 hot 100이라니.
회귀 전에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슬럼프를 극복하며 멤버들과 다 함께 작업한 곡이었기에 메인 차트 진입이라는 이 성과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93위가 커리어하이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무한 회귀를 끝내고 싶다는 이유만이 아니었다.
내 음악이 이 그룹을 어디까지 올릴 수 있었을까.
회귀 전의 내가 궁금해했던 이 질문의 답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니까.
그러려면 일단 견하준과 류재희의 사이 개선도부터 빨리 100까지 올려야 했다. 또 데뷔 초로 회귀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다시 제로가 되어 버리는 거라고.
다시 리셋되어 데뷔 초로 돌아갔을 때, 나를 무서워하는 김도빈과 발전하기 전의 실력을 보유한 서예현을 마주하고 혈압이 오르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옆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감동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훌쩍거리는 김도빈 때문에 감성에 젖을 새도 없이 현실로 끌려 나왔다. 감동해야 할 건 난데 왜 네가 울고 그러냐…?
“내가, 내가… 진정한 빌보드 차트인 작곡가라니…”
“그거 때도 염불 외우고 다녔던 말 아니냐?”
“그건 형 말마따나 변방 변두리 차트고 이건 메인 차트잖아요, 크흡.”
“그래, 진정한 빌보드 차트인 작곡가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고 싶으면 형이랑 작곡 공부 좀 더 해. 진정한 빌보드 차트인 작곡가가 아직도 코드를 헷갈리면 되겠냐?”
김도빈의 등을 성의 없이 두드려 주며 이때를 틈타 잔소리를 시전했다. 작곡 라인으로 묶이는 놈이라면 기왕, 곡 한 곡은 제가 만들어서 앨범에 수록할 정도는 되어야지.
“두 달 후에 숙소 이사 간다니까 그동안 이삿짐 미리미리 싸 놓고.”
“저희 이사 가요?”
“내가 말 안 했어? 와, 내 정신 좀 봐.”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은 매니저 형이 이사 소식 자체가 금시초문이었던 우리한테 설명해 주었다.
“슬슬 사생 때문에 여기 아파트 주민 민원 들어오고 있어서 이사 결정했어.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 여기도 그때 반지하 숙소 방송 타고 욕먹어서 급하게 알아본 데잖아.”
“방 여섯 개! 복층 아파트!”
“우리가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고…”
김도빈의 헛소리에도 착실하게 답해준 매니저 형이 잔뜩 미안한 얼굴을 하고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참, 예현아, 승찬이가 한 번만 더 스케줄 누락하면 나한테 바로 말해. 아니, 그 자식은 스케줄 매니저라는 놈이 말이야, 담당 연예인이 직접 스케줄 확인하고 가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혼자 너희 다섯 명 맡아서 할 때도 그런 실수는 안 했다.”
“오, 형. 이제 완전 실장님 태나는데?”
“그러게 말이다. 너희 데뷔 초에 나 혼자서 매니저 일 싹 도맡았던 게 까마득한 옛날같이 느껴진다.”
“그럴 때도 있었지. 멤버들이랑 직원들 수가 엇비슷했던 그 시절.”
추억이라고 미화도 차마 되지 않는 그 끔찍했던 시절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자마자 고개를 털어 망령을 떨쳐냈다.
“그리고 하준아, 너한테 드라마 시나리오 두 개 들어왔더라. 숙소 오는 김에 내가 가져왔으니까 한 번 읽어보고 할지 안 할지 모레까지만 말해 줘. 알았지?”
견하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둘 다 견하준이 처음으로 찍었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니저 형이 건넨 시나리오 첫 장에 적힌 드라마 제목들을 보자마자 바로 기억났다.
하나는 이슈 터져서 망한 드라마.
하나는 입소문으로 시청률 대박 터지고 유행어까지 만든 드라마.
문제는 전자는 시놉과 작가, 배우진이 누구나 탐날 정도로 짱짱했고 후자는 다 기피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대본을 갖고 견하준이 후자를 선택하게끔 설득을 해 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