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4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43화(34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43화
내가 속한 팀과 다른 팀이 뭉친 예선전은 KICKS가 속한 상대 팀과 한 조로 치러졌다.
한 팀에 11명, 총 22명의 선수가 야외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체대 축구 경기를 위해 특별히 오랜만에 개시한 낡은 축구화의 징이 그라운드의 잔디밭을 밟았다. 하프라인을 사이에 두고 상대편과 서로 마주 보고 나란히 섰다.
내 대각선에 있는 권윤성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권윤성이 먼저 내 시선을 피했다. 나 역시 미련 없이 시선을 거두고 바로 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제법 엇비슷한 눈높이를 지닌, 내 앞에 있는 상대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 건지 내 손을 부러 꾹 힘주어 잡아 오는 악력에 나 역시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로 상대의 손을 단단히 쥔 내 손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윽…!”
5초도 버티지 못한 상대가 짧은 신음을 흘리며 먼저 손의 힘을 풀었다. 흥이 식은 나 역시 순순히 손을 풀어주었다. 내 손과 상대의 손에는 힘겨루기의 흔적인 시뻘건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잡혔던 손이 여전히 욱신거리는지 상대는 손을 연신 매만져 댔다. 두어 번 털고 끝낸 나랑은 퍽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러게 누가 먼저 시비 걸라든?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우리 팀의 킥오프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제일 연차가 높은 선배가 시원하게 걷어찬 공이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공을 쫓아 상대편이고 우리 편이고 할 것 없이 우르르 달려갔다.
그래도 축구를 좀 해 본 놈들이 제법 지원을 한 건지 대부분 무작정 공만 쫓아다니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을 찾아 상대팀을 마크하며 타이밍을 노렸다.
한참을 하프라인 근처에서 뺏고 빼앗기기만 하며 공은 지지부진하게 미드필드를 맴돌았다.
그때 내게 손짓한 우리 팀 선수 한 명이 하프라인 쪽에서 측면을 향해 롱패스를 보냈다.
그 패스를 보자 나를 막고 있던 수비수들을 가볍게 따돌리며 공이 오는 측면을 향해 내달렸다.
“막아! 막아!”
경기장은 정식 축구 경기장보다 당연히 작았고, 그 거리에서 내가 골을 넣기에는 충분했다.
드디어 공을 따라잡은 나는 공을 드리볼하며 골대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상대편 수비수들이 공을 뺏으러 달려오는 틈을 타 그들의 사이로 공을 힘껏 찼다.
측면에서부터 쏘아진 슛은 골키퍼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며 골대에 골인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골망에 꽂힌 공 때문에 골망이 출렁거리는 걸 보고 나서 몸을 돌리자마자 팀원들이 우르르 뛰어왔다. 쏟아지는 하이파이브에 일일이 응해 주며 패스를 건네준 선수와 가볍게 주먹을 맞댔다.
“겨우 한 골이야!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요!”
“전반전에서 딱 세 골만 넣읍시다! 두 골 남았어요, 두 골!”
제 팀을 격려하면서 상대를 견제하는 외침이 필드에 쩌렁쩌렁 울렸다.
간단한 약식 경기인지라, 하프라인 시작이 아닌 상대편의 골키퍼가 긴장한 얼굴로 제 앞에 놓인 공을 걷어찼다. 잘못 차서 앞으로 나가기보단 허공에 높이 뜬 공이 힘없이 좁은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내려앉았다.
측면으로 공을 골대와 최대한 멀리 보내려는 상대팀의 앞을 가로막고 공을 스틸했다. 내게 몰려드는 상대팀을 피해 근처에 있던 우리 팀 선수에게 곧바로 패스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한테 몰려드는 틈을 타 거리를 좁히고 뒤로 패스하라고 슬쩍 수신호를 보냈다.
패스를 이어받은 이가 내게 다시 공을 넘겼다. 수비 하나 없이 시원하게 뚫린 골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단거리슛을 때렸다.
골망을 강하게 파고든 공이 반동으로 튕겨 나온 걸 상대팀 골키퍼가 얼떨결에 잡았다. 그래도 골이었다.
“오케이, 바로 두 골!”
“잘한다!”
재개된 경기에서는 우리 팀 골대에 먹힐 뻔한 공을 우리 팀 선수 하나가 터치라인 밖으로 공을 밀어내 터치아웃으로 만듦으로써 막아냈다.
상대편이 받은 스로인도 무사히 막아내 공을 우리 팀 골대와 떨어뜨리고, 우리 팀을 서포트해서 장거리 슛으로 골 하나를 더 성공시켰다.
삐익-!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물론 우리는 축구 선수가 아니라 아이돌이었기에 경기 시간은 정식 경기보다 훨씬 단축된 시간이었다.
그래도 슬슬 숨이 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축구 너무 잘하시는데요? 이 아이돌 아마추어 축구판에서 왜 양학을 하고 계세요.”
“거의 메시의 재림이야. 무슨 차기만 하면 다 들어가, 골이. 개멋있다, 진짜.”
“후반전이랑 결승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든 씨가 하드캐리 해주셔야 해요. 우리 팀 에이스세요, 지금.”
전반전에 홀로 골 2개를 넣으며 독주한 나는 하프타임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는 찬양을 만족스럽게 들으며 생수병의 물을 원샷했다.
“3대 0은 쉽게 역전 못하죠. 우리 팀에는 이든 씨가 이렇게 떡 버티고 있는데.”
“쟤들 이제 페널티킥 노리는 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요. 이게 무슨 찐 금메달 걸린 월드컵도 아니고, 무슨 아이돌 체육대회에 그렇게 몸 바쳐서 하겠어요. 부상 입으면 활동도 못 하는데.”
“그래도 다들 웬만하면 몸싸움 피하죠. 저희가 당하면 바로 드러누우시고요. 헐리우드 액션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죠.”
“안 그래도 저희 그룹이 다음 달 컴백이라 몸 사리긴 해야 해요.”
“축구 진짜 오랜만에 하긴 하네요. 우리 멤버들은 죄다 인도어파에 딱 하나 있는 아웃도어파는 등산파라서 축구에 관심이 없거든요.”
“헐, 저도요. 저는 혼자 해축 보고 있으면 새벽에 시끄럽게 티비 본다고 형들에게 욕먹었다니까요. 아니, 시간이 그때 하는데 어떡해. 시차 모르냐고, 시차.”
겨우 전반전만을 뛰었을 뿐인데 팀원들끼리의 거리는 훅 가까워져 있었다.
모여서 쉬다가 관중석 아래쪽에서 보이는 우리 멤버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프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상대 팀의 킥오프로 후반전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의 체력 이슈도 있었지만, 하프타임 동안 무슨 전략이라도 짰는지 상대 팀이 하도 맹렬히 달려드는 탓에 체감상 전반전보다 더 빡세진 후반전이었다.
수비 역시 한결 견고해져 슛을 쏘기 쉽지 않았다. 유니폼 소매를 걷어붙이며 우리팀 골대 근처에서 막힌 패스를 살피다가 드디어 나온 틈으로 우리 팀 선수가 패스를 보내기가 무섭게 공을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갔다.
누군가가 그런 나한테 달려와서 어깨를 밀어 댔다. 얼굴을 보니 경기 시작 전에 나랑 악수했던 그 인간이었다. 밀리지 않고 버티다가 내 쪽에서 어깨를 한 번 밀자 나가떨어진 건 선어깨빵을 시도했던 상대방이었다.
딱히 세게 튕겨 나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완벽한 헐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며 바닥을 구르는 이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와, 표정만 보면 어디 한 군데 골절된 줄? 덕분에 나도 드러누울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우리 팀의 파울이 선언되었다.
“왜왜왜 이게 우리 쪽 파울? 저기가 먼저 와서 부딪혔잖아요!”
“비디오 판독! 억울하니까 비디오 판독해요!”
“야빠시구나. 축구는 비디오 판독 안 해요.”
제가 더 억울해 죽겠다는 목소리로 비디오 판독을 외치는 우리 팀 선수를 향해 상대편 선수 한 명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설명해 주었다.
하필 상대방이 헐리우드 액션을 선보인 곳이 페널티 에어리어였기에 상대 팀에게 페널티킥이 부여됐다.
상대 팀 선수가 힘껏 찬 공은 우리 팀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고 골대에 들어갔다.
상대 팀은 기세를 몰아 한 골을 더 넣는 것에 성공했다.
시발, 나도 같이 드러누울걸. 경기 중에 헐리우드 액션을 펼치며 드러눕는 게 큰소리 한껏 쳐 놓고 경기에서 지는 것보다 덜 가오 상하는 일이 아닐까.
현재 점수는 3대 2.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점수 차에 우리 팀의 기세도 한결 사나워졌다.
다시금 치열한 접전이 상대 팀의 골대 근처에서 펼쳐졌다. 권윤성과 우리 팀 선수가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딪혔다.
금세 균형을 잡은 우리 팀 선수와 달리 발을 잘못 디딘 권윤성이 넘어지기 전에 턱, 붙잡았다. 두 번의 페널티킥은 내가 용납 못 한다.
붙잡고 보니 얼굴이 바닥에 긁히는 것은 물론이요, 자칫했으면 발목까지 꺾이기 딱 좋은 자세였다.
권윤성 역시 그걸 느꼈던 건지 몰아쉬는 숨이 한층 더 거칠어져 있었다.
“조심 좀 해라. 너 그러다가 심하게 다친다.”
권윤성이 균형을 되찾고 제 발로 설 때까지 기다리며 짧게 충고를 던졌다. 이미 공은 내 시야에서 떠나 상대 팀 수비수와 또 다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그것도 잠시, 공이 내 시야로 들어오자마자 미련 없이 손을 놓고 공을 향해 달려갔다. 더 가까이 있었던 덕분에 나보다 한발 먼저 공을 잡은 우리 팀 선수가 힘껏 슛을 날렸다.
좀 높이 뜬 공을 상대 팀 골키퍼가 손으로 힘껏 쳐 냈다. 그 공이 바닥에 닿기를 기다리는 대신 몸을 날려 헤딩을 선보였다. 내 머리에 맞고 튕겨진 공이 골키퍼와 골대 기둥의 틈 사이로 쏙 들어갔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며 경기 종료를 선포했다.
“이겼다아아악!”
골 넣기를 실패했던 선수가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외쳤다.
그래, 우승의 기쁨에 이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퍼스널 스페이스 확보 좀. 등을 두드려 주면서 자연스럽게 내 품에서 떼어냈다. 상대도 머쓱한 얼굴로 후다닥 떨어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하이파이브에 일일이 손을 맞대었다. 또 다시 울리는 휘슬에 상대 팀과 한명씩 악수를 나누고 나서야 1조의 예선전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전반전 세 골, 후반전 한 골. 총 4대 2의 결과로 우리는 무사히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결승도 우리 잘해 봅시다! 금메달 따야죠!”
“이 기세로만 가요!”
“이때 결승 때 또 뵐게요! 그때까지 부상 안 당하게 다들 조심하세요!”
함께 뛴 팀원들과 한바탕 결승 진출을 자축하고,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우리 멤버들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형, 학창 시절에 밥 먹고 축구만 했어요?”
“밥 먹고 바로 축구 뛰긴 했지.”
김도빈의 물음에 대꾸해 주며 목에 건 수건으로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12월인데도 축구 한판 뛰었다고 이렇게 덥냐.
찬바람이 땀을 식히며 금세 몸의 열을 내려주었다. 이제 양궁 예선이 치러질 차례였다.
“예현이 형, 한 번만 이 행운 토템 들고 양궁 해 보면 안 돼요? 정말로 대표님 사진 때문에 제 행운력이 높아진 건지, 아니면 제가 행운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럭키도빈인지 실험해 보고 싶어요.”
“이거 들고 하면 엑스텐 나와? 그럼 한 번 들고 해 보고.”
“와, 진짜 이 그룹 어디까지 가냐? 대한민국 최초 소속사 대표님 바이럴 돌리는 아이돌.”
“그거 주머니에 넣어도 효과 있어? 생각해 보니까 대표님 얼굴 사진 들고 카메라 앞에 서기는 좀….”
당연하게도 양궁 예선도 조용히 치러지지는 못할 전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