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4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44화(34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44화
행운 토템이라고 쓰고 대표님의 사진이라고 읽는, 행운을 진짜 가져다주는지 그저 김도빈의 단단한 착각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어디에다가 두어야지 최적의 효능을 내면서도 카메라 앞에 보이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주제로 쓸데없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는 김도빈과 서예현에게서 관심을 끄고 견하준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며 물었다.
“어때, 이제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좀 드냐?”
견하준을 돌아보며 씩 웃자 마찬가지로 장난스럽게 눈꼬리를 접어 웃은 견하준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멋있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 있는 7개월의 격차를 넘을 정도는 아니더라고.”
“네 입에서 형님 소리가 나오게 하려면 축구 결승전에서 얼마나 활약을 해야 하는 거냐.”
“그렇게 듣고 싶으면 한 번쯤은 형이라고 불러 줄 수 있는데. 지금 불러 줄까?”
“아아니, 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형님 소리를 듣고 싶은 거지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불리고 싶은 게 아니거든.”
그렇다고 내가 견하준한테 형님 소리 한 번 들어 보겠다고 스물일곱 살 찍고 돌아온 회귀 사실을 깔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그 사실을 까 봤자 견하준이 보일 반응이야 뻔했다. 그렇게까지 형님 소리가 듣고 싶었냐며 선심 쓰듯 한 번 불러 주겠지.
“내가 또 결승에서 끝내주는 활약을 한 번 더 보여 줘야겠네. 형님 소리 한 번 듣기 힘들다.”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한탄하듯 툴툴거리자 견하준이 기대한다며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결정했어. 어차피 유니폼 주머니에 넣든 바지 주머니에 넣든 둘 다 직접적으로 살에 닿는 게 아니니까 피장파장같거든? 그러니까 그냥 유니폼 주머니에 넣을래.”
“아니죠. 유니폼 밑에는 반팔 티가 있지만 바지 밑에는 속옷이 있잖아요. 반팔 티보다 속옷이 더 얇으니까 바지 주머니에 넣는 게 더 효과적이죠.”
“씁, 그런가?”
그 와중 서예현과 김도빈의 토론은 이제 슬슬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서예현이 옥장판을 사는 쪽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개소리를 해 대는 김도빈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기에 서예현을 비웃지는 않았다.
헛소리가 정도를 넘으면 정신을 타격해서 개소리도 맞는 것 같이 들리는 법이다.
“저 대화를 듣고 있으니까 지능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야. 남의 속옷 얇기도 알아야 해, 내가?”
“동감이에요. 예현이 형까지 도빈이 형한테 물들다니.”
총 2.5인분의 두뇌를 맡고 사는 류재희가 질색하며 한탄했다. 본인 그룹이 아니라 저 대화가 속 터지는 게 아니라 그저 웃겼는지 정이서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가 일제히 저를 돌아 보자 언제 웃었냐는 듯 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런데 그쪽은 계속 우리랑 있게? 우리가 댁을 신경 써서 챙겨 주지는 못할 텐데. 여기는 다 섬세함이랑은 거리가 먼 놈들의 모임이라서.”
내 물음에 정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앞에서 대놓고 말 씹거나 무시하지만 않으면 돼요.”
정이서의 대꾸에 분위기가 한순간에 숙연해졌다.
낙하산 데뷔조에 다이렉트로 꽂는 걸 찬성한 건 자기들이면서 왜 그따위로 대우를 하는 거지? 낙하산이 꼴 보기 싫으면 나처럼 소속사를 뛰쳐나오든가. 하여간 이해 안 가는 새끼들이라니까.
“그래도… 본인 그룹 쪽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겠어? 괜히 우리까지 휩쓸릴지도 모르잖아.”
서예현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서예현은 정이서가 자기 그룹을 두고 우리한테 붙어 있는 이 상황이 영 내키지 않는 듯했다.
“그냥 있으라고 하죠. 본인이 본인 그룹 가기 싫다는데 억지로 보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어떤 계산을 끝낸 건지 류재희는 정이서의 편이었다. 멤버 중에서 제일 마음이 약한 김도빈 역시 류재희에게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궁 예선 참가자들, 이쪽으로 와 주세요!”
진행 스태프의 외침에 류재희가 막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하던 견하준의 팔에 덥석 팔짱을 끼며 몸을 돌렸다.
“형, 우리 얼른 가요. 저번에 늦게 갔다가 활 좋은 거 다 나갔잖아요. 이번에는 좀 덜 낡은 걸로 쏴 봐야죠.”
“그게 결과에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네.”
“에이, 장비발이 없으면 왜 장비 장비 하겠어요.”
서예현은 쓸데없이 비장한 얼굴로 김도빈한테 코팅된 대표님 사진을 넘겨받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 그걸 대충 쑤셔 넣은 서예현이 갑자기 현타가 몰려온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대표님 사진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이제 와서 그걸 깨달은 거야? 놀랍다.”
“그냥 실험인데 뭐 어때요.”
태평하게 손을 흔들어 주는 나랑 김도빈을 번갈아 보던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예선전이 치러지는 양궁 세트장으로 향했다.
[양궁 A조, 레브!]첫 타자는 류재희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과녁을 응시한 류재희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선 활시위를 당겼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류재희가 자기 자신을 햄스터라고 주장하고 그 주장이 그나마 들어 먹혔던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세월 참 빠르다. 옆에 있는 김도빈은 키만 몇 센치 더 컸지 정신머리를 비롯한 참으로 많은 게 그대로인데.
내가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빠르게 쏘아져 나간 화살은 과녁의 7점 칸에 박혔다. 양궁 실력은 성장 안 하고 그대로구나.
예전과 똑같이 6~8점대의 점수를 따낸 류재희가 불만족스러워하는 얼굴로 활을 내렸다. 견하준과 서예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 류재희가 무어라 말했다.
서예현이 손을 뻗어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는 것으로 봐서는 나머지 점수는 두 사람에게 맡기겠다, 이 정도 말이 아닐까 싶었다.
견하준이 양궁 종목전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살짝 긴장한 얼굴로 견하준이 시위에 활을 걸고 진중하게 과녁을 향해 시위를 잡아당겼다.
“그때 김도빈 너 말고 준이나 내보낼 걸 그랬다. 그럼 결승 갔을 텐데. 어떻게 쏴도 0점에 쏘냐?”
“형은 1점에 쐈잖아요.”
“0점보다 1점이 낫지, 인마. 네가 말하면서도 이상한 걸 못 느끼겠든?”
평균 8점을 기록한 견하준의 순서가 끝나고 마침내 서예현의 순서가 되었다.
“저 얼굴에 양궁은 반칙이지.”
“저기는 뭐, 망점수 받아도 통편집될 일은 없겠네. 진짜로 독보적이다, 독보적.”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잘 들려왔다. 확실히 서예현 얼굴이 독보적이긴 하지.
[그러고 보니 서예현 선수는 지난 경기에서 엑스텐 세 번을 쏘면서 실력을 증명한 바 있죠.] [과연 이번에도 그만큼의 재량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기대가 꽤 되는데요. 네, 말씀드린 순간 첫 엑스텐이 나왔습니다!]과녁 정중앙에 꽂힌 화살을 보던 서예현의 손이 대표님 코팅 사진이 들어 있는 주머니로 슬그머니 한 번 향했다.
서예현이 망설임 없이 쏜 나머지 화살들도 허공을 가르고 과녁에 박혔다.
구구절절 말하기는 싫고, 서예현이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해설자들의 환희에 찬 외침이 들리고, 서예현이 마지막 화살을 쏘자 구경하고 있던 아이돌들에게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는 것만 알면 된다.
“엑스텐 네 번에 10점 한 번… 형 최고 기록이 엑스텐 세 번이었으니까 행운력 1.5배 버프가 있나 봐요.”
“두 배로 뛴 것도 아니고 하나 더 늘어난 건데 이 정도면 그놈의 행운력 버프인가 뭔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않냐. 그냥 심리적 효과로 마음이 안정되어서 집중력이 더 높아진 거겠지.”
“그럼 그냥 제가 타고난 럭키도빈이었다는 소리예요?”
“그래, 그냥 그렇게 믿어. 대표님 사진 언제까지 가지고 다닐래. 누가 보면 네가 대표님 짝사랑하는 줄 알겠다.”
“우욱, 속 안 좋아졌어요….”
[양궁 D조, 레볼루션!]레볼루션은 멤버 세 명만 아체대 스케줄에 얼굴을 비쳤기에 아체대에 참가한 전원이 양궁 예선전에 나왔다. 자리를 이만 뜨고 양궁이 끝날 때까지 팬석 앞에 있을까 하다가 아는 얼굴이 두 명이나 있는 터라 이 경기까지만 구경하기로 했다.
DTB 4에서 몇 번 마주하며 안면을 익혔던 BT와 On Top 활동을 같이 한 레볼루션 리더가 동시에 나를 발견하고 가볍게 손 인사 했다.
그때 우리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언제까지 그렇게 남의 팀에 붙어 다닐 건데.”
짜증 섞인 KICKS 멤버 한 명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켜 KICKS 놈들의 앞에 섰다.
“야, 얘가 일곱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자기 가고 싶을 때 알아서 돌아가겠지. 좀 내버려 둬라.”
“입장 바꿔서 생각 좀 해 봐. 너희 팀 멤버가 우리하고만 붙어 다니면 무슨 소리가 나올 것 같냐고.”
“알 바냐? 우리 멤버들은 그럴 일 없거든.”
절대로 싸우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됐기에 귀를 후비며 대충대충 대꾸해 주고 있자, 결국 권윤성이 나섰다.
“정이서, 그래도 팬석은 다 같이 갔다 와야지.”
“알아서 혼자 가겠지. 권윤성 너는 얘가 왜 이러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데려가려고만 하냐. 리더의 기본 자세가 안 되어 먹었어.”
혀를 차자 뒤에 있던 김도빈과 류재희가 억지 기침을 뱉어 댔다. 눈살을 찌푸린 권윤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해 좀 해 주라, 윤이든. 우리도 불화설 휩쓸리고 싶지는 않거든.”
“그럼 불화설이 나올 만한 짓을 하지 말지 그랬냐.”
“정이서야? 그 내부 고발자?”
“윤성아,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라니까? 왜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내가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하게 만들어. 나 똑같은 말 두 번 하기 싫어하는 거 잘 알잖아.”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꼽주자 고민하던 정이서가 결국 먼저 KICKS 쪽으로 향했다.
“팬석에 얼굴만 비추고 올게요.”
“쟤들이 못 가게 하면 연락해라. 그리고 윤성아, 권윤성. 네가 그렇게 못된 놈은 아니라고 믿는다.”
권윤성의 표정이 쓰게 변했다.
거한 트롤링을 해 댔던 김도빈이 빠지자 레브는 순탄하게 양궁도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러다가 오늘 우리가 메달 싹쓸이할 수 있을 수도?
“데이드림, 저 축구하는 거 봤어요? 멋있었다고요? 저도 알아요.”
“저요? 저 배구해요!”
“일몽이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치킨 스테이크에서 비프 스테이크로 업그레이드 시킨 역조공 도시락이 배부되는 걸 지켜보다가 우리도 점심을 먹기 위해 대기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 * *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또 예선전이 이어졌다. 이제 예선전 종목은 몇 개 남지 않았다. 그것들이 다 끝나면 아마 결승전이 시작될 터였다.
“트리거라고 알아?”
늘어져 있던 서예현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형, 아무리 내 머리가 나빠 보여도 그 정도 단어 뜻도 모르는 놈으로 보는 건 나를 얼마나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방아쇠잖아, 방아쇠.”
혹여나 서예현이 알아듣지 못했을까 봐 친절하게 방아쇠를 한 음절 한 음절씩 발음해 주자 서예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나는 ‘알아?’라고 딱 두 글자만 내뱉었는데 대체 몇 배의 길이로 대답이 돌아오는 거야?”
“안 긁혔어.”
“긁혔냐고 물은 적 없는데.”
“사람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맥락이란 게 있잖아, 어? 그런데 갑자기 아체대에서 영단어 깜짝 퀴즈는 왜 내고 그래?”
내 물음에 입을 가리고 늘어지라 하품을 한 번 한 서예현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가 지금 누군가의 트리거를 아슬아슬할 정도로 눌러 대는 것 같아서.”
내가 언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예현을 바라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의도한 거라면 상관없는데.”
힐긋, 뒤를 돌아본 서예현이 다시 고개를 원위치시키며 말을 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거라면 우리 숙소가 살얼음판이 될 꼴이 훤해서 미리 경고해 주는 거야.”
방금 서예현의 시선이 닿았던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견하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