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화(35/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화
“이든이 밤새웠냐? 얼굴이 왜 그래?”
대표님의 물음에 뻑뻑한 눈 밑을 한번 문지르고는 대꾸했다.
“아닙니다.”
사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밤잠을 좀 설치긴 했다.
충동적으로 글을 업로드한 건 상당히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으니까.
왜 우리를 우선으로 생각해 준 말에 속이 울렁거린 건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고.
“아무리 컴백 앞두고 긴장돼도 잠은 자야지, 녀석아. 망해도 결정권자는 나였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마라. 다음부턴 내 아이디어로 하면 되지.”
아니, 컴백 앞두고 부정 타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망하라고 고사 지내시나.
대표실로 불려 온 우리는 또 대표님이 무슨 아이디어를 냈답시고 우리에게 들이밀지 몰라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굳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잡지 않아도 사람 군기를 잡는 것도 나름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천만다행히도 대표님이 우리를 부른 이유는 좋은 쪽이었다.
“너희한테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다. 마이돌 관찰카메라라고.”
“어, 저 그거 알아요!”
마이돌 관찰카메라. 주로 신인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숙소와 연습실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해서 일상을 보여 주고, 여행을 데려가서 신나게 노는 모습도 보여 주는 평범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청률은 나오는 아이돌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법 인지도가 쌓인 신인만이 섭외된다.
무엇보다 재미와 퀄리티를 잘 뽑아내기로 유명해서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편이었다.
아마 올해 방영한 마이돌은 KICKS였나.
데뷔 앨범 활동 끝나고 리얼리티가 방영되어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한몫했지.
리얼리티 촬영 역시 회귀 전에는 받지 못했던 제안이었다.
회귀 전에 우리 대신 리얼리티를 찍었던 그룹이 앨범 하나 띄우고 하락세를 탔던 걸 떠올려 보면 찝찝하긴 했지만.
설마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우리가 그 그룹 운명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될 리가 있겠는가.
힐긋 본 멤버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 그쪽에 오케이 전달하면 며칠 내로 바로 미팅 잡히고 그다음 주부터 촬영 들어갈 거다.”
“와, 스케줄 빡세네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냐.”
“그건 또 그렇죠.”
리얼리티를 찍는다는 걸 전달받고 대표실을 나가기 전, 다 들리게 적당히 목소리 키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우, 그러면 이제 우리의 그 열약한 반지하 숙소가 전국으로 송출되는 건가. 촬영 전에 대청소 함 해야겠구먼. 벽지에 곰팡이가 그렇-게 피어서 그게 닦일지 모르겠네.”
아직 덜 닫힌 문 너머로 ‘애들 숙소가 왜?’라는 대표님의 목소리와 그게…… 하는 매니저 형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우리 곧 이사 가겠다, 얘들아.”
이사 못 가더라도 서치할 때 반지하 숙소 욕 좀 보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기도 하고?
상쾌하게 미소 지으며 멤버들을 돌아보자, 모두 벙찐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빅 픽처 대박이네…….”
류재희의 감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하다못해 방송 전에 곰팡이라도 제거해 주겠지, 뭐.
* * *
레브의 미니 2집 ‘HI-TN’의 스케줄러와 컨셉 포토가 선공개되었다.
첫 번째로 공개된 건, 칠판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와이셔츠 위에 남색 후드티를 입고 교탁 위에 앉아 풍선껌을 불며 막내라인을 보고 있는 윤이든.
노란색 맨투맨을 입은 채 장난스럽게 웃으며 칠판에 분필로 낙서하는 김도빈.
농구 유니폼과 저지 차림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칠판지우개를 들고 낙서를 지우는 시늉을 하는 유제.
안경을 삐딱하게 쓴 채로 교탁 앞에 서서 빨간펜으로 시험지 채점을 하는, 와이셔츠와 니트 조끼 조합의 서예현.
한 손으로는 책을 안은 채로 김도빈을 말리는 시늉을 하는 아이보리 목폴라 니트 차림의 견하준.
녹색 칠판에는 색색의 분필로 ‘All Right or Night’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두 번째로 공개된 건, 잔뜩 어지럽혀진 가정집에 놓인 소파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제일 편하게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라이더재킷 차림의 윤이든.
그런 이든의 머리맡에 앉아 그의 머리에 허벅지를 내준 베이지색 니트 가디건 차림의 견하준.
하준 옆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은 스포츠 브랜드 저지 차림의 유제.
세운 한쪽 무릎 위에 팔을 얹은 채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은 청재킷 차림의 서예현.
윤이든의 발치에서 무릎을 감싸 안고 쪼그려 앉은 야구점퍼 차림의 김도빈.
-됐다 드디어 내우주로와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타이틀곡 두 개인가? 그렇다기엔 시간 좀 빠듯했는데
-하씨 미쳤다 하루에 213551번씩 핥는중
-윤이든 은발 뭐임?은발 뭐임?은발 뭐임?은발 뭐임?은발 뭐임?
-애들 개인컷도 보고가 https://twxxxer.com/LnL_reve/status/151341535
-내가 은발만 보면 엘프같다고 하는 병이 있는데 울이든이 보니까 그 병이 싹 나았어 엘프같다는 소리가 도저히 안 나와
콘셉트 포토가 공개되고 하루 후에는 티저가 공개되었다.
뒤에 #1이라는 번호를 달고 나온 티저는 공개될 티저가 이것 하나만이 아님을 은유하고 있었다.
[Reve(레브) – ‘All Right or Night’ Official Teaser #1]썸네일은 노을 진 교실 창가에 선 하준의 상체.
클릭하자 동영상이 재생되며 드럼 비트와 함께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한국의 학교가 아닌 외국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학교가 배경이었다.
종이 더미를 든 채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예현.
담벼락에 흰 막대를 물고 기대어 서 있는 이든.
농구 골대가 있는 작은 코트에서 농구공을 튀기는 유제.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뛰다가 누군가와 부딪혀 맨얼굴을 드러내는 도빈.
차례로 장면이 짧게 지나가고, 카메라가 어두운 복도와 텅 빈 교실을 차례로 비쳤다.
복도의 사물함 하나를 줌인하더니 시점이 사물함 속으로 바뀌었다.
벌컥 열리는 사물함 안으로 네 개의 손이 차례로 편지를 안에 두고 갔다.
그리고 카메라가 페이드아웃되며 빈 교실 창가에서 노을을 맞으며 서 있는 하준을 비추었다.
[알고 싶은 건 많지만 딱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girl]
교실 문을 열고 저벅저벅 사물함 앞까지 걸어온 하준이 사물함을 열어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넣으며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REVE – All Right or Night] [11.17 PM 6:00]곡명과 컴백 날짜를 알리며 30초짜리 짧은 티저가 끝났다.
-뭐뭐뭐뭐뭐야 하이틴 컨셉? 미쳤다 미쳤어
-나 벌써 학창시절 기억 조작당한 느낌임 내 첫사랑 예현선배였어
-아니 진짜 이든이 스포가 그 말이었냐고
└무슨 스포였는데?
└멤버 두 명에게 잘 어울리는 컨셉이랬는데 경우의 수가 10이라서 여러 가설이 나왔었거든 그런데 그게 진짜 제일 단순했던 가설인 막내라인 하이틴일 줄이야
-제목 발음 어렵다,,, 혀 개꼬여,,,
티저 #1이 공개된 날로부터 정확히 24시간 후.
[Reve(레브) – ‘All Right or Night’ Official Teaser #2]레브의 공식 너튜브 채널에 티저 #2가 공개되었다.
썸네일은 막대사탕을 깨문 채로 검푸른 조명 밑에 있는 이든의 옆얼굴이었다.
이번에는 멜로디가 아니라 곧바로 노래 한 소절이 나왔다.
[밤새도록 이 음악에 몸을 맡겨오늘, 이 밤이 다 가도록 let’s party time]
2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텔레비전 등이 있는 장소는 이곳이 집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푸른 조명과 네온사인. 클럽이라도 온 양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
막대사탕을 입에 문 채로 컵을 든 이든이 컵을 거꾸로 엎어 안의 액체를 바닥에 쏟더니 물고 있던 사탕을 뒤로 휙 던졌다.
막대사탕을 따라가던 카메라 화면이 전환되며 사람 무리의 원 안에서 브레이킹을 추는 도빈을 비추고는 곧바로 다시 줌아웃.
[오늘은 아무도 집에 보내지 않을 건데 너는 어때그럼 이제 대답해 줘 all right or night?]
후렴구처럼 들리는 한 소절과 함께 소파에 삐딱하게 앉거나 누워 있는 레브 다섯 명을 비추며 화면이 점차 어두워졌다.
26초짜리 영상은 티저 1과 똑같이 곡명과 컴백 날짜를 알리며 끝났다.
-분명 학교였는데 갑자기 분위기 하우스파티?
-헉 콘셉트 찐 하이틴인가봐 애들 무대의상 벌써부터 기대된다
-와 ㅇ3 무슨일이야 김노답 로또 당첨됨? 웬일로 뮤비를 이런 고퀄리티로ㅜㅜㅜ
└그러게 이거 내 꿈 아니지?
└풀버전 뜰 때까지 마음 놓으면 안 됨
-애들 코디 괜찮아서 마음 놓인다 다들 이뽀
└나 예방접종 차원에서 내우주 뮤비 먼저 한 번 보면서 마음의 준비 하고 티저 틀었는데 지금 개안했자너
-노래 좋은데? 벌써 자동으로 흥얼거리는 중
* * *
“반응 괜찮은데요?”
안무 연습 도중의 휴식 시간.
나랑 같이 나란히 연습실 거울에 기대앉아 모니터링하던 류재희가 말했다.
“그러게. 내 우주 때가 너무 끔찍해서 팬분들 수용 허들이 많이 내려간 상태였던 듯. 씁, 이러면 다음번에는 기대치가 높아져 버리는데.”
“그래 봤자 마이너스에서 0으로 겨우 올라온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킬킬거리며 쓱쓱 휴대폰 화면을 내렸다.
너튜브에 올라간 티저 영상의 댓글은 5분의 1이 외국어였기에 한국말만 찾아서 읽는 중이었다.
“부정적인 의견은 없고?”
“서정적인 장면이 노래랑 안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긴 한데 어차피 뮤비에서는 1절만 차지하니까요.”
“그럼 꽤 긴 거 아닌가?”
“3분 37초 중에서 1분 32초잖아요.”
“긴 거지, 그 정도면.”
견하준이 내민 물병을 받아 뚜껑을 따 마시고는 류재희에게 건넸다.
물병을 건네받은 류재희가 설득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런가?”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의견 하나라며. 그리고 뮤비보다는 노래가 좋아야지.”
“노래야 최고죠. 누가 작사 작곡했는데.”
손을 뻗어 물을 들이켜는 녀석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짜식, 사회생활 좀 한다?”
“전 나름 진심이거든요, 형.”
머리가 복슬복슬해서 그런지 만질 맛이 나네.
내가 계속해서 머리를 거칠게 헝클이고 있자, 류재희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내 손을 떨쳐 냈다.
“아, 왜.”
“‘형네 집 멍멍이 된 것 같아서 기분 나쁨요.”
“야, 우리 집 강아지는 너보다 훨씬 귀엽거든. 어따 비벼, 짜식아. 그리고 햄스터 밀더니 언제 또 강아지로 갈아탔냐.”
자연스럽게 말을 받다가 멈칫하고 어금니를 깍 깨물었다.
난 또 언제 저놈의 햄스터라이팅에 넘어간 거지. 저게 어딜 봐서 햄스터냐고.
“햄스터요? 이든이 형도 이제 이 유제 님이 귀엽고 깜찍한 햄찌를 닮았다고 인정하는군여!”
“하, 제발 욕 나오게 하지 좀 말자, 재희야.”
용케 들었는지 꽃받침을 하며 내 면전에 얼굴을 불쑥 들이미는 놈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어 쭉 밀었다.
욕 튀어나오면 내 소중한 초심도가 깎인다고, 이 망할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