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2화(35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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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스쳐 오는 북엇국 냄새에 멍한 정신으로 눈을 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내가 지금 알코올의 호수 안에 빠져있는 건가 싶었다.
“으으, 죽겠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울렁거리는 속에,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침 운동은 아무래도 글러 먹은 것 같군.
잠들기도 꽤 늦게 잠들었으면서 아침 운동을 나간 건지 서예현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하여간, 우리 다섯 중에서 제일 독한 놈을 뽑으라고 한다면 역시 서예현이 아닐까.
방에서 나오니 북엇국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무의식적으로 부엌에 제일 먼저 시선을 두었지만 가스레인지 위에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시선을 옮긴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인스턴트 컵국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오, 깨우려고 했는데 알아서 일어났네? 내가 너희를 위해서 아침에 운동 갔다가 사 왔다. 감사히 먹어.”
물을 마시고 있던 서예현이 한껏 뿌듯해하며 컵국을 가리켰다. 식탁 의자를 끌어내어 털썩 앉으면서 툴툴거렸다.
“직접 끓여 주는 것도 아니고 물만 부으면 끝인 인스턴트 간편국이라니. 그걸로 생색이라니.”
“주는 대로 먹어. 내가 네 엄마야? 직접 끓인 해장국 먹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황태랑 콩나물 사 와서 끓여 먹든가.”
내가 크루 형들이나 DTB 4 참가자들과 술을 먹고 들어온 다음 날의 견하준표 해장국이 그리웠다.
그때는 초심도 시스템 때문에 주량의 반도 못 마셨음에도 아침에 그걸로 따악 해장했는데.
서예현한테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받아 속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키고 있으니 견하준도 유독 퀭해 보이는 안색을 하고선 방에서 나왔다.
비틀거리며 걸어와 겨우 식탁에 앉은 견하준이 북엇국에 힐긋 눈길을 주더니 고개를 저으며 느릿하게 말했다.
“형, 나 해장국 말고 햄버거…”
“어…?”
서예현이 당황했다. 인상을 찌푸린 견하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여전히 느릿하고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 술 마신 다음 날에 국물 못 먹는 거 형도 봐서 알잖아…”
묘하게 타박하는 듯한 어조에 서예현이 잔뜩 억울해하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아니, 하준아. 나는 네가 취한 모습도 한 번도 못 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형은 무슨 취객 헛소리를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어? 딱 봐도 쟤 아직 술도 잠도 덜 깼잖아. 눈 반만 뜬 거 안 보여?”
서예현을 향해 혀를 차며 컵국 하나를 내 앞으로 끌어왔다.
술과 잠을 덜 깬 현재의 견하준은 서예현을 자기 친형으로 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문득 견하준의 누나가 이전에 견하준이 워낙 막둥이로 오냐오냐 자라서 챙김만 받고 살았다고 걱정하던 게 떠올랐다.
그때는 그런 견하준의 모습이 영 상상이 안 갔는데 저런 꼴을 보니까 집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략 알 것 같기도?
“하준아, 무슨 햄버거 먹고 싶은데? 편의점 햄버거도 돼?”
“아니. 버X킹 와퍼, 올 엑스트라로.”
“맥X날드는 안 될까? 비록 지금 시간에는 맥모닝밖에 없긴 하지만?”
“무조건 버X킹…”
견하준이 고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숙소 근처에는 맥X날드밖에 없었기에 결국 서예현은 로드매니저한테 전화를 걸어 견하준의 주문 사항을 세세히 말해 주었다.
나한테는 주는 대로 먹으라면서 이렇게 멤버 차별을 하냐. 비견하준 차별인 건지, 윤이든 차별인 건지.
“저도 햄버거!”
김도빈이 잽싸게 방문을 벌컥 열고 튀어 나오며 외쳤다.
“뭐라고, 도빈아? 와퍼 칼로리 얼마인지 한 번 찾아서 읊어 볼래?”
“그냥 밥 먹을게여.”
빠르게 포기한 김도빈이 식탁에 앉으려다가, 막내도 깨워 오지 너 혼자 오느냐는 내 타박에 다시 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윤이든 너… 는 훌륭한 한국인 입맛이구나.”
내 몫을 금세 해치우고 견하준의 몫이었던 북엇국까지 술술 떠먹는 나를 돌아본 서예현이 왜인지 모를 안도의 얼굴을 했다.
“그래, 내 밥투정은 밥투정도 아니지?”
“아니, 따지고 보면 네가 더 나빠. 얘는 그냥 가게에서 주문하면 끝이지만 너는 요리라는 꽤 성가신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잖아.”
“그렇게 치면 준이도 패스트푸드점 알바생한테 노동력을 요구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은 시급이라도 받지, 너는 내가 해장국 끓여 주면 나한테 돈 줘?”
“돈 주면 끓여 줘?”
“…말을 말자.”
견하준은 이제 아예 식탁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 있었다. 회귀 전후를 통틀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막내, 일어났어?”
“네. 그런데 하준이 형은 왜 이렇게 죽으려고 해요…?”
“과음해서 그래, 과음해서. 어제 진짜로 하준이 장난 아니었다니까. 우리 중에서 술버릇 제일 심해.”
“숙취 진짜 심하신가 보다. 같이 마신 이든이 형은 멀쩡한데. 그런데 술버릇은 토하는 도빈이 형이 제일 심한 거 아니에요?”
방에서 나오자마자 식탁에 엎드려 있는 견하준을 발견한 류재희가 고개를 짧게 저으며 제 자리에 앉았다.
“다친 데는 좀 괜찮고?”
“당연하죠. 많이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살짝 긁힌 건데요, 뭐.”
내 물음에 무릎에 붙은 큼직한 반창고를 매만지며 류재희가 시원시원하게 대꾸했다.
그 사이 로드매니저가 버X킹 와퍼를 숙소까지 가져다주었다. 여전히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멍한 상태로 햄버거를 씹던 견하준의 눈동자에 점차 빛이 돌아왔다.
동시에 기억도 모두 되살아난 건지 망연한 얼굴로 서예현을 보던 견하준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사과했다.
“아, 아…. 진짜 죄송해요, 형.”
차마 숨기지 못한 귀 끝이 새빨갰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내저은 서예현이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요구했다.
“이참에 그냥 편하게 말 놔. 이만하면 말 놓을 때 되지 않았어? 윤이든은 우리 만나고 한 달 후부터 자기가 알아서 셀프로 말 놨잖아.”
그건 친밀감의 표시가 아니라 그냥 형 취급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현이라고 정정해 준다면 100% 시스템이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를 깎겠지.
성장했다, 윤이든!
물론 내 뿌듯함은 서예현의 다음 한 마디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당시의 윤이든이 친해지자고 말 놓은 건 아니었겠지만.”
“알고 있었어?”
“내가 너야? 그 정도 눈치도 없게? 내가 초창기에 괜히 너한테 그렇게 띠껍게 굴었겠어?”
아니, 나는 서예현 본인 성격이 원래 그런 줄 알았지. 회귀 전은 서로 아예 말도 안 하고 살았으니 내가 서예현이 이런 성격인지 어떻게 알았겠나.
“솔직히 우리 생일도 한 달 차이도 안 나잖아. 너보다 더 생일 느린 빠른 연생 친구도 있는 와중에 나 계속 너한테 꼬박꼬박 존댓말 듣기 머쓱해.”
멋쩍게 웃는 서예현을 잠시간 빤히 바라보던 견하준이 웃음기 서린 얼굴로 짧게 한마디 했다.
“그럴까?”
너무 흔쾌하게 승낙해서인지, 아니면 견하준에게 듣는 반말이 낯설어서인지 잠시 멈칫했던 서예현이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예현이 형. 이제 말 놓을게.”
김도빈 이모님이 하시던 펜션에서 서예현한테 말을 놓으라는 내 권유에 존대가 더 편하다고 거절했던 견하준의 답변이 문득 떠올랐다.
그게 견하준이 서예현에게 그어 놓은 선이나 다름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회귀 전의 견하준은 내가 기억하는 끝까지 서예현에게 존댓말을 썼다. 서예현과 견하준의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건 지금 돌아 보면 대부분 내가 원인이었다.
항상 매섭게 싸우던 서예현과 내 사이를 어떻게든 조율하려 했던 건 견하준이었으니까. 나랑 서예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을 때 중간에 말을 전달하는 역도 견하준이 도맡았고.
그래서 오히려 이 변화가 아쉽기보다는 기꺼웠다.
회귀 전의 내가 망쳐 버린 두 사람의 관계가 원래대로라면 어땠을지 이렇게 볼 수 있었으니.
“드디어 족보브레이커의 삶이 끝났군.”
국의 마지막 한술을 뜨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와퍼를 다 먹은 견하준이 햄버거 포장지를 구겨 종이봉투 안에 넣자,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괸 서예현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다들 술도 깼으니까 이거 논의나 하자. 정이서는 어떻게 할 거야?”
이 인간이 전부터 밥상머리 수저 1빠따도 탐내더니 이제 은근슬쩍 내 역할을 스틸하네?
“정이서요?”
“있잖아. 어제 그 우리한테 붙어 다녔던 KICKS 멤버.”
“아, 어제 우리 숙소를 살 떨리게 했던 원흉?”
“뭐, 절반은 이든이 형의 눈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류재희가 덧붙인 말에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래, 회귀 전만 생각하고 곡 준다고 냉큼 승낙한 내가 죽일 놈이다.
“기왕 곡 준다고 한 거, 곡을 완전 개떡같은 걸 줘요. 절- 대 성공 못 할 만한 수준으로다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준다는 약속은 안 했잖아요. 그럼 우리, 아니 형 마음이죠.”
김도빈이 삐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가 누군가와 퍽 닮아 있었다. 그래, 마치 내 미소를 따라 하는 류재희와…
이래서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고 하는 건가.
내가 심란함에 빠져 있는 동안, 그 좋은 의견은 견하준이 곧바로 반박했다.
“굳이? 그러면 이든이 커리어에도 오점이 되잖아.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이든이가 본인 음악에 가지는 자부심을 내가 잘 아는데 어떻게 이든이한테 엉망인 곡을 뽑아 내라고 하겠어.”
“괜찮아, 준아. 곡 주기 싫은 놈한테 일부러 엉망인 곡을 만들어서 주는 것보다 더 가오 상하는 게 괜한 신념으로 고집부려서 친구 가슴에 대못 박는 거 아니겠냐?”
툭툭, 숟가락으로 컵국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서예현이 질린 얼굴로 질색했다.
“술 취해서 했던 말이 아니라 맨정신으로도 할 수 있는 거였어?”
“다르지. 어제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걸 말한 거였고, 오늘은 real music, 음악에 관련해서 말한 거 아니야.”
눈앞에 파란 상태창이 환영처럼 아주 짧게 깜빡거렸다가 금방 사라졌다. 아무리 내가 회귀 전에 그런 글을 썼어도 설마 real music을 금지어로 만들려 했던 건 아니지?
“어떤 식으로 판을 짰는지는 대충 그려지네요. 본인을 향한 하준이 형의 감정까지는 차마 계산을 못 한 건지, 아니면 그것마저도 그 인간이 짠 판의 일종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손가락으로 식탁을 툭툭 두드리던 류재희가 나를 보며 물었다.
“이든이 형, 전화해서 깽판 안 쳤죠?”
“식사 마치고 하려고 했지. 지금 할까?”
의욕 만반으로 묻자 류재희가 아직이라며 나를 만류했다.
“아니요. 형 역할이 제일 중요해요. 일단 형이 솔로곡이라는 그 요구를 받아들인 이상, 그 사람이 형한테 그어 놨을 마지막 경계까지 풀렸을 거거든요.”
흐뭇한 얼굴로 저를 보는 견하준에게 시선을 맞춘 채 류재희가 씩 웃었다.
“그쪽이 우리를 이용하려고 했으니까, 이제 우리가 역으로 그걸 이용해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