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3화(35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3화
“역으로 이용하자고?”
“하준이 형이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따돌림이야 KICKS 멤버들이 치를 값이고요.”
흥미를 보이는 견하준의 물음에 류재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우리는 그냥 우리를 이용하려 한 것만 갚아 주면 돼요. 정이서가 그걸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지 못하게요.”
류재희가 나름 큰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직관하고 있음에도 사이 개선도는 100이 되지 않았다.
이게 깎인 1%의 원인이 아닌 건지, 아니면 이 정도로는 부족한 건지. 아니, 충분히 뇌 외주 주고 싶을 만큼 믿음직스러워 보이는데?
내가 또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건가.
무엇보다 견하준과의 사이 개선도도 따지고 보면 내가 1부터 10까지 해결한 건 아니었기에 영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형? 이든이 형?”
나를 부르는 류재희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눈을 깜빡였다. 계속하라는 신호로 손을 휘저었다.
“어어, 그래. 듣고 있어.”
“형이 정이서가 폭로할 시기를 알아내야 해요. 그 전에 우리가 선을 그어 놔야 하거든요. 폭로한 후면 늦어요.”
최현민이 정이서에게 아직 입을 털지만 않았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일단 최현민 주둥이 단속부터 우선으로 시켜야겠군.
“이 정도로 판을 짜는 사람이 정확한 증거 없이 그저 아체대에서 이번에 촉발시킨 불화설만으로 손 놓고 불타오를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리가 없죠. 분명 자기가 생각한 D-Day가 있을 거예요.”
회귀 전의 폭로에서 정이서가 데뷔 전부터 몇 년간을 모아 놨던 증거들을 상기해 보면 류재희의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직접적인 폭언이나 폭행은 없었지만 정이서가 푼 증거만으로도 KICKS는 비난을 받으며 추락하기에 충분했다.
턱을 괴고 류재희의 설명을 듣고만 있던 김도빈이 손을 쓱 들어 올렸다. 모두의 시선이 저한테 집중되자 김도빈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 뉴본에서 하준이 형도 긁었다면서요. 그런데 하준이 형 따라 나온 이든이 형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부터 그다지 똑똑하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김도빈한테 지능을 의심받다니. 사실 저게 정이서가 받은 최고의 형벌이 아닐까.
그래도 꽤 날카롭게 허점을 짚은 듯한 김도빈의 말에 눈을 내리깔고 잠시 고민에 빠졌던 류재희가 나를 휙 돌아보며 물었다.
“이든이 형. 형은 뉴본에서 하준이 형 나오고 바로 나온 거예요?”
“아니, 좀 더 있다가.”
“그럼 정이서랑 같이 연습생 생활을 한 적은 있어요?”
“있지. 엄청 짧긴 했지만. 그런데 그건 왜?”
어쨌건 일주일 이상은 데뷔조로 함께 연습을 하긴 했으니 없다고 하기에는 그랬다.
“만약 형이랑 정이서, 두 사람 간에 접점이 있었다면, 정이서가 형 옆에 있는 하준이 형이라는 디메리트를 안고도 굳이 형한테 내부 고발자 역을 자처하면서까지 먼저 접근한 이유가 있을 거니까요.”
류재희가 마치 답을 찾아냈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형을 보면서 본인이 느낀 점이 있을 거란 말이죠. 예를 들면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든가, 내부 고발처럼 좋은 정보를 준 만큼은 꼭 갚아 주는 사람이라든가.”
견하준과 김도빈도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서예현만이 애매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힐긋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평소처럼 왜 그렇게 보느냐고 서예현한테 퉁명스럽게 내지를 수도 없었다.
내가 그 당시 정이서를 대했던 모습은 적어도 견하준과 류재희는 한 번도 직접 마주한 적이 없는 모습이었을 테니까.
“너희는 면전에서 낙하산이라고 지ㄹ… 아니, 난리치는 말을 들으면 어떨 것 같냐…?”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낙하산 새ㄲ… 자식이랑 한솥밥 먹으면서 하하호호하는 꼬라지 연출 못 하겠다고 스냅백 벗어서 바닥에 집어 던지고 연습실 문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관했다면?”
그때의 나는 견하준이 그렇게 데뷔조에서 허무하게 쫓겨나 예민하기 그지없었으며, 그 원인이나 다름없는 정이서라는 낙하산이 눈엣가시였다.
그러니 아마 정이서에게도 그 감정을 굳이 제 앞에서도 숨기지 않았던 당시의 내 인상은 최악이었을 터였다.
“오, 갱생 전의 이든이 형.”
“으음, 어… 제 예측이 완전히 틀렸네요. 당시의 형이 지금 같은 성격이 아니라 데뷔 전의 성격일 거라는 걸 간과했어요.”
흐뭇하게 미소 짓는 견하준의 옆에서 류재희가 미간을 문질렀다.
“내가 그건 아주 정확하게 답해 줄 수 있어. 내 추측이 거의 정답일걸?”
서예현이 자신만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낙하산이라는 워딩은 아니지만 사실적시 명예 훼손급의 말을 면전에서 내뱉고, 내 앞에서 못 해 먹겠다고 욕 중얼거리면서 쓰고 있던 모자 바닥에 집어 던지고선 연습실 문 박차고 나가던 너를 모두 겪어 본 내 입장에서는, 음…”
싱글벙글한 웃음을 면면에 한껏 머금은 서예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내다가 마지막에 괜히 뜸 들이듯 말을 잠시 멈췄다. 지금 나보고 찔리라고 저러는 건가…?
“얼마가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이 수모를 갚아 주고 싶지 않았을까?”
서예현이 비죽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나야 같은 팀이라서 복수해 봤자 자폭 꼴밖에 더 되냐는 마음가짐으로 참았지만, 문제는 너한테 그 말을 들었던 정이서는 너랑 다른 팀이라는 거지. 나처럼 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긴 했어!”
쾅-!
드디어 풀리는 듯한 의문점에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걔는 나한테 좋은 기억이 없었을 텐데도 굳이 먼저 다가와서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면서 도와주는 척을 한다는 게!”
비록 회귀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이상한 점이었지만, 그리고 현재도 류재희와 서예현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갖지 못했던 의문점이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매애애우 수상했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참 다행이다.”
서예현이 세상 멍청한 놈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짝짝 박수를 쳐 주었다.
내부 고발이 그저 선의가 아니었다니! 나도 정이서 그 낙하산 새끼의 복수 망태기에 들어 있었다니!
“형이 의리에 죽고 사는 인간이라는 걸 그때 파악했을 확률이 높네요. 형이 단순하다 만치 투명한 거야 며칠만 형을 지켜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고요.”
류재희가 제 추리를 정정했다.
“그래서 내부 고발이라는 키로 KICKS랑 형 사이를 벌려 놓고 자기랑 유대감 비스무리한 걸 쌓아 가게 만든 것 같아요. 일단 뒷담을 전해 주는 것도 의리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나…?”
“KICKS 멤버들이 형들, 그리고 우리 뒷담만 안 했으면 그 낙하산 선배님이 이든이 형을 그런 식으로 이용해 먹을 생각도 못 했을 텐데. 절반은 KICKS 책임이네.”
김도빈이 오랜만에 또 맞는 이야기를 했다.
“하준이 형이 형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건 자기를 대하는 형의 태도로 눈치챘을 테고. 형이 알았다면 순순히 연락을 이어 나가지는 않았을 거니까요.”
“참… 이렇게 들으니까 참 더럽게도 꼬였다. 윤이든이 좀 더 섬세하거나 하준이가 좀 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 타입이었다면 쉽게 풀릴 일이었을 텐데.”
서예현이 쯧쯧 혀를 찼다.
“그럼 이든이 형한테 복수는 어떻게 한 거야? 뭐가 복수야?”
“비하인드를 알고 보니까 그날 저녁에 최현민 그 인간이 이든이 형한테 전화를 안 해서 예현이 형이 하준이 형을 안 떠밀었으면, 그래서 이렇게 전말을 알고 터트리지 않았으면 내가 봤을 때 이 두 사람 사이는 그날 기점으로 서서히 파국이었어.”
그럼 회귀 전의 정이서는 그 복수에 성공한 꼴이 된 건가.
입맛이 썼다. 내가 그렇게 감정을 막 표출하지 않았다면, 회귀 전의 나와 견하준은 그 복수극에 엮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런 비하인드가 있는지 몰랐으니까 하준이 형이 아체대에서 그랬던 게 그때는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나는 불난 게 우리 집인지도 모르고 이이제이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여전히 이해를 못한 듯한 김도빈의 표정에 류재희가 역지사지의 눈높이 교육을 실시했다.
“형이 하준이 형 상황이라고 생각해 봐. 이든이 형한테 섭섭해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내가 하준이 형 상황이면… 으음…”
진지하게 몰입에 빠졌던 김도빈이 어느 순간 나를 반려견 유기한 인간 말종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지도 죄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시꺼, 인마. 서로 섭섭한 거 풀었으면 끝난 거야. 안 그러냐, 준아?”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너한테 제일 처음 그 뒷담 사실을 말해 준 것도 정이서야? 왜, 네가 데뷔 초에 KICKS 놈들에게 이런 뒷담하고 있었냐고 막 쏟아냈던 때.”
견하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의 정이서도 정이서니까 딱히 내가 거짓말을 친 건 아니었다.
그렇게 한바탕 대책 논의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최현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든이 형, 하준이 형한테 안 물어봤어? 이서 형 표정이 여전히 의기양양하네?
“정이서에게 말했냐? 네가 나한테 그 사실 말했다고?”
-아니, 아직.
“잘됐네. 말하지 마.”
당황한 듯한 최현민이 무언가를 물으려는 듯 운을 뗐지만 굳이 듣지 않고 내 할 말만 했다.
“그리고 권윤성 좀 바꿔. 정이서 모르게.”
희미하게 수화기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권윤성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너도 알고 있었냐? 정이서가 견하준 자리 의도적으로 뺏었던 거?”
직설적인 물음에 잠시간 침묵한 권윤성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모르겠냐. 네가 뉴본 나간 날에 현민이가 숙소에서 애들 다 모아 놓고 밝힌 사실인데.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선 물었다.
“그래서 정이서 따돌렸냐?”
-다른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목멘 듯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린 권윤성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너도 정이서 싫어했잖아. 견하준이 데뷔조에서 팽 당한 원인이라고.
아니 시발, 여기에서 내가 왜 나와? 내가 KICKS냐?
-나도 그랬어. 걔만 아니었으면 너랑 데뷔할 수 있었는데. 그제야 견하준 쫓겨나고 그렇게 펄펄 뛰던 네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겠더라. 우습지 않냐?
“야, 너도 잘한 건 없어. 그거 다 핑계야. 마음에 안 들면 단체로 보이콧을 하든 대표실에 드러눕든 해야지, 따돌리는 게 맞냐?”
-알아. 그런데 나는 너 같이 데뷔조 박차고 나가는 미친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될 수가 없어서, 그냥 정이서를 무시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더라고. 나중에 분명히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나중 같은 소리 하네. 지금 시한폭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인마.”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리며 짜증스럽게 말하자 권윤성이 특유의 담담함을 되찾은 목소리로 툭 뱉었다.
-굳이 말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 정도면 너랑 견하준한테 보내는 사과로 충분하지?
“뭐를?”
-정이서가 견하준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들어온 거.
예상치도 못했던 말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지금이야 불화설 정도로만 엮였지, 우리가 반박한다고 이 사실을 풀면 너희도 공식적으로 엮여서 같이 오르내릴 거 아니야. 그럴 일 없게 하겠다고. 이거 때문에 연락했던 거 아니야?
회귀 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이 사실이 세상에 나오지 않고 묻혔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