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5화(35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5화
내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동안 왜 아무도 긍정을 안 해 주냐고 서예현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하와이 가지 말자는 소리는 안 하네? 나였으면 벌써 그걸로 협박 몇 번 했을 텐데.”
여름옷을 대충 개어 캐리어 안에 집어넣으며 감탄사 섞인 말을 내뱉자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너무 인성 짜쳐 보이잖아. 나는 네가 아니야.”
욕인가…? 태훈 형에게 꽤 들은 단어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형도 칭찬의 의미로 쓰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형이 제일 고생한 건 다들 알지.”
견하준이 달래듯 서예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감동에 가득 찬 얼굴로 저를 돌아보는 서예현을 보며 짐짓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친 견하준이 덧붙였다.
“물론 우리 승리의 결정적인 이유는 마지막에 알테어랑 잔액 체인지였지만?”
“하준이 너마저…!”
“농담이야, 농담.”
저렇게 농담 따먹기도 다 하고, 견하준도 서예현이 꽤 편해지긴 한 모양이다. 서예현이야 진작부터 나보다 견하준을 더 편하게 여겼던 건 다 티가 났고.
다들 하와이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부터 공항 패션까지 생각하느라 잔뜩 들뜬 모양새였다. 오랜만에 숙소가 활기에 찬 것 같아서 보고 있으니 괜히 흐뭇했다.
“위아래 아이다스로 맞춰 입고 다니면 좀 그런가. 그게 그냥 입고 가서 굳이 수영복으로 안 갈아입고 바로 다이렉트로 바다 들어가기에는 제일 편한 복장이긴 한데.”
“인증샷 찍혀서 돌아다니면 아이다스 코리아가 감동 받아서 형을 평생 모델로 쓰지 않을까요.”
“나 이제 슬슬 줄 없는 것도 입고 싶다. 세상에 스포츠웨어가 얼마나 많은데 평생 세 줄짜리만 입어야 하면 너무 슬프지 않냐.”
카메라가 따라붙는 건 아니었지만 우리끼리라도 브이로그를 찍어 보기로 했기에 거지 같이 입고 돌아다니기에는 영 찜찜했다.
진작 짐을 다 캐리어에 욱여넣고 다른 멤버들이 짐을 싸는 것을 구경하던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툴툴거렸다.
“하와이안 셔츠를 챙긴 사람이 예현이 형밖에 없단 말이야? 다들 하와이를 가면서 하와이안 셔츠를 안 가져가다니. 이 그룹 너무 이상해.”
“하와이안 셔츠를 안 챙긴다고 멀쩡한 사람들한테 이상하다고 하는 네가 더 이상하다, 인마. 그리고 나도 챙겼거든? 네 거랑 예현이 형 거보다 덜 요란해서 그렇지? 심지어 너는 셔츠도 아니고 후드티잖아.”
아직 캐리어에 넣지 않은 셔츠를 들어 올려 흔들며 반박했다. 패션의 F자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남의 패션을 지적질이야?
“나는 너무 요란한 패턴은 싫어.”
마지막 옷을 개어 캐리어 안에 들어 있는 옷더미 위에 턱 얹으며 견하준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견하준이 챙긴 사복은 큰 로고나 패턴 하나 없는 그런 재미 없는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촌스러워. 하와이안 셔츠는 내 패션 추구미에서 너무 멀어.”
류재희가 헹, 코웃음을 내뱉으며 당당하게 제 옷을 들어올렸다. 아무리 봐도 내가 새로 산 옷과 존나게 비슷했다.
그런 류재희를 본 김도빈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귓가에 다 들리게 속닥거렸다.
“그래? 류재 네가 그렇게 따라 하는 이든이 형도 하와이안 셔츠를 챙겼다는데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괜찮은 거 하나 살까? 내일까지 배송 오면 충분히 입고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막내야, 정신 차려. 하다 하다 네가 김도빈한테 넘어가면 어쩌자는 거냐.
“정 입고 싶으면 그냥 하와이에서 셔츠 한 장 사. 그리고 줏대 있게 좀 살아라, 막내야. 추구미가 있으면 그걸 추구해야지.”
“형이 제 추구미에요.”
류재희가 쓸데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희 또 그거 한 번 해야죠. 큐티빠띠 공항 패션쇼.”
하와이안 무늬 후드티와 더불어 대체 어디에서 사 온 건지 궁금증까지 들게 하는 토끼 귀 후드티를 들어 올린 김도빈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심지어 저건 털도 복슬복슬해서 더 끔찍했다. 물론 김도빈은 끔찍이 아닌 깜찍이라고 열심히 우겨 댔지만 말이다.
“큐티빠딴가 뭔가 그걸 굳이 해야 하는지 레브 제641회 회의로 정하자.”
그놈의 망할 고양이 귀 후드티를 입고 출국 사진이 찍히는 끔찍한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토끼는 더 싫어, 시발.
“에엥, 형답지 않은데요. 서얼마 쫄?”
내 눈앞에서 토끼 귀 후드티를 흔들며 김도빈이 깝족거렸다.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뚜둑, 손을 풀었다. 내가 요즘 많- 이 유해졌지.
“너는 형한테 쫄이 뭐냐, 쫄이. 내가 네 친구냐? 어?”
“제가 잠시 쩌리의 본분을 잊고… 하하.”
빡세게 웨이트한 팔뚝으로 김도빈의 목을 꾹 조이며 목 마사지를 선사해 주자 김도빈은 곧바로 수그러들며 참회했다.
“자, 그러면 레브 제641회 회의. 굳이 도빈이가 사 온 저 끔찍한 옷을 입고 공항 패션 포토 뉴스에 박제되어야 하는가.”
“평범하게 잘 입은 공항룩은 딱히 이슈가 되지 않지만, 이런 유니크하고 큐티한 공항룩은 무조건 이슈가 됩니다. 이건 이든이 형의 고양이 귀 후드티 패션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던 사안이에요.”
제일 먼저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열정적으로 제 의견을 한껏 피력했다.
“그래? 나는 평범하게 잘 입은 공항룩으로도 충분히 이슈 탈 자신 있는데?”
입꼬리를 비죽 올려 웃으며 당당하게 턱을 추어올렸다. 패션 하면 윤이든, 윤이든 하면 패션 아니겠냐.
“이번 패션으로 증명해 줄 테니까 저 끔찍한 토끼 귀 후드티를 걸고 내기하려거든 나는 일단 빼 주라.”
이렇게 되면 또 저 끔찍한 벌칙에 당첨될까 봐 쫄린 티를 내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회피가 가능!
“형, 이렇게 혼자 빠지시면 안 되죠. 레브는 하나. ‘5-1=0’ 몰라요?”
…할 리가 없지. 눈치 빠른 류재희 덕분에 내 탈주 시도는 불발로 돌아갔다.
“그래, 기왕 도빈이가 샀으니까 이번에도 한 번 하자.”
서예현이 자신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표정으로 동의를 얹었다.
류재희야 이런 거에는 굳이 빼지 않는 성격이었고, 견하준은 ‘굳이?’라는 표정으로 있긴 했지만 다수결의 의견에 순순히 따를 터였다.
“자자자, 그럼 빠르게 레브 제642회 회의로 넘어갑시다! 누가 이 후드티를 입고 인천공항 포토존에 설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될지 영광의 1인을 정하는 방식!”
“그렇게 영광스러운 거, 네가 하면 안 되냐…?”
“그때처럼 사다리타기로 해요. 자기가 줄 긋는 거라 아무도 서로 원망 안 하고 좋았잖아요. 가위바위보로 그냥 결정하는 것은 너무 스릴 없음요.”
류재희의 의견에 따라 벌칙 수행 1인을 뽑는 과정은 사다리타기로 결정이 됐다.
네 개의 X와 한 개의 O가 밑에 그려지고, 치열한 가위바위보 끝에 위쪽에 이름이 차례로 적혔다.
수능 OMR을 체크할 때보다도 더 신중하게 줄을 그었다. 마지막 한 줄을 그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과거에 그 한 줄을 그은 것 때문에 벌칙에 당첨됐음을 상기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이거 지금 공개하지 말고 우리 출국 날 아침에 공개해요. 옷 다 입고 나서. 그게 더 재밌잖아요.”
김도빈의 아이디어에 여전히 포스트잇으로 대충 가려진 사다리타기 판은 냉장고 문에 고이 붙여놓았다.
“다들 미리 해 보기 금지!”
신신당부를 하는 김도빈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거나 거실 소파에 늘어졌다.
류재희가 거실 소파에 널브러진 나를 툭툭 쳤다.
“형, 정이서한테는 언제쯤 터트릴 예정이냐고 물어봤어요?”
“너 그렇게 이름 부르다가 습관 돼서 방송에서도 그러면 어쩌려고.”
“제가 그 정도로 무신경한 놈은 아니라서요.”
“아직 안 물어봤는데, 왜. 지금 물어봐야 할 이유가 있어?”
“기왕이면 마음 편하게 놀러 가는 게 좋잖아요.”
그걸 신경 쓰는 건 너지 나나 김도빈은 아닐 거라고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류재희의 코칭을 받아 정이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단 권윤성한테 나랑 화해한 티 내지 말고, 최현민한테도 나한테 그 비하인드 전했다는 거 정이서 앞에서 티 내지 말라고 확실하게 전달해 놨어.”
정이서에게 당장이라도 티 내고 싶어 안달이 났던 최현민의 목소리를 회상하자 좀 불안하긴 했다.
“최현민은… 권윤성이 알아서 잘 단속하겠지. 예전부터 걘 내 앞에서는 깝족거렸는데 권윤성 말은 또 잘 듣더라.”
그때야 그 깐족거림이 밉진 않았다만 사이가 틀어진 지금은 영 거슬리는 최현민의 단점으로 변모했다.
최현민에게 몇 번 시비를 당한 입장으로서 동조해 줄 줄 알았던 류재희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최현민은 형이랑 KICKS 리더랑 다르게 대한 거예요, 그럼?”
“그렇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 자식, 사람 차별하나?”
빠득 이를 갈자 류재희가 혀를 찼다.
“그 차별의 수혜자가 형인데 왜 이를 갈고 그래요.”
“내가 수혜자라고? 권윤성 앞에서는 말 잘 들으면서 내 앞에서만 깝족거렸는데 내가 왜 수혜자야?”
알려주기 싫은데 특별히 알려준다는 표정으로 류재희가 내 의문에 답해 주었다.
“형이 약간 그런 인간상을 좋아하잖아요. 형한테 적당히 깝족거리면서 치대고, 형 앞에서도 안 쫄고 할 말 하는 인간상. 그런데 안 할 말은 하면 안 되고. 물론 이건 형보다 나이 어린 사람 한정.”
“음, 맞는 말이긴 해. 그런데 왜 이렇게 최현민은 꼴보기가 싫지?”
“당연히 형 눈 밖에 났으니까 그렇죠. 원래 사람이 한 번 눈 밖에 나면 뭘 해도 아니꼬워 보이는 법 아니겠어요? 전에 뉴본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제법 예뻐했을 거 아니에요.”
그랬긴 했지. 류재희급은 아니어도 현재의 김도빈을 대하는 것보다는 더 예뻐하긴 했다. 그래서 배신감도 더 심했고.
“그렇게 형 맞춤형으로 대한 걸 보면 최현민 그 인간도 눈치는 있나 보네요. 자강두천끼리 눈치게임 잘해 보라고 하죠. 둘 다 서로가 서로에게 엄청 눈엣가시일 텐데.”
막내가 악당처럼 웃었다. 타이밍 맞게 또 다른 악당한테 문자 답장이 도착했다.
[정이서- 글쎄요, 기왕이면 연말 시상식 전에나 터트릴까 싶은데] 오후 8:30 [정이서- 이든 씨 생각은 어때요?] 오후 8:31어떠긴 뭘 어때. 속으로 투덜거리며 답장을 작성했다.
[그쪽 좋을 대로 하셔야지]“아니에요, 형. 이건 너무 시비 거는 것 같이 보여요. 딱 봐도 띠꺼움이 이 한 문장에 온몸으로 드러나고 있잖아요. 이렇게 보내면 바로 저쪽에서 수상함을 캐치해 버리죠.”
다시 류재희의 첨삭을 받아 답장을 보냈다.
[오, 그거 괜찮다] 오후 8:53 [시상식 전에 터트려야지 그 자식들 의기양양한 면상을 안 보지] 오후 8:54회귀 전의 나한테 일어났던 모든 비극들의 절반 정도는 사실 내가 머리를 안 쓰고 살아서 일어났던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