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7화(35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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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당일 아침의 숙소는 바쁘게 북적였다.
반팔 티 위에 느슨하게 머플러를 묶고 숏코트를 걸쳤다. 입지 않고 어깨에만 걸치는 게 나름의 포인트였다.
패셔너블하면서 바로 겉옷과 머플러를 벗어던지기만 해도 바로 여름 패션이 되는 편리함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패션이었다.
내가 포기한 건 오직 따뜻함뿐이다.
거울을 보고 마지막으로 선글라스를 턱 얹자 머리를 빗고 있다가 내게 밀려난 김도빈이 내 복장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형, 안 추우시겠어요?”
두툼한 기모 후드티를 입은 김도빈을 보며 혀를 찼다. 저 후드티 광인 자식. 또 후드티냐.
“추위는 잠깐이지만 사진은 영원하잖냐.”
왼쪽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멋들어지게 말하자 류재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또 내가 막내한테 존경심을 적립하는구나.
아무래도 지능으로는 존경받기 그른 것 같으니까 패션으로라도 열심히 존경을 쌓아 놓자. 그래야지 나중에도 지능 외주를 맡기기가 한결 쉬워지지.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목도리를 모양새 없이 칭칭 목에 감은 김도빈이 내게 타박했다.
“좀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이러다가 형이 올해 겨울 감기 환자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요.”
“내가 왜 그 원인이 돼?”
“우리는 따뜻한 나라로 떠나지만 형을 따라 하는 사람들은 이 겨울의 영하 온도 추위를 버텨야 하잖아요.”
“알아서 하겠지. 추위보다 패션이 더 중요한 사람들도 있는 법 아니겠냐. 본인의 신념을 지키겠다는데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이게 과연 유행할까 싶었지만 DTB 4에서 대체 왜 유행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도 아무튼 내가 유행시켰던 패션들을 떠올려 보면 이 패션도 유행할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심드렁하게 김도빈의 말에 대꾸하며 목도리나 좋게 다시 매라고 머리를 마구 헤집어 주니 그 끔찍한 벌칙 후드티를 들어 올린 김도빈이 씩 웃으며 말했다.
“형이 당첨되길 빌어 드릴게요. 이거 복슬복슬해서 따뜻해요.”
“아주 저주를 해라, 저주를. 왜, 내가 당첨되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지 그러냐.”
머리를 헤집던 손이 꾹꾹 아프게 정수리를 누르자 후다닥 내 손길의 범위에서 벗어난 김도빈이 아주 4면으로 꽁꽁 테이프가 붙어 봉인되다시피 한 사다리타기 판을 떼어 왔다.
“자자, 드디어 제가 특별히 공수한 이 토끼 후드의 주인을 뽑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모두 죽상을 한 채로 사다리타기 판 주변에 둘러앉았다.
스케줄 하러 나가는 길에 팬서비스를 하는 것과 휴가 나가는 길의 사복 패션 취향을 오해받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이 사다리타기 판을 오늘까지 지키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김도빈이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은근히 뼈 있는 말을 내뱉었다. 그냥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결과 미리 보고 고치려 한다고 오해나 받는 이 형은 억울해요.
펜은 뭐, 선이 하도 흐릿한 것 같아서 좀 더 확실히 그어 주려고?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하자 김도빈이 대놓고 꼽 주는 듯한 한숨을 뱉어 냈다. 그래도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건 그래도 내가 김도빈한테 많- 이 유해졌다는 뜻이겠지.
저 독한 놈은 나를 가오 빠지는 놈으로 만들어 놓고도 우리를 못 믿겠답시고 사다리타기 종이를 뒷면으로 뒤집어서 모서리마다 두꺼운 투명테이프를 붙여 놨다.
결과를 가린 포스트잇 다섯 장을 시원하게 떼어 버린 김도빈이 나를 돌아보며 권유했다.
“장유유서니까 이든이 형이 제일 먼저 하시죠.”
“장유유서면 맏형인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얜 셋째잖아.”
서예현이 불쑥 끼어들어 맏형의 권위를 내세웠다.
이런 걸로 리더의 권위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더의 권위는 레브에 원래 없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가장의 권위면 몰라.
“그래, 도빈이 네가 리더도 아니라 장유유서라고 했으니까 예현이 형이 제일 먼저 해야지, 어쩌겠냐.”
내 양보로 첫 순서가 된 서예현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제발, 아- 제발… 왜 자꾸 꿈은 반대라는 말이 생각나지…?”
김도빈이 실수한 주인을 보는 개 같은 눈으로 자꾸만 서예현을 곁눈질했다.
점점 O에 다가갈수록 서예현의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이제 딱 하나의 사다리만 남겨 둔 상태. 서예현의 손가락이 마지막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딱 한 줄.
그 한 줄로 인해 서예현은 벌칙 의상에 당첨될 위기를 성공적으로 회피했다.
“으아아아! 조상신이 도왔다, 조상신이! 와, 진짜 꿈 한 번 용하네!”
친가 쪽이든 외가 쪽이든 어디가 되었던 아무튼 감사드린다며 서예현이 감격 어린 얼굴로 북쪽을 향해 넙죽 엎드려 절을 올렸다.
선 그을 때 조상신이랑 접신이라도 했대? 왜 저렇게 조상신을 찾으면서 기뻐해?
견하준의 손가락 역시 무사히 X에 닿은 걸 보며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서예현이 그은 그 한 줄은….
“동그라미다! 당첨 나왔다! 류재, 우리 살았어!”
내가 당첨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설마 내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검은색 선이 보이지 않는 건가 싶어 선글라스를 내리고 다시 한번 사다리를 타 봤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이 패션을 포기하고 저딴 걸 입어야 한다고…? 오직 오늘을 위해서 샀다고 해도 무방한 내 옷을 내려다보며 현실 부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 복장 뒤집을 일 있는지 옆에서 서예현이 축하한다며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쳐 대고 있었다.
“잠깐만.”
그런 나를 절망에서 꺼내 준 건 견하준의 한 마디였다.
“이 선은 분명히 없었는데.”
“준아, 뭐라고?”
덥석, 견하준의 어깨를 잡으며 그게 진짜냐고 짤짤 흔들어 댔다. 고개를 끄덕이며 견하준이 슬며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어. 내가 새벽에 봤을 때 저 선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거든. 그런데 아침에 보니까 저기에 선이 늘어난 것 같더라고? 네가 막고 도빈이가 뒤집어 놔서 정확히 확인은 못 했지만.”
오우, 내가 하마터면 내 발등을 찍을 뻔했다는 소리잖아.
“그런데 이제 보니까 확실히 선이 하나 늘어난 게 맞네.”“그러고 보니까 색깔이 묘하게 다른데요? 선 굵기도 다르고?”
종이를 빤히 보던 류재희가 견하준의 말에 이어 말하자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고, 김도빈이 슬그머니 사다리타기 판에 손을 뻗으며 웅얼거렸다.
“자, 이제 끝났으니까 이건 폐기하도록 하겠-”
“패, 아니 종이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아간다.”
김도빈의 손목을 콱 잡으며 눈을 번뜩이자 식겁한 김도빈이 곧바로 종이를 놓았다. 서예현이 낚아채는 것보다 견하준이 종이를 잡아 제 눈 가까이로 가져가는 게 한 발 먼저였다.
“이거 누가 나중에 그은 거네.”
그 선을 뒤늦게 그은 놈의 정체야 뻔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예현이라든가, 예지몽은 바꿀 수 없어서 예지몽이냐고 중얼중얼대는 서예현이라든가, 자꾸만 벌칙 의상에 시선을 주며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는 서예현이라든가.
“야, 김도빈.”
부러 정색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김도빈을 부르자 김도빈의 얼굴과 몸이 오랜만에 뻣뻣하게 굳었다.
“해명할 시간 5초 준다. 5, 4, 3-”
“미인계에 넘어갔어요!”
김도빈이 순순히 이실직고했다.
“예현이 형, 조상신이 꿈에 나타나서 저 한 줄 더 그으라고 충고해 주시기라도 했어? 이런 거에만 조상신 써 먹지 말고 그 용한 조상신께 우리 정규 앨범 컴백 날짜도 뽑아 달라 그래.”
“아니, 예지몽으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서예현에게 묻자 그가 넋 나간 얼굴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대꾸했다.
윤씨 조상님이랑 이씨 조상님은 뭐 하길래 후손이 이렇게 중상모략에 빠질 뻔했는데 구해 주지도 않아?
어쨌건 룰을 어긴 거나 다름없는 그 선은 지워졌고, 그 상태로 사다리타기가 재개되면서 결과는 원래 나와야 하는 대로 뒤바뀌었다.
3초에 한 번씩 한숨을 내쉬며 벌칙 의상으로 갈아입는 서예현을 보며 속 시원하게 웃었다.
이게 바로 정의 구현 아니겠냐?
* * *
꿀사슴 @honeydeer
드디어 바니예혀니 실물 영접
누가 이런 귀여운 후드티 입고 돌아다니래
#레브 #reve #예현
(예현이한테_후드_씌우는_이든.jpg) (토끼후드_예현.jpg)
(토끼귀_걸을때마다_흔들흔들.gif) (의자에서_토끼귀_잡고_장난치는_유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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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 @reve_rung0808
@honeydeer 님에게 보내는 답글
공식 스케줄이어도 좋은 말 안 나올 텐데 심지어 애들 휴가길 공항사진…ㅋㅋㅋ
공내사진 공출목 찍지도 소비하지도 맙시다 소중한 내가수 사생활보다 알티딸 마음딸이랑 님들 눈깔 즐거울 권리가 더 중요하세요??
REVE_official @LnL_reve
[유제 Dream]일몽이들은 어느 토끼가 더 귀여워요?
(도빈이가_뒤에서_귀_세워준_귀쫑긋토끼_예현.jpg) (롭이어_예현.jpg)
#레브 #REVE #데이드림 #일몽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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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이정도면 예현이 형 인생샷 아닌가ㅋㅋ
(토끼예현_비행기_탑승사진_전신.jpg)
#레브 #REVE #데이드림 #일몽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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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일몽 @ILMONG
기사 사진 없어서 그런다고 사생짓 옹호하는 것들이 더 빡쳐
그럴 거면 팬이라고 하지를 마ㅋㅋ 데이드림 싸잡아서 욕먹이지 말고
애들이 어련히 알아서 자기들끼리 찍은 사진 올려주는데 그새를 못 참아서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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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제리 @EnYonemoretime
고영 토끼
둘 다 표정 썩어있는 거 봨ㅋㅋㅋㅋ
(표정_썩은_고양이후드티_이든.jpg) (표정_썩은_토끼후드티_예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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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영밤비 @revebb
뭐라고? 울 밤비가 공항에서 바니보이가 됐다고??
출국 못 하고 공연음란죄 뭐 이런 걸로 잡혀가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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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레브얼웨이즈아카이브 @ajdklf6854
@revebb 님에게 보내는 답글
님이 생각하는 그 바니보이가 아님
머릿속의 마구니를 좀 빼봐;;;
(토끼후드티_후드_만지작거리는_예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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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영밤비 @revebb
@ajdklf6854 님에게 보내는 답글
바람 좀 쐬고 올게….
치즈고영한번만더보고싶다 @ed_blond_wish
보인다… 미래가 보인다…
머플러+숏코트남이 길거리에 득실거릴 미래가 보인다…
(윤이든_공항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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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천국이었다.
정확히는 추운 겨울의 한국에서 벗어나 휴양지에서 놀고 먹고 자고 프라이빗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서핑 배우고 호텔 피트니스장에서 운동하는 삶만 누리는 시간이 천국이라고 해야겠지.
서예현의 칼날 같은 눈초리 아래에 한 시간에 한 번씩 썬크림을 덕지덕지 덧발라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와이에서 누리는 여유는 꽤 행복했다.
“대박 사건!”
방에 보조 배터리를 두고 왔다고 호텔에 들어갔던 김도빈이 특종을 물어온 얼굴로 헐레벌떡 프라이빗 해변의 파라솔로 뛰어 들어왔다.
“형들, 제가 누구 봤는지 알아요?”
“할리우드 스타라도 봤냐?”
선베드에 누운 채로 빨대로 음료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심드렁하게 묻자 고개를 저은 김도빈이 제게 시선이 집중된 걸 확인하고 무슨 거대한 비밀이라도 말하는 마냥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차연호 선배님이랑 케이제이 선배님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