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8화(35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8화
“음, 그렇구나.”
“알테어 선배님들이 여기 있는 게 왜?”
“너 아도라 선배님들 팬 아니었냐? 네가 좋아하던 게 아도라 선배님들이 아니라 알테어 선배님들이었어?”
“언젯적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이제 팬심보다는 후배의 마음가짐이 더 크거든요?”
알테어 멤버들과 휴가지가 겹쳤다는 건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도, 이렇게 무슨 일급 기밀 취급할 일도 아니었기에 김도빈의 호들갑은 멤버들한테 유난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심지어 개중 차연호는 같은 회귀자 유력 후보임에도 거대 폭탄을 터트린 KICKS 낙하산 정이서한테 그 비중이 밀려 버린 나머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놈이었다.
케이제이는, 흠… 생각하면 짜증 나니까 굳이 생각을 안 했다. 일단 차연호가 수를 쓴 이상, 아직까지는 신경 쓸 일이 없는 놈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룹에서 단둘이만 우정 여행을 왔든 우리처럼 알테어 멤버들이 다 같이 왔든 저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었다.
알테어와 우리가 KICKS처럼 과거가 있거나 사이가 더럽게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것도 아니고.
물론 나는 알테어와 과거가 있긴 하지만 회귀한 지금은 다 사라진 일이자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되어 버렸으니 그것도 논외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기던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춘 김도빈이 금방이라도 지하로 파고 들어갈 것만 같은 작고 낮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아니, 차연호 선배님이랑 케이제이 선배님이 싸우고 있더라니까요?”
워낙 연예계 절친으로 유명했고, 나 역시도 그 둘이 얼마나 서로한테 각별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라긴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란 건 오직 나뿐이었다. 남이 싸웠다고 해 봐야 우리 멤버들은 신경을 아예 안 쓰는구나.
“왜 다들 안 놀라요? 혹시 차연호 선배님이랑 케이제이 선배님이 같은 그룹이라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죠?”
김도빈이 내심 내가 궁금했던 질문을 대신 내뱉어 줬다.
“우리가 이 하와이를 올 수 있도록 해 준 일등 공신들인데 그걸 잊었겠어? 알테어잖아. 우리랑 같이 2만 원의 행복으로 경쟁해서 졌던.”
또 2만 원의 행복 이야기가 나오자 어깨가 한껏 치켜 올라간 서예현이 위풍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냉큼 대답했다.
또 한 번의 양상추와 오이가 만들어 낸 기적 셀프 찬양과 그걸 망친 극악무도한 피자 파티에 관한 일장 연설이 지나가고, 그 지랄이 다 끝날 때까지 멍때리고 있던 김도빈이 처음 질문을 다시 짚어 주자 서예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윤이든이랑 하준이도 싸웠는데, 뭐. 사람이 살면서 친구랑 싸울 수도 있지.”
“나도 솔직히 우리랑 관련없는 남의 팀 이야기라 그런지 둘이 싸웠다고 해 봤자, 음… 오히려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이 목소리 높이고 주먹다짐하면서 싸우는 게 더 충격이었지.”
류재희도 심드렁한 얼굴로 서예현의 말에 공감했다. 내가 주목한 건 둘이 싸웠다는 것보다는 다른 부분이었다.
“누가 선빵 날리든?”
은근하게 묻자 나를 보며 한숨을 한번 푹 내쉰 김도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든 사람들이 형처럼 주먹으로 선빵을 날리면서 싸운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세여.”
“에이, 뭐야. 그럼 심하게 다툰 것도 아니잖아.”
나랑 견하준도 한번 거쳤던 과정인 주먹다짐도 안 하고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니냐. 김도빈의 호들갑을 곧이곧대로 믿은 내가 등신이었다.
싸웠다고 해서 드디어 그 징한 우정이 갈라지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투닥거림 정도네.
김샌 얼굴로 신경을 끄려던 찰나.
“잠깐만.”
그 두 사람의 싸움 썰에 심드렁했던 류재희가 갑자기 진지하게 표정을 굳히고선 김도빈을 불렀다.
“그런데 형이 그걸 봤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서 싸웠다는 거 아니야?”
류재희가 꼬집은 부분 덕분에 다시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그러네. 도빈이가 호텔 방 호수를 착각해서 그 선배님들 방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에야. 물론 키가 없어서 들어갔을 수도 없겠지만.”
관심이 얼마나 없던지 지금까지 말 한 마디 얹지 않고 있었던 견하준도 입을 열 정도이니 말 다 했다.
“호텔 복도였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문 열고 뛰쳐 나오면서? 우리랑 같은 층이더라고요? 제가 우리 방 찾아서 복도 헤매다가 잘못 들어섰긴 했는데.”
“그냥 가볍게 다투는 정도면 그 정도야 상관 없지 않아?”
“가볍게 다투는 정도가 아니었다니까요. 제가 투닥거림 수준이었으면 말을 꺼냈겠어요?”
“그럼 어느 정돈데?”
서예현의 물음에 오른쪽 눈살을 살짝 찌푸린 김도빈이 잠깐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이 싸운 수준으로요. 거기에서 주먹질만 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분위기 완전 살벌했어요.”
음, 나랑 견하준이 싸운 그때의 상황이 꽤 시리어스하긴 했지. 그 정도로 싸운 거면 그쪽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일부러 불화설을 만들 생각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그 정도 수준으로 싸웠다는 건, 그걸 자각도 못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거 아니에요?”
류재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김도빈을 향했다. 뒤늦은 관심이 영 아니꼬왔는지 김도빈이 입을 댓 발 내밀었다.
“다들 관심 없었으면서 왜요?”
“뒤끝 부리지 말고 얼른 들은 거 풀어 보기나 해 봐. 뭐 때문에 싸우든?”
그저 친구 간의 가벼운 다툼은 재미없어도, 절친끼리의 심각한 싸움 썰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지.
무엇보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지 않은 상태의 강 건너 싸움 구경이니.
그리고 꼭 재미만이 아니더라도, 친구 대신 와서 매달릴 정도로 그렇게 절절했던 인간들이 왜 사람 시선 생각도 안 하고 싸워 대서 김도빈한테 들키게 된 건지 궁금하긴 했다.
“쓰읍,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일단, 갑자기 객실 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케이제이 선배님이 먼저 뛰쳐 나왔어요. 그 뒤로 차연호 선배님이 쫓아 나왔고요.”
“그런데 잠깐만. 네 앞에서 싸웠다고?”
“그럴 리가요. 바로 복도 코너에 착 등 붙여서 숨었죠. 첩보 영화 주인공 된 기분이었다니까요.”
“알았으니까 제임스 본드 포즈 그만 하고 빨리 왜 싸웠는지 풀어 봐.”
“휴대폰 어쩌고 하던데…. 왜 함부로 봤냐고 케이제이 선배님이 엄청 화내면서 따지시고.”
서예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거 커플 싸움 단골 소재 아니야?”
“오, 케이제이가 메신저로 차연호 뒷담 깠나 보다.”
“이든아, 혹시 모르니까 선배님 호칭은 붙이자. 도빈이가 저 둘 싸움을 엿보고 온 것처럼 지나가다가 누가 들을 가능성이 없진 않으니까.”
“오케이.”
하도 속으로 케이제이랑 차연호라고 불러 재껴서 입에 붙어 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차연호 선배님은 그 뒤 쫓아가면서 왜 말 안 했냐고 케이제이 선배님 못지않게 화내시더라고요.”
“뭐를 말 안 했대?”
“그건 제가 그 선배님들한테 들켜 버려서 몰라요. 하필 걸어와도 제가 숨어 있던 복도 코너로 올 줄이야.”
김도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맹하게 웃었다. 자랑이다, 인마. 그래 놓고 첩보 영화 주인공 운운을 해? 첩보 영화 주인공이 꽁으로 보이든?
“그래서, 들킨 그 뒤는 어떻게 됐냐?”
“케이제이 선배님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고, 차연호 선배님이 굉장히 정색한 얼굴로 봤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대답 대신 최대한 밝게 웃었죠. 입꼬리 경련 일어나는 줄.”
김도빈의 미소를 보고 주춤한 차연호는 더는 추궁하지 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단다.
“왜 대답 안 하고 웃었어?”
같은 그룹 동생이지만 김도빈의 정신머리는 한 번씩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못 봤다고 하면 못 믿고 계속 캐묻잖아요. 제 서브컬쳐 경력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주는 미소 한 방이 제일 최고예요. 그러면 ‘만만한 놈이 아니구나!’하면서 조심스러워지거든요.”
“미친놈이거나 귀신 들렸거나 둘 중 하나인 줄 알고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김도빈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타박을 하는 동안 고심하고 있던 류재희가 입을 열었다.
“뭐지? 설마 케이제이 선배님이 재계약 안 하고 혼자 소속사 옮기려고 했나?”
“구멍 가게급인 우리 LnL도 아니고 3대 대형 중 하나인 신월인데?”
“우리가 모르는 비하인드가 있을 수도 있지. 대형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 남들이 보기에는 몸집 불린 현재의 LnL도 꽤 괜찮은 소속사로 보이듯이.”
김도빈의 반박에 류재희가 똑소리나게 재반박했다. 류재희가 대형 소속사 연습생 출신이라 더 믿음이 갔다.
서예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류재희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일단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설은 그거네. 마약이었으면 ‘왜 말 안 했냐’ 정도로는 안 끝났을 거 아니야.”
“그렇지. 아무리 차분한 사람이라도 제일 친한 친구가 마약 구매를 했다는 걸 그렇게 마주하게 되면 그런 반응이 안 나오지.”
나를 힐긋거리면서 덧붙이는 견하준을 향해 눈썹을 치켰다.
“왜 나를 보면서 그래…? 나 마약할 생각 단 한 톨도 없어!”
“그냥 몰입용이야.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면 제일 비슷한 내 상황에 대입해 봐야 하지 않겠어?”
마약 때문에 그렇게 절친했던 리번한테 죽빵을 갈기고 인연을 끊은 지원이 형을 생각하자 견하준은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음, 나였다면 예전이었다면 엮이기 싫어서 가타부타 안 하고 인연 끊었겠지만.”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견하준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정신 차리라고 쓴소리 좀 해주고, 다 묶어서 중독 치료라도 꾸준히 끌고 다녀야겠지?”
그렇지 않아도 마약 같은 걸 할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견하준의 저런 반응을 보니 더더욱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만 두터워졌다.
일단 서예현과 견하준의 생각처럼 마약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케이제이가 마약을 빨았던 기억은 확실히 없었다. 만약 그랬으면 내가 케이제이를 지칭하는 말에 약쟁이 새끼라는 단어도 꼭 들어갔겠지.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케이제이는 신월을 나오지 않는다. 알테어 전원이 재계약했다는 기사를 회귀 전에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쫓겨난, 그 망할 기획실장이 버티고 있었던 회귀 전의 LnL에 몸담고 있으며 ‘신월이 좋긴 좋나 보다-.’라고 한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상한 놈으로 찍혔을 김도빈을 이용해서 차연호를 슬슬 긁어 볼까? 도움 되는 정보 몇 개쯤은 뱉어 주지 않겠어? 예를 들면 조작된 기억을 되돌리는 방법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