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5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59화(35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59화
김도빈이 ‘케이제이가 차연호 썸녀 뺏음’ 썰을 진지하게 주장하다가 류재희한테 정수리를 꾹꾹 눌리는 걸 구경하며 컵 안의 음료수를 빨대로 쭉 빨았다.
김도빈의 의심처럼 치정 문제로 케이제이와 차연호가 다툴 확률은 음…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듣고 보니 가능성 없지는 않은 소리 같기도?
“아니, 왜? 이것도 나름 가능성 있지 않아?”
“아니지, 형. 썸녀를 뺏었으면 ‘왜 말 안 해 줬냐’가 아니라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가 나왔겠지.”
류재희의 반박에 또 팔랑귀가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점점 멤버들이 속닥이는 가설이 늘어날수록 그 둘이 싸운 이유에 관한 궁금증도 커져 갔다.
KICKS였다면 권윤성이나 입 가벼운 최현민이나 내부 고발자로 쓰고 있던 낙하산한테 슬쩍 찔러 볼 수라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알테어에는 그렇게 써먹을 수 있는 멤버가 없었다.
‘작곡가 문제는 차연호가 해결했을 텐데?’
툭툭, 선배드를 손가락으로 치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뚝, 멈췄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괜히 있겠냐.
작곡돌, 프로듀싱돌.
그룹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인 음악을 담당하고 있다는 타이틀이 주는 명성과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다. 물론 들어오는 돈도 말이다.
그 파이를 남이랑 계속 나누고 싶어 할까, 과연?
호박씨 까는 그런 짓을 하는 놈들 대가리에서 하는 생각이야 뻔한데? ‘남들 다 하는 거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돼’ 이거 아니야.
케이제이가 차연호에게 공유하지 않은 정보가 회귀 전의 알테어의 추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바로 그 일이라면?
“여기 맥주펍 가면 안 돼요? 해산물 어제 먹었잖아요.”
“도빈아, 네 주량을 생각하자. 해외 식당에서 오바이트하는 거 찍혀 봐. 무슨 말을 들으려고.”
어느새 추리하는 것도 질렸는지 멤버들의 대화 주제는 이미 알테어 두 멤버의 싸움에서 오늘의 저녁 메뉴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오랜만에 막내의 뇌를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지능으로 날카로운 추리를 펼치느라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김도빈을 쓰윽 돌아보았다.
김도빈이 보인 모습은 그 의심병 말기 환자 차연호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을 터였다. 그리고 김도빈은 씹덕이라 제일 먼저 차연호에게 의심을 샀던 견하준처럼 이상한 헛소리로 치부하지는 않을 테고.
이제 차연호를 불러내서 김도빈과 차연호, 이렇게 두 사람만 대면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형.”
목소리를 한껏 낮춘 류재희의 부름에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자 서예현을 향해 몰래 손짓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 다. 입. 수.
입모양으로 소리 없이 말하는 류재희의 모습에 가볍게 팔을 풀며 몸을 일으켰다. 견하준은 이미 휴대폰 카메라를 켠 채로 우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지금 이 땡볕에 고민해 봤자 답이 나오겠냐. 내 머리만 아프지. 시원한 물에 머리 좀 식히고 생각해 봐도 될 문제였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서예현에게 다가갔다. 김도빈과 류재희가 서예현의 양쪽 팔을 각각 덥석 잡은 걸 보고 나도 서예현의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야, 야! 이거 뭐야! 안 풀어? 야, 너희 나 바다에 던지려고 그러지!”
서예현이 버둥거렸지만 당연하게도 우리 셋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거 한 번 해야지.”
“나 바다 들어갔잖아! 내가 지금까지 와서 바다를 한 번도 안 들어갔으면 몰라! 내 발로 걸어 들어갈 테니까 빨리 내려!”
“그런데 던져지는 건 한 번도 안 했잖아.”
“왜 난데!”
“그야 형이 제일 가벼우니까. 도빈이가 펄떡거리는 건 감당하기 힘들잖아.”
팔씨름 순위가 꼴찌인 것도 한몫했지만 그 말을 꺼냈다가는 서예현이 제 힘을 보여주겠답시고 미쳐 날뛸 것 같아서 속으로 조용히 삼켰다.
“아오, 입수 피하려고 살찌울 수도 없고!”
빠져나갈 길을 찾아 고개를 휙휙 돌려 대던 서예현의 눈에 견하준이 들어왔는지 서예현이 휴대폰 카메라로 우리를 촬영하고 있던 견하준을 애타게 불러 댔다.
“하준아아악!”
손을 흔들어 준 견하준이 서예현의 일말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박살 내 주었다.
“먼저 들어가 있어, 형. 따라 들어갈게.”
“그래, 너도 레브지…”
이제는 다 포기한 듯 버둥거림도 멈추고 몸에 힘을 쭉 뺀 채로 덜렁덜렁 들려가던 서예현이 제 머리를 더듬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외쳤다.
“하준아! 나 구해 줄 거 아니면 내 모자 좀 주워서 가져다 줘!”
“그 정도는 해 줄게.”
해변에 떨어진 서예현의 모자를 주운 견하준이 모자를 가볍게 흔들었다. 어느새 모래사장이 끝나고 바닷물이 우리의 발목을 적시고 있었다.
두어 번 서예현을 휙휙 흔들다가 바다로 시원하게 던졌다.
입수하기가 무섭게 바로 고개를 내밀고 바닷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거칠게 손으로 훔친 서예현이 흉악하게 눈을 빛내며 내게로 달려왔다.
온 몸을 던져 나를 붙잡아 기어이 바닷물에 처넣은 서예현이 다음 사냥감을 향해 눈을 빛내며 달려갔다.
“아오, 짜.”
웃는 도중에 바닷물에 처박힌 탓에 입에 들어간 바닷물을 뱉으며 서예현의 손길에 바지가 내려갈 뻔한 김도빈과 모자를 건네주러 왔다가 서예현의 한 서린 손아귀에 잡혀 바닷물로 끌려간 견하준의 모습을 구경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하와이에 케이제이와 싸운 차연호의 등장이라….
하와이에 있으면서 지루하지는 않겠네.
* * *
“이 하와이의 제일 좋은 건 우리가 갔던 홍천 귀곡펜션처럼 공포 현상에 덜덜 떨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야, 그거 다 페이크다큐라고 했지. 우리가 갔을 때 귀신 나왔든?”
“아니, 노래방이! 노래방 기기가!”
“두들기니까 고쳐졌잖아. 기계는 때리면 고쳐진다니까. 그게 귀신 들려서 내가 무슨 물리적 퇴마를 했겠냐, 도빈아?”
한바탕 해변에서의 물놀이를 빙자한 서예현의 복수극을 마치고 호텔 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휴대폰을 귓가에 댄 남자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정준이 형이 방 바꿔 달라고 했다고? 아, 감사합니다.”
우리가 잡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을 통과한 남자가 객실 키를 꺼내며 수화기 너머 상대한테 말하고는 우리한테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낯익은 얼굴에 류재희가 나를 툭툭 치며 귓가에 속삭였다.
“알테어 멤버 맞죠?”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까딱이자 류재희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나도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아쉽게도 수화기 너머의 소리는 흐릿하게 들려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와 같은 층인지 불이 들어 온 층수 버튼을 보고 다시 객실 키를 집어넣은 알테어 멤버가 투덜거렸다.
“나 정준이 형이랑 자야 해? 벌써 바꿨다고? 그러면 네가 지금 연호 형이랑 있는 거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둘이 싸운….”
말끝을 잔뜩 흐리며 힐긋, 우리를 돌아본 알테어 멤버의 눈이 커졌다.
“어, 레브 아니에요?”
알아채는 거 존나 늦네. 언제 알아차리나 했다.
컴백이 몇 번 겹치고 콜라보 무대도 한 번 했던 사이니 알테어 멤버가 우리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후배님들도 휴가 오신 거예요? 저희도 단체로 휴가 왔거든요. 와,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살갑게 말을 붙여오는 알테어 멤버를 상대하는 건 그와 제일 가까이 있던 서예현의 몫이었다.
“네, 그때 저희가 같이 나왔던 2만 원의 행복 우승상품을 이제야 쓰네요.”
“그러고 보니까 그거 우승 상품이 하와이 여행권이었지! 그런데 2만 원의 행복 찍은 지 꽤 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엄청 바쁘셨나 보다.”
“시간 내기가 좀 어려웠거든요.”
짧게 스몰토크를 끝내고 알테어 멤버가 다시 통화를 이어 나갔다.
“어? 아… 엘리베이터에서 레브 후배님들 만났어. 어, 휴가 오셨다더라. 나 그 방으로 갈게.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아니면 네가 올래? 정준이 형이랑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케이제이 본명이 권정준이었던가. 차연호보다는 케이제이가 더 편하다는 건가.
“연호 형은 좀 무섭잖아.”
한숨을 푹 내뱉으며 말한 알테어 멤버가 갑자기 뻣뻣해지더니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연호 형이 우리를 갈군다는 게 아니라 워낙 타고난 표정이 냉해서, 하하. 연호 형이 우리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
너무나도 우리를 의식하는 연극톤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리 멤버가 아니라 남 일이니까 한숨이 아니라 웃음이 나올 수 있었다.
어느 팀이든 김도빈 같은 멤버는 하나씩 있는 법인가.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은 레브 인삿말 조롱 논란 어쩌고가 난 멤버였다.
솔직히 논란이 날 만한 건도 아니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한테 가볍게 묵례하고 쏜살같이 제 객실로 튀어가는 알테어 멤버의 뒷모습을 보다가 우리도 방으로 돌아갔다. 나랑 류재희, 김도빈 이렇게 셋이 쓰는 방이었다.
잠버릇이 거의 없고 조용히 자는 서예현과 잠귀 밝은 견하준이 보통 해외를 나갈 일이 있으면 방을 함께 쓰곤 했다. 이번에도 그 조합은 변함이 없었다.
“저는 알테어 선배님들 정도 되면 스위트룸 잡을 줄 알았는데, 저희랑 똑같이 객실이네여.”
“그래도 거기는 6인조니까 우리처럼 한 방에 세 명 몰아넣어질 일은 없겠다.”
소파와 별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는 엑스트라 베드에 드러누우며 한탄하듯 말했다.
내가 리더 겸 형의 권력을 사용해서 김도빈과 류재희 둘 중 한 명을 엑스트라 베드로 보내 버리는 건 내 기준으로 영 가오 떨어지는 일이었기에 그냥 내가 자처해서 엑스트라 베드로 갔다.
“어쨌건 도빈이 형이 본 건 사실이라는 소리네요.”
“류재, 설마 내가 말 지어냈다고 의심했던 거야?”
“아니, 형의 호들갑 수준까지는 아닐 줄… 진짜 심각하긴 한가 봐.”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는 김도빈의 시선을 피하며 류재희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홀로 제 방에 다녀왔다가 팩을 꺼내 얼굴에 얹은 채로 김도빈의 침대에 누워 있던 서예현이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남의 그룹 일에 신경 끄자, 그냥. 애초에 우리가 알테어랑 친한 것도 아닌데.”
“에이, 그래도 명색이 연말 콜라보 무대도 같이 한 사이잖아요.”
“그럼 뭐해. 여기에 지금 알테어 선배들 번호 있는 사람 있어?”
있었다, 차연호의 전화번호.
[차연호- 하와이라면서요] [차연호- 잠깐 만날 수 있어요?]그리고 방금 문자도 왔다.
왜 나를 만나자고 하는 거지? 설마 차연호가 김도빈이라는 헛발을 차지 않고 내가 회귀자라는 걸 눈치챘나?
무엇보다… 미래 일 물어봐도 웬만한 큰 일이 아니면 기억 못 해서 못 말해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