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0화(36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0화
문자를 막 받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니 차연호가 나를 대뜸 회귀자라고 의심할 만한 일이 전혀 없었다.
동문서답 대신 동문서소(東問西笑)를 보여준 김도빈이라면 몰라.
그렇다면 나는 만나는 장소에 김도빈을 데려가서 차연호의 삽질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김도빈이 쓸만한 정보를 물어오도록 간단하게 교육시키면 된다.
쟤가 저렇게 한 번씩 도움이 되긴 된다니까.
류재희가 지능이 필요한 대부분의 문제를 맡아 해결해 준다면, 김도빈은 내가 차마 류재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을 기막힌 우연과 운으로 해결하고는 했다.
“왜 그런 얼굴로 보세요…?”
내 시선을 눈치챈 김도빈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봤는데?”
“훈련 잘된 개를 보는 개 주인 같은 눈빛으로요.”
“네 스스로를 깎아내리면 쓰…. 잠깐만, 개라고 하는 게 깎아내리는 건가…? 사람보다 개가 더 나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애견인으로서 내가 이렇게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져도 되는 건가?”
“그런 걸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 안 해도 돼.”
끝도 없이 늘어나는 내 진지한 고찰을 견하준이 단호하게 잘라 냈다.
[언제 어디서 볼까요?]차연호에게 간단하게 답장을 보내자 시간과 장소가 적힌 답이 곧바로 도착했다.
또 차연호의 헛발질을 구경할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이번에는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인가.
게다가 착각하게 된 멤버가 견하준도 류재희도 아니고 김도빈이라니. 아무것도 모를 차연호한테는 비극이었다. 그걸 지켜보는 나에게야 희극이겠지만.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하와이 day 4, 오늘의 베스트 컷입니다.
(윤이든_썬베드_누운_사진.jpg)
(바다에서_누군가를_쫓아가는_서예현.jpg)
(윤이든_셀카.jpg)
위에 한 장은 photo by 막내, 나머지 두 장은 photo by me입니다. 막내의 사진 촬영 실력이 날로 일취월장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ㅋㅋ
예현이 형이 쫓아가는 사람은 나중에 올라올 vlog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한껏 기대에 찬 상태로 오늘도 팬카페에 글을 올려 위클리 퀘스트를 완료했다. 날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답시고 무언가를 하긴 하는 덕분에 프롬 게시글을 올리기 한결 쉬웠다.
-하나도 안 탔네 피부 뽀얀 거 봐
-예현이 왜 저렇게 악에 받친? 표정이지?ㅋㅋㅋㅋ 사진 생동감 보소ㅋㅋㅋ
-재희가 사진 잘 찍어 주긴 했는데 그래도 이든이 네 셀카는 못 따라온다ㅋㅋ
-벌써 보고싶당 애들아ㅠㅠㅠㅠ
글이 업로드되기가 무섭게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DTB 4 콘서트부터 연말 시상식 무대까지, 볼 일이 많긴 하지.
약속한 시간에 가까워지자 김도빈을 잡아끌고 객실 문으로 나섰다.
“우리 산책 좀 하다 온다.”
“야, 너희 또 밖에 나가서 뭐 사 먹고 오려고 그러지! 저 조합이 딱 그거네!”
서예현이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쫓아오려고 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타파하고 객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목소리를 낮춰 김도빈에게 신신당부했다.
“만약 차연호 선배가 너한테 왜 따라왔냐고 물어보면 네가 따라온다 했다고 해.”
“엥? 형이 저보고 따라오라고 했잖아요.”
“도빈아, 혹시 거짓말을 하면 정직도가 깎이기라도 하냐?”
“오, 형도 웹소 보세요? 아님, 웹툰? 뭐 보세요?”
웹툰이나 웹소가 아니라 이런 씹덕 같은 현상이 내 현실이라고, 젠장.
아무튼, 꼭 그러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만약 차연호와 둘이 독대했을 때 김도빈이 해야 할 말을 전했다.
“무조건 오는 게 있어야지 가는 게 있다고만 말해. 알았지? 그 후로 만약에 네게 개인적인 연락이 오면 전화는 받지 말고 문자로 하라고 하고 바로 형한테 보고한 후에 휴대폰 넘기고.”
“이거 뭐예요? 저 찐으로 첩보예요?”
김도빈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구구절절 가짜 사연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류재희나 견하준이나 서예현이었으면 절대 이렇게 넘어가지 않고 어떻게든 이유를 들었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또 급조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다가 의심 어린 눈초리와 추궁만 들어먹었을 텐데.
김도빈이 괜히 대견해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드디어 차연호와의 만남의 장소에 도착했다. 미리 약속 장소에 서 있는 차연호는 왜인지 모르게 영 정신이 빠져 보였다.
케이제이와의 싸움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내가 견하준과 싸울 때도 저 지경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나와 견하준의 우정이 저것들에게 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정신 빼놓은 상태 그대로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던 차연호가 내 옆의 김도빈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차연호의 멍한 눈빛에 서서히 안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윤이든 씨한테만 오라고 했던 거 같은데?”
가시 돋친 말에 차연호에게 보이지 않게끔 김도빈의 등을 쿡 찔렀다. 누르면 소리 나는 인형처럼 김도빈이 내가 신신당부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제가 따라온다고 했어요.”
그 말에 차연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잠시간 멍하니 김도빈을 보다가 갑작스럽게 입을 틀어막은 차연호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쳤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모양새에 당황한 것도 잠시, 차연호가 먼저 가 보겠다는 말도 없이 등을 돌려 우리에게서 멀어지자 당황은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뭐야, 자기가 오라고 했으면서. 무슨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부적절한 언행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 [그런 말은 상대가 떠나고 나서 합시다.]그럼 떠나고 난 뒤에는 해도 상관없다는 소리지? [ㄴ]를 띄우지 않은 걸 보니까 맞는 것 같았다.
흠, 김도빈이 회귀자라는 게 차연호 입장에서 그렇게 충격인가? 혹시 김도빈이 차연호한테 무슨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이라도 있나?
대체 저를 왜 데리고 온 거냐고 옆에서 징징거리는 김도빈을 조용히 시키고 나직하게 물었다.
“너 혹시 차연호 선배랑 따로 만난 적 있냐?”
고개를 끄덕인 김도빈이 곧바로 대답했다.
“네, 라디오요. 형도 기억할 걸요? 그 환장할 뻔했던 사랑해 게임 한 날 있잖아요.”
“아,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줄 알았던 그 게임? 그때 무슨 일 있었냐? 차연호 선배가 뭐 물어봤다며.”
“그때요? 으음… 제가 그때 차연호 선배님이 우리 그룹에서 제일 목소리 큰 사람 물었다고 했잖아요. 제가 그걸 음량 큰 사람으로 받아들인 바람에 처음에 잠깐 헛짚은 것 빼고는 뭐…. 딱히?”
김도빈의 대답을 들으니 차연호의 그런 태도가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래, 그런 띨띨한 면을 가감 없이 봤는데 차연호 입장에서는 충격일 만도 하겠다.
* * *
알테어 멤버, 주서진은 원래 룸메이트였던 이수민과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케이제이와 차연호는 둘 다 자리를 비웠기에 때 아닌 날벼락을 맞게 된 둘이 다시 뭉치게 된 것이다.
케이제이나 차연호나 두 사람 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팀 이미지에 지장을 줄 만한 일탈을 할 이들이 아니었기에 둘의 부재에도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두 사람이 싸운 연유였다. 지금껏 서로에게 큰 소리 한 번 내는 걸 본 적이 없던 터라 그저 가볍게만 볼 수 없는 문제였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차연호에게는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학습한 알테어 멤버들은 차연호를 건너뛰고 케이제이에게 싸운 이유를 물었지만 케이제이는 그게 왜 궁금하냐고 답지 않게 지나치게 날카롭게 반응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주서진이 거칠게 제 머리를 헤집었다.
“정준이 형은 왜 싸웠는지 말해 줬어?”
“아니, 그걸 알면 답답하지나 않지. 연호 형이야 절대 말 안 해 줄 거고. 서균이 형한테 연호 형 좀 찔러 보라고 했는데 거절당했어.”
“서균이 형도 연호 형은 어려워하잖아.”
같은 그룹 멤버이자 리더인 케이제이와 함께 그룹을 지탱하는 기둥이나 다름없는 차연호는 뭐랄까… 조금 어려웠다.
아주 가끔 화를 낼 때를 제외하곤 언제나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도, 마치 정답지를 본 듯 그룹을 성공의 방향으로만 이끌어 나가는 것도, 일정 기간 동안은 눈을 뜨고 있는 것보다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한몫했지만.
그의 신경의 대부분이 케이제이에게 쏠려 있는 것도 차연호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가끔 다른 멤버들은 차연호한테 알테어란 케이제이만 해당되는 게 아닐까- 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나 레브랑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왔잖아. 걔들한테 우리 통화 내용 들렸을까?”
“내가 말하는 내용은 몰라도 네가 말하는 내용은 다 들렸겠지. 걔네는 귀가 없어?”
“그걸로 우리 그룹 불화설 언플하지는 않겠지…?”
“글쎄, 걔네 소속사 어디였더라….”
“기억 안 나는 거 보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우리 소속사에서 알아서 막아주겠지.”
주서진과 이수민은 애써 주제를 돌리며 시시덕거렸다. 갑작스럽게 활짝 열리는 호텔 객실 문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잔뜩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차연호가 객실로 뛰쳐 들어왔다.
“형,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미소도, 포커페이스도 집어치운 채로 차연호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넋 나간 것처럼 차연호가 중얼거렸다.
처음 겪는 상황에 이어 처음 보는 차연호의 모습에 슬슬 두려워진 두 사람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어떻게 그게…! 어떻게 그딴 게…!”
혼자 남은 객실에서 차연호는 베개를 주먹으로 콱콱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오히려 잘됐다고,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 * *
차연호가 그렇게 뛰쳐 나가고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따로 연락은 없었다.
왜 둘의 싸움 현장을 직관한 김도빈이 아닌 나를 부른 건지, 그리고 용건이 뭐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형만 부른 거예요? 진짜로? 저 데려오라고 한 게 아니라?”
“그렇다니까.”
썬베드에 누워서 꼬치꼬치 캐묻는 김도빈의 물음에 건성으로 답해 주고 있던 와중.
짧게 진동음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였다.
[차연호- 너지]차연호에게서 도착한 문자는 지나치게 짧았다. 도저히 보낸 이의 의도를 읽을 수가 없는 문자에 눈썹을 치키자 뒤이어 문자 한 통이 더 도착했다.
이건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차연호- 레브 회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