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1화(36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1화
제일 먼저 내가 한 일은 손에 들린 휴대폰이 김도빈의 것인지 확인하는 거였다.
‘시발, 내 거 맞네?’
그렇다면 차연호가 레브 회귀자라고 확신을 가진 사람이 내가 맞다는 소리였다.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내 계획도 완벽했고 김도빈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김도빈이 말도 더듬지 않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말했는데.
[그게 뭔데요]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차연호- 한글 못 읽어? 뜻도 잘 이해되게 한자로 써 줄까?]모른 척 좀 하려고 했더니 존나 꼽주네.
[아니 한글이야 읽을 줄은 아는데 설마 선배님이 서브컬쳐와 현실을 헷갈리고 계실 줄은 몰라서] [그런 거 달고 사는 우리 도빈이도 그 정도는 아닌데]적당히 예의를 갖추어 다시 답장을 보내자 답이 한 5분 정도 돌아오지 않았다.
[차연호- 잠깐 만나자] [저희 그룹 멤버한테 한 것처럼 저 붙잡고 이상한 말 하시게요?] [차연호- 너도 왜 내가 이렇게 확신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궁금하다고 하면 휩쓸리는 거다. 이건 차연호와 나의 자존심 싸움이다.
이제 최소한의 예의도 집어치우고 나를 상대하고 있는 차연호를 굳이 대면까지 하면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찔러 보는 거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저 대면 요청에 응해서 만나면 그 의심이 확정이 되어 버리는 거지.
내가 계속 답장을 보내지 않자 이번에는 그쪽에서 초조해졌는지 연이어 메시지를 보내왔다.
[차연호- 너희 회사에 심어 놓은 스파이 목록] [차연호- 이 정도면 거래로 충분하지?]모르는 척 넘길 수도 있었지만….
성가셨던 곡 유출과 류재희의 두뇌를 빌려서 했던 스파이 색출 과정이 떠올랐다. 겸사 겸사 또 이 한 몸 희생해서 LnL에 기어들어 온 스파이를 색출해야겠군.
차연호한테 스파이 목록 받고 나서 입 싹 씻고 잡아떼면 그만 아닌가.
드러누워 있던 썬베드에서 몸을 일으켰다.
“형, 어디 가요? 화장실이면 같이 가요.”
“네 나이가 몇인데 화장실도 혼자 못 가냐. 그리고 화장실 가는 게 아니라 우리 객실 좀 다녀오려고.”
“딴 길로 새지 말고 바로 와.”
“형은 내가 딴 길로 새는 거 봤어? 내가 도빈이야?”
“여기에서 제가 왜 나와요?”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고 호텔로 들어가 품에 있는 객실 키를 엘리베이터에 댔다. 그리고 우리가 묵는 객실이 아닌 반대편 복도로 꺾어 벨을 눌렀다.
벌컥, 문이 열리더니 눈가가 유독 퀭해 보이는 차연호가 나를 잡아끌었다.
차연호가 나를 부른 장소는 호텔 객실이었다.
살인 멸구 후 자살로 위장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었지만, 이런 의심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김도빈처럼 느껴져서 자괴감에 관뒀다.
깔끔하게 한쪽에 세워져 있는 캐리어와 침대 위에 반듯하게 접힌 이불은 이 방을 쓰는 사람의 성격을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캐리어와 옷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고 이불이 침대 위에 뭉쳐있다시피 하는 우리의 객실과 참으로 비교되었다.
내게 손짓한 차연호가 작은 탁자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 털썩 앉았다. 나 역시 그 맞은편 의자에 앉고 입을 열었다.
“방 하나 새로 잡고 부른 줄 알았는데 본인이 묵고 있는 방으로 부를 줄이야.”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당장 방이 없다네? 그래도 키 두 개는 다 나한테 있으니까 갑자기 우리 멤버가 들어올 걱정은 안 해도 돼.”
“아, 혹시 멤버 분이 프론트에서 객실 키 받는 법도 모르시나?”
“혼자 있고 싶다고 말도 해 놨으니까 관광 끝나고 돌아와도 알아서 다른 방에 가 있겠지.”
제 휴대폰을 들어 내가 보는 앞에서 열려 있던 앱을 모두 닫은 차연호가 휴대폰을 툭, 탁자에 던졌다.
“협조하지?”
“녹음본 풀로 풀렸던 게 아주 뼈 아픈 기억이 되셨나 보네. 내가 또 그때처럼 녹음이라도 할까 봐?”
피식 웃으며 나 역시 차연호의 눈앞에서 열린 앱 모두 닫기를 누르고 휴대폰을 탁자에 던지듯 올려놓았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와 차연호는 서로를 탐색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저 차연호는 나와의 과거의 악연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그 차연호란 거지. 그런 차연호가 내게 우호적일 리가 없었다.
침착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차연호의 눈동자는 온갖 혼잡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여유도 더 없어 보였다.
“드디어 찾았네. 그쪽 회귀자가 누구인지 쭉 궁금했는데.”
“죄송한데 저는 회귀자인가 뭔가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대형이라는 그쪽 소속사가 별 볼 일 없는 저희 소속사에 심어 놨다는 그 스파이들 궁금해서 온 거지. 서브컬처에서 벗어나서 현생을 좀 사세요, 선배님.”
거짓말과 함께 공손한 충고를 곁들이자 차연호의 미간이 꿈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면 같은 미소를 덧씌운 차연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는 하도 정신이 나간 터라 하마터면 너 붙잡고 추하게 늘어질 뻔했는데, 덕분에 정신 차렸어. 찬물 끼얹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더라.”
“제가 뭘 했다고.”
“회귀자를 김도빈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김도빈의 입으로 자기가 따라온다 했다고 말하게 하지 말았어야지.”
아니, 왜?
“그렇지 않아도 대놓고 수상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말까지 하면 너무 노골적으로 ‘나 의심하세요’하는 꼴이잖아.”
빌어먹을. 내가 차연호를 손아귀에 올려놓으려 했던 비장의 그 한 수가 악수였다니.
“그리고 그 말 하라고 시킬 때 시선 코칭은 안 해 줬나 봐? 말하기 전에 너를 먼저 보고 말을 하던데.”
시바, 김도빈 등을 괜히 찔렀나 보다. 알아서 말하게 둘걸.
“차라리 네 입으로 네가 따라오라 했다고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이걸 과연 누가 먼저 꺼낸 말일까 내가 의심이라도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단순한 너랑 김도빈의 모습을 자알 봤던 터라.”
상대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내 꾀에 내가 넘어간 꼴이었다. 상대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의심하는 미친놈일 줄은 몰랐지. 역시 머리싸움은 내 전공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삭제해 봤자 회수도 불가능한 문자까지 보낸 이유를 설명하기에 겨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배 째라고 끝까지 잡아떼면 다시 김도빈 the 회귀자 설을 내세울 수 있는 건가.
“그리고 그 의심이 확신이 된 건… 너라고 단정 짓자마자 시야가 맑아지더라고.”
저 인간, 무슨 이상한 사이비라도 믿고 있는 거 아니야? 시야가 왜 맑아져?
“그렇게 사이비 보는 눈으로 보지 말아 줄래? 왜, 내가 보냈던 선물 잘 받은 거 아니었어? 너무 멀쩡해 보여서 내가 다 열받긴 했지만.”
아, 위험도였던가.
내 시스템의 초심도가 전기 충격이면 차연호가 보유한 시스템의 위험도는 시야 방해 정도쯤 되는 모양이었다.
아이폰 시리쯤 되는 시스템이 저기에도 버티고 있다면 더는 잡아떼는 게 의미가 없었다.
“설마 회귀자라는 놈이 제 조부 팔순 잔치에서 디스랩 하는 장면이나 찍혀서 인터넷에 퍼지고, 연예계에서 7년을 넘게 굴러 놓고는 눈치라고는 더럽게 없어서 라디오 미션도 눈치를 못 채고, 힙합 서바이벌에 아이돌 래퍼라는 타이틀로 나와서 그렇게 미친 짓을 해 댈지 누가 알았겠어?”
차연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가슴을 푹푹 찔러댔다. 그게 뭐 어때서.
“그래서 어제 나는 왜 불렀는데? 말하는 거를 들어보니까 나를 불러 낼 때까지만 해도 내가 회귀자라는 걸 확신하지 못했던 거 같아서 말이야.”
“마침 잘됐어. 아무것도 모르는 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아득했는데.”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차연호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팀에서 탈퇴해 줘.”
차연호가 맛이 간 듯한 눈으로 대뜸 말했다. 이게 미쳤나.
“부탁하면서 머리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삐딱하게 웃으면서 대꾸하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차연호가 이를 악물었다.
“그때랑 똑같은 말을 하네.”
“어어, 기억나라고 일부러 똑같이 멘트 쳐 줬어. 네가 내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져도 내가 네 말을 들어줬던가?”
피차 회귀 전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이상, 서로한테 차릴 체면도, 예의도 필요 없었다.
“말해 봐. 내가 왜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게 돌아가고 커리어 하이 찍고 있는 내 그룹에서 탈퇴를 해야 하는데?”
싸늘한 눈으로 차연호를 응시하며 빈정거리자 차연호가 광기마저 서린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가 탈퇴해야지 내가 회귀할 수 있으니까.”
“뭔 소리야?”
“반응을 보아하니 네가 나까지 잡아끈 건 아닌가 보네. 너도 모르고 있었나 봐?”
내가 탈퇴하면 차연호가 회귀한다고? 그 한 번으로 어떻게 확신을 하는 거지. 혹시 한 번이 아닌가? 이것도 기억의 조작?
내가 기억의 조작이냐고 의심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ㄴ]을 띄워 대던 시스템이 조용했다. 아무래도 내 추론이 맞는 모양이었다.
“회귀는 왜 하려고 하는데?”
“악재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오히려 기회더라고. 드디어 찾아냈잖아. 너랑 내가 악연이 될 만한 일도 이번 한 번의 회귀로 싹 없앨 수 있는 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말로. 우리 사이에 쌓아 놨던 악연은 이걸로 싹 청산하자.”
희열에 차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차연호를 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찾아냈다고? 설마…?
“다음번에는 네가 탈퇴하지 않게끔, 아니, 레브가 최단 시간에 1군에 들게끔 도와줄 테니까. 기억이 있으면 내게 말하고, 기억이 없어도 도와준다고 약속할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차연호가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신경질적으로 차연호의 손을 털어내며 대꾸했다.
“아니, 네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다시 그 끔찍하고 멤버들 간의 사이도, 서예현의 실력도 극악이었던 그 데뷔 초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도 애초에 없을뿐더러, 만에 하나 다시 시작하더라도 차연호의 도움 따위 필요 없었다.
자기가 전 기획실장을 갈아치워 줄 거야, 아니면 대표님 안목을 키워 줄 거야?
자신이 내민 선택지가 내게는 유혹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는지 차연호가 다른 것으로 회유를 시도했다.
“네 회귀 전의 기억은 어디까지야?”
“알아서 뭐 하게?”
“너도 있지? 시스템?”
내가 선뜻 대답하지 않아도 이미 확신을 가졌는지 차연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네 삶에 끼어들어서 좌지우지하는 그 시스템이 네 기억까지 좌지우지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어?”
기억의 조작. 견하준에게 했던 소리를 엿들었던 터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차연호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오랜 세월을 기억하고 있다면, 내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뜻이겠지.
“스물일곱.”
“거 봐. 기억 못 하잖아.”
툭 내뱉자 차연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거래 조건을 바꾸자. 나는 네가 기억 못 하는 회귀 전의 일을 알려줄 수 있어.”
내가 궁금하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전에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인 차연호가 음산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를 들면… 네 사인(死因)이라던가?”
차연호를 보는 내 눈빛에 경멸과 경악이 깃들었다.
“그 앙금 때문에 나를 60년간 스토킹한 거야? 이런 미친 인간을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