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3화(36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3화
“형! 죽은 거 아니죠? 왜 이렇게 물속에 오래 있어요! 저 식겁했잖아요!”
왁왁거리며 나를 끌어올린 김도빈이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슬그머니 목덜미를 놓았다.
차연호에게 들켜 버린 이유의 한 35%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는 김도빈을 보다가 가볍게 머리를 헤집으며 타박하듯 말했다.
“아직 안 죽었어, 인마.”
죽으려면 6년인가 7년인가 남았다더라.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 밖으로 나와 서예현이 휙 던지는 수건을 허공에서 낚아채어 머리를 탈탈 털었다. 머리가 좀 식으니 생각도 방금보다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썬베드 끝에 걸터앉아 손가락으로 썬베드를 툭툭 치며 차연호의 말을 상기했다.
차연호가 내세울 거래 조건이야 뻔했다. 회귀 전처럼 케이제이의 과오가 내 손에 들어오면 그걸 묻어 주길 바라는 거겠지.
아무래도 차연호는 내가 조작된 기억을 찾기를 바라리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만약 사고사라면 언제, 왜, 어떻게, 죽는지 대비쯤은 할 수 있을 거 아닌가. 병사면 열심히 건강검진을 받으면 되고.
그렇지만 차연호도 찾아낸 방법을 나라고 찾아낼 수 없겠어?
그리고 이전에도 시스템은 조작된 기억을 찾고 싶다면 필수 조건을 달성하라 말했던 적이 있었다.
어쨌든 방법은 존재한다는 소리였다. 그거 하나 알기 위해서 차연호와 불공정 거래를 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만약 나를 그걸로 휘두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차연호는 내게 어떻게든 오명 같은 거라도 뒤집어씌워 가며 탈퇴시키려고 하겠지.
‘아니면 그룹째 추락시키거나.’
어차피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데뷔 초로 회귀하게 되므로 나의, 그리고 멤버들의 연예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겠지만 차연호의 뜻대로 된다는 게 영 꼴받았다.
다만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이것이었다.
차연호의 말을 들어 보니 회귀를 한 번만 한 게 아닌 것 같던데 내가 극초반에 겪었던 그 짧은 회귀들에도 휘말렸는지.
그리고 내 탈퇴가 정말로 차연호의 회귀 조건인 건지. 그게 아니라면 정확한 회귀 조건이 대체 무엇인지.
이번 일은 내 과오였다. 차연호를 너무 만만하게 얕보고 있었던 내 과오.
하도 헛발질하는 모습이 멍청해 보여서 지능 수준이 나보다도 더 떨어지는 줄. 그래도 나보다는 나았을 줄이야.
나보다 눈치가 빨라 보이는 놈과 본인 정보를 넘겨 주지 않으면서 상대 정보 빼 오기 머리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니. 몸빵이 훨씬 편한 내게 제일 취약한 영역의 싸움이었다.
이건 류재희의 전문이지만 류재희한테 이런 뜬구름 잡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없고, 참…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자 내게 음료수를 건넨 견하준이 썬베드 옆에 깔린 돗자리에 털썩 앉아 물었다.
“한국에서 무슨 안 좋은 연락이라도 왔어?”
괜히 로밍했다고 후회할 만큼 한국에서의 안 좋은 연락은 꾸준히 오는 중이었다.
예를 들면 나랑 하는 듀엣곡도 딱히 없으면서 DTB 콘서트가 며칠 남았다고 놀러 갔냐고 바가지를 긁어 대는 형진이라든가.
기왕 DTB 콘서트 하는 김에 콘서트에서 선공개할 솔로곡이나 하나 내라고 나를 살살 꼬셔 대는 지원이 형이나 스코언 형님이라든가.
자꾸만 <낙서-Masterpiece> 연계 무대 연출 욕심을 키워 나가면서 내게 의견 다섯 개만 더 내 보라고 나를 달달 볶는 용철이 형이라든가.
팀 프로듀서들과 함께 부른 은 콘서트에서 Remix 버전으로 가자며 리믹스 비트 찍을 때마다 이거 어떠냐 저거 어떠냐 10~20초짜리 비트를 보내오는 공출과 BQ9이라든가.
분명히 레브 휴가를 떠나기 전에 큼직한 건 모두 처리하고 왔고, 하와이에 있는 동안 임시 휴업이라고까지 못 박아 놨건만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그렇게 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능해서인지 다들 나를 찾아 댔다.
“어어, 그래도 한국으로 당장 가야 할 만큼 급한 일은 없어.”
견하준한테 굳이 차연호와의 일을 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견하준이 내뱉었던 질문에만 적당히 대답했다.
차연호가 진짜로 순간 이성을 잃었는지, 아니면 속셈이 있는 철저한 계산하에 내뱉은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도 견하준을 서먹하게 여기리란 건 오산이었다.
내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절연 전의 추억이 너무 뼈 아파서 더는 못 있겠다 싶었나 보지.
다만 차연호의 그 말로 우리가 끝내 화해하지 못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차연호는 자기는 케이제이의 빈소를 사흘 내내 지키고 있었다며 견하준을 비난했지만 차연호가 케이제이와 손절을 쳤을 리가. 상황의 특수성 몰라? 어?
그래도, 아무리 내가 꼴 보기 싫었어도 국화꽃 한 송이는 올려주고 가지, 시발롬아.
이제는 딱히 그립지 않은 회귀 전 과거에 남겨 둔 후회, 혹은 미련이나 다름없었던 과거의 견하준을 향해 욕설과 함께 가볍게 혀나 한 번 차고 깔끔하게 날려 버렸다.
어쨌든 사망 원인만 알아내면 내가 서른 살에 죽을 리가 없으니 견하준의 1분 조문은 존재하지 않을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지금의 견하준이 내 빈소 1분런 할 것 같지도 않고.
“야, 우리 하와이 머무는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저녁에 어디 가지?”
“살 안 찌는 음식이 있는 곳.”
“징하네.”
하와이 1일째부터 5일째인 지금까지 꾸준히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서예현을 향해 고개를 내둘렀다.
“그런데 형은 하와이 와서 허구한 날 휴대폰이나 보고 있어?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
비행기에서부터 하와이에 와서까지 서예현은 쭉 휴대폰을 달고 살았다.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김도빈처럼 휴대폰을 보면서 실실 웃고라도 있으면 재미있는 서브컬쳐를 보고 있는 모양이구나- 하고 넘겼겠지만 휴대폰 화면을 쓱쓱 넘겨보는 서예현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가끔 화면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리기도 했다.
“뭐하긴. 공부하지.”
서예현이 짧게 대꾸했다.
“무슨 공부? 설마 랩 공부…? DTB 5 진짜 나가게? 나 레이블 소속 아니라고 다음 시즌 프로듀서 제의도 못 받았어. 형 프리패스 못 시켜 줘.”
“무슨 헛소리야! 내가 거기를 왜 나가!”
서예현이 질겁하며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얼굴 한가득 담긴 진심을 보아하니 DTB 5 출연은 아닌 모양이다.
“막내야! 도빈이 데리고 나와라!”
“네!”
물 만난 개처럼 바닷물에서 첨벙거리고 있는 김도빈을 류재희가 끌고 나오는 걸 보며 몸을 일으켰다.
김도빈한테 머리 똑똑한 회귀자 두 명 나오는 웹소설이나 추천해 달라고 해서 한 번 읽어 봐?
* * *
윤이든이 꿈 깨라는 비웃음을 내뱉고 나간 후, 홀로 남은 객실에서 차연호는 어금니를 악물며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멍청했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 윤이든의 얼굴을 보자마자 탈퇴해 달라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왔다.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어떻게든 수습을 해 봤겠지만 이제 저 혼자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권정준은 그게 자기를, 알테어를 나락으로 처박을 트리거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제게 털어 놓기보다는 숨기기를 선택했겠지.
그 도화선에 불을 붙여 터트릴 윤이든을 어떻게든 회유하거나, 탈퇴하게 만들어서 제가 회귀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우고 지우고 지우다 드디어 도화선이나 다름없던 이를, 그 사건을 찾아냈으니 회귀 쪽이 일처리가 더 깔끔할지도.
“하, 60년 같은 소리 하네. 어이가 없어서.”
제 머리에 찬물을 끼얹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윤이든의 희대의 착각이자 개소리를 상기하며 차연호는 신경질적인 비소를 내뱉었다.
진짜로 죽었나 제 눈으로 확인하러 갔던 건지, 그리 정의의 사도인 척 남을 짓밟더니 너도 결국은 뒈져 버렸다고 비웃으러 갔던 건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일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차연호는 그때의 견하준이 어떤 꼴로 빈소를 벗어났는지의 이야기는 윤이든 앞에서 일부러 삼켰다.
오해해서 그때처럼 멀어져 주면 참 좋지. 그런 앙금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까지 한 것처럼 제 발로 레브를 뛰어나오기 딱 좋잖아.
그 꼴을 보고 유쾌한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 저 역시 그 직후에 장례식장에서 나온 터라, 견하준이 그 뒤로 다시 왔든지 사흘 내내 오지 않았던지는 제 알 바가 아니었다.
그 촌극을 보기 전까지 그는 견하준이 부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매정하게 친구를 끊어 낸 그가.
“그래도 머저리는 내 쪽이지.”
차연호가 냉소하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회귀를 끝내는 방법도 알아봐야겠는데. 윤이든이 팀에서 탈퇴만 하지 않으면 되나? 탈퇴뿐만 아니라 죽음도 그 조건이라면?’
유일하게 탈퇴 후 한 달이라는 공식을 벗어났던 첫 회귀. 그걸 파 봐야 했다. 윤이든이 기억하는 회차가 언제인지도.
습관처럼 한숨을 뱉으려던 그가 멈칫했다.
정신병자 취급을 받지 않고 마음 놓고 이 회귀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니 항상 바위로 짓눌리는 것 같았던 속이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정말로 아끼고 의지했던 멤버들조차 믿지 못하고 저를 정신에 문제 있는 놈처럼 바라봤는데.
상대가 윤이든만 아니었다면 그를 붙들고 한참을 묵혔던 한을 토해 냈으리라.
“연출 한 번 좆같네…”
떨어진 위험도. 본래의 색을 되찾은 세상. 그 덕분에 선명히 보이던, 허접한 계략으로 뻔뻔하게 저를 기만하고 있는 빌어먹을 놈의 얼굴.
그래서 레브의 회귀자를 찾았음에도 차연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 * *
같은 호텔, 같은 층 객실이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알테어 멤버를 마주친 일을 제외하면 휴가를 지내는 동안 우리가 알테어와 우연으로라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혹시 꿈을 꿨나 싶기도 했다. 차연호를 만나고, 차연호가 내가 회귀자라는 걸 알게 된 건 다 개꿈이었던 거지.
하지만 그렇게 현실 도피를 해 보려고 해도 차연호가 내게 보낸 문자가 떡하니 증거로 남아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
우리가 알테어 멤버들을 다시 마주친 건 한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알테어 멤버들은 우리보다 하루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지 다들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차연호와 케이제이를 훑었다. 여전히 냉전 중인지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충고 하나 해 줄까요?”
침묵을 깨고 차연호가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의뭉스러운 헛소리를 할까 싶어 눈을 살짝 찌푸린 채로 바라보고 있으니 차연호가 이어 말했다.
“어떻게든 오늘 비행기표 구해서 하와이 뜨는 게 좋을 거예요.”
“네? 저희 하루 더 남았는데요?”
벌써 떠나기 싫다는 마음이 흘러넘치고 있는 김도빈의 대꾸에 어깨를 으쓱한 차연호가 특유의 미소를 지은 채로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제일 먼저 성큼 탑승했다.
알테어 멤버들이 엘리베이터에 다 탑승하고, 그 엘리베이터가 떠나자 김도빈이 나를 덥석 붙들었다.
“형, 저런 말에 넘어가시는 거 아니죠?”
눈빛만큼이나 간절한 그 물음에 김도빈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대꾸했다.
“당일에 비행기 티켓 구하려면 머리 아프지.”
내가 아무리 생각이 단순해도 차연호 네 계략에 넘어갈 거 같냐? 네가 나를 그룹째 추락시키려고 하는 것쯤이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리적 추락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오산이다. 그런데 이맘때에 항공 사고가 있었던가…?
그래, 항공 사고가 없었던 것도 기억의 조작일 수도 있잖아!
[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