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5화(36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5화
후드집업의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김도빈이 들이대는 휴대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희는 지금 폭우로 인해 공항에 발이 묶였습니다. 일요일에 스케줄이 있는 막내만 어제 겨우 살려 보냈어요.”
“그렇게 말하면 저희가 지금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잖아요.”
“난 진짜로 위기야. DTB콘 연습 때문에. 형진이가 나를 아주 달달 볶을 거다. 어우, 벌써부터 머리 아파.”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내일도 연습 못 나온다니까 벌써 메시지가 수두룩하게 쌓였더라. 최형진은 견하준과 똑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다.
뭐? 영통으로 연습을 하라고? 내가 정말로 이 공항에서 힙합 관종으로 찍히기를 바라는 거냐?
오랜만에 고립돌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에피소드가 생겼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대기, 대기, 그리고 또 대기뿐이었다.
“이거 뭐, 분량 나오겠냐?”
전설이 된 나리타 공항 한국인들 썰 같은 일이라도 일어나야지 공항 체류 브이로그가 볼 만하지, 이건 2배속으로 틀어놔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한 5분 보다가 다들 탈주하실 듯.
“콘텐츠라도 하나 뽑을까? 예를 들면 예현이 형 몰래 준이 해장템 먹방이라든지.”
마침 우리가 지나왔던 길에 있던 버X킹도 있었다.
“에이, 설마 그래도 예현이 형도 사람인데 우리가 밥 먹는 것까지 뭐라고 하겠어요?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죠. 저희가 지금 하와이 공항에 갇혀 있다고 알아서 칼로리와 양분이 공급되는 건 아니잖아요?”
“너는 예현이 형을 너무 관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뒤에서 김도빈에게만 먹을 거 허용해 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김도빈을 빤히 쳐다보자 김도빈이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괜히 저러니까 더 수상했다.
“본인한테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어차피 몰래 먹는 건 본인한테 선전포 고하고 먹는 게 더 스릴 있으니까.
“형, 버X킹 먹으면 뭐라고 할 거야?”
“얘들아, 꼭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할까?”
그러면서 서예현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바로 스타X스였다.
그렇지만 저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끝내지 않고 블루베리 치크케이크를 먹자고 하면 또 우리를 무슨 천하의 역적놈 보는 눈빛으로 볼 거 아니야. 한두 번이냐.
때마침 숙소까지 무사 귀환했다는 류재희의 보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류재희- (숙소에서_찍은_셀카.jpg)] [류재희- 숙소 왔어요] [류재희- 형들은 별일 없죠?] [별일 있지] [예현이 형이 우리를 굶겨 죽이려고 한다] [서예현- 난 굶겨 죽인다고 한 적 없어] [서예현- 그냥 햄버거를 먹는다는 걸 막았을 뿐이야] [김도빈- 햄버거는 탄단지가 완벽한 다이어트 음식이에요] [서예현- 도빈아 제발 헛소리하지 말고] [서예현- 감튀랑 콜라 안 먹는다고 약속하면 허락해 줄게] [그건 좀] [김도빈- 감튀와 콜라 없는 햄버거라뇨] [김도빈- 그건 식문화의 붕괴에요]김도빈과 이럴 때는 마음이 참 잘 맞았다.
[서예현- 거 봐] [서예현- 내가 너희들 그럴 줄 알고 막은 거야] [서예현- 이 프로의식 따위는 개나 준 짜식들아] [개한테 왜 그래] [지금 형은 고양이파라고 개를 천대하는 거야?] [서예현- 너는 왜 그래] [류재희- 그런데 형들 다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 [류재희- 왜 굳이 단톡방에서 대화를 하고 계세요?] [서예현- 이런 대화를 혹시 누가 들을까 봐 쪽팔려서] [김도빈- 형은 우리가 쪽팔려요?????] [형은 우리가 쪽팔려?] [서예현- 너희 혹시 뇌 공유해?] [류재희- 이런 대화를 여기서 나누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류재희- 앞으로도 오프라인에서 말고 여기에서만 해주세요 형들] [류재희- 꼭이요]스X벅스로 우리를 끌고 가려고 하는 서예현을 막은 일등공신은 바로 견하준이었다.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니까 든든하게 햄버거 하나 먹자, 형.”
“너 어제 술 안 마셨잖아.”
“왜 내가 햄버거를 꼭 해장용으로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두눈박이의 세상에서 외눈박이가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되는 건 당연지사. 극단적인 다이어터는 일반인에게 이해받지 못했다.
나를 대할 땐 한없이 강하지만 견하준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서예현은 결국 세 명에게 이끌려 버X킹에 강제 입성했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견하준이 서예현의 집중을 끄는 사이, 우리는 몰래 햄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음료는 제로 음료로 시키고, 감자 튀김은 일단 후드집업 주머니 안에 쑤셔 넣었다.
“햄버거를 몰래 먹기는 글렀고, 감튀 안 들키고 먹기로 종목 변경하자.”
“콜라는 어떡해요?”
“콤보 시켰다고 우겨.”
“예현이 형이 안 믿으면 어떡해요.”
“배 째라고 해.”
***
[레브’s 하와이 vlog 2편- 하와이 공항 비행기가 12시간 연착되어서 공항 고립] [윤이든: 이제 햄버거를 다 먹었으니 미션 수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심심하니까 아주 온갖 헛짓거리를 다 하는구나ㅋㅋㅋ
-차라리 한 명이 사라져서 공항을 누비며 찾으러 다니는 게 더 꿀잼 컨텐츠를 선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애들 눈에 빛이 없어ㅋㅋㅋㅋㅋㅋㅋ 이든이만 안광이 있어ㅋㅋㅋㅋㅋ
-이든이는 왜 똑같이 지쳐 보이는데도 눈동자만 초롱초롱한 건데 마치 누가 동태눈깔로 카메라 앞에 서면 꼬집어 대는 것처럼
-이든이를 꼬집을 수 있는 사람이 저기에 존재해?
폰으로 촬영하는 김도빈이 서예현의 시야에서 그를 막아 주는 동안, 윤이든은 후드집업 주머니에서 감자 튀김 봉지를 쓱 꺼냈다.
[윤이든: 주머니에서 꺼내 먹으면 당연히 들키겠죠. 이 주머니와 입까지의 거리가 얼마입니까.] [김도빈: 그러면 어떻게 먹으려고 하는 거죠?] [윤이든: 이게 다 방법이 있죠.]감자 튀김 봉지를 잠시 김도빈의 품에 떠넘겨 숨긴 윤이든이 제 후드집업을 벗었다.
소매를 몸통 부분을 따라 대각선으로 놓고 몸 앞으로 묶은 윤이든은 후드집업의 밑단을 돌돌 말아 깔끔하게 집어넣었다.
그러자 마치 힙색을 맨 듯한 모양새로 변모했다. 후드는 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윤이든: 도빈아, 패스.]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말하며 손짓하자 김도빈이 즉각 감자 튀김 봉지를 넘겼다. 그걸 망설임 없이 후드집업의 후드 부분에 넣은 윤이든이 쓰윽, 봉지에서 감자 튀김 하나를 빼서 입에 던져 넣었다.
[윤이든: 이 정도면 미션 완수 가능?] [김도빈: 아주 충분할 듯요.] [서예현: 너희 또 무슨 극악무도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 거야?] [윤이든: 형은 꼭 먹는 것만 관련되면 극악무도하다고 하더라.] [서예현: 먹는 거 관련됐다고 네가 방금 이실직고했어. 너희 또 나 몰래 뭐 먹기 콘텐츠 기획했지.] [윤이든: 그럴 리가. 형이 무려 콤보 세트 허락이라는 아주 관대한 처사를 내려줬는데 우리가 설마 그러겠어?] [서예현: 너희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그래 감튀 정도는 귀엽다ㅋㅋㅋㅋ
-예현아 감동받지 말고 이든이 후드집업 후드에 손 좀 넣어봐
-예현아, 느이 동생들을 그렇게 모르니
[서예현: 너 대체 뭘 오물거리고 있는 거야?] [윤이든: 내가 들고 먹을 게 뭐 있어? 나는 결백해.]서예현이 윤이든의 바지 주머니를 매의 눈으로 살폈지만 주머니는 평평했다. 당연하다. 아무것도 들지 않았으니까.
서예현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마자 윤이든이 후드 안에 숨겨진 감자 튀김을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예현의 시선이 이쪽으로 오려나 싶으면 바로 쓱 손을 내리고 뻔뻔하게 안 먹은 척을 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그건데 슈게임 수업시간에 맛동산 먹기
-드디어 기시감의 원인을 찾아냈다 어디에서 봤나 했더니 슈게임 맛동산이었음
-내가수 브이로그에서 슈게임 실사화를 보게 될 줄이야
[서예현: 잠깐만, 그런데 윤이든 너는 겉옷을 왜 그렇게 입고 있어?] [윤이든: 아, 패션, 패션. 형은 패션을 몰라.]실제로도 어색하지 않고 꽤 힙해 보이는 패션이었기에 영상으로 보는 시청자들은 이상함을 딱히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서예현: 이렇게 쌀쌀한데 굳이 겉옷을 벗어서 이렇게 입고 있었던 이유가 다 있지.]안에 입은 티가 반팔이었다는 게 윤이든의 패착이었다. 덥석, 후드를 움켜쥔 서예현이 거의 다 먹은 감자 튀김 봉지를 그 안에서 꺼냈다.
[서예현: 콤보라며, 콤보. 감자 튀김까지 있는 게 언제부터 콤보였냐!] [견하준: 예현이 형, 일단 진정하고. 우리 내일 항공권 찾아야 해.] [서예현: 내일은 비행기 뜨겠지? 하, 제발 오늘로 이 체류가 끝났으면 좋겠다… 저 둘이 어떻게든 브이로그 각 좀 뽑아 보겠다고 공항에서 하는 컨텐츠는 다 내 속을 터지게 만들 것 같아.] [견하준: 이든이랑 도빈이도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한 걸 거야. 설마 형 속을 일부러 긁으려고 그러겠어?] [과연 그럴까?] [윤이든: 야, 이거 은근 재밌네? 메뉴만 바꿔서 또 해 봐?] [김도빈: 놉, 더 하면 뇌절 돼요.]-비윤이든 차별을 멈춰 주세요
-헐 뭐야 예현이랑 하준이랑 둘이 드디어 말 놨네????
-축 윤이든 드디어 족보브레이커에서 벗어나다
[도움을 주실 에이전트 분을 찾아서 gogo] [윤이든: 와, 직항은 예약 벌써 다 나갔대.] [김도빈: 똑같이 안 줘요? 우리 직항 타고 왔는데 결항시켰으면 똑같이 직항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견하준: 햄버거 먹을 시간에 항공 리스케줄 잡을 걸 그랬나.] [윤이든: 경유 세 번이라는데? 네 좌석 가능한 게 그것밖에 없대.] [서예현: 어제 막내 경유 두 번도 노답이라고 혀를 찼는데 우리는 세 번을 해야 해?] [견하준: 이든아, 공항 근처 호텔 제공은 된대?] [윤이든: 아니. 부킹이 꽉 찼다는데. 그리고 비행기 출발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가능하다고 해도 그냥 공항 노숙이 더 편할 수도? 이건 뭐 막내가 있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겠는데.] [서예현: 확실한 교훈 하나는 얻었다. 여행지 일기 예보를 잘 보자.]-아주 혹독한 휴가를 보냈구나 얘들아
-1편이랑 2편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도 되냐곸ㅋㅋㅋㅋㅋㅋ
-다들 계획형이라는데 그 계획에 날씨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
[윤이든: 지금 하와이 공항에 체류한 지 10시간째입니다. 비행시간까지 아직도 두 시간이 남았네요.] [서예현: 나 찍지 말아 줘. 이런 모습으로 카메라에 나오고 싶지 않아…] [견하준: 평생 못 잊을 여행이다, 이건.] [김도빈: 저는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어제 스케줄을 잡아서 하루 먼저 한국 올 거에요. 이래서 회귀물이 유행하는 거구나.] [윤이든: 이런 망할 놈을 봤나. 여행 날짜 하루를 줄이자고 설득을 해야지 너 혼자 살겠다고?] [서예현: 우리 사전에 서로한테 양보가 어디 있냐.]-애들 점점 꼬질꼬질해지고 있엌ㅋㅋㅋㅋ
-이든이 무의식적으로 후드 썼다가 감튀가루 떨어짐ㅋㅋㅋㅋㅋ
-나 도빈이 저렇게 얌전한 거 처음 봐
탑승 안내 멘트가 울리며 레브 주변에 앉아 있던 이들이 기내 반입 수화물을 챙겨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레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견하준: 우리 비행기 뜬다. 저것까지 취소되면 어쩌나 했어. 다행이다, 진짜.] [윤이든: 드디어 집에 가는군.] [김도빈: 잘 있어라, 하와이! 마지막 추억만 좋았어도 인생 여행지였을 텐데.] [서예현: 비행기에서 마스크 벗어도 우리 알아보는 사람 없겠지? 피부 너무 답답해.]김도빈이 들고 있던 카메라에 한 마디씩을 남기고 한 명씩 비행기와 연결된 통로로 들어갔다.
[탑승구 잘못 찾는 바람에 경유지에서 비행기를 놓친 레브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레브’s 하와이 vlog 다음 이야기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