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66화(36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6화
* * *
“내 생각에는 우리가 세 번의 환승을 하느라 피곤해서 단체로 헛것을 본 거야…”
눈을 가린 견하준이 힘없는 목소리로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진짜 우리가 뭐에 홀렸나? 넷 중 한 명도 탑승구 넘버를 잘못 봤다는 걸 눈치를 못 챘다고?”
옆자리에 세워 놓은 캐리어에 머리를 박은 채로 서예현이 실성한 것처럼 헛웃음을 흘려 댔다.
“예현이 형이 거의 눈을 감고 걸어서 제가 부축했어요. 옆에서 봤으면 제가 할아버지 모시고 효도 여행 온 줄 알았을걸요.”
습관적 밤샘 덕분에 우리 중에 그나마 제일 정신이 맑은 김도빈이 변명처럼 덧붙였다.
“난 촬영하느라 보드 글자를 자세히 못 봤어.”
다행히 나한테도 핑곗거리는 존재했다.
정신없고 넋이 나가는 와중에도 꿋꿋이 카메라로 이 탑승구가 우리 탑승구가 아니라는 절망적인 소리를 듣는 장면까지 담고 있었으니 내 프로의식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정신 차려야 하는 우리가 정신을 놓고 있어서 그랬나 봐. 얘네는 깍두기잖아.”
나랑 김도빈을 슬쩍 돌아본 서예현이 마른세수하며 자책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리더인데 깍두기라니.
“막내가 있었으면 과연 이 사태를 피했을까, 막내도 같이 휘말렸을까.”
“12시간 대기 후에 경유 세 번이면 아무리 재희라도 저희처럼 정신 놓았지 않을까요?”
“스케줄만 아니었어도 막내도 이 고생을 우리와 함께 하는 건데. 아쉽다.”
“그러니깐요. 이런 추억이 쌓이면서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법인데.”
“심지어 지금 숙소에는 예현이 형도 없잖아.”
“그 말인즉슨, 배달 음식 프리패스…! 부럽다…!”
견하준과 서예현이 서로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동안 깍두기 둘은 레브의 브레인이 있었을 때는 어땠을 것인가 이야기나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경유 비행기를 놓쳐서 망정이지. 만약 중간 경유 비행기나 제일 처음 경유 비행기를 놓쳤으면…”
“그럼 윤이든은 리허설 참가를 못 했겠지.”
나를 힐끗 돌아보며 견하준의 말을 이어받는 서예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런스루 리허설 전까지는 비행기 하나 더 놓쳐도 충분히 갈걸.”
“제발, 그런 불안한 소리 좀 하지 말아 줄래? 말이 씨가 되는 거 몰라?”
“마지막 비행기인데 뭘 놓쳐.”
“여기에서 놓칠 수도 있잖아.”
“아, 제발. 말이 씨가 된다고, 형.”
“이제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내게 역지사지의 정신을 알려준 서예현이 다시 캐리어에 머리를 박았다.
어쨌든 우리의 실수로 인해 비행기는 떠났고, 우리는 또 한국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새로 끊어야만 했다.
“세상에, 경유가 딱 한 번이야!”
“뭐라고요? 경유를 한 번만 해도 된다고요? 진짜예요?”
한 번의 경유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티켓을 받은 우리는 감동에 휩싸였다. 경유 세 번을 겪으니 경유 한 번이 직항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진짜로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여기에서 더 늦어지면 나 힙합씬에서 평생 먹을 욕 다 먹어.”
그 사이 또 공출 형한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불만 성토에 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을 꾹 삼키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제가 정말로 펑크를 내고 싶어서 낸 게 아니라, 비행기를 놓쳤다니까요. 형들 경유 세 번 해 보셨어요? 저는 지금 네 번 하게 생겼어요.”
그래, 휴가날을 콘서트 며칠 전으로 잡은 내가 죄인이요, 미친놈이다.
“제가 콘서트에서 가사 절면 DTB 4 우승자 타이틀 반납할게요.”
-얌마, 어떻게 얻은 타이틀인데 그걸 반납해! 네가 그거 반납하면 우리 팀도 우승자 배출 팀 타이틀 떨어지잖아!
설마 진짜로 그러겠다는 거겠냐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내가 우승자 타이틀 반납한다고 하면 덥넷도 안 받아줄걸?
공출은 마침 전화한 김에 비행기 기다리면서 할 거 없으면 연습이나 하자고 나를 회유했다.
“여기서요…? 여기 호텔도 아니고 공항인데. 아, 형님. 제발.”
결국 리믹스 음원 작업을 떠맡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공항 관종 래퍼로 영상이 찍혀 돌아다닐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경유지에 도착해서 글자를 몇 번을 확인하고 탑승구를 찾아간 우리는 에이전트 분을 통해 이 탑승구가 맞는지 확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인천행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될 때까지 마음 놓고 대기했다.
“경유 네 번이라니. 이건 평생 동안 술안주로 나올 이야기다, 진짜.”
“비행기 때문에 늦어진 거를 다음 휴가 날짜에서 까지는 않겠지?”
견하준의 걱정에 김도빈이 오랜만에 헛소리가 아닌 꽤 괜찮은 대안을 내놓았다.
“만약 소속사에서 그럴 거라고 하면 딜을 해 보죠. 저희 하와이 브이로그가 조회 수 50만을 넘으면 이건 솔직히 스케줄 한 걸로 쳐 달라고.”
“30만은 너무 높다. 10만으로 해, 10만으로.”
“아니야, 10만도 너무 높아. 안전하게 1만으로 가자.”
가물가물 감기기 일보 직전인 눈으로도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던 서예현이 진지하게 1만을 주장했다.
“딜을 좀 할 만한 기준을 해야지. 조회 수 1만은 우리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놀기만 했던 1편으로도 충분히 나오겠다.”
드디어 비행기 이륙시간까지 한 시간이 남았다. 이제 한 시간 후면 한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다.
“전세기는 스케줄이 아니라 휴가라서 소속사에 말해도 못 빌렸겠죠?”
“얘들아, 우리 꼭 성공하자. 대성공해서 전용기를 그룹 이름으로 하나 사는 거야. 그래서 휴가 때도 전용기를 끌고 가는 거지. 경유 네 번이라는 비극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탄소 배출량으로 글로벌적으로 욕먹을 듯.”
“그냥 일기예보를 잘 챙겨 보는 게 어떨까, 형.”
제 말이 반박당했음에도 서예현은 이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쁜지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를 않았다.
얼굴의 3분의 2를 가린 마스크를 뚫고도 그 미소가 선명하게 전달되어 올 정도였다.
“오, 이제 탄다.”
길게 늘어지는 줄에 합류하며 귀국의 기쁨에 서로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 * *
띠띠띠띠-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레브 숙소의 문이 벌컥 열렸다.
“돌아왔어…!”
김도빈이 감격에 겨운 얼굴로 숙소 바닥에 절하듯 넙죽 엎드렸다.
“집…”
평소와 달리 현관을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채로 숙소로 입성한 서예현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애인을 보는 듯한 얼굴로 체감상 10년 만에 도착한 것 같은 숙소를 둘러보았다.
거실 탁자에서 TV를 튼 채로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을 먹고 있던 류재희가 남은 군만두 하나를 슬그머니 입에 욱여넣고 멤버들을 맞이했다.
“아니, 형들. 한국 도착했으면 연락이라도 미리 좀 해 주시지.”
“우리도 정신이 없었어, 재희야.”
무려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들어와 윤이든의 캐리어와 제 캐리어를 나란히 세워 놓으며 견하준이 퍽 지친 얼굴로 대꾸했다.
“스케줄은 늦지 않게 잘 갔지?”
“형들 덕분에요. 저 진짜로 형들은 경유 세 번 해야 한다는 말 듣고 처음에는 농담하는 줄 알았잖아요.”
“나도 농담이었으면 했어.”
견하준이 미약하게 웃으며 류재희의 넉살을 받았다. 너무나 그리웠던 숙소를 한 번 쭉 둘러본 서예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류재희가 먹고 있는 짜장면 그릇에 다다랐다.
“배달 음식… 짜장면…”
수면 시간을 지키지 못한 서예현은 거의 좀비나 다름없었다. 언어가 문장으로 구현이 되지 않았다. 김도빈은 그런 서예현에게 가오나시 같다고 드립을 치려다가 드립 치고 웃을 힘도 없어서 포기했다.
“이거 안 먹고 제가 요리해서 먹으면 저는 굶어 죽어요. 제 요리 실력 잘 아시잖아요.”
젓가락으로 면발을 야무지게 휘감은 류재희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변호를 했다.
그 배달 음식이 짜장면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더는 따져 물을 힘도 없어 서예현은 지친 기색으로 욕실로 제일 먼저 터덜터덜 들어갔다.
거실에 대(大) 자로 뻗어 있는 김도빈과 제 캐리어를 열고 빨랫감을 챙기는 견하준까지 훑은 류재희는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행방을 물었다.
“이든이 형은요?”
견하준이 드라마 대본을 찾으며 류재희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우리 내려주고 바로 작업실 갔어. 리믹스 작업해야 한다고.”
“쉬지도 않고 바로요? 제가 인뮤 MC 스케줄만 아니었어도 콘서트 앞둔 이든이 형한테 양보했을 텐데…”
“그래도 이든이가 있어서 영어로 대화하고 하는 건 수월하더라고.”
“이든이 형도 고생 꽤 했네요. 형들은 쉬고 있으세요. 저는 이든이 형한테 가 볼게요.”
류재희의 말에 마음을 한결 놓은 견하준은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 * *
DTB 콘서트 런스루 리허설.
“와, 그래도 리허설 사흘 전으로 휴가가 끝나게 잡아놔서 망정이지. 리허설에 맞춰서 휴가 잡아 놨으면 콘서트 무대도 못 올라갈 뻔…. 진짜 다행이네.”
백스테이지에서 AJA의 무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쓱 다가온 공출이 헤드록을 걸며 투덜거렸다.
“얌마, 휴가 때문에 콘서트 연습을 며칠을 통으로 빼먹어 놓고 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억! 그래서 형이 하고 싶다 하셨던 리믹스 버전, 한국 오자마자 밤새워서 만들어 드렸잖아요! 제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와이에서 한국 오기까지 경유 네 번 해 보셨냐고!”
하지만 덕분에 우리끼리만 즐거웠을 하와이 브이로그는 우리가 고난을 겪는 2편부터 제법 조회 수가 나왔다. 우리가 하와이에서 근심 걱정 없이 놀고먹었던 1화의 무려 10배였다.
역시 사람들은 남의 행복보다는 남의 불행과 고난을 보는 게 더 재미있는 모양이다. 주인공의 앞길이 고난 너머 고난인 막장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다 있다.
어느샌가 내 옆으로 온 BQ9도 한 마디 얹었다.
“리믹스 음원도 결국은 연습 한 번도 못 맞춰 보고 콘서트 리허설 때 딱 두 번 했잖아.”
“에이, 형님. 프리스타일도 거뜬하게 하는 선수들끼리 왜이래요. 그때 실수도 없었잖아요.”
부러 넉살을 부리자 BQ9이 할 말은 많지만 하지는 않겠다는 얼굴로 넘어갔다.
“그래도 사람이 스케줄이 비틀리지 않을 정도의 여유 시간은 항상 확보를 해 놔야 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딱 올 수 있게끔.”
내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스코언이 내게 충고했다.
“어휴,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천재지변이랑 사고는 정말로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스스로가 불러온 불행이라는 말은 생략했다.
모든 걸 실전처럼 하는 런스루 리허설에 걸맞게 내 차례를 알리는 MC의 멘트에 따라 가볍게 목을 풀며 스테이지로 나섰다.
DTB 콘서트까지 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