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7화(36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7화
DTB 이번 시즌이 꽤 핫하긴 했다는 걸 체감한 건 사방에서 쏟아지는 콘서트 초대권 요청이었다.
힙합에 하나도 관심 없던 인간들이 힙합이 유행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힙합에 열광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힙합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어쩌겠냐.
고인 물만 있으면 썩기 마련이니까, 뭐.
기왕 나를 인정하신 거, 아이돌 윤이든만이 아니라 래퍼 윤이든도 인정하시라고 친할아버지를 DTB 콘서트에도 초대할까도 생각을 해 봤지만, 아무래도 나 말고 다른 이들이 F 워드를 육성으로 내뱉는 꼴을 보면 나한테 당장 때려치우라고 역정을 내실 것 같아 포기했다.
좋은 가사는 래핑으로 너무 빨리 넘어가서 집중하지 않으면 곱씹을 새가 없지만 fxxk은 추임새로 써서 잘 들리거든.
의외였던 건 사촌 형이 초대권을 줄 수 있느냐고 연락을 해 왔다는 건데, DTB 4를 어지간히 재미있게 본 건가 싶었다. 어렸을 적에 은근슬쩍 힙합 영업하면 자기는 그런 시끄러운 노래는 취향이 아니라더니.
사촌 형은 두 장을 부탁했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건 초대권 한 장밖에 없었다. 초대권을 영 짜게 주더라고. 초대권으로 빼는 좌석을 그만큼 최소화했다는 거지.
그나마 용철이 형이 크루 형들에게 초대권을 뿌려서 내 지인들에게 초대권을 챙겨줄 수 있었다. 물론 힙합에 원래부터 관심이 좀 있었던 놈들 한정이었다. 힙합을 유행 템으로 여기는 놈들에게 줄 초대권 따위는 없다.
신희운이었나, 그 친구한테도 초대권 한 장 보내 줬더니 황송해 죽으려고 하더라. 내가 고백 공격을 했던 MoonK는 초대권을 받았어도 그런 기깔 난 리액션을 보여 주지 않아 좀 아쉬웠다.
‘시즌 5 부담감이 제법이겠는데.’
콘서트 오프닝을 맡은 이번 시즌 우승 배출 팀 프로듀서인 공출과 BQ9을 힐긋 보며 생각했다.
DTB 시즌 4가 시즌 3의 기세를 이어받아 제법 많은 관심을 받은 상태에서 포텐을 터트리며 히트를 쳤듯이, 시즌 5 역시 시즌 4의 아직 식지 않은 열기 위에서 열릴 터였다.
시즌 3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는 시즌 4를 넘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시즌 5에는 나만큼 화끈하게 지를 때는 질러 주는 그런 감초 출연자가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지만 미래는 충분히 바뀔 수 있고, 시즌 4에서의 내 화제성을 카피하려 하는 출연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일례로 회귀 전의 DTB 시즌 5에서는 회귀 전 DTB 4의 우승자였던 유피를 카피한 힘숨찐 참가자들이 많았다.
수준 조절을 못 해서 2차 예선에서 떨어진 이들과 쿨찐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공수치를 주는 이들이 한 바가지였지만.
“이번 콘은 우리한테 뿌리는 초대권도 확 줄였더라. 저번 시즌 콘은 그래도 지인들 주기에 넉넉했는데 이번 시즌은 아쉬운 소리 존나게 들었어.”
“줄일 만도 하지. 저번 시즌 콘서트보다 공연장은 커졌는데 표가 몇 분 만에 매진됐다면서.”
“난 모르겠다. 다음 시즌까지 봐야지 알겠어. 아이돌 팬 붙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힙합판이 이만큼 커진 건지.”
원백과 AJA의 대화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아니, 내가 무슨 힙합의 명운까지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월드 스타 아이돌이라면 저런 말을 듣고도 억울하지나 않지.
흠, 아닌가. 무려 빌보드 hot 100 차트인까지 한 그룹이니 글로벌은 맞나?
“이든 씨, 순서를 앞으로 당기는 게 어떨까요? TOP 8 무대가 아니라 팀 프로듀서 무대로 넣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일단 프로듀서분들은 다들 괜찮다고 하셨어요.”
조별 음원 미션곡이었던 는 이걸 또 부르지 않기도 아쉽다는 의견이 꽤 많아 TOP 8에 들지 못한 니지어스와 라이조 대신 내 팀 프로듀서인 BQ9과 투혁의 팀 프로듀서인 몰틱이 벌스를 채웠다.
“투혁 형은 오케이했어요?”
“이든 씨 의견 먼저 듣고 물어보려고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투혁 형 의견대로 해 주세요.”
투혁에게 선택권을 패스했다. 투혁도 오케이했다는 말을 내 옆에서 듣고 있던 BQ9이 투덜거렸다.
“아이씨, 바꾸려면 어제 바꾸지. 나 이러면 순서 헷갈린다고.”
“킬링비트를 제 순서도 아니고 투혁 형 플리 제일 앞에 넣어놔서 좀 애매하긴 했어요. 킬링비트는 빡센 곡인데 투혁 형 본선 곡은 거의 좀 잔잔하잖아요. 분위기 팍 죽죠. 안 그래도 프로듀서들 공연 직후라서 부담 꽤 짊어지고 있을 텐데.”
“그걸 시발, 리허설 며칠간을 입 다물고 있다가 런스루 끝날 때쯤에 바꾸는 게 괘씸하다는 거야.”
뭐, 당일에 바꾸는 것보다는 낫지만 BQ9이 짚은 부분은 나 역시 동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냥 DTB에서 불렀던 경연곡들을 고스란히 선보이는 거라면 순서가 바뀌든 말든 딱히 큰 상관은 없었지만 나 는 아무래도 대대적인 수정이 들어갔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바로 전날에 이렇게 순서 바꾸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까 음향 사고나 안 냈으면 하네.”
제 뒷머리를 헤집은 BQ9이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저를 응시하는 내 시선을 발견한 BQ9이 왜 그렇게 보느냐고 당황하며 물었다.
“저희 그룹 동생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플래그 꽂았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형의 이 말로 음향 사고가 내일 날 것인가 궁금해서요.”
“그게 뭐야. 그런데 만약 나더라도 나 때문이라고는 하지 말아줘.”
“당연하죠. 형이 낸 건 아니잖아요.”
마지막 인사를 위해 단체로 무대에 올라갔다. 무대 위에서 텅 빈 관객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항상 기분이 묘했다.
이 수많은 빈자리들이 모두 채워질까 싶으면서도 그다음 날 관객들로 꽉 찬 풍경을 마주하게 될 걸 아니까.
그렇게 런스루 리허설을 실수 하나 없이 성공적으로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와, 긴장된다.”
내일 콘서트를 앞둔 소감을 말하자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설마. 기대가 아니고?”
“긴장된다고 말한 것치고는 표정이 전혀 긴장되어 보이지 않는데? 윤이든 너 혹시 긴장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지?”
“레브 첫 콘서트에서도 긴장이라고는 안 하신 분이 왜 이러세요.”
“DTB 콘은 무대에서 가사 까먹어도 프리스타일로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지 않아요? 형 프리스타일 잘하잖아요.”
야이씨, 가사 까먹었는데 티 나지 않게 바로 프리스타일로 무마하는 스킬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데. 하여간 김도빈의 상상력은 참으로 풍부했다.
“겸손 좀 떨어 봤어. 내일 다 찢고 온다고 말하면 콘서트 관람하러 올 우리 멤버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질까 봐.”
“기대치 딱히 없는데. 내가 네 랩을 보고 산 게 몇 년인데. DTB 방송으로도 봤고.”
서예현이 고개를 짧게 저으며 내 말을 부정했다. 저런 말을 들으니까 서예현이 내 랩을 듣고 나를 찬양하게 만들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내일 오는 관객들은 다들 서예현한테 감사해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 것 중에서 제일 빡세게 랩 한 번 해 볼 테니까.
“이거 하나는 아깝더라. 까지 선보였으면 무대가 꽤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견하준의 스케줄과 공연 리허설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견하준과 함께 불렀던 파이널 1 round 경연곡 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졌다.
“나중에 레브 콘서트에서 부르면 되지. 어차피 DTB에서는 그 곡으로 1라운드에서 졌잖아.”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그건 준이 네가 피처링이라서 패배한 게 아니라 내가 아이돌이라는 티를 그 무대에서 팍팍 내서 그런다니까.”
여전히 견하준한테는 그 파이트머니 차이로 스코언에게 1라운드를 졌던 게 꽤 충격인 듯싶었다.
“그런데 다들 콘서트에서 형 솔로곡 신곡 선공개 엄청 기대하고 있던데 형 신곡 준비 안 했지 않아요?”
“나는 너나 준이 솔로 먼저 내고 나서 내 거 정규로 내려고 했지.”
“다들 아쉬워하겠네요.”
“어쩌겠냐. 준비한 곡이 없는데.”
어깨를 으쓱하며 가사를 다시 쭉 훑었다. 이 곡이 제일 까다롭다니까. 훅이 없어서 반복되는 가사가 없이 다 외어야 하는 거잖아.
제일 성적이 좋은 곡이라 플레이리스트에서 뺄 수도 없고.
* * *
힙합 서바이벌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즌인 DTB 4 콘서트가 막을 올렸다.
팀 프로듀서들과 경연에서 TOP 8에 든 래퍼들이 콘서트의 주역이었다.
TOP 8은 우승자인 윤이든, 준우승자인 스코언, 그리고 유피, 세븐킥, G-TE, Geek승, A01, 투혁, 이렇게 여덟 명의 래퍼.
현재 DTB 4의 수혜를 받아 준연예인급으로 주목받는 이는 스코언과 G-TE, 세븐킥 그리고 유피 정도였다. 우승자인 윤이든이야 원래 연예인이었고.
TOP 4 정도나 주목을 받았던 시즌 3과도 한결 다른 양상이었다.
그렇게 출연한 래퍼들의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에 DTB 시즌 4 콘서트는 지난 시즌 콘서트보다 객석을 훨씬 더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티켓팅 경쟁률을 보이며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선보였다.
작은 아트홀도 다 채우지 못했던 시즌 1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공이었다.
우승자 배출 팀 프로듀서인 공출과 BQ9의 오프닝 무대로 DTB 시즌 4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프로듀서들 역시 힙합에 관심이 좀 있으면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래퍼들이었기에 무대의 호응이 아주 뜨거웠다.
프로듀서들의 무대로 분위기가 충분히 예열된 콘서트장에 불을 붙인 건 MC의 다음 무대 소개였다.
“? 프로듀서들 무대 순서 아니야? 왜 경연곡이 벌써 나오지?”
“라이조랑 니지어스 나와?”
“프로듀서들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나 봐. 어, 윤이든이랑 투혁 나온다!”
가장 이슈를 끌었던 우승자의 등장에 우렁찬 함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바로 비트 주세요.”
몰틱이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쓱 닦으며 마이크에 대고 요구했다. 요구에 맞추어 곧바로 비트가 흘러나왔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윤이든의 훅으로 곡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콘서트장에 울리는 건 윤이든의 목소리가 아니라 비트뿐이었다.
엄연히 말하면 윤이든의 실수는 아니었다.
이건 가 아니라 조별 음원 미션 유피 조의 경연곡, <파노라마(Panorama)>의 비트였으니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며 BQ9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대에 서 있는 래퍼들도, 안내받은 것과 다른 곡을 듣고 있는 관객들도 다들 당황하는 사이, 천연덕스럽게 비트를 쪼개고 들어간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렸다.
G-TE의 파트였던 도입부를 윤이든은 프리스타일로 가볍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여유롭게 박자를 타는 랩핑은 본인의 스타일보다는 G-TE의 스타일에 가까웠다.
다행히 벌스 하나를 마치기도 전에 <파노라마(Panorama)>의 MR이 뚝 끊겼다.
“Okay, then Let’s….”
그 공백에서 부러 길게 Let’s의 발음을 늘이다가 의 비트가 시작되자마자 본인의 스타일로 돌아온 윤이든이 훅을 쏟아 냈다.
[Kill the Beat 박살 난 눈치 실력 내 앞을 가로막는 까마득한 벽Killin’ the Beat Go for broke 총구를 겨눠 비트 위에]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던 G-TE, 그리고 유피의 곡인 <파노라마(Panorama)>. 그리고 그다음으로 바로 이어진 .
음향 사고가 아니라 마치 의도한 듯한 연출에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