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8화(36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8화
평소보다 한결 더 힘이 빡 들어간 랩핑이 리메이크된 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항상 윤이든이 힘 빼고 랩 한다고 투덜거렸던 G-TE가 보면 감격에 젖어 비명을 지를 만한 모습이었다.
윤이든이 그 짧은 시간에 음향 사고를 연출처럼 능청스럽게 수습하는 모습을 초대석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레브 멤버들도 그제야 감탄하거나 안도하며 시시덕거렸다.
“와, 역시 이든이 형. 가만 보면 저 형, 위급 상황에서 머리 진짜 잘 돌아간다니까요. 머리 좋아, 정말로. 저 이거 어떻게 수습할까 싶었잖아요. 내 손바닥에 다 땀 난 거 봐.”
“우리 콘서트 할 때 음향 사고 나도 걱정 없겠다. 윤이든이 어떻게든 알아서 수습해 줄 것 같은데?”
“그럼, 괜히 리더겠어?”
“누가 보면 하준이 형이 이든이 형 낳은 줄… 그런데 저거 보니까 갑자기 랩 배우고 싶어요. 예현이 형, 우리 포지션 바꿔요. 제가 서브 래퍼 할래요. 형이 메댄 하세요.”
“누가 아무나 좀 도빈이한테 내가 레브 메댄을 맡으면 안 되는 이유 좀 설명해 줘.”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형이랑 도빈이 형이 댄스 배틀 한 번 붙으면 단번에 이해하지 않을까요.”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다가 환호가 잦아들자 레브 멤버들은 대화를 뚝 멈추고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레브의 리더 윤이든이 아닌 DTB 4 우승자인 윤이든으로서 홀로 멤버들과 동떨어져 서 있는 모습이 괜히 낯설었다. 윤이든이 랩할 때 한정으로 멋있는 건 멤버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런데 파이널에서는 무대랑 꽤 가깝기라도 했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관객석에서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러게. 왠지 날카로워 보여서 낯서네.”
“아니, 그건 아니야, 하준아. 너한테 물렁한 건 비견하준 차별 때문에 그렇고, 우리한테 윤이든은 1년 365일 저렇게 인상이 더러웠어.”
눈매에 힘주고 있는 윤이든과 낯을 가리는 견하준에게 서예현이 진실을 말해 주었다.
윤이든이 관객들의 기대치를 꺼뜨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멱살 잡아 올린 분위기를 BQ9이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
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들어가는 도입부는 원래 니지어스의 파트였지만 BQ9에게 돌아가자 도입부가 왜 중요한 건지 확 와닿았다. BQ9의 벌스는 앞으로 이어질 곡 중후반의 기대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아마추어 래퍼들이 빠지고 프로 래퍼들이 자리를 채운 는 경연곡이었던 원곡보다 퀄리티가 훨씬 올라갔다.
원곡자 중 한 명인 투혁도 곡의 비트에 걸맞는 스타일을 잘 정립하여 조급했던 조별 음원 때보다 완성도 있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라이조의 파트를 맡은 몰틱의 차례에서 기존 곡의 파트를 완전히 틀어 엇박으로 들어간 몰틱 덕에 또 한 번의 함성이 공연장을 울리고, 훅을 받아 이어간 후 곧바로 숨 돌릴 틈도 없이 마지막 훅 소절에 이어 제 벌스를 시작한 윤이든 덕분에 또 다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네 명이 모두 마이크를 잡은 마지막 훅 파트에서는 하이라이트답게 관객들의 호응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익숙하게 호응을 유도하는 넷 덕분에 곡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공연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계속해서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었다.
한편, 백스테이지.
“와, 재수 없는 새끼. 내 랩 스타일 존나 쉽게도 카피하네.”
여전히 <파노라마(Panorama)> ‘저를 카피한 윤이든 ver.’의 전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G-TE가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말이랑 표정이 너무 정반대 아니야? 입꼬리 너무 올라갔는데?”
킬킬거리며 그를 툭 치는 원백의 손길에 제가 언제 웃었냐며 G-TE가 정색을 시도했지만 이미 입꼬리가 관자놀이에 걸릴 정도로 올라갔던 모습을 본 이들에게는 그 회피가 들어 먹히지 않았다.
“제가 기뻐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남의 곡 비트를 죽여 놨는데! 우리 곡을 킬링비트 했는데! 안 그래요, 유피 씨? 우리 곡이잖아!”
“딱히… 센스 죽인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저런 센스는 진짜 타고나야 하나. 난 저렇게 수습하는 거 생각도 못 했는데, 참…”
윤이든을 동경하다 미워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까빠가 되어 버린 G-TE와 달리 세미 파이널에서 윤이든에게 패배하며 깔끔하게 털어 버린 유피는 윤이든에게 별 감정이 없었다.
덕분에 제가 조장으로 고생 고생을 하며 만들었던 <파노라마(Panorama)>를 윤이든이 제물 삼아 찢으며 위기를 벗어났음에도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었다.
“그래도 <파노라마(Panorama)>라서 다행이지, 세븐킥네 조 였으면 그 비트 어떻게 살려. 그게 제일 구렸잖아, 그렇지?”
“그래도 윤이든 쟤는 어떻게든 살릴 것 같지 않아요?”
“그건 그래.”
이번 음향 사고를 성공적으로 수습한 덕분에 윤이든의 평가와 윤이든의 실력을 향한 신뢰는 거의 천장을 뚫을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스코언이 이것보다 더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아이돌 팬덤발로 우승했다는 열폭러들의 얼마 안 되는 헛소리조차 쏙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음향 사고가 오히려 윤이든한테는 호재였다.
“이야, 내년이 무섭다. 시즌 5 때 제2의 윤이든 꿈꾸면서 또라이들 대거 몰려올 것 같은데.”
“차라리 제2의 윤이든 하나라도 발굴하는 게 다행이죠. 만약 없으면 또 개노잼이라고 얼마나 까일지…”
DTB 프로듀서들과 시즌 4의 참가자들이 따지고 보면 몇 개월 남지 않은 시즌 5를 걱정하는 사이, 의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큰일이네. 스코언은 아직도 연락 없냐?”
원백의 물음에 영빌리가 고개를 짧게 저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영빌리가 한탄했다.
“갸는 꼭 박아도 그런 놈 차를 받냐. 그것도 콘서트 당일날.”
“보험사 부르고 오면 안 되나? 차 무보험은 아닐 거 아니야.”
“못 가게 막고 있다잖아. 미친놈 걸렸어. 이게 천재지변이지, 뭐. 차라리 비행기 연착인지 뭔지 때문에 막바지 연습 빼먹은 이든이가 낫다. 콘서트날 이러면 어떡해.”
“아니, 왜 그렇게 늦게 출발했대?”
“어머니 병원 모셔다드리느라 늦었대. 그런다는데 내가 거기에다가 대고 뭐라 해. 왜 어머니 병원을 오늘 모셔다드리냐고 그래?”
영빌리의 가시 돋친 투덜거림에 원백이 머쓱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무대를 마친 이들이 백스테이지로 돌아왔다.
수건으로 대충 땀을 훔친 후, 생수병을 받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켠 윤이든이 턱선과 목젖을 타고 흐르는 물을 손등으로 쓱 훔치며 입을 열었다.
“스코언 형한테 아직도 연락 안 왔어요?”
윤이든이 전해 들은 건 스코언이 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가 나서 좀 늦을지도 모른다는 소식뿐이었다. 스코언이 그의 차례 바로 직전 순서였기에 스코언의 도착 유무는 윤이든에게도 나름 중요했다.
“제 시간에 못 갈 것 같다고, 만약에 8시 30분까지 연락 없으면 일단 너랑 차례 바꿔 달라고만 연락 왔다. 지독한 놈한테 걸렸나 봐, 에휴.”
“매니저 없대요?”
“있겠어? 걔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원백과 윤이든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제게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영빌리가 한결 밝아진 얼굴로 보고했다.
“오고 있대. 그런데 오는 길이 장난 아니게 막혀서 좀 늦을 수도 있댄다. 그래서 순서는 확정은 못 할 것 같다는데. 여차하면 바꿔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대.”
우승자가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DTB 콘서트의 관행이나 다름없었으나 스코언이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고 예상치 못한 사고에 휘말렸다는데 어쩔 것인가.
전 시즌 우승자였던 D.I가 윤이든의 땀에 흠뻑 젖은 곱슬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말했다.
“기왕 늦었으니까 마지막 무대는 너한테 양보하라고 해. 진정한 피날레는 네가 장식해야지.”
“괜찮아, 형. 딱히 신경 안 써. 마지막 무대 양보한다고 우승자 타이틀까지 양보하는 건 아니잖아.”
“…너 왜 이렇게 어른스러워졌어? 지금 며칠 후에 한 살 더 먹는다고 이래?”
“형은 아직도 나를 무슨 열다섯 살로 봐?”
제 머리를 헤집는 손길을 쳐내지 않고 가만히 두며 윤이든이 툴툴거렸다. D.I는 땀이 묻은 그의 손바닥을 윤이든이 제 목에 걸어 놓은 수건에 쓱쓱 닦았다.
종전과 다르게 실수 없이 흘러나오는 무대의 음향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야, 그런데 그걸 어떻게 프리스타일로 수습할 생각을 했어?”
“곡 이름을 내가 로 지어 놔서 망정이었지. <벽을 넘어>나 <다 박살 내> 이런 걸로 지었다고 생각해 봐. 바로 비트 죽이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겠어?”
과거의 제가 오늘의 저를 도운 셈이라며 윤이든이 키득거렸다.
“물론 애초에 그런 촌스러운 제목을 내 곡에 붙이지도 않았겠지만.”
윤이든이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덧붙였다. 툭, 치며 대기실로 들어가자고 손짓하는 D.I를 향해 윤이든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형은 대기실 가고 싶으면 먼저 들어가. 나는 있다가 형진이 무대나 좀 구경하려고. 최대한 그 녀석 스타일로 해 보긴 했는데 이게 맞나 싶었거든.”
“맞을걸? G-TE 입꼬리 찢어지던데?”
“형진이가 그렇게 기뻐하다니. 내가 또 팬서비스를 제대로 해 준 모양이네.”
“그 말 G-TE 앞에서는 하지 마라. 애 곧 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목에 또 핏대 세우면서 펄쩍펄쩍 뛰어서 체력이랑 목 낭비할라.”
“에엥, 형은 대체 누구 편이야? DTB 때문에 지금 10년 가까이 함께한 크루 동생을 버리는 거야? 그리고 왜 형진이한테는 애라고 하면서 나한테는 애라고 안 해?”
“네 덩치를 생각해라. 그리고 애 취급하면 싫어할 거 빤히 아는데 내가 너한테 하겠냐?”
짜악, 윤이든의 등짝을 아프지 않게 한 대 친 D.I가 먼저 대기실로 돌아갔다.
“짜식, 많이 발전했네. 용 됐다, 진짜. 옛날에는 차암 못 했는데.”
투혁의 다음으로 나온 G-TE의 무대를 감상하며 윤이든이 감탄사 섞인 짤막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만약 G-TE가 들었다면 뭔데 평가질이라며 펄쩍펄쩍 뛰면서도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을 만한 발언이었다.
점점 TOP 8의 무대가 진행되고, 스코언의 차례가 다가와도 스코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순서를 바꿔 달라는 부탁만 돌아왔다.
“제가 무대 하고 있는 동안에는 올 수 있대요?”
윤이든의 물음에 영빌리가 면목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자칫하다간 이든이 네가 무대에서 시간 좀 끌어야 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