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6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9화(36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69화
“시간 끌기 어렵지는 않죠. 스코언 형님 올 때까지 토크쇼라도 한다든가.”
윤이든에게도 피날레를 장식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딱히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콘서트가 끝나갈 때쯤에 갑자기 등장해 의미 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단체 토크쇼로 공연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느니, 그와 스코언이 순서를 바꾸고 MC와 자신이 짧은 토크를 하는 게 훨씬 나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윤이든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D.I가 그를 툭 치며 물었다.
“너 중간에 토크 한 번 하지 않냐? 어제 런스루에서 본 거 같은데.”
“그러네. 그럼 나 혼자 그냥 마이크 잡고 떠들어야 해? 이게 스탠딩 토크쇼인가, 그건가?”
“그러지 말고 그냥 한 곡 더 해.”
“형, 내 목이랑 체력 생각도 좀…”
<낙서>와 , 과 , 과 까지. 무려 여섯 곡이 윤이든 무대의 플레이리스트였다.(빌런)>
그중 <낙서>는 피처링으로 참가하고 은 공출과 BQ9이 피처링으로 함께 한다지만 나머지 네 곡은 거의 윤이든이 홀로 부르는 곡이었다.
아무리 윤이든의 체력이 좋다고 해도 이 이상은 휴식 없이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미 윤이든은 와 세븐킥과의 1차 본선 경연곡 무대를 한 차례 마친 후였다.
“그리고 더 부르고 내려갈 곡도 없어.”
레브의 곡은 많았지만 윤이든의 솔로곡은 DTB 경연곡과 솔로곡까지 다 합쳐서 저게 전부였다.
“그건 그러네. 그냥 스코언이 빨리 오기를 바라야겠구먼.”
바로 납득한 D.I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이게 호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윤이든을 위로하던 D.I의 눈에 실실 웃고 있는 윤이든의 표정이 들어왔다.
“그런데 왜 웃고 있냐? 이 상황이 설마 좋아서 웃는 건 아닐 테고.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아아니, 이전에 스코언 형이 무슨 일이 있어도 딱 올 수 있게끔 스케줄 비틀리지 않을 정도의 여유 시간은 항상 확보해 놔야 한다고 나한테 충고했던 게 떠올라서.”
옆에서 듣고 있던 D.I조차 저게 꼽주는 말인지 긴가민가 했던 그 발언이었다.
스코언은 DTB 촬영 때부터 윤이든과 꽤 우호적인 관계성을 쌓아 놨던 터라 설마 그랬을까 싶지만 스코언이 약속 시간을 어기는 걸 엄청 싫어하는 건 유명했기에 마냥 억측은 아니었다.
“뭐, 본인이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지. 이러면서 남의 실수에도 한층 더 관대해지고 그러는 거 아니겠냐.”
이래서 말에 업이 있다며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니면 안 되는 거라고 G1이 옆에서 킬킬거렸다.
G1은 이참에 음향 사고 수습을 뛰어넘을 정도로 끝내주는 거 한 번 더 보여 주고 내려가라며 윤이든을 열심히 부추기는 중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D.I는 예기치 못한 남의 사고보다 그 사고로 인해 우승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동생이 영 신경 쓰였다.
“뒤 순서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멋있게 해, 멋있게.”
D.I가 윤이든의 어깨를 격려하듯 탁탁 두드렸다.
무대에서는 TOP 4인 세븐킥의 공연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다음 TOP 3인 유피의 차례가 끝나면 윤이든의 차례였다.
“에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휴대폰에 저장된 비트를 재생하여 저만 들리게끔 음량을 높인 윤이든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몸을 일으켰다. 휴대폰 스피커로 울리던 비트는 어느새 뚝 멈추어 있었다.
미완성본이긴 하지만 잠깐의 시간을 끌기에는 괜찮을 터였다. 어차피 스탠딩 토크쇼도 느리게 하는 프리스타일 아닌가. 기왕 프리스타일을 선보이려면 까리하게 선보이는 게 낫지.
DTB 4 피처링 당시의 무대 의상이었기도 한 아이다스 저지 지퍼를 맨 끝까지 올리며 윤이든은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씩 웃었다.
* * *
특별 게스트인 서라온과 함께 마지막 무대인 세미 파이널 경연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유피가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백스테이지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가고 텅 빈 무대 위에서는 MC가 다음 순서의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멘트를 치고 있었다.
‘팬이었나…?’
저와 함께 백스테이지로 온 서라온에게 펜과 종이를 들고 다가오는 윤이든을 보며 유피는 눈을 깜빡였다. 외힙 갱스터 래퍼와 소수의 국힙 1세대 래퍼만 딥하게 팔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의외다 싶었다.
바로 이어지는 윤이든의 대사에 그게 오해였다는 걸 곧 알게 되었지만.
‘아, 본인이 아니라 멤버가 팬이구나.’
제 그룹 막내가 그녀의 팬인데 DTB 세미파이널 당시에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싸인 받는 걸 깜빡했다며 머쓱하게 펜과 종이를 내미는 청년을 서라온 역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가득 가져온 앨범에 일일이 사인을 해 준 일도 말이다.
그때는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새파란 신인 남돌이었는데 이제는 빌보드 차트인 그룹에, 여러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웬만한 대중들은 알 만한 유명인이 되어 있는 게 그녀를 퍽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
종이에 정성스럽게 싸인을 해 주며 서라온이 농담조로 말했다.
“이제 피처링 부탁도 함부로 못 하겠네. 지원 씨한테 다리 놔 달라고 부탁해도 힘들겠지?”
“선배님 곡이면 바로 피처링 하러 달려가죠.”
“나 그런 말 빈말로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야. 나중에 진짜 피처링 부탁한다?”
“저도 막 공수표 함부로 날리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서라온에게 다시 건네받은 싸인 종이를 곱게 접어 품 안에 넣으며 윤이든이 익살스럽게 맞받아쳤다.
“스코언!”
무대 위에서 MC가 무어라 떠들어대든 관객들은 스코언을 연호하고 있었다.
“DROP THE BEAT가 낳은 최고 인기 스타 두 명이 만드는 무대, 지금 시작합니다!”
마지막 멘트를 친 MC가 백스테이지로 들어가고, 시즌 3의 D.I 세미 파이널 경연곡 <낙서>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예상을 벗어난 곡에 관객석이 잠깐 술렁였다.
“<낙서>면 윤이든 무대 시작하는 거 아니야?”
“디아이 대표곡인데 그냥 디아이 차례에 넣어 주지 꾸역꾸역 윤이든 무대 차례에 넣어 놓은 거 봐라, 시발. 시즌 3이 있어서 시즌 4가 대히트 친 건데 시청률이랑 화제성 덜 나왔다고 개국공신을 푸대접하네.”
“뭐야, 언제부터 우승자가 윤이든이 아니라 스코언이었어?”
“우리 형 DTB 내내 아이돌 래퍼라고 까여서 짠했는데 콘서트에서까지 이렇게 순서 밀리냐. 쒸바, 개빡치네.”
“윤이든이 마지막 순서 아니야? 그럼 스코언 오늘 안 나오는 건가? 뭐야, 왜 정확히 설명도 안 해 줘.”
당연하게도 관객석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튀어나오는 중이었다.
무대 위로 D.I가 등장하여 <낙서>의 첫 소절을 부르자 언제 술렁였냐는 듯 큰 함성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DTB 시즌 3의 대표곡이자 D.I 커리어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곡.
그리고 윤이든이라는 아이돌 래퍼를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명확히 각인시켜 준 곡.
성큼성큼 스테이지로 걸어 나오며 제 피처링 파트를 소화하는 윤이든을 향해 처음과도 같은 환호가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근 1년 만에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함께 부르는 <낙서>. DTB 3에서 4로 이어지는 서사의 시작점이 되는 곡을 부르는 두 사람의 얼굴에도 즐거운 감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곡이 끝나자 목 끝까지 올리고 있던 지퍼를 주욱 내린 윤이든이 아이다스 저지를 벗어 D.I에게 휙 토스했다. 안에 입고 있던 검은색 반팔 티가 드러났다. 방금까지 D.I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옷이었다.
D.I가 팔에 저지의 소매를 꿰는 동안 윤이든은 마이크를 고쳐 잡고 의 첫 소절을 나직하게 읊조렸다.
짧은 가사 네 마디가 끝나자 비트에 점차 베이스 사운드가 섞여 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윤이든의 벌스가 쏟아졌다.
힘이 빡 들어간 랩핑은 평소 윤이든의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신선함이 돋보였다.
D.I의 피처링 파트가 나오기 전에 한껏 흥을 돋우어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놓은 윤이든이 D.I한테 파트를 넘겼다.
DTB 세미 파이널 경연 당시처럼 극적인 장면도, 피처링 가수를 향한 기대감도 연출하지 못 했지만 그것들을 빼도 충분히 관중들을 즐기게 만들 수 있는 무대였다.
짜악-!
곡이 끝나고 시원하게 하이파이브를 나눈 D.I가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자 윤이든 홀로 무대에 남았다.
그다음으로 곧바로 가 이어졌다. 무대 구석에 준비된 마이크스탠드로 다가간 윤이든이 천천히 제 마이크를 끼웠다.
그러자, 모든 조명이 꺼지고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윤이든을 비추기 시작했다.
경연 당시 준비 기간이 꽤 빠듯했던 터라 급하게 준비했던 곡이었지만 콘서트 준비를 거치며 한 번 다듬어지자 그 곡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파이널 당시보다 훨씬 차분하게 여유를 되찾은 듯한 랩은 감성을 극대화시키며 듣는 이들의 심금을 다시 한번 울렸다.
무대에는 팀 프로듀서였던 공출과 BQ9이 함께했다.
몇 번 연습하지 못한 터라 아직까지도 낯선 비트에 BQ9이 실수를 할 뻔했으나 전년도 준우승자답게 엇박으로 자연스럽게 바꾸며 아무도 그의 실수를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다만 공출과 윤이든은 그의 실수를 눈치채고 눈빛으로 한껏 BQ9을 놀려 댔다.
무대까지 끝나자 MC가 나와 윤이든, 그리고 그의 팀 프로듀서들과 짧은 토크 시간을 가졌다.
스코언과 순서가 바뀌었음을 넌지시 암시하는 MC의 스몰토크에 윤이든이 하하 웃으며 대꾸했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우승자 타이틀까지 바뀐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 대답은 윤이든 팬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이든 씨, 신곡은 언제 나와요? 레브 신곡 말고, 이든 씨 솔로곡. 다들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죠?”
객석을 향해 호응을 유도하는 말에 그에 응하듯 사방에서 긍정의 말이 입 모아 울렸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는데 살짝 스포라도…?”
“때 되면 나오지 않을까요.”
능글맞은 미소를 입가에 걸친 윤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네, 그 ‘때’가 1년만 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짧은 토크가 끝나자 다시 윤이든의 공연이 재개되었다.
제일 먼저 발매되었던 제 솔로곡인 을 마친 윤이든이 곡과 곡 사이의 짧은 텀을 타, 이마에 맺힌 땀을 쓱 훔치며 마이크에 대고 멘트를 쳤다.(빌런)>
“우리 DTB, 욕먹지 말고 오래오래 롱런하라는 뜻으로 마지막 곡은 가겠습니다. 네, DTB Future이요. 다들 많이 오해하시는데 F로 시작하는 욕이 아니에요.”
윤이든의 넉살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다들 저 F를 FUCK이라고 생각하지 윤이든의 핑계대로 FUTURE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밖에 없었다.
“다들 손 올리시고, DTB에 여러분들의 염원까지 잘 닿을 수 있도록 후렴구 크게 따라 해 주세요. Let’s get it!”
DTB 콘서트에서 DTB 디스곡을 부르는 기개는 그 아무도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콘서트의 피날레 무대가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곡이 마무리되고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지만 드디어 도착한 스코언이 무대까지 오르기에는 아직 이른 상태.
1분만 시간을 더 끌어 달라는 스태프의 신호에 고개를 까딱인 윤이든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참, 신곡 기다리신다고 하셨죠?”
언제 우리도 모르게 솔로곡을 준비한 거야? 레브 멤버들마저도 눈이 휘둥그레진 멘트였다. 윤이든이 수신호를 보내며 짧게 말했다.
“맛보기로 살짝만 보여드릴게요.”
흘러나오는 낯선 비트, 그리고 낯선 가사.
윤이든은 벌스 여덟 마디로 단번에 콘서트장을 신곡 선공개 홍보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