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7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3화(37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3화
정이서의 목소리는 권윤성한테는 닿지 않았지만 타고난 청력이 좋은 최현민한테는 흐릿하게나마 들렸다.
인상이라도 찌푸렸어야지, 이든이 형이랑 화해했다고 그걸 또 반응을 안 해 주면 어떡하냐고.
이든이 형이랑 화해해서 기쁜 건 알겠다만 지금 이런 전시 상황에서 긴장을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나도 지금 저 새끼가 던진 폭탄 때문에 정신없어 죽겠구먼.
속으로 투덜거린 최현민이 힐끔 정이서의 방을 돌아보며 머리를 굴렸다.
‘이러다가 이든이 형까지 의심받겠는데?’
최현민의 머리는 남을 엿 먹일 때 한정으로 최적의 상태로 돌아가는 머리였다. 그 대상이 최현민이 평소에 싫어하던 정이서라면 버프까지 더해지는 건 놀랍지도 않았다.
가볍게 손을 푼 최현민은 적당히 힘을 실어 권윤성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지자, 그 즉시 권윤성이 눈을 날카롭게 치뜨며 최현민을 휙 돌아보았다.
“아, 씨발….”
역시나 예측에 걸맞게 곧바로 흘러나온 억눌린 욕설에 급히 입술 앞에 검지를 가져다 댄 최현민이 손가락으로 정이서의 방을 가리켰다.
형,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당연히 이 정도 신호는 알아듣겠지? 최현민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이며 권윤성한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 꼴을 보는 권윤성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안 그래도 심란한데 사람 좆같게 하고 있어.”
최현민에게 하는 말인지 정이서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짓씹듯 내뱉은 권윤성이 잡고 있던 최현민의 뒷덜미를 신경질적으로 놓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무사히 넘겼으려나?’
저 문을 활짝 열어 정이서의 표정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러다간 권윤성의 짜증이 일종의 쇼였다는 걸 들킬 가능성이 높았기에 최현민은 그냥 포기하고 정이서가 제게 심어 놓은 의심의 씨앗을 파내기로 했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제 전화번호부를 천천히 살피던 최현민의 손가락이 윤이든의 이름에서 잠깐 멈칫했다. 뒷머리를 거칠게 헤집은 최현민이 작게 혀를 찼다.
에이씨,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은 해 줘야겠지?
* * *
[최현민- 형 윤성이형 때문에 정이서가 약간 눈치 깐거 같아] 오후 1:30 [최현민- 바로 수습은 했는데 그게 제대로 먹혔는지는 모르겠거든] 오후 1:31 [최현민- 일단 알고는 있으라고] 오후 1:32내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뭐하냐. 남이 트롤짓 한 번 하면 말짱 도루묵 되는데.
시발, 괜히 권윤성이랑 화해했나. 일 다 해결되고 나서 봐줄 걸 그랬나. 자기가 해결하기 전에 일단 일을 치고 보던 나를 보는 막내의 심정이 이랬을까.
아주 미약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막내를 슬쩍 돌아보자 류재희가 식겁하며 내게 달려왔다.
“아직 제가 수습할 수 있죠?”
“막내야, 나는 실수 안 했어! 권윤성이 했지! 나는 성공적으로 떠봤다고!”
“KICKS 리더가 무슨 실수를 했는데요? 그걸 알아야지 어떻게 대비책을 세우든 제2안으로 방향을 틀든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든 하죠.”
최현민에게서 곧 자세한 내용을 담은 문자가 도착했다. 그걸 쭉 훑은 류재희가 빈정거림을 쫙 뺀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정이서나 최현민이나 둘 다 장난 아니네요. 일부러 긁어 보는 정이서나 바로 자기 리더 뒤통수 후려서 앞에서는 긁힌 티 안 내고 참다가 나와서 욕하는 상황으로 연출한 최현민이나.”
권윤성도 아이돌 하면서 많이 순해졌군. 연습생 시절이었으면 “아, 씨발.” 뒤에 바로 “너 미쳤냐?”가 따라붙어서 그 욕설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들켰을 텐데.
“정이서가 최현민 대처에 속아 넘어갔을까?”
“그건 모르겠어요. 사실 정이서 성격 파악은 완전히 안 된 터라. 아, 이건 예현이 형 전문인데. 예현이 형이 인간 군상 분석은 엄청 잘하잖아요.”
그러긴 하지. 견하준이 드라마 배역을 분석할 때도 항상 서예현의 참조를 받았으니.
“정이서가 여전히 의심을 놓지 않았다면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형을 떠보지 않을까 싶긴 해요.”
“하, 이제 개나 소나 나를 떠보려고 하네. 내가 만만한가?”
차연호고 정이서고, 씨발 좆같은 새끼들이 사람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고 지랄이야. 신경질적인 헛웃음을 내뱉었다.
예전에는 내가 이러면 막내 라인이 괜히 겁먹고 움찔거렸기에 괜히 신경질 내고도 죄책감이 슬쩍 고개를 내밀곤 했지만, 요새는 그 겁 많던 김도빈마저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마음 놓고 막내 라인 앞에서 성질을 부렸다.
물론 녀석들 앞에서까지 참지 못하고 성질을 부릴 만한 일도 많이 줄긴 했지만.
“에휴, KICKS도 리더가 좀 불안불안하네요.”
류재희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KICKS‘도’라니, 막내야. 그 말인즉슨, 또 리더가 문제인 그룹이 있다는 소리냐? 그 그룹이 설마 우리 그룹은 아니겠지?
현실 도피를 때려치웠다. 그래, 우리 그룹이겠지. 류재희가 타 그룹이랑 친목하면 얼마나 한다고, 하…
“내가 낫지. 안 그래?”
“일단 그렇다고는 할게요.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 했으니까.”
슬쩍 떠보는 물음에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긁는 용도로 형을 쓸 줄이야. 게다가 이간질 시도까지, 참… 그래도 형이 그쪽 리더랑 화해 안 했으면 일이 좀 꼬였겠네요. 이간질이 들어 먹혔으면 사실상 삼파전이 되는 거라.”
음, 그렇군. 내가 적절한 시기에 권윤성 사과를 잘 받아 줬네. 바로 후회를 철회했다.
“제가 보기에는 정이서가 최현민 주변인도 회유한 것 같던데. 아니면 나락 보낼 증거 확보하려고 일부러 심어놨든가. 최현민이 클럽 죽돌이라면서요. 목격담만으로는 날리기 힘들죠.”
회귀 전에 퍼졌던 최현민의 클럽 사진을 떠올려 봤을 때, 이번에 정이서가 최현민한테 한 말도 아마 빈말은 아닐 거다.
건너 건너 전해 들은, 주변인들을 죄다 의심하다가 제대로 파탄 났다던 최현민의 인간 관계 소식을 지금 다시 회상하자 입안이 썼다.
꼴도 보기 싫은 놈이긴 했지만 한때는 퍽 예뻐하던 동생이었으니까. 어느 순간 제멋대로 놓은 말도 용납해 줄 정도로.
“너무 착잡해하진 마요, 형. 우리는 정이서가 하준이 형한테 잘못했던 일의 업보만 치르게 하면 돼요. 사람 한 명 따돌린 그쪽 업보는 그쪽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죠.”
내 표정을 KICKS 녀석들에게 보내는 연민으로 오해했는지 류재희가 내게 의젓하게 위로를 건넸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도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얹었다.
“맞아요. 낙하산 잘못과는 별개로 한 무리 안에서의 고립이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거든요.”
부러 제 무거운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김도빈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어 주었다.
“그래, 우리는 딱 우리 몫만 되돌려 주면 되지.”
그러게 데뷔조에 견하준 빼고 낙하산 꽂는다는 소리 들었을 때 단체로 따지러 가자고 했잖아, 멍청이들아.
그때 데뷔하고 싶다고 가만히 있더니 지금 봐라. 그렇게 불의에 눈 감으면서까지 데뷔한 의미가 있냐고.
저랑 똑같이 간절했던 사람 자리 뺏고 들어간 낙하산이든, 그런 낙하산이랑 데뷔하겠다고 몇 년을 함께 연습한 동료를 저버리는 놈들이든 끼리끼리 그렇게 못난 꼴로 데뷔했으면 차라리 서로 잘 지내기라도 하지.
결국은 서로 발목 잡고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잖아.
이제는 의미 없는 가정이자 타박이었다. 견하준이 쫓겨나지 않았으면, 그래서 내가 뛰쳐 나오지 않았으면 레브라는 그룹으로 우리 다섯이 뭉칠 일도 없었을 테니까.
회귀 전에는 그 가정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랐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미련 없었다.
“막내야! 나 좀 재능 있나 봐!”
상기된 얼굴로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잔뜩 들뜬 어조로 말하던 서예현이 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너 이 시간에 작업실 안 가고 왜 여기 있어?”
“아니, 나는 맨날 작업실에만 있어야 해?”
“보통 그러잖아.”
서예현의 말대로 보통 이 시간에 나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열심히 정규 앨범 준비를 했다.
“작업실 히터 고장 나서 모레까지는 작업실 못 쓰거든.”
“왜 하필 오늘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정 궁금하면 고장 난 내 작업실 히터 붙들고 왜 하필 어제 고장 나서 주말 동안 내가 작업실을 못 가게 하는지 물어보든가.”
어깨를 으쓱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덧붙였다.
“그나저나 형은 대체 무슨 재능을 찾았길래 그렇게 들떴냐?”
“네 입 다물게 하는 재능.”
절로 내 말문이 막힌 걸 보니 마냥 허언은 아닌 모양이다.
왜 저렇게 말빨이 늘었지? 진짜로 김도빈이 예측한 ‘서예현이 저러는 이유’ 후보 2번처럼 DTB 시즌 5에 나갈 준비를 하는 건가?
1차 예선에서 떨어진 서예현의 랩 장면이 단독샷을 받고 방송을 탄 모습까지 뻗어 가던 내 상상을 끊어 준 것은 휴대폰에서 울리는 짧은 진동이었다.
[정이서- 권윤성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오후 2:20이 새끼 또 떠보려고 하네. 그냥 물으면 될 걸 더럽게 빙빙 돌려서 묻고 지랄이야.
“이야, 막내야. 돗자리 깔아라.”
“굳이 자리까지 깔지 않아도 이건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다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잖아요.”
“그래, 내 대가리 예열이 아직 덜된 모양이다. 거기까지 안 굴러갔어.”
툴툴거리며 의심받지 않게끔 평소처럼 답장을 보냈다.
[ㄴ] 오후 2:21 [왜] 오후 2:21류재희가 충분히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이서- 아니요 그냥] 오후 2:24 [정이서- 권윤성 갑자기 이든 씨 욕을 해 대서 둘 사이에 무슨 일 있나 해서요] 오후 2:25“이야, 그걸 이렇게 바꿔서 이간질을 또 시키네? 최현민한테 이야기 미리 못 들었으면 대체 어떤 맥락에서 권윤성이 나한테 욕을 했나 싶었겠구먼.”
정이서는 나랑 권윤성 사이에 의심의 싹을 정성스레 심어 주고 있었다. 그 싹이 다 뒤져서 문제였지만.
“혹시 모르니까 우리도 일정 살짝만 더 당기자. 영진이 형한테 라이브 일정 변경한다고 알려야겠네.”
“형의 위기 감지 능력도 예현이 형 인간 군상 분석만큼 믿을 만하죠.”
짜식, 뭘 알긴 아네. 류재희의 말에 뿌듯해하고 있자 김도빈이 불쑥 끼어들어 초를 쳤다.
“엥, 그렇다기에는 이든이 형은 하와이 홍수 경보도 감지하지 못했는걸? 우리의 비행기 연착과 네 번의 경유도?”
“덕분에 브이로그 조회수 잘 뽑혔잖아. 설 휴가 보장도 받고.”
“도빈아, 형이 믿음직스럽다는 말이 그렇게 듣기가 싫든? 잊고 싶은 하와이 휴가까지 끌고 올 만큼? 어?”
“끄아아, 저는 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 당연히 우리 형이 제일 믿음직스럽죠! 제 친형 말고! 우리 이든이 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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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앱 레브 채널을 구독한 팬들에게 라이브 알람이 도착했다.
[On Air] 이든이 솔로곡 맛보기 궁금했던 데이드림 모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