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7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8화(37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8화
휴대폰 통화 수신 화면에 뜬 이름에 내뱉은 짧은 감탄사에 멤버들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탁자 위에 올려놨던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자 혼자만 듣지 말고 스피커 모드로 바꿔 달라고 다들 아우성이었다.
현재 우리는 성공적으로 정이서의 미수를 블락하고 정이서까지 KICKS와 원 플러스 원으로 묶어서 보내 버린 걸 자축하는 의미로 파티를 열고 있었다.
진흙탕 싸움이 되어 버린 폭로 과정에서 KICKS의 개짓거리까지 드러나며 KICKS 역시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회귀 전처럼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건 겨우겨우 면한다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인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중 세탁이 가능한 건 그나마 좀 자중시키려고 하던 권윤성 정도? 그것도 강경하게 말리지 않았다고 욕을 먹고 있긴 했지만.
최현민은 무수한 클럽 목격담과 인증샷이 털리면서 그룹에서 제일 욕 처먹는 롤이 되었다.
알고 보니까 최현민의 동갑내기 남돌 클럽팸 중 정이서에게 회유된 놈이 열심히 인증샷을 찍어다가 바쳤다고.
미자 시절 흡연 사진을 정이서에게 보내지 않아서 감사하다며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내게 전화한 최현민에게 그러게 조심 좀 하고 살라고 내가 친히 충고도 해 주지 않았냐며 혀 두어 번 차 주고 전화를 끊기도 했다.
범국민적으로 왕따 가해자 그룹이 되어 욕을 먹은 KICKS의 상해도 장난 아니었지만, 낙하산으로 데뷔조에 꽂히며 데뷔조 연습생 한 명을 의도적으로 밀어낸 사실이 폭로되고 과거와 실제 성격까지 털린 정이서가 받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Yxxtube
[견하준-정이서 실력 비교]-흠… 정이서가 실력이 압도적으로 빼어나기라도 했으면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거 인정은 해주려 했는데 오히려 정이서 실력이 더 떨어지는데 굳이…?
-음색이 똑같다고 하긴 뭐한데 살짝 겹치긴 한다 그래서 정이서 집어넣으면서 견하준 뺐나 비교될까 봐?
-중대형 소속사 나와서 좃소 따라 들어갈 정도의 음색 감상하러 왔습니다
이제는 숫제 자기가 밀어낸 견하준과 실력 비교질까지 당하고 있는데 디그린 연습생으로 그렇게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던 정이서가 약이 오르지 않을 리가. 그렇지만 다아 자기 업보지.
이전에 김도빈의 생일에 케이크와 함께 샀다가 먹지 못하고 천장에 박아 놨던 샴페인까지 꺼내서 마셔 대고 있으니 파티 느낌 한 번 제대로 났다.
오죽했으면 서예현도 오늘만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걸 허가해 줬을까.
그렇게 파티를 즐기던 도중, 파티를 열게 된 원인이 먼저 전화까지 걸어 왔는데,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콘텐츠가 어디 있겠냐.
“스피커폰으로 돌리라고? 어어, 알았-”
내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내 휴대폰을 채어 갔다.
여상한 손길로 내 폰 화면을 터치해 스피커 모드로 돌린 견하준이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입을 열기 전에 선수 쳐 말했다.
“설마 따져 물으려고 전화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네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침묵으로 답했다.
“하긴, 그 정도의 양심이랑 개념이 있었다면 남의 자리 뺏으면서 뻔뻔하게 자기변호 하는 짓은 안 했겠지.”
냉소한 견하준의 입에서 날 선 빈정거림이 필터 없이 고스란히 쏟아졌다. 방금처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정이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 그쪽이었구나.
선명한 실소가 스피커로 전해졌다.
-난 또, 윤이든 씨가 이 판을 다 짠 줄 알고 이든 씨 참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박수라도 쳐 드릴 겸 전화했는데.
서예현이 다급한 손길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몸이 간헐적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보아하니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김도빈은 소파에 머리를 박고 소리 죽여 끅끅대고 있었고 말이다. 류재희조차도 입술을 꽉 깨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아무리 내 기여도가 그리 높지는 않긴 했다만 이게 그렇게 웃길 일이냐?
-며칠 겪어 보고 귀동냥으로 주워 들었던 윤이든 씨 성격이랑 그쪽 성격 고려해서 짠 판이었는데. 역시 뒷담화는 과장이 들어가서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사이에 골이 파이는 게 아니라 기꺼이 협력을 할 줄이야.
“제대로 된 그룹 생활을 못 해 봐서 갈등 중재가 뭔지도 몰랐던 모양이네. 다른 멤버들은 병풍이겠어요?”
견하준도 래퍼의 소질이 좀 보이는 것 같았다. 프리스타일 디스랩 하면 가사 잘 짤 듯?
내 폰으로 살벌한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고 있으니 폰 주인으로서 뭐라도 해 봐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어서 나도 입을 열었다.
“그래, 너랑 연대감 박살 난 KICKS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레브는-”
견하준이 빠져 있으라고 나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내가 이래 봐도 DTB에서 4 대 1 디스전을 이기고 2차 디스전도 압도적으로 이긴 사람인데.
조용히 입을 다물고 분명 나긋하지만 어딘지 살벌한 말싸움을 감상했다. 옆에서 김도빈이 저게 바로 귀족 영애 화법이라고 헛소리를 해 댔다.
“귀족 영애 화법은 모르겠고 국회선진화법 나온 이후에 목소리 안 높이려 노력하던 정치인들 말다툼 같긴 하다. 아님 청문회나.”
흥미진진한 얼굴로 대화를 듣고 있던 서예현이 담백한 평가를 내렸다. 다들 적응한 건지, 견하준의 저런 모습 정도로는 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저한테 미안하긴 했느냐는 견하준의 물음에 어차피 그쪽은 사과 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느냐고 정이서가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사과해 봤자 용서할 생각 없는 사람한테 딱히 사과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내 입만 아프지.
“사람 깔본다더니, 정말이네.”
BJ의 폭로가 정이서한테 있어서 꽤 크리티컬이었는지 빠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상쾌해진 얼굴로 견하준이 내게 휴대폰을 다시 넘겼다.
“어어, 그래서 전화한 연유가 뭔데?”
-진짜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디에서부터 연기였어요? 나한테 곡을 준다고 했을 때부터?
“아니, 그때는 진심이었지.”
내 넓고 따스한 마음씨에 감화되었는지 아니면 감동을 받은 건지 정이서가 침묵했다. 옆에서 서예현이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힌 게 분명하다며 오해석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글쎄다, 이 상황에서 내가 너한테 곡을 주면 꽤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
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내뱉었다.
“내가 너 좋을 짓을 왜 하겠냐.”
내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이서에게 곡을 준다면 나올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견하준 친구인 윤이든이 곡을 줄 정도면 우리가 오해한 게 아니냐고 정이서의 잘못이 축소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굳이 견하준 밀어내고 들어온 정이서에게 곡을 준 거 보니 내가 의리 지킨다고 견하준을 따라서 나온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어서 나왔다고 오해를 사는 것.
-말 바꾸기 참 쉽다. 그렇죠? 한 입으로 두 말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빈정거린 정이서가 속삭임을 덧붙였다. 헛웃음이 잇새로 새어 나왔다.
날 보는 견하준을 힐긋 돌아봤다가, 짧은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 * *
누구를 위한 폭로였나, 서로에게 상흔만 남긴 정이서-KICKS 폭로전
KICKS 전 멤버 이서 “이런 식으로 논점 흐리는 건 서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KICKS 현민, sns에 ‘사필귀정(事必歸正)’ 글귀 업로드
‘따돌림 논란’ 현민, 이서 온라인 설전…소속사인 뉴본은 여전히 묵묵부답
뉴본 직원 내부고발? “정이서, 뉴본 이사 조카. 들어오자마자 바로 데뷔조 꽂혀”
왕따 논란에 이어 소속사와의 불화까지…불투명해진 KICKS의 미래, 뉴본과의 계약 만료까지 얼마나 남았나
-이제 슬슬 지겹다 둘 다 쓰레기임 땅땅하고 끝내 ㅅㅂ
└둘 다? 따돌림이랑 낙하산이랑 무게가 같다고 생각해? 피해자 지우기 작작해 그래서 이서가 낙하산으로 꽂혀서 킥스한테 피해 입힌 게 대체 뭔데
└그러는 느그이서는 얼마나 떳떳하게 낙하산으로 꽂히셨어요? 피해자 지우기는 님이 하고 계시고요ㅋㅋ
-킥스 이제 수납당하다가 계약만료되면 재계약 안 하고 조용히 뉴본 나올 것 같은데
-둘다 티비에서 더는 안 봤으면 좋겠음 쟤네 보면 왕따랑 낙하산 생각날 것 같음
-공황은 ㅅㅂ 내가 올 것 같다
-한 2~3년 뒤에 힐링캠프에서 즙짜면서 나올 것 같은데 누가 선수 칠지 궁금ㅋㅋㅋㅋ
-뉴본 일처리 ㅈㄴ 못하는 것만 아주 제대로 까발려진듯
-그래서 낙하산 논란이 뭐 누구한테 직접적으로 피해 줬어? 그분도 결국은 레브로 성공했으니까 오히려 잘된 거 아니야?
└22 레브가 킥스보다 더 잘나가잖아 지금은
└333 사실상 이서가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둘이 나간 덕분에 레브 탄생한 거 아닌가…ㅋㅋ 레브 팬들은 왜 이서 욕하지?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와 20xx년 최고의 개소리에 선정되셨습니다! 올해 들은 개소리 중에도 역대급이다 ㅅㅂ
└우리애 머리채 좀 그만 잡고 지금까지 음침한 느그 포메 인성 폭로 안 한 거 고마워나 해 미친X들아
└아 왜 아체대때 레브한테 달라붙어 있었는지나 해명하시라고요 좆같은 소리 그만 하시고
└정이서도 이런 마인드니까 그렇게 얼굴에 철판 깔고 우리애들 이용해 먹으려고 간 봤구나~ 역겨우니까 제발 티비에 다시 기어나올 일 없었으면
└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병원 가서 상담 좀 받아봐;;;
언제나 그랬듯이 며칠간 확 타오른 이슈의 불꽃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물론 팬들끼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도 역대급이라 대중의 관심은 다른 이슈들보다는 그래도 오래 가긴 했다. 물론 대외적으로 더 처맞은 건 정이서보다는 KICKS였다. 낙하산보다 왕따 문제에 더 예민한 사회 아닌가.
게다가 피해자인 견하준이 속한 그룹인 레브가 KICKS보다 더 잘됐으니 우리 팬들에게나 열받는 일이지 대중들의 시선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들어온 사람 밀어낸 낙하산’ 이미지가 제법 크게 박혀 버린 덕분에 정이서도 마냥 동정만 받지는 못했다.
제멋대로 낙하산 꽂으면서 인맥 없으면 데뷔 밀리게 하는 소속사라고 소문나 버린 뉴본은 말하기도 입 아프고.
이제 남은 건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너덜너덜해진 KICKS와 정이서+뉴본뿐. 올해 컴백 활동 추이가 꽤 괜찮아서 팬들도, 본인들도 기대가 꽤 컸을 텐데 안타깝게 됐다.
거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낙하산 꽂는답시고 데뷔조에서 멋대로 견하준 뺄 때부터 이 소속사 노답일 거 알았다니까.
낙하산이랑 그룹 사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낙하산 편을 들 것이란 그 당시의 내 예상도 꼭 들어맞은 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폭로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뺐던 우리도 얻은 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