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9화(37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79화
이번 KICKS 폭로전으로 재조명된 레브 동갑내기의 훈훈한 우정 미담
-동갑즈 고생 많았고 힘들었던 만큼 행복하게 평생 가자!!!!
-윤이든 의리가 대단한 건지 견하준 음색이 그만큼 피리 부는 사나이급이라는 건지
-만약 잘 안 됐으면 서로 원망하고 미안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두 사람 다 잘 풀려서 다행이다ㅠㅠㅠㅠ
-윤이든 너 임마 이럴 수 있었으면서 지테한테는 왜 그랬냐ㅋㅋㅋ
-지음지기 백아절현의 현대판 우정이구나 우정 오래오래 가거라
덕분에 나랑 견하준의 이미지가 꽤 좋아졌다.
나는 거의 의리파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었고 견하준은 무려 중대형 소속사를 포기하고 좆소까지 따라가게 만든 개쩌는 음색을 지닌 세이렌의 인간계 현현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견하준은 그걸 지금껏 밝히지 않고 조용히 감내하고 있었다는 것 덕분에 추가 점수도 얻었다.
피해자 이미지를 챙기려던 정이서가 우리 이미지만 거하게 챙겨 준 셈이었다.
아체대에서 우리한테 붙지만 않았어도 음침한 계획적 탈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 텐데. 이래서 사람이 나처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다.
결국은 이렇게 돌아오잖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솔직히 하준이 형이 그러는 건 처음 봤어요.”
어제의 통화를 상기하는 듯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내가 소중히 쌓아 놓은 초심도를 초심통을 감내해 가며 시원하게 털고 있자 내 휴대폰을 다시 스틸하더니 정이서한테 말로 정타를 꽂던 견하준을 회상하며 동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굴러떨어진 거 인지했으면 이제 사람 깔볼 생각 그만하고 위치 파악 좀 하라고 했나? 아, 미안함을 못 느끼는 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거고, 공감 능력이 곧 지능이라는 말도 했었지.
쌓인 것도 많았는데 사과도 못 받아서 열이 제대로 뻗친 모양이었다. 그걸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표출할 수 있다는 게 견하준의 대단한 점이었다.
“그리고 형이 그렇게 욕하는 것도 처음 봤고요.”
그렇겠지. 이번 회차에서는 데뷔하고 나서 그놈의 초심도 때문에 욕설을 거의 못 하고 살았으니 말이야.
초심도는 총 10점이 깎였다. 처음 문장에서 내뱉은 초심도는 비속어 하나당 일일이 깎더니 시스템이 자비를 발휘하여 두 번째 문장에서는 통으로 한 번 깎아 줬다.
시스템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못해도 20점은 깎였을 텐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데뷔 초 때는 아주 별별 이유로 초심도를 다 깎아 대더니만 이제는 좀 융통성이라는 게 생긴 모양이지? 이제는 일상에서 가벼운 비속어 몇 개 정도는 툭툭 내뱉어도 될 것 같기도….
[성장한 줄 알았는데 이런 생각하는 걸 보니까 다시 과거 기준으로 다운그레이드를 시켜야 하는가 고민 중.]씨바, 생각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네.
“그런데 혹시 정이서가 어제 통화 녹음해 놨다가 통화 녹음본을 공개하지는 않겠죠?”
“내가 자기한테 앞으로 하는 일 다 잘되라고 덕담이라도 해 줬으면 몰라, 쌍욕 들었는데 그거 까 봤자 자기 낙하산 논란에 기름 붓는 것밖에 더 돼?”
“알아요, 그건 아는데… 형들까지 괜히 진흙탕 싸움으로 끌려갈까 봐 그렇죠.”
“걱정도 팔자다. 우리는 무사히 넘겼잖냐. 이제 저놈들끼리의 일이지.”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나는 아직 정이서의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교활한 놈은 끝까지 사람 찝찝하게 해 놨으니까.
‘왜 밀려난 게 견하준 씨였는지 그것도 한 번 새로운 이슈거리 기다리는 대중들한테 까 볼까요? 아, 이 사건에 더 언급돼서 엮이긴 싫어하시려나?’
에휴, 권윤성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티가 따로 건 수화기 너머로도 아주 잘 전해져 왔으므로 나머지 네 명 중에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같이 친합니다.’ 하면 될 걸 그걸 굳이 곧이곧대로 대답한 새끼도 씹새끼지. 아니면 씹새끼‘들’일 수도 있고.
나나 불러서 물어봤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의미 없는 궁금증을 털어 냈다.
내가 그 대답을 해 주어야 더 이상 정이서도 그걸 핑계 삼아 우리를 휘두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선택을 하든 최대한 정이서를 물 먹이는 방향으로 가야지. 끝까지 나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게 괘씸해서라도. 사람 잘못 건드렸어, 시발놈아.
“며칠간 포메 욕먹는 거 봤더니 너무 힘들다.”
깊은 한숨을 푹 내쉬자 옆에서 아무 생각 없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던 김도빈이 사람 복장 터지게 만드는 맹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정이서 말하는 건 아니죠?”
“정이서가 포메냐? 정이서가 포메야? 어?”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자 김도빈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태평하게 대꾸했다.
“어우, 저도 며칠간 보다가 세뇌당했나 봐요. 깜짝 놀랐네. 하긴, 정이서가 욕먹는다고 형이 힘들 리가.”
내가 너무 자주 성질을 내는 바람에 익숙해져서 저러는 건가…? 나도 견하준처럼 묵직하게 한 번씩만 분노를 표출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았다간 제 명에 못 살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을 때려치우고 한탄이나 늘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람 보고 동물이라고 하는 거, 법적으로 금지를 때려야 해.”
“그러면 맨날 자기 햄스터라고 우기는 우리 막내가 제일 먼저 잡혀 가요.”
“별명이 포메인 놈이 욕먹으니까 나 같은 포메 견주들만 상처를 받잖아. 그거 보면서 우리 포도가 생각나는 바람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서치퀘를 돌리다가 본 ‘느그 포메’와 포메랑 조합된 온갖 조롱과 욕에 나는 심신이 꽤 지친 상태였다.
애초에 포메 하면 정이서 따위보다 당장 본가의 포도가 훨씬 먼저 생각나는 걸 어쩌겠는가.
이건 특정 견종을 향한 욕이 아니라 개새끼 정이서를 향한 욕이라고 끊임없이 상기해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 대는 포도가 아른거렸다.
“형은 가만 보면 사람보다 개를 더 아끼는 것 같아요.”
“당연히 사람보단 개가 낫지. 우리 엄마도 그랬어. 자식보다 개가 낫다고.”
김도빈이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일이 이렇게 돼서 속은 시원하긴 한데… 왜 뉴본이 정이서가 탈퇴하고 그거 터트리게 내버려 뒀을까? KICKS가 망한 편도 아니고, 적자는 아니었을 텐데.”
“그렇죠. 오히려 현재 주가가 오르는 편이었죠. 저도 그게 의문이긴 하네요. 정이서가 사장 조카도 아니고 이사 조카인데 굳이…?”
다행히 견하준과 류재희는 김도빈처럼 내가 기어이 헛소리를 하게 만드는 대화를 이끌어 내는 편은 아니었다.
이 중에서 KICKS 멤버와 연락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므로 그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그거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독립 레이블 만드는 문제랑 엮였다더라고.”
“독립 레이블이요? KICKS 독단으로요?”
“설마. 뉴본 전속 프로듀서 하나가 레이블 따로 빼 달라고 했대. 그런데 그 사람이 KICKS 데뷔 때부터 도맡아서 한 사람이라 KICKS를 데려가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잡음 좀 있었나 봐.”
견하준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조심스럽게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
“문홍범 프로듀서님?”
“오, 기억하네?”
“데뷔 조 정해지고 신경 많이 써 주셨잖아.”
견하준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꾸했다. 낯선 이야기를 듣는 표정인 막내 라인을 보자 나랑 견하준만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새삼 실감 났다.
“권윤성 말로는 뉴본 쪽에서 자기들이 문홍범 쪽에 붙은 거를 꽤 못마땅하게 봤다더라. 레이블 체제를 내켜하지 않았나 봐. 신인 걸그룹 런칭 준비 중이라 인력이나 예산이 분산되는 게 싫었거나.”
그래서 뭐, 소속사의 중요성이라도 깨우쳐 주려고 한 건지, 아니면 높으신 분들 눈 밖에 난 건지, 아니면 KICKS를 통해 레이블 문제를 흐지부지하게 만들려던 용으로 써먹으려 했던지.
진실은 뉴본 사장과 이사들만이 알 터였다.
“그쪽은 뭐, 단순한 멤버들 간의 불화 이런 거 정도나 상상한 모양인데 정이서가 핵폭탄을 터트릴지는 몰랐겠지.”
KICKS 쪽에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으리란 것도 예상하지 못한 것 같긴 하지만.
“시간 지나면 잠잠해지겠거니- 하고 무대응하는 모양인데, 덕분에 낙하산 논란에만 더 불 지펴 줬고.”
지금까지도 대응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아니면 아예 손을 놓은 건지.
“만약 저희 소속사라면 어땠을까요.”
흐음, 만약 LnL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일단 따돌림과 낙하산과 멤버 한 놈 탈퇴를 상상하기도 힘들뿐더러…
“KICKS처럼 우리가 소속사 눈 밖에 나기에는 불가능하지 않냐? 아티스트가 우리 하나인데 여기에서 우리가 나가리되면 LnL의 존재 가치는 뭐가 돼?”
“대표님이 방금 형 말 들으셨으면 마상 입으셨을 듯요.”
괜찮다. 멤버들한테 날카로운 현실을 짚어 주는 말을 하면 불화 조장으로 초심도 감점 사유지만 대표님을 대상으로 하면 초심도가 딱히 안 깎이니까.
“그런데 대표님 운 정도면 그런 사건 터지고 바로 그거 묻을 만한 큰 이슈 터져서 우리가 무사히 묻히지 않을까요.”
“오,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진짜 그렇게 될지 궁금하다. 안 그래여, 형들?”
“궁금해서 뭐 어쩔 건데. 한 놈 따돌리고 한 놈 낙하산 만들자고?”
“뉴본 정도나 되니까 낙하산으로 꽂힌 게 이슈가 되는 거죠. LnL이면 우리 사이에서나 이슈 되는 거죠. 그 많은 소속사 두고 하필 김노담 대표님이 인맥이라서 LnL에 꽂힌 그 불쌍한 낙하산 누구냐고.”
내 시선이 절로 견하준한테 향했다. ‘그 많은 소속사 두고 하필 김노담 대표님이 인맥이라서 LnL에 꽂힌 그 불쌍한 낙하산’ 견하준이 움찔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아무튼, KICKS는 연말 시상식 수상은커녕 참석 여부도 불투명해졌네요. 이렇게 양비론으로 끝나 버린 이상, 정이서도 쉽게 나오지는 못할 거고요. 어쨌든 정이서도 지금 가해자로 낙인 찍힌 처지니까.”
“그러네. 정말로 최현민 말처럼 사필귀정이네.”
견하준이 시원하게 웃었다.
겨울이었다.
* * *
점점 다가오는 신년.
신년을 앞두고 현재 우리한테 가장 가까운 스케줄은 바로 WAMA(Wnet AISA MUSIC AWARD)였다. 올해도 홍콩에서 개최되는 WAMA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비행기… 비행기… 꼭 타야 해…? 뱃길로는 홍콩 못 가?”
“괜찮아, 도빈이 형! 이건 직항이야! 경유 네 번 같은 끔찍한 일은 이 비행기에서 일어나지 않아!”
“하와이도 직항이었어…. 하와이도 직항이었다고!”
“예현이 형! 형까지 왜 그래요!”
“막내 넌 몰라. 경유 네 번의 끔찍함을 모른다고.”
“하하, 홍콩 일기 예보나 먼저 찾아볼까? 일주일치 정도 날씨는 나오겠지?”
“미치겠네! 이 형들 왜 이래! 우리 국내에서만 활동할 거예요?”
우리는 아직 비행기 연착과 경유 공포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겨우 경유 두 번으로 한국에 무사 도착한 류재희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