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8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1화(38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1화
불이 꺼져 어두컴컴했던 공연장의 무대로 조명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넓은 돔을 꽉 채운 관중들이 환호가 쩌렁쩌렁 울렸다.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동시에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신인 아이돌 그룹의 오프닝 무대가 WAMA의 시작을 알렸다.
윤이든의 홈마 ‘EDEN81’은 레브가 마지막 순서라는 걸 상기하며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려다 혹여 우리 애들이 부정이라도 탈까 봐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다.
‘이걸 배부른 투정한다고 하는 건가?’
당장 몇 년 전, 아니 몇 년이 뭔가. DTB 4가 방영되기 이전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레브가 연말 시상식 중 하나의 엔딩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DTB 시즌 4가 소위 ‘대박’이 터지며 덥넷의 아들이 되어 버린 윤이든이 아니었다면 대형 소속사 아이돌도 아닌 레브가 엔딩 무대를 맡는 건 언감생심이었을 터였다.
당장 항상 WAMA의 엔딩 무대를 도맡았던 디그린 엔터 아이돌의 팬덤도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레브와 Wnet을 엄청나게 씹어 대지 않았던가.
뭐, 이해는 갔다. 엔딩 무대는 인기의 척도나 다름없었으니.
과연 윤이든과 그의 그룹인 레브를 향한 덥넷의 총애가 내년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홈마는 일단 오늘의 엔딩 무대를 즐기기로 했다.
만약 덥넷이 내년에 레브를 팽할 생각이라면 DTB 시즌 5 시청률과 화제성을 거하게 말아먹길 바라면서.
그래도 중간 정도의 순서에 윤이든이 서는 무대가 한 번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관심 없는 타 그룹의 무대를 무념무상으로 지켜보며 홈마는 어서 랩 퍼포먼스 무대라도 나오기를 바랐다. 힙합을 딱히 사랑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거기에는 우리 이든이라도 나오지.
Wnet의 올해 최대 히트 프로그램이 힙합 서바이벌 DROP THE BEAT 시즌 4인만큼, 당연히 Wnet의 모그룹이 주최하는 시상식인 WAMA에서도 DTB 무대를 끼워 넣었다.
베스트 랩 퍼포먼스 상이야 항상 그랬듯이 DTB 프로듀서로 나온 래퍼의 신곡에 수여했고, DTB 무대는 프로듀서로 나온 래퍼들과 우승자, 준우승자가 꾸렸다.
올해 DTB 무대 곡으로 선정된 곡은 준우승자 배출 팀의 몰틱과 영빌리가 몸담은 레이블에서 나온 곡으로, 음원 차트 실시간 순위 3위까지 찍은 곡이었다.
적당히 대중성을 잡은 곡이라 무대에서 래퍼들끼리만 신나고 관객들은 싸해지는 참사를 지금까지의 수많은 시행 착오로 나름 쌓인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방지한 것이다.
‘밴드면 곧인가?’
누가 들어도 락 창법의 보컬을 들으며 홈마는 순서를 가늠했다.
와중에 제게 카메라가 향한 줄도 모르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미친 가창력을 감상하다가 견하준의 손길에 뒤늦게 제가 비친 화면을 발견하고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드는 서예현 덕분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실수 없이 무대를 마치고 들어가는 밴드를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밴드가 한껏 끌어올린 분위기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 궁금해하던 와중, 무대 조명이 훅 어두워지더니 스테이지에 설치된 스크린에 빛이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현재 음악 장르 중 힙합이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고, 심지어 DTB로 쏠쏠한 재미를 본 덥넷이 DTB 스테이지를 겨우 한 곡으로만 꾸릴 리는 없었다.
[Cypher00:00
00:01:30]
무대 중앙에 우뚝 놓인 마이크스탠드와 그 끝에 꽂혀 있는 마이크 하나.
DTB 애청자라면 지금 WAMA가 무엇을 재현하려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예선전에서 디스 배틀 다음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과 큰 이슈를 터트렸던 게릴라 미션, 마이크 스틸 싸이퍼였다.
여섯 인영이 무대로 올라오자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올해의 우승자 배출 팀 프로듀서인 공출과 BQ9, 준우승자 배출 팀 프로듀서인 몰틱과 영빌리, 우승자 윤이든, 준우승자 스코언.
특히 윤이든은 이슈를 만드는 데에 한몫했던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나옴으로써 이목을 확 끌었다.
슬릭백 언더컷처럼 이마 위로 약간 날티 나게 넘긴 앞머리는 정장과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잘 어울렸다.
그 모습을 어떻게든 더 잘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홈마의 손이 바빠졌다.
비트가 울리기 시작하고, 제일 먼저 마이크를 낚아챈 BQ9이 여유롭게 웃으며 랩을 시작했다. BQ9도 DTB 3에서부터 제법 팬층을 쌓은 터라 제법 호응 소리가 컸다.
본래부터 인지도 있던 네임드 래퍼들이었던 프로듀서들은 물론이다. 영빌리한테 마이크를 넘겨받은 스코언 역시 프로듀서들 못지않은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여섯 중에서 누가 제일 열렬한 호응을 얻었냐면 단연 윤이든이었다. 어느 면에서도 눈길을 제일 끄는 이였으니.
아쉽게도 베스트 퍼포먼스 중 하나로 손꼽히던 마이크 스틸 시도 제지 및 마이크 양보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주어진 제한 시간에서 15초를 딱 남기고 들어간 윤이든의 명실공히 베스트 퍼포먼스는 이 싸이퍼에서 재현해 주었다.
백스크린의 타임 숫자가 00:15, 00:00:00으로 변함과 동시에 완벽하게 마무리된 랩 퍼포먼스는 딱히 힙합과 윤이든에 관심 없던 사람들한테도 감탄과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역시 프로들은 다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실수 하나 없이 완벽했던 싸이퍼가 끝나자 공출과 BQ9이 들어가고, 무대 선정곡 타임이 돌아왔다.
앞서 말한 대로 국내 음원 차트 실시간 3위까지 올랐기에 대중들의 귀에도 어느 정도 익은 곡이었다. 벌스는 따라 하기 힘들어도 중독성 있는 훅 정도는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는.
훅 부분을 윤이든이 맡았기에 이번 무대에서는 윤이든의 랩과 보컬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사실 훅 부분도 보컬이라기보다는 싱잉 랩에 경쾌한 멜로디를 얹은 것에 가까워서 윤이든은 별다른 기교 없이도 훅 파트를 평탄하게 소화해 냈다. 평소보다 한 톤 높인 보컬은 귀를 확 잡아끌었다.
본인 자리가 없음에도 원래 본인의 곡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끼어든 랩 벌스는 물론이다.
힙합 무대는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서 그렇게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또 엔딩 무대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지만 홈마는 방금 윤이든의 무대를 본 기억으로 엔딩 무대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가수석에서 타 아이돌의 무대를 즐기고 있는 레브 멤버들의 얼굴을 한 번씩 스크린에 비춰 주기도 했고 말이다.
무대 중인 아이돌의 랩 파트에 맞추어 고개를 까딱이다가 저를 향한 카메라를 발견하고 입꼬리만 올려 씩 웃던 윤이든을 찍느라 홈마의 손가락이 또 한 번 바빠졌다.
걸그룹 안무 제스쳐를 멋있게 따라 하다가 저를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 특유의 입 모양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김도빈도 덤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무대 중간중간에는 시상식이 이루어졌다.
레브도 수상을 했지만 WAMA는 특정 소속사에게 상 몰아주기와 당최 기준을 알 수 없는 순위 평가 때문에 공신력을 잃은 지 오래여서 시상식보다는 K-POP 연말 단체 콘서트 정도로나 여겨지고 있었다.
시상식 라인업에 올해 그래도 꽤 곡이 히트 쳤던 KICKS가 빠지긴 했지만 그 난리가 났던 게 고작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음을 상기하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야유나 침묵 속에서 수상하고 무대를 할 KICKS한테도 이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홈마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엔딩 무대 차례가 다가왔다. 밝은 공연장의 조명이 서서히 하나둘 꺼지며 색색의 다양한 응원봉들의 빛들만이 반짝였다.
다시 어두컴컴해진 공연장에 의 전주가 울렸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팬들의 환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스테이지 바닥에서 조명을 촘촘하게 박아 빛나는 구조물이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낮은 정글짐처럼 생긴 구조물에는 레브 멤버들이 걸터앉거나 서 있었다.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서예현과 유제는 걸터앉아 있었고, 비교적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에 있는 윤이든, 견하준, 김도빈은 발판이 덧대어진 부분에 서 있었다.
무대 조명에 빛이 들어와 멤버들의 얼굴을 흐릿하게 비추었다.
무대 뒤쪽의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푸른빛으로 물든 스크린에 빛가루들이 마치 별무리처럼 흐드러져 있었다.
[There’s no way back for us nowWill you ride or die with me?]
곡이 진행되는 동안 높게 올라갔다가 느릿하게 다시 하강한 구조물이 스테이지 바닥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정도로 내려오자 레브 멤버들도 그 구조물에서 내려와 무대를 밟았다.
무대 의상은 과하지 않은 화려함을 담은 항공 점퍼와 야구 점퍼였다.
인이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지 노래를 부르면서도 계속 인이어를 손가락으로 두드려 대던 유제는 결국 인이어를 귀에서 잡아 빼고 노래를 이어 나갔다.
는 빌보드 언플이 처음으로 된 곡에 국내 차트 역주행까지 한 만큼 제법 호응이 좋았다. 그리고 이 곡은 윤이든의 건강상 문제로 인한 활동 조기 종료로 데이드림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린 곡이기도 했다.
팬들의 떼창이 후렴구를 함께 채워 주었다. 그걸 들으며 눈을 깜빡이던 유제가 슬그머니 윤이든에게 다가갔다.
현재의 파트는 서예현에서 김도빈, 그리고 견하준으로 이어지는 파트였기에 각각 메인 보컬과 메인 래퍼인 두 사람은 비교적 화면에 잡히지 않는 뒤로 빠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쿡쿡 윤이든을 찌른 유제가 인이어를 가리키며 빼는 시늉을 하자 눈살을 살짝 찌푸린 윤이든이 제 인이어도 귀에서 잡아 뺐다.
휙, 윤이든이 유제를 돌아보자 유제가 입을 뻐끔거려 입 모양으로 무언가를 전달했다.
마찬가지로 입 모양으로만 무언가를 물은 윤이든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제의 등을 떠밀었다.
견하준의 고음 파트가 끝나고 슬슬 후렴구 차례가 돌아온 순간.
다시 팬들의 떼창이 유제의 후렴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무대 위에서 가벼운 안무를 추던 윤이든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입꼬리 역시 시원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녀의 카메라 화면에 한가득 담긴 그 빛나는 미소에 홈마는 홀린 듯이 셔터를 눌렀다.
제 음악에 대한 윤이든의 확신이 영원히 박제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