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8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3화(38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3화
“제가요?”
물론 류재희는 순순히 내게 답을 내어 주어 내 고민을 끝내는 데에 협조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요즘 형한테 섭섭하게 구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답이 없다는 위기감을 안겨 주며 난이도를 높이면 높였지.
류재희가 혹시 빈말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얼굴을 빤히 살폈지만 멀뚱하게 눈을 깜빡이는 얼굴에는 딱히 거짓이 보이진 않았다.
저게 연기면 류재희는 견하준처럼 연기자의 길까지 병행해야 한다.
“아아니, 뭐 연말을 맞아서 리더로서 하는 상담이지, 상담.”
“아, 난 또… 아니, 형은 무슨 상담을 대뜸 시비 거는 것처럼 하세요.”
“봐라, 불만 있네.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니까.”
“네?”
“방금 네가 털어놨잖아. 상담을 무슨 시비 거는 것처럼 하냐고.”
고개 숙여 미간을 문지른 류재희가 순간 고개를 치켜들고 반박했다.
“이건 불만이 아니라 소신 발언이죠, 소신 발언!”
“진짜 없어?”
진지하게 다시 한번 물음을 던지자 류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진심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도 마음 속에 존재하는 불만을 모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류재희한테 대답을 듣기는 글러 먹었다고 판단한 나는 타겟을 바꾸었다.
“형. 형은 막내가 나한테 불만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해?”
다행히 서예현은 내 룸메이트였기에 언제든지 상담이 가능했다. 이렇게 각자의 침대에 드러누워서도 말이다.
한동안 휴대폰을 달고 살더니만 이제는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와 한창 독서 중이었던 서예현이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돌아보았다.
“이제 하준이에 이어서 막내냐?”
“뭐야, 형은 뭐 알고 있어?”
또 나만 눈치채지 못했던 건가.
눈치 기르기 훈련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자 다시 서예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하준이는 알았어도 막내는 딱히 너한테 불만 있는지 모르겠는데? 짐작되는 거라곤 네가 하는 막내 두뇌 착취?”
허, 참. 착취? 차악취이? 누가 들으면 내가 내 스스로 머리도 굴릴 생각도 안 하고 막내 지능 뜯어먹고 살 생각만 하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리더인 줄 알겠다.
하지만 내 눈치가 영 써먹지 못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는 걸 확인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아니, 이걸 좋아해도 되는 건가…? 어쨌건 사이 개선도가 채워지지 않은 이유는 서예현도 모른다는 소리나 다름없는데.
이전의 견하준과 내 사이에는 ‘회귀 전의 이유 모를 손절’이라는 명확한 벽이 존재했기에 그걸 박살 내면서 사이 개선도가 100으로 오를 수 있었지만, 류재희와는 회귀 전에도 딱히 이슈가 없었다.
회귀 전의 류재희가 나를 동정하긴 했지만 그 동정이 나를 감히 낮잡아 보는 적선 같은 류는 아니었기에 딱히 거슬리진 않았고, 나 역시 류재희를 동정했기에.
우리는 어째서 서로를 안타깝게 여겼던가.
나는 류재희가 제 가족들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며, 그럼에도 매정하게 끊어 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걸 지켜보며 바보 같은 놈이라 혀를 차면서도 동시에 류재희를 동정했다.
그렇다면 류재희는…
‘형이 형의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형이랑 멤버들… 예현이 형이랑 도빈이 형이랑의 사이도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까요?’
‘형, 저는요… 형이 을 조금만 덜 미워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우리 노래인데 그걸 부정하면 형만 힘들잖아요….’
‘형은 바보예요. 그게 이간질로 인한 오해인 줄 알았으면 그냥 눈 질끈 감고 사과하면 될 걸 자존심이 뭐라고 오랜 인연을 그렇게 허무하게 끊어 내요.’
‘뭐, 우린 언제나 예현이 형 들러리죠. 형이나 나나, 하하. 형은 레브 윤이든보다 프로듀서 윤이든으로 더 유명하잖아요, 이제.’
그래.
내가 지겹도록 받아 댔던 익숙한 눈빛으로 나를 동경하면서도 내가 원하던 곳에 꽃피우지 못한 내 재능을, 꼬이고 파탄이 나 엉망이 된 인간관계를, 내 비참한 열등감을 동정했다, 류재희는.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류재희한테 가진 동정심은 회귀 전이나 후나 변하지 않은 그의 가족들을 보며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류재희가 내게 가졌던 동정심의 이유는 현재 싹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레브에 꽃피운 내 재능을 아낌 없이 쏟아부었으며 회귀 전의 미련으로 남은 내 인간관계는 여전히 OVER LEVEL 크루로 건재하고, 지독하게 꼬여 평생을 풀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멤버들과의 관계도 깔끔히 풀렸으며, 더 이상 서예현에게 열등감을 품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면 내가 류재희한테 품은 동정심을 해소하게 되면 사이 개선도가 100으로 과연 올라갈까.
하지만 류재희와의 사이 개선도가 한 번 100을 찍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이유가 높았다.
제일 시급한 건, 사이 개선도가 깎인 게 내 문제인지 류재희 쪽의 문제인지 알아내는 거였다.
나는 내 스스로가 문제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원인은 류재희 쪽일 확률이 매애애우 높았다.
“그런데 형.”
내가 저를 부르자 슬슬 성가셔지기 시작했는지 서예현이 이제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왜, 또.”
“동경과 동정이 양립 가능한 감정이던가?”
내 딴에는 제법 날카롭게 허점을 찔렀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 불가능할 게 뭐 있겠냐. 내가 네 작곡 실력은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너의 수면 부족과 네가 그렇게 개고생했던 슬럼프는 동정하는 것처럼, 그럴 수도 있겠지.”
서예현의 답을 들으니 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독심술이라도 배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스템이 힌트 하나 안 주려나? 나 이러다가 다시 회귀하게 생겼는데? 이 짓거리를 한 번 더 하면 사람 제대로 미쳐 날뛰는 꼴을 봐야 할 텐데?
[유효 기간이 이틀 남은 랜덤 티켓 두 개가 있습니다.]시스템은 힌트 대신 또 유효 기간을 까먹고 날려 먹고만 있었던 랜덤 티켓의 존재를 내게 일깨웠다.
[아이템 ‘포춘 쿠키’가 나왔습니다!]일단 겉보기에는 보통의 포춘 쿠기와 별다를 바 없어 보였다. 살짝 흔들어 보자 과자 안에 무언가가 있는 게 느껴졌다. 아마 오늘의 운세나 충고겠지. 쓸데없는 명언이기만 해 봐라.
서에현의 눈을 피해 내 손바닥 위에 나타난 포춘 쿠키를 슬쩍 반으로 갈랐다. 뚝, 소리가 나며 포춘 쿠키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안에 돌돌 말려 있던 종이 띠가 나왔다.
종이 띠를 펼치자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오지랖을 부려 보세요!]오지랖을 부려 보라고? 온갖 군데에 참견하고 다니라는 소리인가?
이게 대체 류재희의 그 실종된 사이 개선도 1점이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냥 내가 협박질 해 대니까 아무거나 하나 던져 준 거 아니야?
갈라진 포춘 쿠키 반쪽을 우물거리며 시스템을 향한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자 또 이런 데에서만 쓸데없이 귀신 같은 촉을 지닌 서예현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돌아보았다.
“너 또 과자 먹냐?”
대꾸 없이 나머지 포춘 쿠키 반쪽도 입에 던져 넣었다. 서예현이 경악하며 나를 들볶기 시작했다.
“야! 이 야밤에! 그것도 아직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그거 몇 칼로리야!”
아니, 상식적으로 밤에 이 조그마한 과자 하나 먹었다고 살이 하루 만에 10kg씩 찌겠냐고.
“형, 음식 칼로리에 대한 강박을 버려.”
오지랖을 부려 보라는 포춘 쿠키의 충고가 떠올라 진지하게 충고를 했다가 그저 저녁에 과자를 섭취하는 행위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행위인지 열변을 토하는 저 미친 칼로리 강박증 인간한테 개털리기만 했다.
시스템이 하는 일이 그럼 그렇지, 뭐.
* * *
“형, 할 말 있다고 안 했어요?”
“어, 준이까지 오면 그때 하려고.”
다음 날, 소속사에 불려 갔다가 숙소로 돌아와 멤버들을 불러 모은 나는 견하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정도로 중대 발표예요? 저희 해체하는 건 아니죠?”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해체하자고 고사 지내냐? 도빈아, 솔로 가수가 하고 싶어? 어?”
“그럴 리가요. 저는 평생 형한테 붙어서 형 곡이랑 프로듀싱 뜯어먹고 살 거예요.”
“아, 궁금한데… 하준이 형은 언제 온대요?”
“곧 온다더라.”
“야, 윤이든. 혹시 안 좋은 소식은 아니지?”
“글쎄,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안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확답은 내가 줄 수가 없어.”
“궁금한 게 아니라 불안해졌는데 그냥 빨리 말해 주면 안 돼?”
띠띠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퍽 지친 몰골의 견하준이 비틀거리며 숙소로 들어왔다.
“드라마 대본이 너무 기가 빨려…”
답지 않게 바로 소파로 직행한 견하준이 한탄을 내뱉으며 소파에 길게 드러누웠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내 허벅다리까지 침범한 견하준의 다리에, 접으라고 툭툭 치자 견하준이 얌전히 무릎을 세워 다리를 접었다.
“네 배역은 꽤 차분한 역할 아니었나? 그때 대본 고르면서 읽었을 때 미쳐 날뛰는 건 여주랑 남주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차분함 뒤에 숨겨진 은은한 광기 어쩌고이긴 한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자 괜히 그 드라마를 견하준에게 하라고 밀어줬나 싶다가도 다아 이게 견하준 잘되라고 한 일이니, 짠한 마음을 깔끔하게 접었다.
“이야, 캐스팅 한 번 기가 막히네요. 하준이 형이랑 엄청 잘 어울려요.”
류재희가 악의 하나 없이 저게 욕인지 칭찬인지 긴가민가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견하준은 그걸 신경 쓸 새도 없어 보였다.
“주연 배우들이 대사 치는 거 보고만 있어도 기 빨려.”
대체 얼마나 끝내주는 대본 리딩을 하고 왔길래. 마른세수를 한 견하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영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 틈새에서 잘할 수 있을까….”
“못할 거 같으면 때려 쳐도 돼. 어차피 우리가 가수지 배우냐?”
나름의 격려를 건네자 서예현이 그게 격려라고 하는 말이냐고 경악했다. 하지만 서예현이 건네는 격려에도 딱히 견하준의 표정이 내 격려를 들었을 때와 달라지지 않은 걸 보니 두 가지였다.
내 격려가 들어 먹혔거나, 서예현의 격려도 딱히 격려로 들리지 않았거나.
“하준이 형 왔으니까 얼른 말해 주세요, 형. 소속사에서 뭐래요?”
김도빈의 재촉에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어, 그래. 우리 일주일 후에 이사 간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