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8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5화(38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5화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오랜만에 불화 조장으로 초심도가 깎였지만 류재희한테 그 말을 뱉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회귀 전 그 사건의 개요는 아주 간단했다.
숙소 이사를 하며 류재희가 서포트를 받았던 걸 본가에 두었고, 류재희가 주는 용돈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던 류재희의 싹수 노란 첫째 동생이 그것에 몰래 손을 대어 야금야금 중고나라에 팔아넘겼다.
그러다가 중고나라에 한 아이디로 올린 것들의 목록이 류재희한테 팬 서포트로 보낸 것들과 일치한다는 걸 어쩌다 알아낸 팬이 공론화를 시키며 일이 커졌다.
물론 여기에 류재희의 잘못은 없었다.
류재희가 제 동생들한테 이건 팬들한테 받은 물건들이니 건드리면 안 된다고 언질을 하지 않았을 리도 없을뿐더러, 저한테 용돈까지 꼬박꼬박 받는 동생이 설마 팬서포트 받은 것까지 중고나라에 팔아넘겨 폭리를 취할 생각을 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팬들은 그런 속사정을 알 리가 없었고, 그 일은 ‘유제 팬서포트 중고나라 사건’으로 명명되어 류재희는 아가리 팬사랑꾼이라며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
심지어 류재희의 부모는 동생 편을 들며 동생한테 그 정도도 못 주냐면서 류재희를 유난 떠는 놈에다가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형 취급을 해 댔다.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나한테 제가 자기 동생을 절도죄로 고소할 수 있느냐고 진지하게 상담해 오던 류재희 때문에 진상을 정확히 알 수 있었지.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혹독한지 알려주겠다 벼르며 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아쉽게도 절도죄는 친족상도제가 적용되어서 직계 혈족이라면 고소를 하더라도 형이 면제되어서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단다.
무슨 이런 개 같은 법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세상의 쓴맛을 보여 주고 싶어서, 그럼 류재희가 내게 그 물건들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내가 고소하는 건 안 되냐고 묻자 이번에는 또 미성년자라서 처벌이 매우 약하단다.
자기 친형 등쳐 먹는 미성년자 좀도둑 범죄자 새끼한테 Fxxking 엿 같은 세상은 존나게 친절하고 자비로웠다.
그래서 나는 그 꼴을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았다.
집안 사정을 깔지, 팬 기만한 놈이 될지, 오직 최악만이 존재하는 선택지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앓아누운 류재희의 꼴도.
명백히 제 잘못이 아닌 일로 팬들뿐만 아니라 부모한테까지 쓴소리를 들으며 상처를 받은 얼굴도.
‘그렇게 힘들어하는 꼴을 다시 보자니 그냥 내가 나쁜 놈 되는 게 낫지.’
회상하자마자 지끈거려 오는 미간을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야 원히트원더로 끝날 것을 서예현의 얼굴로 멱살 잡고 끌고 간 덕에 서예현만 주목받았던, 류재희 본인의 개인 인지도는 거의 없는 2군 아이돌이었다고 쳐도.
지금은 그때보다 개인 인지도도, 우리가 올라선 위치도,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도 확연히 차이가 나니까 류재희가 받을 타격도 그만큼 배가 될 게 분명했다.
좋지 않은 가정사를 까 봤자 당장 수습이야 되겠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될 것도 없다.
류재희한테 씌워지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실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형이 팬한테 받은 선물을 중고나라로 팔아넘기는 막장 동생을 둔 연예인’, ‘본인한테 빨대 꽂으려 혈안이 된 가족을 둔 불쌍한 연예인’이 되어 버릴 테니까.
회귀 전에도 그렇게 되던 걸 봤지 않나.
그건 류재희한테도 좋지 않다. 그건 일이 벌어졌을 때나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차악이다.
그러니 아예 그 일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게 1순위였다. 시간 거슬러 돌아온 거 이럴 때나 쓰지 어디에다가 써.
게다가 이건 예방 방법도 간단했다. 굳이 복잡하게 머리를 쓸 것도 없었다.
류재희가 그냥 팬서포트 받은 것들을 본가에 가져다 놓지 않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냥 내가 그룹 동생의 친동생을 싹수 노랗고 손버릇 나쁜 좀도둑놈으로 의심하는 쓰레기가 되면 되는 거다.
무엇보다 그 친동생 놈이 싹수 노랗고 손버릇 나쁜 좀도둑놈이라는 건 사실이었기에 딱히 양심에 찔리지도 않았다. 거리감이 생긴 류재희와의 사이를 회복시키는 게 문제였지.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100%)
-견하준(100%)
-김도빈(100%)
-류재희(98%)]
이게 다 1% 올리자고 하던 짓이었는데 1%가 더 떨어졌다. 시스템이 선사한 포춘 쿠키의 충고와 달리 오지랖이 딱히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시스템 하는 일이 그럼 그렇지, 뭐.
류재희를 쫓아 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퍽 지친 얼굴로 나온 서예현이 내게 다가왔다.
“이따가 막내한테 사과 한번 해. 너는 외동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못 미더운 형제라도 남이 까내리는 건 못 참는 법이야.”
소파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서예현이 진지하게 충고했다.
나는 누가 윤현호를 까면 박수 치면서 적극적으로 동조해 줄 마음이 충만하지만 사촌 형제와 친형제는 역시 다르겠지.
그렇지만 그걸 몰라서 류재희한테 그렇게 말한 건 아니다. 나도 사람 앞에서 본인 가족을 깎아내리는 건 욕 처먹어도 싼 짓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재희도 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더라. 그런 모습들을 괜히 보여 줬다고 자책도 하고. 다들 네가 필터링 안 거치고 말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딱히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재희도.”
무슨 말만 해도 멤버들과의 불화 조장 어쩌고로 뚝뚝 떨어지는 초심도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말하기 전에 생각하면서 조심했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하지만 여기에서 서예현한테 눈을 부라려 봤자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최악의 일을 막고 싶으면 어떡하냐. 만약 내가 사과해서 막내가 안도를 해 버리면? 그래서 결국은 팬서포트 받은 것들을 본가에 가져다 놓으면?”
류재희한테 들리지 않게끔 목소리를 낮추어 중얼거리자 힐긋 류재희의 방을 돌아본 서예현이 속닥거림으로 물었다.
“걔가 그렇게 싹수가 노래?”
한 번도 류재희의 동생을 직접 본 적이 없었던 서예현은 그놈이 그 정도로 노답인지 궁금해하는 기색이었다.
“말도 마. 내 동생이었으면 진작 날 잡아서 두들겨 팼어. 걔도 자기가 친형 잘 만난 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야.”
대꾸하며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지금의 류재희도 회귀 전처럼 제 첫째 동생의 본성과 부모의 진심을 직면하고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할 텐데.
그렇지만 또 똑같은 일을 겪고 상처받게 내버려 두고 싶지도 않고, 이것 참…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박스 하나를 든 류재희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현관 쪽에 박스를 내려둔 류재희는 소파에 앉아 있는 우리를, 정확히는 나를 휙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형이 그렇게까지 말하시니까 팬서포트 받은 건 놔두고 형들이 줬던 생일 선물들만 본가에 가져다 놓으려고요. 아, 굳이 팬들 앞에서 공개 안 한 것들이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래, 팬서포트가 중고나라에 팔려서 공론화당하는 것보단 언제든지 다시 사 줄 수 있는 우리 생일 선물이 털리는 편이 훨씬 낫지.
“형들도 그러고 있지 말고 얼른 방에 있는 짐 정리해요. 우리 시간 많이 안 남았잖아요. 연말 시상식 아직 안 끝나서 연습실도 가야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뼈 있는 말들을 내뱉은 류재희가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갔다.
슬쩍 내 눈치를 보던 서예현이 가볍게 내 등을 두어 번 두드리고선 말했다.
“막내가 어려서 그래. 우리한테 뻔히 보이는 게 재희한테는 안 보이잖아. 오히려 더 잘 알고 있기에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수도 있고. 원래 사람은 정곡을 찔리면 화를 내는 법이거든.”
예전이었으면 이 인간도 무작정 막내 편만 들었을 텐데, 새삼 우리의 이해도도 많이 발전했다 싶었다.
“알아.”
픽 웃으며 소파 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댔다.
“겨우 스무 살이잖아. 어리지.”
뒤늦은 사춘기라도 온 것처럼 쾅! 소리를 내며 세차게 닫히는 방문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냥 난, 굳이 밟지 않아도 될 지뢰를 치워 주고 싶을 뿐이야.”
* * *
어쨌건 며칠 안으로도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줄줄이 있었을뿐더러 류재희가 제가 받은 생일 선물로 대체한 덕에 팬서포트 일도 어찌어찌 해결됐기에 나는 깔끔히 류재희한테 사과를 건넸다.
“형이 너무 무심했다. 형이 실언했으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마. 미안하다, 막내야.”
“…저도 죄송해요. 아무리 화난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형이 악의 없이 저 생각해서 하신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고개를 푹 숙인 류재희가 말끝을 흐렸다.
“제가 재경이랑 재선이한테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을게요.”
“그래, 알겠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과연 제 형의 위치가 바뀐 지금도 류재희의 첫째 동생은 회귀 전과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몸을 사릴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사과했어도 여전히 류재희와 나의 사이 개선도는 98%였다. 이제 진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2%를 어떻게 올리냐.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사치로 느껴질 만큼, 이삿짐 정리하랴, 연말 무대에서 몸 굳지 않게 연습실에서 연습하랴 눈 감을 새도 없이 바빴다.
“가요빅매치 2부, 20xx년 신년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5, 4, 3, 2, 1!”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C들의 바로 옆자리에 서서 카메라에 대고 양손을 흔들었다. 뒷자리 구석은 잘 안 보이고 카메라도 잘 안 비치니 하품이라도 마음껏 했지, 여기에서는 피곤한 티도 못 냈다.
“준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나는?”
“어어, 형도 많이 받아.”
“저는요?”
“다들 많이 받아! 아오씨!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만 먼저 말한 게 뭐라고 나는나는 하고 있어!”
“하준이 형의 복만 빌어 주는 일종의 비견하준 차별인 줄 알았죠.”
12월 31일 오후에 시작해서 1월 1일 신년 카운트다운을 세는 가요빅매치까지 끝나고 난 뒤에야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오랜 대기와 무대로 피곤했지만 이삿짐을 싸야 하니 하루를 더 뺄 수도 없어서 그냥 1월 1일 신정 새벽에 숙소에서 신년맞이 술자리를 가졌다.
“자, 올해 한 해도 별 탈 없이 보내고 이번 정규 앨범도 대박 나자! 건배!”
“올해는 저희도 대상 가수 한 번 되어 봐요!”
“안 그래도 정규 앨범 컴백 날짜 4월이더라. 청류가 터진 게 10월이라 연간 성적이 아쉬웠나 봐.”
“올해도 대상은 안녕이네.”
다 같이 술잔을 들고선 건배를 나누고 올해 있었던 이야기들을 추억팔이로 나누다가 문득 생각나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형은 올해도 운전 면허 못 땄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형 그러다가 평생 못 딴다.”
내 빈정거림에도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서예현을 보며 입가로 가져가던 술잔을 멈칫했다.
왜 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