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8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8화(38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8화
아무리 수상 소감을 쥐어 짜내 봐도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누구는 ‘일몽이들 사랑해요!’ 겨우 그 한 마디로 레전드 수상 소감 소리 듣더니만, 5분 길이 수상 소감 들고 간 나는 훈화돌이라는 별명이나 얻고, 아오.
심지어 이젠 서예현이 한 번 써먹은 거라 재탕도 못한다.
“정 그렇게 기억에 남고 싶으면 큰절이라도 한 번 올리든가.”
흠, 시스템이 그걸 과연 수상 소감으로 인정해 주려나.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멤버들이 내게 마이크를 넘기려 할지도 의문이었다.
내가 기록적인 4분 수상 소감을 마친 후로 우리 망할 멤버들은 내게 마이크를 쥐여 주려 하지 않았다. 나도 학습 능력이란 게 있다는 사실을 이 자식들은 까먹고 있는 건가.
내게 페널티를 안겨 주는 건 내 부족한 수상 소감 작문 능력보다 내게 마이크를 넘기려 하지 않는 멤버들이 더 큰 몫을 할 거다.
“자꾸 옆에서 깔짝대는 거 보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남아도시는 것 같은데 운전 연수 한 번 더 가시죠, 형님. 오늘도 풀코스로 모시겠습니다.”
운전 연수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예현이 기겁을 했다.
그렇게 나한테 운전 연수 한번 해 보라고 술 먹고 난리를 치더니만 한 번 경험을 시켜 주자 학을 떼더라고.
“아니, 됐어. 나는 역시 독학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형님? 독학이요? 차선 바꿀 때 속도를 줄이면서 도옥학? 보복 운전 차량 한 대 달고 귀가하시려고 작정을 하셨습니까?”
“나 이제 자신 있어. 저번에는 옆에 네가 있어서 더 신경 쓰여서 그런 거야.”
“저번에 클락션 세례랑 쌍욕 먹은 거 기억 안 나십니까? 저 덕분에 그 정도만 욕 처먹은 줄 아십쇼. 운전 면허 시험용 차량 끌고 나갔을 때랑 그냥 차 끌고 나갔을 때 도로 난이도가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분명히 귀에 박히도록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으아아아! 그렇게 운전 잘 알면 아이돌 때려치우고 운전 연수 강사나 하든가!”
“그런 말 하시려면 그제 수당 100만 원부터 내놓으십쇼.”
“2시간에 무슨 100만 원이야! 몇 배를 뻥튀기한 건데!”
“늘어난 제 차 보험비와 제 차 대여비는 생각 안 하십니까, 형님? 이것도 깎아 드린 겁니다, 예?”
눈을 부라리며 서예현에게 운전 연수비를 청구하고 있자 김도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나갔다.
“제가 언제부터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조직에 들어온 건지 모르겠어요.”
“대체 어떤 조직이 큰형님한테 이렇게 하극상을 해 대는데?”
서예현이 이 악물고 반박했다. 바지 사장 몰라, 바지 사장?
“그리고 윤이든 너는 내 운전 실력 신경 쓰지 말고 막내부터 신경 써. 계속 이렇게 지낼래?”
서예현의 타박대로 요즘 나랑 류재희의 사이는 영 데면데면했다. 다행히도 사이 개선도는 98퍼센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상태가 좋다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건 아예 없다시피 했다.
나는 류재희 첫째 동생이 류재희가 본가에 가져다 놓은 짐에 손을 대는 걸 막을 수 없고, 나와 류재희의 진정한 대화는 류재희의 실낱 같은 믿음이 무너진 후에야 시작될 테니까.
그 전에 대화를 나눠 봤자 핵심을 잡지 못하고 그저 빙빙 겉돌 뿐이지.
이럴 때마다 힘겹게 끊었던 담배가 당겨 와서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담배가 안 좋은 것도 안 좋은 건데, 내가 폈다가는 류재희도 따라 피울까 봐 차마 손을 대지를 못하겠다.
요새 나를 은근히 따라 하는 것 같은 두 동생들을 보며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안 그래도 막내 요즘 중고나라 띄워 놓고 스크롤 내리지도 못하고 있던데요. 그래서 번개장터랑 캐롯마켓도 있다고 알려 줬어요.”
김도빈의 말에 절로 뒷목에 손이 갔다.
“너는 왜 또 막내 신경 쓰일 거리만 늘리고 난리야, 인마!”
“아니, 그렇지만 들어 보세요. 만약 재희가 중고나라만 보고 있다가 번개장터나 캐롯마켓에 올라온 걸 보지 못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 회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어떡하냐고요. 물론 재희 동생이 그걸 안 파는 게 베스트이긴 한데.”
“네가 막내랑 같이 모니터링 해 줄 거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마, 쫌. 애 잠 못 자게 하려고 작정했냐.”
“아, 당연히 저도 같이 모니터링 하고 있죠. 제가 또 룸메 아니에요.”
김도빈이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을 켰다. 어차피 중고나라에 올라올 거는 알고 있으니까 남한테 팔리기 전에 회수나 할까?
류재희가 중고나라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는 것보다는 내가 회수한 것들을 전달해 주는 게 더 나을까, 아니면 그게 류재희를 더 비참하게 만들려나.
한숨을 내쉬며 키알을 걸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어렵다, 어려워. 그렇다고 류재희 본인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본인이 회수하게 둬. 너는 굳이 신경 쓰고 있는 티 내지 말고. 막내 가족 인성을 알아채고 날카롭게 본질을 찌른 말이 되느니 차라리 네가 별생각 없이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가 되는 게 막내한테는 훨씬 나아.”
내 휴대폰을 힐긋 본 서예현이 충고했다.
“역시 그런가… 감사의 의미로 연수비 50만 원 깎아드리겠습니다, 형님.”
“필요 없거든!”
“필요 없으시면 얼른 100만 원 입금하시든가.”
“오, 방금 ‘쫄리면 뒤지시든가’랑 억양 완전 똑같았어요, 형.”
내 심란한 속도 모르고 김도빈이 옆에서 박수 치며 헛소리를 해 댔다.
“그런데 이든이 너 수상 소감 고민하고 있지 않았어?”
지나가듯 꼬집어 준 견하준의 말에 먼 길로 빙 돌았던 고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 맞다. 수상 소감 뭐 하지?
* * *
실버디스크어워즈.
“형님, 자리 마련해 놨습니다! 어서 앉으십쇼!”
마련된 가수석을 향해 깍듯이 손짓했다.
힐긋, 우리에게로 향하는 시선이 아주 잘 느껴졌다. 리허설을 시작으로 포토라인을 지나 가수석까지 오는 동안 내내 남들 앞에서의 우렁찬 형님 어택에 시달린 서예현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제발 그만해… 쪽팔리지도 않냐고… 그리고 네가 이 자리 마련한 것도 아니잖아….”
그게 중요해?
“쪽팔리다뇨, 형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제에발 목소리 좀 낮춰 줄래…? 지금 다들 우리 보고 있는 거 안 보여?”
이를 악문 서예현이 내게 속삭였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분명 본인 입으로 밖에서 나한테 형님 소리 들어도 딱히 상관없다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친히 물어봐 주기까지 했다. 스스로 불러 온 재앙이다, 이 말이야.
“이 정도는 감수하실 수 있어서 제게 형님 소리를 듣고자 한 게 아닙니까, 형님!”
“너는 수치심이라는 게 없어?”
“형님이 쪽팔리지 제가 쪽팔립니까?”
“망할, 후회 안 할 자신 있냐고 물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비틀거리며 털썩, 가수석에 앉은 서예현이 고개를 푹 숙여 손에 얼굴을 묻으며 넋나간 웃음을 흘렸다. 그런 서예현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며 열연을 펼쳤다.
“저희 개꿈파의 실질적 보스인 형님께서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어떡합니까!”
서예현이 내 손을 어깨에서 털어 내려고 시도했지만 서예현의 악력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결국 포기한 서예현이 멍한 얼굴을 한 채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누구세요? 모르는 분이 왜 자꾸 제게 말을 거세요?”
“형니임! 5년간 동고동락했던 세월들은 싹 다 져 버린 겁니까!”
“우리 진짜로 모르는 사람 하면 안 될까….”
이미 견하준과 류재희는 우리와 멀찍이 떨어져 일행이 아닌 척하고 있었다. 김도빈이야 뭐, 원체 아무 생각이 없으니 공수치도 딱히 못 느껴 우리 옆에 붙어 있고.
“그런데 왜 레브파가 아니라 개꿈파예요?”
“레브파는 너무 세련돼서 마피아 같잖아. 딱히 우리 형님한테 마피아 보스 같은 건 시켜 주고 싶지 않거든. 개꿈파 조폭 바지 사장 큰형님이 딱이지.”
“뭐라는 거야, 진짜! 하준아, 얘 좀 말려 봐!”
간절한 서예현의 부름에도 견하준은 우리를 외면했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절규가 나오지 않은 걸 보아하니 서예현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와 제일 가까이 있던 걸그룹의 키득거림에 서예현이 머리를 박았다.
곧,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레브는 <청류가(淸流歌)>로 디지털 음원 본상을, 그리고 투표로 선정되는 인기상을 수상했다.
인기상 수상 소감은 내게 마이크가 오지 못하도록 블락하는 망할 멤버들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음원 본상을 수상할 때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마이크를 낚아채어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멤버들이 모두 참여했던 곡인 만큼, 의미가 정말로 깊은 곡이 본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매우 영광이고요. 항상 힘이 되는 우리 데이드림, 제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G1형님, 디아이 형이랑 우리 오버레벨 크루 형들, 항상 도움을 받고 있는 LnL AR팀….”
감사한 사람을 줄줄이 나열하다가 내게서 마이크를 뺏을까 말까 고민하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픽 웃었다.
나도 이제 마무리하려고 했거든, 짜식들아.
“그리고 함께 <청류가(淸流歌)>를 완성해 나간 우리 1등 공신들, 우리 멤버들한테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퍽 감동 받은 얼굴이 된 멤버들이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 정도면 퀘스트 성공이 가능하려나?
“형님, 트로피 받으십쇼!”
서예현에게 깍듯하게 트로피를 내밀자 이 자리에서 딱 기절하고 싶다는 얼굴을 한 채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트로피를 받은 서예현이 무대에서 내려오며 드디어 내가 그토록 원하던 말을 내뱉었다.
“그냥 이제 그놈의 형님 소리 좀 때려치워 줄래?”
흠, 하다 보니까 재미있는데 굳이?
대상은 아쉽게도 올해 3월에 컴백하여 최대 히트를 친 걸그룹에게로 돌아갔다. 10월이라 점수가 부족하긴 했지. 슬럼프를 극복하고 만든 곡인 만큼 약간은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었고.
그래서 올해도 대상을 놓쳤음에도 딱히 속상하지는 않았다. <몽유별곡(夢遊別曲)>은 대상만큼 가치가 있는 음반이었으니까.
그래,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면 얼마나 좋냐.
[조건 불충분으로 인한 QUEST 실패!] [랜덤 페널티가 부과됩니다.]시발, 이럴 줄 알았다. 이 빌어먹을 퀘스트 실패 상태창을 보지 않으려면 대체 얼마나 더 인상 깊은 멘트를 쳐야 한다는 거야?
언제나 그랬듯 겸허하게 페널티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이번 페널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류였다.
[24시간 동안 ‘실력 덮어쓰기’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서예현의 랩 실력▶견하준의 랩 실력
▶김도빈의 노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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