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8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9화(38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89화
[▶서예현의 랩 실력▶견하준의 랩 실력
▶김도빈의 노래 실력
▶류재희의 랩 실력]
내 앞에 주어진 네 개의 선택지를 신중하게 훑었다.
비록 내가 고를 권리는 없다고 해도 최선과 최악을 미리 생각해 놓고 최악이 걸렸을 때의 대비책을 미리 세워 놓아야 했다.
일단 이 넷 중에서 최선의 선택지는 김도빈의 노래 실력이다. 어차피 나는 메인 래퍼라 노래를 부를 일도 딱히 없으니 내 랩 실력을 건드리지 않는 선택지가 제일 낫지.
하지만 내 랩 실력이 퇴화하는 나머지 세 개의 선택지가 문제인데.
일단 류재희는 이전에 음방 1위 공약으로 파트 바꾸기에서 내 파트를 소화하는 걸 들었을 때 한숨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DTB에 나가면 바로 예선 탈락이긴 하지만 그래도 1차 예선까지는 어떻게 비벼 볼 수 있는 정도? 영구적이라면 당연히 사람이 미쳐 버리겠지만 24시간 정도면 괜찮을지도?
서예현의 랩 실력은, 음… 내 목구멍에서 그런 랩이 나오면 내가 과연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이건 24시간이 뭐야, 랩 한 소절 뱉고 1분 만에 대가리 쥐어뜯으면서 남은 시간만 세고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견하준의 랩 실력은… 나도 모른다. 회귀 전후를 통틀어서 한 번도 안 들어봤다.
생각해 보니까 견하준이 파트 체인지에서도 랩을 한 적이 없구나.
폭탄이냐, 의외의 잭팟이냐.
하지만 나는 견하준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 견하준은 못하는 건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딱 봤을 때 딱히 랩을 잘할 관상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꽝일 확률이 매우 높다.
김도빈의 노래 실력이 걸리는 게 제일 베스트고 그다음의 차선으로는 류재희의 랩 실력이고, 최악은 서예현 아니면 견하준이군.
그나마 서예현의 랩 실력은 아주 자알 알고 있기에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지만 견하준의 랩 실력은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내일,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까 이제 오늘이군. 아무튼 오늘은 다른 시상식 축하 공연도 있단 말이다.
이딴 게 걸릴 줄 알았으면 먼저 했던 서가대랑 레뮤랑 나온차트 수상 소감도 좀 신경 써 볼걸. 제일 마지막에 하는 실디에서까지 이렇게 배신당할 줄이야.
시발 내가 마이크에 대고 서예현을 형님이라고 불렀는데도 이걸 인정을 안 해줘?
상태창에 적힌 목록들이 마치 슬롯머신이 돌아가듯 빠르게 휙휙 올라갔다. 그걸 지켜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제에발 김도빈의 노래 실력 나와라.
어차피 김도빈이나 나나 보컬 실력이 비슷하니까 내가 김도빈의 노래 실력을 가져 봤자 딱히 내 정신 상태에 타격 따윈 없다.
글자를 읽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휙휙 올라가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졌다. 제발, 제발 한 칸만 더…!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을 무시하듯 상태창은 내가 가장 바라던 곳의 바로 위쪽에서 뚝 멈췄다.
[▶견하준의 랩 실력]그리고 그건 내가 가장 바라지 않던 최악의 선택지이기도 했다.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마구 헤집었다. 씨이발, 친구의 랩 실력을 이딴 식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고!
차마 랩을 내뱉지 못하고 하염없이 입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가 몇 시간 후의 무대를 생각하며 겨우 제일 빡센 랩인 을 불러보았다.
그래, 이건 난이도가 높아서 그럴 거다. 나도 하면서 빡셌던 랩인데 견하준이 소화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나마 제일 쉬운 레브 곡의 랩 파트를 해 보았다.
…견하준의 랩 실력은 이렇구나.
이딴 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하, 조졌다. 그래도 견하준은 보컬이라도 되지라는 생각조차 안 나왔다. 나는 당장 이 랩 실력을 가지고 오늘 무대를 올라가야 한다고.
나를 개망신당하게 하려고 이놈의 망할 시스템이 작정을 한 모양이다.
이러고 또 무대에서 내가 이 기막힌 실력이 내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게 도저히 적응이 안 돼서 실수 한 번 하면 초심도를 8점씩 깎아 대겠지.
이런 비슷한 실력으로 대체 어떻게 맨정신으로 무대에 서고 곡 녹음을 하면서 살아 온 걸까. 제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서예현을 보는 내 시선에 경외감이 섞여 들었다.
어쨌든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했기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니 시발 그런데 어떻게 플로우도 못 타지? 그 쉬운걸? 나는 실력 쩌리였을 때도 플로우 정도는 쉽게 탔는데?
그런데 대체 이 상태로 무대를 어떻게 서라는 건데? 그냥 목 나갔다고 해?
DTB 우승자가 이런 실력을 선보이면 ‘나를 우승자로 올리는 대본이 존재함’부터 ‘사실 내 실력이 아니었고 내 뒤에 모창래퍼 있었음’ 음모론 나오는 거 아니냐고.
뺘ㅃ @ppapp
이남자들 또 자기들끼리 뭐하고 있는건데ㅋㅋㅋㅋㅋㅋ 이든이한테 형님 소리 듣는 예현이는 왜 저렇게 질색하는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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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수트까지 입고 있어서 순간 무슨 느와르 영화 찍는 줄ㅋㅋㅋㅋ
사실 레브라서 느와르보다는 건달시트콤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ㅋㅋㅋ
(윤이든_형님한테_트로피_상납.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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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오늘의 시상식에서 내가 한 수상 소감으로 즐거워했지만 그로 인해 페널티를 또 받은 나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서예현을 형님이라고 부른 걸 인상 깊게 생각하는데 어째서…! 라고 하기에는 4분 수상 소감도 인상 깊게 여기긴 했다.
팬들이 만족할 만한 수상 소감이랬는데 서예현을 형님이라고 부른 건 만족도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힌트가 뭐… 배경 화면 글자로 적힐 만한 문장? 네 글자로 줄임말이 만들어질 만한 문장?
충격이 가시지를 않아 도저히 잠이 안 왔기에 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어차피 서예현은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니 방 밖으로 나갈 때 굳이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서예현과 룸메이트를 하면 그거 하나는 편했다.
정수기 앞에는 선객이 있었다. 휴대폰 화면의 불빛에 비쳐서 선명히 보이는 얼굴에 괜히 머쓱해 뒷머리를 헤집었다.
“이든이 형? 또 불면증 도졌어요?”
물컵을 내려놓은 류재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러는 너는 혹시 중고나라 보느라 못 자고 있냐는 물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으면 진짜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꾹 삼켰다.
“불면증이라기보다는… 그냥 좀 답답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
뜨거운 물에 미지근한 물을 섞어 온도를 적당하게 낮추며 대꾸했다. 이 정도면 혀랑 입천장이 데지는 않겠네.
“혹시 저 때문이에요…?”
류재희가 약간은 초조하고 주눅 든 얼굴로 조심스럽게 질문해 왔다.
굳이 따지자면 견하준 때문이긴 한데.
어쨌건 견하준의 랩 실력을 뒤집어써야 해서 이 사달이 난 거니까.
류재희도 지금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류재희가 지금 나랑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않은 지 며칠이나 됐더라.
그렇지만 그 정도 스트레스로는 불면증 안 온다. 곡이 도저히 써지지 않는 슬럼프 정도는 되어야지 잠을 못 자지.
“그런 거 아니야, 인마. 수면제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니까 자꾸 내 손 움직임 그렇게 집요하게 보지 좀 마라. 내가 손만 움직이면 몸을 움찔거리고 있어.”
어차피 수면제만 먹으면 토하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내가 굳이 스트레스성 불면증도 오지 않는 상황에서 내 식도 상하는 일을 만들겠냐.
컵에 따른 물을 단번에 원샷하고 컵을 대충 헹궈 내려놓은 채로 류재희한테 지나가듯 물었다.
“너 내일 <청류가(淸流歌)> 내 랩 파트에 더블링해 줄 수 있냐?”
이 망한 랩 파트를 살릴 수 있는 건 레브 멤버 중에서 그나마 류재희밖에 없었다.
서예현의 포지션이 서브 래퍼라고 해도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에 서예현이 내 파트에 더블링해 봤자 시조랩 하위 호환 버전만 탄생할 뿐이다.
김도빈의 랩 실력이야 파트 체인지에서 내 파트를 울상 지으며 꾸역꾸역 소화해 냈을 때와 DTB 나가 보겠다며 깝칠 때 잘 드러났고 말이다.
“네? 제가요?”
물론 류재희는 내 예상대로 바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형이 컨디션이 영 안 좋아서.”
“안 그래도 묘하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이시긴 하는데… 그런데 서브 래퍼인 예현이 형 두고 굳이 저한테 맡겨도 돼요?”
“나는 그 형이 더블링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까도 모르겠다.”
딱히 서예현을 까는 말이 아니라 그저 사실 적시였다.
김도빈이야 요새 작곡에 관심이 생겼는지 용어건 장비 사용법이건 이것저것 물어오는 편이지만 서예현은 녹음실에서 가사 숙지에만 집중하는 편이었으니.
하지만 그 말을 또 어떻게 해석했는지 류재희의 표정이 묘해졌다. 또 천 냥 빚 쌓였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하준이 형한테 부탁해 보는 건 어때요? 의외로 저보다 하준이 형이 더 잘할 수도 있잖아요. 형도 아시다시피 저는 랩이라곤 음방 1위 공약 파트 체인지 때나 조금 해 본 게 전부고…”
그래, 그 견하준의 랩 실력을 덮어쓰는 바람에 내가 오늘 무대가 망하게 생겼다고.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져서 플러스가 될 시너지를 기대하는 건 글러 먹었다니까? 견하준 랩에 견하준 랩으로 더블링 해 봤자 딱히 좋지 않은 실력이 두드러지기밖에 더 해?
견하준의 팬들이면 몰라도 적어도 나는 견하준의 음색과 보컬을 좋아하는 거지, 견하준의 랩까지 품을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씨바.
준아, 그렇게 됐다. 탓하려면 나한테 이런 페널티를 내려서 네 랩 실력을 까발린 이 망할 시스템을 탓해라.
내가 대꾸하지 않자 류재희가 덧붙였다.
“그리고 저보다는 하준이 형이 훨씬 형한테는 믿을 만하잖아요. 항상 가이드 녹음도 하준이 형한테 맡기시면서.”
딱히 원망하거나 시기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그냥 대충 넘기기도 뭐했다.
“랩은 준이보다 네가 더 믿을 만해. 내가 언제 음악 관련해서 틀린 판단 내린 적 있었냐?”
씩 웃으며 손을 뻗어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푹 숙인 류재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가볍게 내쉬는 숨에는 복잡한 기운이 많이 가셔 있었다.
쓱, 고개를 드는 것으로 제 머리를 헤집는 내 손을 내리게 한 류재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속닥거렸다.
“그런데 우리 이 밤중에 너무 떠든 거 아니에요? 하준이 형 깨시겠다.”
“문 닫고 자는데 이 정도 소음으로 무슨 걱정이야. 겨우 이 정도 소음에도 깨면 쟤는 방에 녹음실처럼 방음벽 싹 붙여 놓지 않는 이상은 잠 못 잤지.”
“그래도 이만 들어가요. 형도 저도 내일 무대 하려면 눈 붙여야죠. 형은 가뜩이나 목 상태도 안 좋다면서요.”
류재희가 내 방을 향해 내 등을 떠밀었다. 발소리랑 문 닫는 소리가 여실히 났음에도 여전히 깨지 않고 잠든 서예현을 힐긋 돌아보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100%)
-견하준(100%)
-김도빈(100%)
-류재희(99%)]
말로 깎아 먹은 1%는 다시 말로 채웠으니 이제 이유 불명의 1%만 채우면 되겠네.
* * *
드디어 결전의 리허설 시간이 다가왔다.
이미 목이 평소보다 좀 많이 나가고 혀가 저려서 평소보다 실력이 아주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밑밥을 깔아 놓았지만 어느 정도로 떨어진 지 선보이는 건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이었다.
드디어 다가온 내 파트에 결연한 얼굴로 마이크를 입가까지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