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9화(39/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화
류재희와 김도빈이 서로 네 역할이 더 안 어울린다고 열을 내며, 열심히 오디오를 채워 주고 있는 틈을 타 견하준의 귀에 속삭였다.
“괜찮냐? 너 손 엄청 뜨거운데?”
“아직까진?”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최대한 줄여서 일찍 끝내 볼 테니까 말해 봐.”
“너무 짧아지면 말 나오지 않을까?”
“너 라이브 도중 쓰러지면 말 더 나와.”
“아마 1시간……?”
40분 내로는 끝내야겠군.
제가 겨우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최대치를 불렀을 견하준을 알기에 적당히 시간을 계산하며 손에 쥐고 있던 스크립트를 내려다보았다.
남은 건 녹음 및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Q&A).
그냥 두 개를 하나로 합쳐 버려야겠군.
뮤직비디오가 완전히 끝나자 의자에 다시 앉아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녹음이나 뮤비 촬영 비하인드 중에 궁금한 거 있으실까요?”
갑자기 지름길로 방향을 틀자, 채팅을 모니터링하던 매니저 형이 당황하며 마구 수신호를 보냈지만, 눈짓으로 견하준을 가리켰다.
촬영 전부터 좋지 않았던 견하준의 몸 상태를 알고 있던 매니저 형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맨 끝에 앉아 있던 류재희가 OA라이브가 틀어져 있는 휴대폰을 받아서 내게 내밀었다.
[녹음 작업할 때 이든이 오빠 어떤지 궁금해요!]내가 질문을 읽자 멤버들이 하나둘씩 대답했다.
“음…… 엄하죠. 무섭고.”
“아, 진짜 공감. 유리벽 너머로 쳐다보면서 “다시” 이러는데 그게 너무 심장 쫄려.”
“저는 ‘다시’라는 단어에 노이로제가 걸렸습니다.”
“네, 꽤 엄격한 편이죠. 그래도 이든이가 음악에 관련된 일에는 워낙 진지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도 그 기대에 맞추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길게 대답하고 숨죽여 기침하는 견하준에게 물병을 내밀었다.
너 말고 이렇게 감동 어린 대답을 해 줄 사람이 없는데 왜 하필 너는 오늘 아프고 난리냐.
[뮤비 촬영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제일 먼저 류재희가 냉큼 입을 열었다.
“저는 이든이 형이 농구 골대에 골 넣는 법 가르쳐 준 거요. 형이 가르쳐 준 대로 던져 보니까 확실히 잘 들어가더라고요.”
“저는 이든이 형 다트 씬이요. 한 번에 정중앙 맞추는 사람 처음 봤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몇 번 연습하긴 했죠. 저는 준…… 하준이가 맡은 모범생 역할 하고 싶다고 했다가 거절당한 거?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다나.”
“솔직히 안 어울리긴 하잖아.”
서예현이 낄낄거렸다.
나는 열불 뻗쳐 죽겠는데 채팅에는 서예현 웃는 얼굴 찬양만 올라와서 더 열 받았다. 하지만 꾹 참고 계속 진행했다.
“안 어울리는 인싸 역할을 받은 울 예현이 형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학생 식당에서 먹은 빵이 너무 퍽퍽해서 목이 막혔습니다. 우유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형, 한 입 먹고 남겼잖아요. 나머지는 도빈이 형이 다 먹고.”
마지막으로 견하준의 차례가 다가왔다. 견하준이 곤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으음…… 딱히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준이 너는 하우스파티 찍을 때 에피 있었잖아.”
“맞아요! 하우스파티 간이 무대에서 듀엣 부르는 게 하이스쿨 뮤x컬 오마주인 거 하준이 형만 몰랐던 거!”
“아, 그게 있었지.”
“그래서 제가 하준이에게 너튜브 영상으로 그 클립을 보여 줬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내더라고요. 우리 그룹에 연기 천재가 있었습니다.”
견하준을 무리시키지 않고 무사히 마지막 대답까지 넘긴 나는 이마에 살짝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그래도 리더로 지낸 7년 짬바 어디 가는 거 아니었다.
[음방은 언제예요?]“음방은 이틀 후 W카운트다운에서 첫방 예정입니다. 그때 우리 팬분들과도 오랜만에 만나겠네요.”
“이틀 후에 봐요, 우리 일몽이들!”
류재희가 양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흔들었다.
그 후로도 팬싸 같은 스케줄을 묻는 몇몇 질문에 답해 주고 팬들의 채팅을 훑으며 자잘한 Q&A를 한창 진행하는 도중.
이상한 채팅들이 끼어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 견제픽 그룹인가요?] [레브 팬분들 KICKS랑 같은 급도 못 되면서 같급이라고 비비는 것 좀 제발 적당히 하세요~ 팬 때문에 아티스트한테까지 정떨어지니까~] [왜 KICKS랑 활동날짜 겹치게 잡았음? 이런다고 님들이 신인상 탈 수 있을 거 같음?ㅋ] [KICKS 시간 됐어 현재 차트 3위!레브 올라잇 어쩌고 현재 차트 11위!
KICKS 시간 됐어 현재 차트 3위!
레브 올라잇 어쩌고 현재 차트 11위!]
아이고, 감사해라. 이제까지 그렇게 성적 보기를 피했는데 기어이 내 눈앞에 들이밀어 주시네.
하루 만에 11위라면 성적 추이는 꽤 괜찮았다.
KICKS 노래는 뭐, 발매 하루 후에 24위인가 25위인가 했더만.
회귀 전에도 는 대중 픽이었고, 지금은 더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충분히 차트 1위를 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이럴 때는 굳이 이런 댓글 읽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오 견제픽무새들 드디어 오셨네 왜 안 오나 했다 저 븅신들] [견제픽 염불 외울 때 안 외울 때 좀 구별해;; 왜 컴백 라이브까지 꾸역꾸역 따라와서 지랄이야] [즈그 아티스트 얼굴에 먹칠은 지들이 하고 있으면서ㅋㅋㅋㅋ 우리는 적어도 타그룹 라방 가서 분탕은 안 쳤어] [와 저 정도면 병이다 병ㅎ 왜 울오빠들이 느그옵이랑 활동 겹치게 잡았다고 피해망상질임?] [정떨어진대 ㅅㅂㅋㅋㅋㅋㅋ 원래 떨어질 정은 있었고?ㅋㅋㅋ] [ㄱㅅ 님들 덕분에 KICKS에게 ㅈㄴ 정떨어졌음!] [응 느그 KICKS 음원 발매 이튿날 순위 24위~] [레브 노래 좋아서 느이 순위 떨어질까 봐 쫄렸냐? 견제질 오지네]팬분들이 알아서 패 주시니까.
그래, 우리 데이드림이 누구 팬인데. 적어도 KICKS 놈들 팬들과의 기 싸움에서는 밀리면 안 되지.
[이든아 저런 채팅들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다 무시해. 우리에겐 항상 우리 레브가 최고야♥]다시 또 이유 모르게 목이 꽉 메는 것 같아 다급히 손가락을 움직여 위로 채팅을 휙휙 올렸다.
이제는 레브를 향한 질문보다는 갑자기 끼어 올라온 채팅을 패는 채팅이 더 많았다.
오히려 적절하게 분탕 치러 와 줘서 고맙지.
마침 잘됐다 싶었다.
견하준의 몸 상태 때문에 조금 이르게 라이브를 마쳐도 화살이 이쪽이 아니라 갑자기 쳐들어와 분탕질하는 KICKS의 팬들에게 향할 테니 말이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오늘 레브랑 함께한 시간은 즐거우셨나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지만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진 마시고요, 저희 역시 이렇게 다섯이 데이드림과 오랜만에 소통할 수 있어 너무 즐겁고 좋았습니다.”
마무리 멘트를 하자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팅이 휙휙 올라왔다.
이른 라이브 방송 종료에 짜증을 내는 채팅은 없었고, 예상대로 KICKS 팬들을 향한 욕이 대부분이었다.
“Dream of me! 좋은 꿈 꿔요, 데이드림!”
“안녕.”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
“또 봐요! 안녕!”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노트북 화면이 라이브 방송에서 다시 인터넷 창으로 돌아오자마자,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몸살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 가서 수액이라도 맞아. 절대 예현이 형한테 간호 맡기지 말고.”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견하준에게 신신당부하자 옆에서 팔짱 끼고 듣고 있던 서예현이 눈썹을 치켰다.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못 믿냐?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 팀에서 맏형인데 그렇게 못 미더워?”
“자, 열이 난 사람 이마에 물수건은 어떻게 올려야 하냐?”
“찬물에 적셔서.”
“그리고?”
“그대로 이마에 올려.”
서예현의 대답을 듣던 견하준이 심각해진 얼굴로 내게 대꾸했다.
“아프면 오늘이라도 바로 병원 갈게.”
“그래. 형은 절대 간호할 생각 말고 준이 병원까지 부축이나 해 줘. 물수건 물기를 짜지도 않고 이마에 올린다는 인간이 간호는 무슨…… 야, 재희야. 가자.”
“넵!”
“우리 먼저 간다. 숙소 잘 들어가라. 준이 너는 들어가서 꼭 쉬고. 아프면 병원 바로 가고.”
걱정을 한 바가지 쏟아 낸 나는 류재희를 끌고 용철이 형한테 대여한 작업실로 향했다.
원래는 견하준을 데리고 가서 가이드녹음 좀 시키며 음역대 비교랑 조정 좀 해 보려 했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견하준이 아프니 별수 있나.
실력은 류재희가 한 수 위이긴 했지만, 내 요구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원하는 결과를 착착 내는 건 견하준이었기에 아무래도 견하준이 더 편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잡아 작업실에 도착하자 그래도 한 번 와 본 곳이라고 류재희는 익숙하게 작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류재희는 작업이 끝나고 필요했기에 뒤에 앉혀 놨다.
한 시간도 안 돼서 류재희가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혀엉, 심심해요.”
“어어, 그래.”
“형, 저 배고파요.”
“어어, 그래.”
“저기 밑에 편의점 있던데, 거기에서 뭐 좀 사 와도 돼요?”
“어어, 그래.”
“형도 드실 거예요?”
“어어, 그래.”
“진라면 컵라면 순한 맛 괜찮아요?”
“장난하냐, 재희야? 진라면 순한 맛은 너나 먹고 내 몫으론 에너지 드링크나 하나 사 와.”
“저 쓰레기통에 있는 에너지 드링크 다 형이 먹은 거예요? 형 그러다가 속 버려요.”
“어어, 그래.”
류재희를 편의점으로 보내고는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시발, 힘들어 뒤질 것 같다.
여유롭게 리얼뮤직 하는 삶만이 남았던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혹사당하고 있는 거지.
인생을 한탄하는 내 눈앞에 푸른 상태창이 반짝거렸다.
[깜짝 QUEST★] [▶콘셉트를 잡아 보자!-내용: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팬들에게 보여 줄 모습을 만들어 보세요!
서치를 통해 팬들이 당신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춰 콘셉트를 생성해 보는 게 어떤가요?
-보상: 초심도 10, 랜덤 티켓
-기한: 다음 활동까지
※알맞은 콘셉트를 만들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갑자기 웬 깜짝 퀘스트?
그런데 뭔가 내용이 익숙했다. 이걸 어디서 봤던가 싶어 기억을 박박 긁어 보던 내 머릿속에 장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원찬스 활동 중에 잡힌 라디오 스케줄에서, 컨셉질 하는 멤버들을 보고 혀를 차던 내 앞에 나타났던…….
내가 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계속 콘셉트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드는 찝찝함이 무엇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런 빌어먹을. 퀘스트 창이라도 한 번 확인해 볼걸.
불길하게 새빨갛게 물든 상태창이 눈앞에서 미친 듯이 깜빡였다.
[기한 만료로 인한 QUEST 실패!] [페널티가 랜덤으로 부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