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0화(39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0화
강제 견하준 ver.으로 하는 내 랩파트에 멤버들의 시선이 일순간 내게 모였다가 빠르게 흩어졌다. 동요하지 않는 건 이른 아침부터 오전 내내 나랑 맞춰 보는 연습을 했던 류재희뿐이었다.
평소와 비교했을 때 확 달라졌으니 이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지.
천연덕스럽게 랩을 이어 가며 내 파트를 겨우 실수 없이 끝맺었다.
견하준 역시 호흡이 긴 터라 숨은 차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였다. 버벅거릴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른다.
<청류가(淸流歌)>에 내 파트가 적어서 망정이지. 여기에서 더 길었으면 혀 한 번 씹었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멤버들이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내 파트를 줄였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도운 셈이었다.
장하다, 나 자신!
어찌어찌 무사히 리허설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김도빈이 질문을 쏟아 냈다. 이 정도야 예상 범위 내였다.
“형 파트 좀 바뀌었던 거 같은데요? 맞죠? 바뀌었죠?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좀이 아니라 많이 바뀌었던데? 가사가 완전 확 달라졌잖아.”
눈썹을 치킨 서예현이 거기에 말을 얹었다.
“오, 형님. 용케 알아보십니다?”
짝짝, 박수를 치며 감탄사를 내뱉자 서예현이 제 귀는 장식이냐며, 빈정거리지 말라면서 투덜거렸다.
“비꼬다뇨. 저는 지금 형님을 향한 무한한 존경심이 샘솟는 중인데.”
어떻게 이것보다 살짝 상위 호환인 실력으로 무대에 서면서도 저렇게 평온할 수가 있지?
나였으면 무대를 올라갈 때마다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에 속이 다 울렁거려서 무대에서 당장 뛰쳐 나오고 싶었을 텐데.
간식 안 먹고 야식 안 먹고 샐러드에 드레싱 뿌려 먹지 않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보통 독한 인간이 아니었다. 이건 내가 한 수 접어 줄 만했다.
“내가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라 했지! 묵음 법칙 님님거렸을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형님 타령을 고수하는 건데!”
“후회 안 한다고 한 건 형님 아닙니까. 거참, 싸나이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없어 보입니다.”
서예현의 왁왁거림을 가볍게 넘기며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고 있으니 내게 생수병을 건넨 견하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가사까지 갈아엎을 만큼 목 상태가 그렇게 안 좋아?”
목 상태는 멀쩡한데 랩 상태가 안 좋긴 하지.
견하준의 음색이라도 함께 얻었으면 오늘 스케줄 끝나고 페널티 제한 시간까지 작업실에 처박혀 곡이나 미친 듯이 뽑아 내면서 뽕 뽑고 있었을 텐데, 하필 랩 실력만 얻은 바람에 혹여 실수라도 랩할까 봐 작업실에 가기도 두려웠다.
본무대가 한 번 더 남았다는 게 현재의 내 최대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지금 나를 걱정하는 견하준은 내 스트레스의 원인이지. 견하준의 랩 실력이 내게 이런 고통을 안겨 주니까.
물론 근본 원흉은 내게 이 망할 페널티를 안겨 준 시스템이긴 하지만.
“거슬리진 않았지?”
제일 중요한 걸 묻자 견하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전혀. 재희 더블링까지 들어가서 그런가, 너 목 상태 안 좋은 거 티 하나도 안 났어. 그냥 평소보다 템포 늦췄다 싶은 정도?”
저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물론 당연하지만 서예현보다 내가 훨씬 더 대단한 것 같았다. 서예현 하위 호환급 실력으로도 거슬리거나 우스운 부분 없이 이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 내가.
다행히도 랩 실력만 견하준급으로 퇴화했지 문제 대처 능력은 그대로였기에 곧바로 견하준의 랩 실력이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내 파트의 랩 스타일을 틀고 그에 맞추어 가사를 뜯어고쳤다.
비트에 무난하게 묻어갈 수 있을 만큼.
누가 찍은 비트인지는 몰라도 비트가 살렸다, 비트가. 이 정도 비트 아니었으면 실력 다 뽀록났지.
그나마 해결책을 낼 시간이 충분해서 다행이었다.
무대에 서기 1분 전에 페널티라고 이 지랄 했으면 다 내려놓고 퀵회귀 했을 듯. 내가 어디 가서 랩으로 무시당하는 건 못 참는다.
뭐, 류재희의 더블링도 랩 파트 심폐소생술에 한몫했다.
씩 웃으며 류재희한테 손을 내밀자 잠시간 주저하던 류재희가 끝까지 손을 마주 내밀지 않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겨우 리허설만 끝났잖아요. 본무대까지 잘해야죠.”
짜식, 까칠하긴.
시상식을 구경하며 대기하고 있으니 본무대 차례도 금방 다가왔다.
또 한 번 무대에서 뛰쳐 나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연습했던 대로 견하준의 실력을 뒤집어쓴 내 랩 파트를 시작했다.
류재희의 더블링이 제법 단단하게 받쳐 주었기에 한시름 놓고 리허설 때처럼 침착하게 이어 나갔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아도 곡에 맞추려고 힘을 뺐는데도 이걸 왜 따라 하기 어렵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내 파트가 꽤 어려웠구나.
오늘의 페널티로 인해서 서예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 본인도 이것보다 살짝 상위 호환인 실력으로 랩 하느라 힘들었겠군.
앞으로 서예현의 파트는 오늘을 생각하며 조금 더 신경 써 줘야겠다. 너무 기준이 나한테 맞춰져 있어서 서예현이 그렇게 녹음 때마다 미쳐버리려고 했던 거군.
이번 페널티는 어느 의미로는 서예현만 살판 나게 한 페널티였다.
촤악,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림과 동시에 인이어에서 흘러나오는 MR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본무대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며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백스테이지로 돌아와 부채로 땀범벅이 된 얼굴을 열심히 부치고 있는 류재희를 툭 치고 물었다.
“이제는 부딪쳐 줄 마음이 좀 드냐?”
류재희 쪽에서 슬그머니 먼저 내민 손에 손바닥을 마주치며 픽 웃었다. 본인도 제가 한 랩 더블링이 내심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형은 평소에 그렇게 건강 챙기면서 이번에는 어쩌다가 컨디션 조절을 잘못한 거예요?”
류재희가 제법 날카로운 물음을 던졌다. 다들 내 랩 실력이 퇴화한 게 아니라 아프다고 생각해 줘서 다행이었다.
“나 왜인지 알아.”
뜬금없이 서예현이 나섰다.
실제로는 타격당한 멘탈 빼고는 아프지도 않긴 했지만 서예현이 무슨 헛소리를 할까 궁금해서 굳이 딴지 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룸메니까 작업실에서 늦게 돌아왔다거나 이불 차고 잤다는 헛소리 정도나 하려나?
“윤이든이 나를 계속 형님이라고 불러서 그래.”
…음?
수상 소감 때 내가 굳이 서예현을 형님이라고 불러서 이 모양이 됐다고 하는 건가. 그런데 서예현은 시스템과 페널티의 존재를 모르…
“본인도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나 엿 먹이겠다고 계속 꾸역꾸역 불러 대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온 거지.”
생각지도 못한 개소리였다.
“제가 형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못마땅해서 혹시 저주라도 하셨습니까? 저는 전-혀 스트레스 받고 있지 않는데 말입니다.”
“맞아, 형. 이든이가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을 리가 없잖아. 지금도 이렇게 즐기고 있는데.”
서예현이 아무리 사람 해석을 잘한다지만 이번에는 견하준의 해석이 더 정확했다.
“저희 방금 무대하고 온 거 맞죠? 상대 조직 깽판치고 온 게 아니라?”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건 무대도 끝났겠다, 시상식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바로 퇴근했다.
이사 날짜가 바로 이틀 후였다.
밴으로 향하는 길에 견하준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며 물었다.
“준아, 너 랩 한번 배워 볼 생각 없냐?”
잠깐 멈칫한 견하준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됐어. 내가 랩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속내를 읽기 힘든 견하준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자식, 자기 랩 실력을 의외로 객관적으로 알고 있는 건가.
하긴, 나만 한 래퍼를 친구로 두고 있으면 랩 한 번 안 해 보고는 못 배기긴 하지. 본인도 해 보고 충격 먹어서 지금까지 랩 실력을 숨겨 온 거 아닐까.
“플로우 타는 법이라도 한번 배워 봐.”
“왜, 네 목 컨디션이 오늘 같으면 가이드녹음 랩 파트도 나한테 맡기게?”
견하준이 장난기 섞인 물음을 던졌지만 나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좀… 차라리 막내를 부르면 불렀지.
각 잡고 굴려도 한 1년은 꼬박 걸릴 것 같은데, 흠…
그냥 시스템이 이런 지랄 같은 퀘스트를 다시 던지지 않기만을 바라야겠군. 목 상태가 안 좋을 때 라이브해야 하는 상황의 대처법이나 익혔다고 생각해야지.
숙소에 돌아오고 나서는 첫날 건드리고 지금까지 방치해 놨던 드레스룸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또 내일로 미뤄지긴 했지만 내일은 또 100% 일단 이사 하고 나서 자기 물건 정리하자고 하겠지.
오늘치 숙소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작업실에 다녀오느라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고 페널티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열어 보았다.
[남은 시간- 00:00:01]타이머가 00:00:00으로 바뀜과 동시에 의 훅을 가만히 읊조려 보았다.
돌아왔다! 돌아왔어!
그렇게 나는 한밤중에 잠들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서예현을 관중 삼아 연달아 세 곡을 선보인 후에야 속 시원하게 잠들 수 있었다.
* * *
-오 뭐야? 이든이 파트 가사 완전히 바꼈네?
-가사 까먹어서 프리스타일로 하는 건 아니지?ㅋㅋㅋ 그런데 평소랑 좀 다른 랩 창법? 이라 신기하다
-랩이 느려서 그런가? 노래가 좀 덜 힙합 같아졌어 은근 취향저격ㅎㅎ
-이러니까 약간 예현이미 나는듯 그런데 이제 능숙함을 한 100000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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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든 목소리 톤이 사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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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79
시재로34 • 11시간 전
랩 템포를 저만치 늦춰도 목소리 톤이 받쳐주니까 압살이네ㅋㅋㅋㅋ
좋아요 408
└내방에나타난그리마
맨 마지막 저거 언제 무대임? 윤이든 스타일 전혀 아닌 것 같아서 ㅈㄴ 신선한데
└(크리에이터)jamkim
TBM 연예대상 축하무대입니다 어제 저 무대 보다가 와 목소리 톤 덕분에 저런 스타일도 소화가 되네 감탄하면서 영상 바로 짰습니다
└dsaopgaskl99
저건 목소리 톤도 톤이지만 더블링도 한몫한 거 아니냐 저그룹 서브래퍼도 좀 치는 듯?
└뉴엣
@dsaopgaskl99 더블링하는 거 서브래퍼 아니라 메보예요
└dsaopgaskl99
@뉴엣 ? 그럼 서브래퍼는 뭐함?
└뉴엣
@dsaopgaskl99 이쪽은 얼굴맛집
* * *
“막내, 아침부터 기분 좋아 보인다?”
상쾌한 기분으로 서예현과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자 식탁에 앉아 오랜만에 미소 짓고 있는 류재희가 보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붙였다.
“저희 집 막내한테 연락 왔는데, 이사 날짜 언제냐고 자기가 도우러 가도 되냐고 묻는 거예요. 용돈 준 보람이 있구나- 싶고.”
뿌듯해하는 얼굴로 우리한테 자랑하듯 말하는 류재희는 퍽 첫째 같았다.
“설마 수락하진 않았지? 걔 한창 학교 갈 시간에 이사 가는데.”
“에이, 당연히 거절했죠. 그때 정신없이 바쁠 텐데 챙겨 주지도 못하잖아요. 그런데 재선이가 어쩌다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지?”
설마 이사 D-Day 알아내서 그 전에 중고나라에 팔려고 그런 거 아니야?
류재희한테 의심을 받지 않는 둘째 동생이 첫째 동생한테 이사 날짜를 알아 오라고 협박당하거나 회유당했을 확률은? 저 집 막내는 이전에 봤을 때도 영 기가 약해 보이던데.
샤워하면서 도움 되는 것 좀 없나 싶어 주간퀘를 하며 새로 쌓인 랜덤 티켓을 다 까보다가 드디어 도움이 되는 아이템 하나를 찾아냈다.
[아이템 ‘사이 개선도 수치 변동 기록⚿’이 나왔습니다!]야,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줬어야지.
어째 랜덤 티켓이 도움이 되는 것만 골라서 주는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보았으나, 어제의 그 빌어먹을 페널티 랜덤을 생각하자마자 의심을 거뒀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 골랐으면 김도빈의 노래 실력을 골랐겠지.
[아이템 ‘사이 개선도 수치 변동 기록⚿’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시스템을 향해 투덜거리며 네 멤버 중 망설임 없이 마지막에 위치한 이름을 선택했다.
[▶류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