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1화(39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1화
변동된 수치가 내 이름과 류재희의 이름,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목록화되어서 눈앞에 떴다.
수치가 마냥 오르기만 했으리라는 내 예측과 정반대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제법 섞여 있었다.
멤버들이 일방적으로 사이 개선도를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내 지분도 제법 있었을 줄이야.
아무래도 4년간의 데이터이다 보니 제법 양이 방대했기에 처음부터 하나씩 살피기보다는 맨 밑까지 쭉 내렸다.
현재 점수인 99를 기준으로 차근차근 계산하여 100점으로 올랐을 때와 갑자기 떨어졌을 때의 변동 수치를 찾아냈다.
다행히 많이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윤이든 +2] [윤이든 –1] [윤이든 +1] [류재희 –1] [류재희 –1] [류재희 +1]한 사람이 떨어뜨리면 한 사람이 올리든가 해야 하는데 이건 뭐, 한 사람이 북 치고 장구 치는 걸 끝내면 또 한 사람이 북 치고 장구 치는 꼴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른 한 사람이 장구를 치다가 말아서 문제지.
[터치하면 사유 관람이 가능합니다.]“야, 윤이든! 샤워하다가 빠져 죽었냐?”
쾅쾅!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문 너머로 들려오는 서예현의 외침에 막 항목 하나를 터치하려던 손가락을 거두고 샴푸 거품을 마저 벅벅 헹궜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면서 늘 앉던 자리가 아니라 식탁에서의 서예현의 앞자리 의자에 턱 앉았다.
“샤워기 물에 익사할까 봐 걱정도 해 주시고. 차암 다정하십니다, 형님.”
짝짝 박수를 치며 서예현의 다정함을 찬양하자 서예현이 인상을 팍 구겼다.
“그럼 너는 평소에 안 그러던 놈이 샤워를 20분을 넘게 하고 있는데 문 안 두드리고 배기겠어?”
“샤워를 30분 가까이 하는 분도 제 앞에 있는데 겨우 20분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신지?”
“대체 그 컨셉 언제까지 유지할 생각인데.”
서예현이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내가 질릴 때?
“왜요? 어제 무대 때문에요? 반응 나쁘지 않던데요? 형이 맨날 빡센 랩만 해서 신선했나 봐요. 그게 마음에 걸리면 다음에는 그냥 멤버들한테도 미리 말하고 립싱크로 가요. 립싱크가 법적으로 금지도 아니고, 이럴 때 한 번씩 하는 건 괜찮잖아요.”
류재희는 막내 동생한테 받은 연락에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내게 제게 더블링을 맡긴 덕에 기분이 풀린 건지 오랜만에 제법 살갑게 내게 말을 붙여 왔다.
한껏 늦춘 템포를 신선함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도 몇 번뿐이긴 하지. 그렇지만 시스템이 밥 먹듯이 이딴 페널티를 던져 주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도 확실히 랩 실력이 이 정도 수준이면 어떻게 구성해야 파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거, 그거 하나는 좋았다.
몰랐을 때는 미지의 영역이라 그냥 이 정도 수준이겠지 대충 지레짐작해서 잡고 서예현을 굴리며 깎아 가면서 맞춰 갔는데 직접 서예현 하위 호환 실력으로 경험해 보니까 체화가 되면서 이해도 확실히 되더라.
좋아, 이제는 서예현 파트를 짤 때나 녹음할 때 시간이 훨씬 절약되겠군. 디테일을 잡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들도 이제는 어렴풋이 해결책이 떠올랐다.
앞으로의 레브 곡들의 퀄리티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개씹좆같은 페널티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 녹음할 때 서예현한테 이걸 못하냐고 윽박지르지 않기로 했다. 견하준 ver.로 하니까 못 하겠더라고. 서예현 본인도 답답하겠지. 중학생한테 대학 수학 들이미는 꼴 아니냐.
거울 치료가 이렇게도 되는구나. 오랜만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나고. 물론 내가 이 정도 올챙이는 아니었지만.
이번 페널티의 최고 피해자는 존나게 너프된 수준으로 무사히 무대를 마치기 위해 새벽녘부터 파트를 뜯어고친 나랑, 랩 한 번 안 했는데 나조차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 랩 실력이 탄로 나 버린 견하준, 이 둘 중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이번 페널티의 최고 수혜자가 서예현이라는 건 이견이 없었다.
이제는 몸에 밴 익숙함으로 제일 먼저 수저를 들자 서예현이 갑자기 딴지를 걸어왔다.
“아니, 잠깐만. 윤이든이 나를 형님이라고 하는데 그럼 숟가락도 내가 제일 먼저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형님, 왜 또 숟가락에 집착하고 그러십니까.”
“아니, 집착이 아니고! 이상하잖아! 이게 무슨 개족보야!”
“그러네요. 아버지의 형님이면 저한테는 형이 아니라 큰아버지잖아요. 개족보 맞네여.”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아니지, 도빈이 형. 결혼 안 했으니까 삼촌이지. 큰삼촌.”
“도빈아, 너는 왜 멀쩡히 계시는 너희 아버지를 나로 갈아치우고 그러냐. 내가 네 형이지, 아빠냐?”
“밥상머리 예절 관념적으로 레브의 아부지다, 이 말이죠.”
“미치겠네, 내가 왜 또 삼촌이 되어 있는 거야.”
자기가 제일 먼저 시작해 놓고 이마를 짚는 서예현을 향해 김도빈이 깝죽거렸다.
“그럼 식사 시간에 숟가락 드는 순서를 바꿔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691회 회의 Go?”
“그딴 걸로 회의를 해야 하는가로 먼저 회의해 보자. 참고로 나는 반대다.”
“아니, 나는 이게 충분히 회의할 거리가 된다고 생각해.”
“형님, 자꾸 말 첫마디에 ‘아니’ 붙여 대는 건 알고 계십니까? 세상 모든 말을 부정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형님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뚝뚝 묻어 나오고 있습니다, 예?”
개판이 된 밥상머리 상황을 정리한 건 견하준의 한 마디였다.
“얘들아, 아침부터 헛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
“헛소리라니, 나름 논리적인 이의 제기 아니야?”
“형님, 헛소리 그만하시랍니다.”
서예현도 꿍얼거리면서 견하준의 그 한마디에 순순히 식사를 재개했다. 사실 레브 최강자는 견하준일지도 모른다. 김도빈도 그러지 않았나. 밥 주는 사람이 최강이라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마지막으로 혹여라도 놓친 개인 짐이 남아 있는지 싹 점검하고 비장하게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그렇게 드레스룸에 다시 발을 들인 지 대략 다섯 시간 후.
“그냥 우리 이거 다 박스에 몰아 담고 이사 가서 새 숙소에서 정리하자. 죽겠다, 진짜.”
“그리고 다시 그 새 숙소 드레스룸에 그대로 처박힐 확률이 99%겠지.”
드레스룸의 옷더미에 드러누운 서예현이 제일 먼저 항복을 외쳤다. 거의 기계가 된 것처럼 신발 박스를 열어 보고 있던 견하준이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좀 쉬었다가 해. 지금 포기하지 말고.”
“어? 드디어 이제 형님이라고 안 부른다.”
“힘들어서 말이 꼬였습니다, 형님. 조금 쉬었다가 다시 작업하시죠.”
“그렇구나. 윤이든한테서 형님 소리를 안 들으려면 윤이든이 힘들어야 하구나.”
“걱정하지 마십쇼, 형님. 이제 녹음 때도 별로 안 힘들 예정입니다.”
“나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먼저 달려가 소파를 선점하여 드러눕는 서예현을 보며 혀 한 번 차 주고는 내 방 침대에 풀썩 누웠다.
어차피 멤버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다 볼 수 있는 거실에서 허공에 터치질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시 사이 개선도 수치 변동 기록을 눈앞에 띄웠다.
[윤이든 +2: 류재희가 힘든 시기를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옴]계산해 보니 이때가 처음으로 류재희와의 사이 개선도가 100을 달성했을 때였다.
회상해 보자면 회귀 전의 나는 류재희를 딱히 힘들 때 기댈 만한 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힘든 일을 털어놓은 것도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으니 다른 일로 힘든 나 보면서 위로나 얻어라’ 이런 취지였다.
그게 제 비극에만 빠져 허우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던 당시의 멍청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위로였으니까.
일례로 나는 회귀 전에 나를 짓누르며 비참함에 서서히 잠겨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내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절대로 류재희한테 털어놓지 않았다.
내 음악의 재능을, 그걸 펼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 그룹을 향한 그 빌어먹을 애증을.
가라앉던 그룹의 구원자 자리를 뺏겼다는 추한 열등감을.
회귀 전의 류재희는 과연 알고 있을까.
얼굴만 잘난 무능력 멤이 가장 주목받는다는, 표면적으로만 드러냈던 이유가 아닌 내가 회귀 전의 서예현을 싫어했던 진짜 이유를.
글쎄, 워낙 눈치 빠른 녀석이라 알고 있었음에도 굳이 내게 말하지 않았을지도.
그다음이 바로 견하준과 나란히 99%로 깎였던 그 시기인가.
[윤이든 –1: 내 음악이 류재희한테 대체 불가능한 1순위가 아님]의외였던 건 류재희가 내 속마음을 완벽하게는 읽어 내지 못하는 바람에 완전히 의지할 수 없어 사이 개선도가 깎인 게 아니라, 내 음악을 부동의 1순위로 두지 않고 타 곡을 1순위로 세우는 걸 대안으로 내세웠기에 깎인 거였다.
하긴, 호감도가 아니라 사이 개선도니까.
회귀 전의 류재희한테는 언제나 내 곡보다는 타 곡이 1순위였을 테니 꾸준한 프로듀싱으로 올려 놨던 개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마 전자의 이유로 1%가 깎였던 건 견하준이었겠지. 그게 우리의 근본적인 갈등이었으니까.
[윤이든 +1: 그래도 결국은 함께인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해 냄]시발, 이게 뭐야. 내가 이렇게 낯간지러운 생각을 했다고? 이딴 게 사이 개선도가 오른 사유?
팔에 오소소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진짜로 믿을 만한 자료는 맞아?
계산해 보면 이때 또 100%로 채워지지 않았나? 100%를 달성하면 알림을 꼭 띄워 주던 걸 생각하며 바로 밑 항목을 터치했다.
[류재희 –1: 이든이 형이 슬럼프를 극복함]그럼 내 쪽에서 오른 거랑 류재희 쪽에서 깎인 게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소리인데…
‘그런데 왜 내가 슬럼프를 극복한 게 감점 사유야?’
보통은 플러스가 되지 않나.
‘형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라 다행이에요. 나는 형이 슬럼프도 금방 극복해 내서…’
술에 취했던 류재희의 중얼거림이 문득 머릿속에 맴돌았다.
류재희는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내가 슬럼프를 금방 극복해 낸 건 류재희가 생각했을 때 내 완벽함에 점수를 더해 주는 거였고.
그렇다면 내가 슬럼프를 극복한 게 감점 사유가 되는 것이 설명이 된다.
…대체 왜?
이해가 가지 않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다음 사유로 넘어갔다.
[류재희 –1: 이든이 형이 내 가족을 까 내림]이거야 뭐, 예상했던 거랑 얼추 들어맞는 사유였다.
가족 사랑 한 번 지극하다, 지극해. 이걸 타파해야지만 류재희 본인도 편해질 텐데 말이다.
혀를 차며 시선을 내려 제일 최근에 오른 1%의 사유를 읽었다.
[류재희 +1: 이든이 형이 하준이 형보다 나를 필요로 함]저한테 믿고 맡긴 게 기뻐서 그런 줄 알았더니 이건 또 왜 견하준이랑 비교를 하고 앉아 있어?
예상했던 것보다 핀트가 제법 엇나간 게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