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4화(39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4화
저것도 무조건 뺏어야 하는데. 만약 김도빈이 류재희한테 중고나라를 보여 주면 헛수고로 돌아가잖아.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김도빈의 휴대폰까지 빌려 가면 누가 봐도 수상했다. 그렇다고 2층 구경을 다 한 저 둘을 다시 2층까지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럼 더 수상하겠지, 아무래도.
류재희는 눈치가 빠르니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오면 금세 눈치챌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중고나라 게시글을 직접 마주하거나 우리가 알려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동생이 얼버무리는 걸 보고 지레짐작으로 알아채는 편이 류재희한테도 덜 비참하지 않을까 싶었다.
진실을 직접 대면한 것과 추측으로 진실에 다가갔을 때, 받는 충격의 정도는 다르니까. 차라리 후자는 스스로 마음의 준비라도 하지.
휴대폰만 아니라 아예 김도빈을 통째로 끌고 갈까 싶었던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먹고 대처해 준 건 바로 견하준이었다.
“둘이 다녀와. 나는 무조건 1층 방 쓸 거라서 막내들이랑 주방하고 욕실 좀 보고 있을게.”
아무리 서로를 향한 기대를 조금 내려놓았다고 해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몇인데, 이 정도쯤이야 말 안 해도 통하지.
2층으로 올라와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나랑 서예현은 곧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와, 이 자식 아직도 답장을 안 하네? 설마 지금 한창 거래 중인 건 아니겠지. 팔린 후에 우리한테 판매 완료됐다고 채팅 하나 띡 남길 상인데.”
“돈 더 쳐 준다고 할까? 그러면 무조건 우리한테 팔지 않을까?”
“형님은 이런 놈한테 돈을 더 주고 싶습니까?”
“그럼 어떡해. 나도 그 녀석한테 돈 더 가는 게 싫긴 한데 일단은 회수하는 게 최우선이잖아. 나중에 재희 통해서 돈 돌려받아도 되고.”
“그 싹수 노란 자식이 퍽이나 돈 돌려주겠습니다. 막내 본인 돈으로 메꿀 게 뻔한데 돈 돌려받을 생각 절대 하지 마십쇼.”
“…너 좀 낯설다. 네가 이렇게 섬세한 생각도 할 줄 아는 놈이었어?”
“헛소리 그만하고 다음 방으로 이동하시죠, 형님. 너무 오래 한 방에 머물러 있어도 의심받습니다.”
잔뜩 목소리를 낮춘 채로 설전을 벌이며 방을 대충 휙 둘러보고 압수한 류재희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앱이야 잠금을 풀지 않아도 작동하니까.
방은 제법 채광 좋고 넓었다. 그렇지만 꼭 이 방에서 자야겠다는 욕구가 마구 치밀어 오를 만큼 탐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작업실이랑 숙소를 거의 새벽에까지 오가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기에 굳이 귀찮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는 1층이 더 좋았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며 서예현이 2층 감상평을 남겼다.
“잠귀 밝은 하준이가 2층 써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의외로 여기까지 1층 소음이 안 닿네.”
서예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층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김도빈의 호들갑에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지나치게 잘 들리는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형님.”
“그냥 방금까지 집이 조용했던 거였구나….”
서예현이 뻘쭘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다가 입을 슬그머니 다물었다.
“형들, 2층 방 어때요?”
밑에 있던 류재희가 발코니를 지나치는 우리를 향해 외쳤다. 발코니에 팔을 걸치고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해 주었다.
“너희들 써라. 나는 1층 쓰련다.”
“나도 1층 쓸래. 막내 너희가 2층 쓰면서 이참에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운동해. 너희 아침 운동도 안 나가잖아.”
나머지 방도 건성건성 둘러보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새로운 숙소는 솔직히 우리 본가보다 좋았다.
드디어 다들 방 하나씩 가지고 생활한다니, 우리 정말로 성공했구나.
아직 가구가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꽤 넓게 느껴지는 숙소를 감격 어린 눈으로 돌아보다가 제 휴대폰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류재희를 향해 당당하게 요구했다.
“막내야, 폰 비번 좀 풀어 봐라. 하준이한테 2층 방 사진 보여 줘야지.”
류재희가 아무 의심 없이 내 손에 들린 제 폰의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 내게 류재희의 휴대폰을 건네받고 내가 대충 찍어 온 사진을 넘겨 보던 견하준은 휴대폰을 달라는 듯 류재희가 손을 막 내밀려 함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타이밍이 딱 맞아든 터라 일부러 그랬다기보다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게 내 눈뿐만 아니라 류재희 눈에도 자연스러워 보여야 할 텐데 말이다.
“이든이가 보여준 사진 보니까 2층 직접 보고 싶어졌어. 구경 다녀올게.”
무섭도록 뻔뻔한 얼굴로 말한 견하준이 류재희의 휴대폰을 쥔 채로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갔다. 괜히 연기돌로 성공한 녀석이 아니었다.
2층 구경을 끝내고 돌아온 견하준은 자연스럽게 류재희의 휴대폰을 원 주인인 류재희가 아니라 내게 넘겼다.
“우리 드레스룸 안 봤지? 드레스룸이나 보러 가자.”
“저랑 도빈이 형이랑 하준이 형은 봤는데요.”
“나랑 예현 형님은 안 봤어, 인마. 가서 다섯 명 분의 옷을 어떻게 영역 딱딱 구분해서 넣어 놓을지 다 같이 상의를 해야 할 거 아니냐. 이전 집처럼 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살래? 어?”
류재희가 휴대폰을 달라고 하기 전에 반강제적으로 멤버들을 단체로 드레스룸으로 끌고 갔다. 1층에 계속 있으면서 대체 뭐하신 거냐는 류재희의 투덜거림이 들렸지만 필사적으로 못 들은 척했다.
뭐 했긴. 너 걱정하면서 너희 동생 중고나라 게시글 찾아서 거래 문의 채팅 남겼지.
드레스룸은 생각보다 많이 좁아졌다. 전에는 방 하나를 통째로 드레스룸으로 쓴 터라 다섯 명 분의 옷과 잡화를 마구 던져 놓아도 괜찮았는데 현재는 파우더룸과 붙어 있어 예전처럼 공간을 쓰긴 어려웠다.
“일단 각자 독방 쓰니까 본인 옷은 최대한 본인이 가져가자. 계절에 안 맞는 옷만 여기에다가 둬. 알았지?”
견하준의 말에 서예현이 드레스룸을 쭉 가늠하다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신발 상자는 여기에다가 다 쌓아 놓고 싶은데 어떡하지? 방에다가 두면 지저분해 보일 거 같은데. 방도 좁아지고.”
“한 사람 거면 몰라도 다섯 명 것을 다 여기에다가 두는 건 불가능해. 예전 드레스룸 공간의 3분의 1이야, 지금. 그런데 형 것만 여기에다가 놓을 수는 없잖아. 다들 그런 건 형처럼 드레스룸에 가져다 놓고 싶지.”
견하준의 태도는 강경했다. 서예현이 한숨을 내쉬자 류재희가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 딱히 필요 없는 몇 개를 중고나라에 팔아요. 수집용이어도 계속 가지고 있고 싶지 않은 것쯤은 하나 있잖아요.”
류재희의 입에서 나온 중고나라라는 단어에 식겁하여 곧바로 류재희를 만류했다.
“야, 중고나라가 얼마나 위험한데. 벽돌, 벽돌.”
“저희가 판매자인데 벽돌 걱정을 왜 해요. 설마 벽돌 넣어서 파시게요?”
중고나라를 향한 공포를 심어 주려다가 되려 나를 향한 의심만 심어 준 꼴이었다.
이래서 눈치 빠르고 똑똑한 놈들은 성가시다니까. 나였으면 ‘아, 그런가?’하고 이상함도 못 느낀 채로 넘어갔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흘긴 서예현이 진지하게 류재희를 붙들고 말했다.
“그래, 막내야. 물건 함부로 중고로 파는 거 아니야. 요즘 같은 세상에 그 거래 한 번으로 네 개인 정보가 어떻게 털릴 줄 알고.”
나이스 서포트!
고개를 끄덕인 류재희가 슬금슬금 티 나지 않게 먼저 드레스룸을 빠져나가려 뒷걸음치던 내게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형, 제 휴대폰이나 주세요. 벽돌 팔지 마시고요.”
“이게 누굴 중고나라 사기꾼으로 알아.”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넘겨주며 정수리를 꾹꾹 눌러댔다.
가구를 마저 들이고 입주 청소를 마칠 동안 우리는 동네를 구경한다는 핑계로 류재희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 보안 제대론데? 사생 절대 못 들어오겠다.”
“그럼 이제 민원 받던 나날들도 끝난 건가요. 아, 행복하다.”
“그 카페 이제 못 가는 건 아쉽네. 테이크아웃하면 아아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2만 원의 행복> 방영되고 사람 반짝 몰렸을 때도 소신을 지키시던 참사장님이셨죠.”
“오, 단지 내에 피트니스 센터도 있네. 형님, 여기 등록하실?”
“깍듯한 말이 더 열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영 그러네. 그냥 나는 네가 말을 하면 열받는 게 아닐까?”
“자기 객관화가 아주 제법이십니다. 깨달았으면 이참에 좀 고치십쇼?”
류재희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우리 둘을 번갈아 보다가 힘없이 물었다.
“대체 왜 저를 사이에 끼우고 이러시는 건데요…”
혹여라도 막내가 휴대폰을 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나랑 서예현은 나란히 류재희의 팔을 우리의 어깨에 얹게 하고 우리도 류재희의 어깨에 팔을 얹고 있었다.
사실 서예현보다는 견하준이 이러는 게 더 안정감 있기야 하겠지만 견하준은 이럴 이미지가 아닌걸.
“이런 식으로 사이 좋은 그룹 목격담을 만들어 가는 거 아니겠냐.”
“저는 괴로운데요.”
“괜찮아, 괜찮아. 멀리서 보면 화목해 보여.”
“맞아, 막내야. 괴로운 건 키도 안 맞는데 네 어깨높이에 맞춰서 팔을 위로 치키고 있는 내가 괴롭고.”
“예현이 형, 그러면 팔을 내려요.”
“그건 안 돼. 그럼 덜 사이좋게 보이잖아.”
“형도 이제 이든이 형한테 물들어 가세요?”
경악하는 류재희를 향해 서예현이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하냐고 대노했다. 내가 뭐. 내가 뭐 어쨌다고.
입주 청소까지 다 끝나고, 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정한 다음 짐 정리를 대충이나마 마치고 이사 기념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다행히 칼로리 악당은 이삿날에 중국집이라는 공식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포케에 메밀면은 어떠냐는 망발을 내뱉기는 했어도.
남들 다 짜장면으로 통일할 때 홀로 해물덮밥 시켜 먹고 있긴 했어도.
“막내야, 도빈아. 밥 먹으면서 휴대폰 하지 마라.”
“그러는 형들은 30초에 한 번씩 휴대폰 확인하고 있으면서.”
입을 댓 발 내민 류재희의 투덜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서예현의 휴대폰에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짜장면을 급하게 흡입하고 휴대폰을 낚아채 내 방으로 달려갔다. 내 눈 신호에 서예현 역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쫓아왔다.
<[ㅈㅅ 지금 거래 중이라서요]
“아오씨, 거래 중이라는데?”
“야, 그럼 통 크게 5 더 불러.”
“5? 5면 충분하나? 형님, 너무 많이 부른다고 의심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먼저 3 던져 놓고 좀 망설인다 싶으면 5로 올-”
“형들, 밥 먹다 말고 뭐해요? 완전 수상한 대화가 오가고 있는데?”
지금 들려와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서예현의 말을 불쑥 끊고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우, 깜짝이야.
“어, 어어? 스포츠토토!”
“그래, 맞아! 스포츠토토 배팅! 참고로 이거 불법 도박 아니라 합법이야!”
휴대폰 화면을 사수하며 필사적으로 변명해 대는 우리를 보며 가볍게 웃은 류재희가 폭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형들, 저 이미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