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7화(39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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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희가 제게 준 마지막 기회인 줄도 모르고 그걸 제 발로 걷어차 버린 놈을 대면한 지 5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겉옷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류재희 동생 놈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필사의 도주 시도가 막힌 후로 류재희 동생 놈은 더는 도주 시도를 하지 않았다.
원래는 한 2, 3분 동안만 기강 좀 먼저 잡아주고 시작하려 했는데 괘씸죄로 5분으로 늘렸다.
“야.”
내 앞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내리깐 채로 빳빳하게 서 있던 류재희 동생의 자세가 흐트러지자마자 정색하며 경고했다.
“까딱거리지 말고 똑바로 서라.”
그 말이 끝나기가 류재희 동생 놈이 무섭게 짝다리를 짚고 선 발을 펴며 자세를 곧게 고쳐 섰다. 몇 분의 침묵 시간을 더 가진 후에, 어느 정도 기가 눌렸다 싶을 때쯤이야 입을 열었다.
“요즘 차암 세상 좋아. 한정판 물건들이 발이 달려서 팔아도 도둑놈한테 알아서 돌아오고, 어?”
내 발치에 얌전히 놓인 박스를 발끝으로 툭툭 치며 빈정거렸다. 박스를 차는 소리가 날 때마다 놈이 제가 맞기라도 하는 양 몸을 움찔거렸다.
“그게 아니면 택배로 부쳤다던 게 왜 네 손에 고이 들려 있었냐?”
“그게, 용돈이 줄어서… 이미 팔았다고 하면 형이 안 찾을까 봐….”
웅얼거리는 말에 실소로 놈의 말을 끊으며 첫 마디를 똑같이 따라 읊어 주었다.
“아, 용돈이 줄어서.”
뚜둑, 손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울리자 류재희 동생 놈이 흠칫했다.
“너희 형이 이걸 네가 팔아치우면 자기가 뭐 되는 걸 친히 설명을 해 줬는데도 겨우 용돈이 줄어서 이걸 기어이 팔아치우겠답시고 또 가지고 나왔다고.”
진짜 씨발 어이가 없어서. 이를 빠득 갈자 놈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었지만 알 바 아니었다.
내 차 안에서 선입금해 달라는 채팅을 받았을 때 류재희의 표정이 어땠는지 이 애새끼가 직접 봤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래, 이번에는 나한테까지 죄송해야지. 너희 형 이미지가 곧 내 그룹 이미지고 내 이미지잖냐. 그런데…”
허리를 숙여 불쑥 얼굴을 들이밀자 놈이 뻣뻣하게 굳었다.
“제일 크게 타격 입었을 너희 형을 비롯해서 네가 몇 사람 인생을 망치려 했는데 죄송하다고 하면 다 끝나냐?”
물론 이건 팬 서포트가 아니라 멤버들의 선물이니 중고로 팔렸더라도 별일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놈은 팬 서포트인 걸 알면서도, 그리고 류재희가 이걸 팔면 자기가 좆된다고 확실히 이야기를 해 줬는데도 팔아치우려 했던 게 문제지. 회귀 전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했고.
그러니 우리 그룹에 해될 일을 결코 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머릿속에 새겨주어야 했다.
“용돈이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어든 게 너무 괘씸해서 이딴 짓을 했다는 거잖아, 지금?”
“아니, 괘씸해서는 아니고….”
“네가 50만 원의 가치를 모르니까 이딴 배부른 투정을 하고 앉아 있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정신 차릴 때까지 뒤지게 후드려 패고 싶었지만 꾹 참고 류재희 동생 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러니까, 네가 다음 달까지 50만 원 벌어 와서 너희 형한테 갚자. 참고로 이거 권유 아니다. 좋게 좋게 말해 줬다고 오, 안 해도 되겠구나- 하는 나이브한 생각은 곤란해, 재희 동생.”
팔을 묵직하게 내리누르며 어깨 바로 밑의 팔뚝을 힘을 실어 턱턱 다독였다. 류재희 동생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저 올해 고 3이라 알바 못 하는데요…”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요.”
손바닥으로 놈의 왼쪽 귀 부분을 덮어 그대로 힘을 주어 고개를 강제로 틀게 하여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마주 보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네가 네 형한테 꼬박꼬박 걔가 그렇게 힘겹게 번 돈 받아 낸 거 쳐 부어 가면서 키운 게임 계정을 팔든 게임 아이템을 팔든, 아니면 네가 받은 용돈으로 마음껏 사재낀 것들을 팔든, 그게 싫으면 알바를 하든 노가다를 뛰든. 어떻게 해서라도 다음 달 안까지 50만 원 만들어서 와라?”
시발, 나도 학창 시절에 한 달 용돈으로 100만 원이 뭐야, 50만 원도 언감생심이었는데.
이런 친형이 마음 여리다고 호구 등쳐먹으려고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가리 팬사랑꾼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만들어?
진짜로 팬서포트를 팔아먹었던 회귀 전에 손봐 주지 못했던 게 아주 천추의 한이었다.
“50만 원이 땅 파면 나오는 줄 알았지?”
이런 놈들은 죽어라 고생 한번 해 봐야지 정신을 차릴랑 말랑 한다니까.
“형은-”
“형은 춤추고 노래 부르고 CF 몇 개 찍고 버는 돈이라고 내 앞에서 이야기해 봐. 너희 형이랑 나랑 같은 그룹이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는지 내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선수 치자 류재희 동생이 개소리를 하려 했던 입을 가만히 다물었다.
고개를 강제로 틀게 만든 손을 떼고 스산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만약 다음 달까지 50만 원 안 갚으면 우리 막내네 동생이고 뭐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빨간 줄 그어 줄게. 마침 딱 성년까지 1년 남았네. 어디 한번 사회 초년생부터 빨간 줄 그이면서 헬 모드로 시작해 보자?”
이건 진심이었다. 필요하면 친조부 찬스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손 봐 줄 예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까지 류재희가 용돈으로 줬던 돈을 모조리 받아 내고 싶었지만 그건 류재희한테 의견을 듣고 나서 할 일이지. 동생한테 용돈을 준 건 내가 아니라 류재희니까.
물론 류재희가 오케이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돈을 1원 단위까지 싹 수금해 줄 생각이 만반이었다.
내 말 가득히 담긴 진심을 눈치챘는지 류재희 동생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를 누르고 있던 팔을 풀어 주자마자 줄행랑치려는 류재희 동생 놈의 뒷덜미를 턱 붙들었다. 우리 아직 정산 덜 끝났는데 어딜 가려고.
“참, 입금한 박동주 씨 돈 그대로 다시 환불해라.”
참고로 박동주는 예전에 내게 한정판 운동화로 중고나라 사기 친 새끼의 이름이었다.
이런 일에 중·고등학교 친구들, 혹은 크루 형들의 이름을 쓰기는 좀 그래서 빌려 썼다. 급하게 가명 지으려니까 김철수, 뭐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
송금할 때 가명으로 바꿔 보낼 수 있는 것도 몰랐냐, 쯧쯧.
“만약 더치트에 이 계좌 등록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더 나랑 대면할 거 각오하고. 알았지?”
혹시 몰라 으름장을 놓자 내가 보낸 금액을 그대로 돌려보내던 놈이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또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새끼, 진짜 더치트에 계좌 등록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
선입금한 돈이 무사히 돌아온 걸 확인하고 놔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고를 던졌다.
“아, 그리고 빨간 줄 그어 준다는 거, 네가 내 그룹에 해 끼치는 모든 상황에 포함이다. 50만 원이 면죄부라고 착각하지 마.”
손을 다시 놓아주기가 무섭게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류재희 동생 놈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차다가 내 발치에 곱게 놓인 박스를 들어 올렸다.
저만치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슬금슬금 내게 다가온 김도빈이 내게 박스를 건네받으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오늘 이걸 보면서 형이 저를 처음부터 엄청 유하게 대해준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 존나게 유하게 대해 줬는데 너는 그런 내 태도에도 바싹 쫄았지. 지금이야 내가 정색해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간 큰 놈이 되었지만.
“그런데 형 진짜 무서웠어요. 특히 처음 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내려만 보고 있었던 거, 그거 진짜. 멀리서 보고만 있는데도 내가 다 쫄리는 느낌? 왜 형 별명이 다크나이트였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막내는?”
“같이 마지막까지 구경하고 있었는데 형이랑 같이 가자니까 차로 먼저 뛰어갔어요.”
“울디?”
“엥, 그래서 내 쪽으로 고개 안 돌렸나? 그랬나 봐요.”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로 가는 동안에도 김도빈의 입은 쉬지를 않았다.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만약 형이 예현이 형이나 제 얼굴이었어도 똑같이 먹혔을까요?”
힐긋, 김도빈의 얼굴을 돌아보고 고개를 저었다.
“일단 예현이 형은 몰라도 너는 너무 만만하게 생겨서 안 돼.”
제가 어딜 봐서 만만하게 생겼냐며 김도빈이 눈에 잔뜩 힘을 줬지만 그 모습조차도 만만했다.
솔직히 서예현의 정색도 무섭거나 쫄리진 않지? 데뷔 초에 하도 많이 마주친 터라 자알 알고 있었다.
차로 도착하니 다행히 눈이랑 얼굴에 물기 하나 없는 류재희가 서예현, 견하준과 함께 우리를 반겼다. 류재희와 김도빈만 내가 류재희 동생을 잡는 걸 구경했고 서예현과 견하준은 차에 남았다.
“와, 제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제가 류재경한테 엄한 형이었어야 했는데, 형이 괜히 고생하시게 했네요.”
“류재, 왜 먼저 갔어?”
김도빈의 물음에 류재희가 흐릿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생각을 정리할 게 있어서. 형이 이든이 형한테 호들갑 떨면서 시끄럽게 올 게 뻔하잖아.”
정곡을 찌른 말에 차 문을 열 때까지 수다를 쏟아내고 있었던 김도빈이 반박도 못 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숙소에 멤버들을 내려 주고 작업실로 가려고 하자 류재희가 박스를 김도빈한테 잽싸게 떠넘기고 운전석의 내게 물었다.
“형, 저도 형 작업실로 같이 가면 안 돼요?”
이제 나를 피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한 그 단단한 눈빛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될 게 뭐 있냐?”
* * *
내 작업실에 도착하자 서로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나는 모니터 앞의 의자에, 류재희는 작업실 뒤편의 소파에. 가볍게 의자의 바퀴를 끌어 소파 앞으로 향했다.
오늘의 대화로 내가 류재희와의 남은 사이 개선도 1%를 올릴 수 있을까.
“막내야, 네 동생한테 이제까지 준 돈 다 돌려받을 생각 있냐?”
“아니요. 걔가 그 돈을 갚을 수나 있겠어요? 당장 다음 달에 50만 원도 갚을까 싶은데.”
“50만 원은 어떻게든 받아 낼 거고. 그럼 그 나머지 돈은 그냥 기부했다 치고 걔한테 가는 용돈은 그냥 끊어 버려라. 마지막 기회까지 저버린 놈 뭐가 예쁘다고 용돈 주냐.”
내 투덜거림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류재희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했다.
“형은 제가 가족들한테 꼬박꼬박 돈 보내고 있는 게 제가 가족들을 사랑해서라고 생각하시죠? 그래서 못 놓는 거라고?”
“엉? 그거 아니었어?”
당연히 나는 류재희가 가족한테 약하고 가족을 사랑해서 저를 돈줄로 보는 게 훤히 보여도 군말 없이 감내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역시… 중얼거린 류재희가 쓰게 웃었다.
“애정도 미련도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류재경한테 실망했던 이유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앞머리를 쓸어올린 류재희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꽤 의외였다.
“그런데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