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8화(39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8화
막내네 막내를 가족들이 인질로 잡고 협박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그러면 결국은 그것도 애정에 기반한 이유가 아닌가?
그 말을 들으며 문득 드는 의아함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자 류재희가 고개를 짧게 저었다.
“제 이름을 내세워 문제를 일으켜서 저한테, 그리고 이 그룹에까지 피해가 갈까 봐. 이게 바로 애정과 미련을 뛰어넘는 가장 큰 이유죠.”
이제까지 보아 왔던 연예인 가족들의 돈 문제 사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나는 그런 사례들을 숱하게 보아와 놓고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류재희가 그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는 걸 생각도 못 했던 걸까.
만약 류재희의 이름을 팔아 채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문제가 되었으면 류재희는 중고나라에 팬서포트를 팔아 치웠던 그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초를 겪을 수도 있었는데.
단지 회귀 전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가벼이 넘기고, 그저 계속 중고나라 팬서포트 사건만 생각하며 가족을 향한 정을 떼기만을 바랐던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형이 답을 찾지 못한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예요. 형은 상식적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어서 형한테 손 빌리지 않는 가족을 뒀잖아요.”
아연해진 내 얼굴을 보며 픽, 웃음을 흘린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을 형은 평생 이해 못 할걸요.”
류재희의 말이 맞았다.
그저 몇 가지 사례만 보고 어렴풋이 그 속내를 짐작하는 것과 저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같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말을 얹기가 어려웠다.
류재희의 말마따나 내 가정 환경과 류재희의 가정 환경은 완전히 달랐기에.
대체 무슨 말을 해야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내가 필사적으로 대가리를 쥐어 짜내고 있는 동안 류재희의 자기 비하적인 혼잣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형이, 그리고 제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헌신과 자기 희생에서 기쁨을 느끼는 호구 새끼면 돈 쏟아부으면서 내가 이 집을 지탱한다는 행복감이라도 느꼈을 텐데. 전 이기적인 새끼라 돈 아깝고, 회의감 들고, 참…”
아니, 네 첫째 동생 같은 싹수 노란 새끼한테 한 달에 100만 원씩 붓고 있었으면 당연히 돈 아깝고 회의감 들지. 그게 무슨 이기적인 거냐. 이기적 기준 존나 낮네.
“야, 나는 너 호구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그저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 가족애 넘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을 뿐이거든?”
“그게 그거죠.”
다급히 부정하자 류재희가 전혀 내 말을 들어먹지 않은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퀘스트 D-Day가 닷새밖에 남지 않은 현재, 여기에서 사이 개선도를 올리긴커녕 더 떨어뜨린다면 또 스X지 실험맨 복장이 무대 의상인 <내 우주로 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류재희의 말을 경청하여 그 말 속에 담겨 있을 사이 개선도 하락의 이유를 알아내는 거다.
학창 시절 국어 공부를 할 때도 안 해 본 짓을 지금 와서야 하고 있군. 이건 나보다는 서예현이나 견하준이 훨씬 잘할 텐데.
“게다가 형은 외동이라 책임감을 느끼게 만드는 형제들도 없잖아요. 거봐요, 형은 절대 나 이해 못 한다니까.”
류재희가 김샌 웃음을 흘렸다.
“막내 동생만 챙기면 되지 뭐 하러 그런 배은망덕한 놈한테까지 책임감을 느껴?”
“류재경도 어릴 적에는 형형 하면서 저를 잘 따르는 동생이었거든요. 사춘기가 온 줄 알았더니 그게 글러 먹은 본성인지는 몰랐죠.”
내가 한마디 꺼낼 때마다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남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어째 내뱉는 말마다 류재희의 스위치를 제대로 건드리고 있는 느낌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단독 면담의 시간을 가지지 말고 멤버들 중 아무나 끌고 올 걸 그랬다.
김도빈은 실없는 소리로 분위기를 풀어 주었을 거고, 견하준은 나보다 훨씬 나은 위로의 말을 류재희한테 건네 주었을 거고, 서예현은 바로 류재희의 말에서 개선도 상승의 실마리를 찾아냈겠지.
이렇게 보니 우리 그룹이 새삼 분업이 잘되는구나 싶었다.
그럼 시발 나는? 개선도를 올려야 하는 건 난데 왜 내가 제일 류재희한테 필요 없는 존재인 느낌이지?
내가 내 존재 의의를 고찰하고 있는 동안 류재희의 고해성사는 계속 이어졌다.
“시한폭탄… 이게 가족한테 가지는 마음이 맞는 건가 죄책감이 들다가도 엄마 전화나 이번 같은 일을 겪으면 지긋지긋해서 다 놓아 버리고 싶고….”
마른세수한 류재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더 최악인 게 뭔지 알아요, 형?”
고개를 들며 묻는 류재희의 질문에 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을 겨우 삼켰다. 여기에서 더 최악이 존재한다고?
“지긋지긋한 집구석이긴 했지만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저 이제는 저보다 제가 보내는 돈을 더 사랑할 뿐이지.”
그래서 이유에 미련과 애정도 여즉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거였냐.
“차라리 동생들이랑 대놓고 차별했으면 몰라, 오히려 방치당한 건 저보다는 동생들이 더했죠. 그래서 제가 그렇게 동생들을 챙겼던 거고.”
“이래 놓고 네가 무슨 이기적인 자식이라는 건데. 이기적인 사람은 안 그래.”
“아니요, 돈을 보내 주는 게 제게는 일종의 보험이기도 해요.”
류재희가 내 말을 부정하고 싶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만약, 정말 만약에 훗날 문제를 일으켜서 절연하더라도 제가 보낸 돈은 저는 할 만큼 했다는 증거가 되잖아요. 성공했다고 가족 내팽개친 패륜아 프레임은 못 씌우겠죠. 부모의 채무는 부모의 책임이라, 자식이 그 빚을 대신 갚을 법적 의무는 없거든요. 우리나라 법이 그러더라고요.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 말까지 들으니 류재희는 어떻게 되든 옳은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네가 우리 집 아들이랑 손자 해라.”
감탄사 섞어 등을 두드렸다. 변호사 아들내미보다 더 법을 잘 아네.
사실 내가 변호사 아들내미 치고 아무것도 모르는 거긴 하지만.
류재희가 우리 집 막내였으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할아버지 잔소리를 막아 줄 방패막이가 생겨서 행복하고, 할아버지는 당신이 원하던 똑똑한 손자가 둘째 아들 집에 생겨서 행복하고, 부모님은 살가운 막내아들이 생겨서 행복하고, 류재희는 동경하는 나를 친형으로 둬서 행복하고.
잠시 생각해 봤다가 이러면 레브가 결성이 안 될 것 같아서 곧바로 머릿속에서 가정을 지웠다.
할아버지가 류재희까지 아이돌 하게 내버려 두겠냐고. 로스쿨 보낸다고 난리를 치겠지. 우리 메인 보컬을 잃을 수는 없었다.
류재희가 멋쩍게 볼을 긁적이며 덧붙였다.
“인터넷으로 찾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울 아버지한테 물어볼까? 법적 관련 도움쯤은 언제든지 줄 수 있으니까 필요하면 바로바로 말해.”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류재희는 제법 냉철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휘둘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그건 류재희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겠지.
그 정도쯤은 내가 보완해 줄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최대한 믿음직스럽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류재희를 마주하다가 슬쩍 입꼬리를 내렸다.
류재희가 내 그 한마디에 감동 받고 눈물을 글썽이다가 사이 개선도 마지막 1%가 짠, 오르는 스토리는 바라지도 않긴 했건만, 저렇게 정색하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딱히 바라지는 않았는데.
짜식이, 대가리 터지게 쥐어짜면서 위로해 주는 형 앞에서 정색을 빨고 있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류재희가 부러 딱딱하게 대꾸했다.
“동정은 됐어요, 형.”
“동정하는 거 아닌데?”
“이해하지도 못하는 일을 돕는다고 나서는 건 그저 동정일 뿐이에요.”
그러니 넘어올 필요 없다고 선을 딱 긋는 류재희를 향해 피식 웃으며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럼 내가 한창 거하게 슬럼프 왔을 때, 그때 나를 돕겠다고 나섰던 것도 동정이었어?”
류재희가 방금 뱉은 말에 정면으로 반하는 말이었다. 제 말의 모순을 깨달은 류재희가 작게 입을 벌리고 벙찐 표정을 짓다가 황급히 반박했다.
“그거랑은 다르죠. 저도 형이랑 같이 음악이라는 장르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슬럼프가 얼마나 힘든지는 아니까…”
“아니, 너는 그때 나 이해 못 했어. 네가 만약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으면 나한테 외주곡을 타이틀곡으로 세우자는 말을 못 꺼냈겠지.”
류재희의 눈이 잠시간 과거를 더듬듯 흐릿해졌다. 드디어 기억해 냈는지 류재희가 제 입을 틀어막았다.
눈빛에 슬그머니 차오르는 죄책감을 발견하고 곧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나한테 미안해하라고 하는 소리 아니거든, 인마.
“너도 그때의 내 불안감을, 내 음악이 레브의 타이틀곡으로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나를 돕겠다고 나서고, 내 옆에 있어 줬잖냐.”
[윤이든 +1: 그래도 결국은 함께인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해 냄]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낯간지러웠던 사이 개선도 상승 사유를 떠올렸다. 이 사유가 나뿐만 아니라 류재희한테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결과는 네가 지금 보는 대로고. 아직도 내가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
류재희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내가 이걸 한 번 경험해 봤으니까 완전히 내 일처럼 이해하진 못해도 너를 돕겠다고 나서는 거 아니겠냐.”
류재희의 정수리에 턱, 손을 얹었다. 내 손길이 닿자마자 류재희가 익숙하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네 형이잖냐. 너는 내 동생이고.”
류재희의 멈칫거림을 내 멋대로 해석하고 다시 말을 늘어놓았다.
“알아, 인마. 툭하면 지능 외주나 주고 머리 쓰기 귀찮은 일은 다 네게 떠넘기는데 내가 못 미덥겠지. 그런데 나 혼자라면 못 미덥겠지만, 다른 녀석들도 있잖아.”
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부러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방금 했던 말 정정한다. 우리는 네 형이고, 너는 우리 동생이라고.”
류재희의 청바지 허벅지 부분이 짙게 물들어 갔다. 미약하게 고개가 두어 번 끄덕여졌다. 훌쩍거림이 잦아들고 작업실이 고요해질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류재희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맞다, 막내야. 기왕 면대면의 시간을 가진 김에 나도 하나만 묻자.”
조금 진정한 류재희가 코를 훌쩍이며 여전히 푹 숙인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신정에 술 취해서 나한테 했던 말 기억 안 나냐?”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네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했잖아.”
“제가 그랬다고요?”
번쩍, 고개를 치켜든 류재희의 얼굴이 무슨 큰 비밀이라도 들킨 양 새빨갛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