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9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9화(39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99화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취중 진담이었어? 나는 다 기억해서 나를 피하는 줄 알았지.”
일부러 가볍게 놀리듯 말하자 류재희가 손부채질로 달아오른 제 얼굴을 필사적으로 식히며 부정했다.
“그건 그런 말을 너무 무신경하게 쉽게 내뱉는 형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긴 하겠다고 어느 정도 납득해 버린 제가 싫기도 하고,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내가 이제 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긴 한데, 무신경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쉽게 내뱉은 말은 아니었어.”
“알아요. 형도 류재경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으니까 그 자식 싹수가 얼마나 노란지 잘 보였겠죠.”
제가 괜한 걸 보여 줬다며 류재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류재희가 굳이 내게 제 첫째 동생을 보여 주지 않았어도 회귀 전의 사건 때문에 그 자식은 경계의 대상이었을 거다.
“형이 나름 저 걱정해서 한 이야기라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항상 이성과 감성이 같을 수는 없잖아요.”
“알았다, 알았어. 섬세하게 말하지 못한 내 죄다.”
“형 어차피 섬세하게 못 말하잖아요.”
류재희가 팩트로 아프게 후려쳤다. 복수하냐, 지금?
“음….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일단 도빈이 형부터 말할까요?”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거랑 김도빈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내가 의문을 가지든 말든 류재희가 일단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빈이 형은 메댄답게 춤도 잘 추고 의도치 않은 개그만 하면 확실히 웃긴 게 장점이에요. 한 5할 정도의 타율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푸는 재주도 있고요.”
뭐? 5할이나 된다고? 너무 높게 쳐 준 거 아니야?
내 기억으로는 분위기가 풀린 것보다 알아서 눈치 챙기라고 김도빈이 눈치받았던 일이 더 많았는데.
“레브라는 이 그룹에서 정립한 본인의 캐릭터성도 확실하죠. 럭키도빈, 짭막내.”
후자는 류재희가 훅 성장하며 반강제로 얻은 타이틀이긴 하다만. 처음에는 제가 왜 막내냐고 그 별명을 싫어하더니만 이제는 제 입으로 짭막내라 하고 다녔다.
그럼 단점은? 내가 궁금해하기가 무섭게 류재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의도한 개그는 참 귀신같이 재미가 없고 가끔 한숨 나올 정도로 눈치가 없고 보컬이 부족한 게 그 형의 단점이죠.”
이 자리에 김도빈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랄한 독설이 쏟아졌다. 김도빈이 들었으면 분명 눈물 찔끔 흘렸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가차 없는 평가에 나나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호기심이 일어 계속해 보라고 손을 휘적여 수신호를 보냈다.
다음 타자는 견하준이었다.
“하준이 형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 자체가 장점이에요. 어른스럽고 다정하지만 결코 만만하진 않는 인상과 성격?”
동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가장 의지해 왔던 견하준의 모습이었지.
“그뿐만이 아니더라도, 보컬 실력도 훌륭하고, 춤 실력도 좋잖아요. 연기 실력이야 이번에 드라마 촬영으로 제대로 알게 되겠지만 이전에 했던 연기 경연 때나 속여 넘기는 콘텐츠를 찍을 때만 봐도 재능 있는 게 딱 보일 정도였고요. 참, 요리도 잘하시죠.”
방금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확실히 견하준이 장점이 많군.
“그렇지만 제일 속내나 선을 알기 힘든 것도 하준이 형이에요.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는 고집도 은근 있고요. 아, 이번 낙하산 사건에서 드러난 회피형 성향도.”
류재희가 나열한 견하준의 단점들 역시 다 납득할 수 있는 것들이라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
“그리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보컬 실력은 제가 더 위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팀의 메인 보컬이니까?”
류재희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그 말을 딱히 부정하지는 못했다. 견하준의 음색이 내게 있어서 류재희보다 위 순위인 거지 보컬 실력만 놓고 보면 류재희가 위인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본인도 진지 빨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장난식으로 하는 말인데 내가 거기에다가 대고 뭐라고 하겠냐.
“그럼 예현이 형은?”
“예현이 형은 잘생긴 외모가 그 형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죠. 그냥 잘생긴 것도 아니고 굉장히 잘생긴 편이잖아요? 상향 평준화된 이 연예계에서도 거의 톱으로 손꼽힐 정도로요.”
그건 맞지. 한때는 그 얼굴만으로 망돌도 멱살 잡고 2군까지 끌어올릴 정도였는데.
지금이야 내 음악이 기여한 비중이 더 크지만?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스스로도 꽤 노력하고, 끈기 있고 성실하고 똑똑하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것도 저보다 훨씬 능숙하고요.”
어어, <2만 원의 행복>에서 오이랑 양상추 씹어먹는 거 보면 지독하긴 하더라. 그리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건 나 역시 서예현한테 그쪽 방면으로 도움을 꽤 받았기에 쉬이 인정했다.
“그렇지만 실력의 한계가 명백히 존재하는 게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해요. 외모도 실력이라곤 하지만 예전에 형이 녹음할 때 했던 말처럼 음악은 청각과 시각을 모두 아우르는 공감각적 영역이 아니잖아요.”
저 공감각적 어쩌고 저 말, 내가 김도빈한테 했던 말 아니었던가? 역시 애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깊게 깨달았다.
그럼 이제 서예현까지 했으니까 남은 건….
“왜 그렇게 보세요…?”
“엉? 멤버들 쫙 말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제 내 차례 아니야?”
기대에 찬 눈으로 빤히 류재희를 바라보며 묻자 볼을 긁적인 류재희가 잠깐 침묵했다가 줄줄 말을 내뱉었다.
“형은… 눈치 안 보고, 머리 쓰기 귀찮아하고, 필터링 없이 말하고, 꼰대고, 가끔 바보 같고, 독선적이고, 입 험하고, 요리도 못 하고, 보컬 실력도 좋다고는 못 하고, 팬 카페에 글자 수 늘린답시고 기체후일향만강이라는 이상한 인사말이나 쓰고, 음악만 관련되면 사람이 괴팍해지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꽤 자주 아무 생각 없이 꼴리는 대로 살죠.”
류재희의 입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내 단점에 입을 떡 벌렸다. 무슨 단점이 이렇게 한바가지야? 내가 언제 이랬다고? 그리고 내 장점은 어디에다가 가져다 버리고 온 거냐?
나 한 명의 단점이 다른 세 멤버들 단점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들렸다.
“내 장점은?”
“그런데 이 중 절반은 고칠 필요가 없어서 나오는 단점이거나 고치고 있는 중이고, 절반은 형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극복하거나 뒤집을 수 있잖아요. 다른 형들이랑은 다르게.”
“알았어, 그러니까 내 장점은?”
류재희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며 묻자 나랑 눈을 마주한 류재희가 깔끔하게 답했다.
“제가 나열한 단점들을 제외한 형의 모든 모습이요.”
툭, 제 어깨를 잡은 내 양손을 떼어 낸 류재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형이 완벽해지지 않길 바랐어요. 내가 따라가기 힘들지 않도록. 형을 동경하면서도 부러웠거든요. 그 모습들이.”
내 카피캣으로 살던 이유와 내가 앞서 가졌던 의문의 답을 이제야 말해 준 셈이었다.
“항상 형 작업물의 가이드녹음을 도맡는 하준이 형이 부러웠어요. 음색은 타고난 거라 내가 바꿀 수 없는 영역인데.”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런데 솔직히 따지고 보면 가이드녹음도 노동이고 성대 착취인데 부러워할 필요가 있나?
“예현이 형의 외모는 사실 부러움을 가지지도 못할 경지였는데, 우리 뮤직비디오 촬영하고 길거리 버스킹 했잖아요. 그때 좀 부럽더라고요. 내 실력에 회의감도 들고….”
신도 공평해야지, 인마. 네 실력에 서예현 얼굴까지 가지면 아이돌판 생태계 파괴야.
“사실 키 크는 것도 싫고 젖살 빠지는 것도 싫었어요. 제 성격이 막내답지 않은 건 잘 알고 있어서 막내에 어울리는 모습으로라도 쭉 살고 싶었는데…. 결국 그 타이틀은 도빈이 형이 가져가 버렸죠.”
하긴, 햄스터에서 뉴트리아가 되어버렸으니 너도 싫겠지. 그 마음 잘 이해한다.
“뒤처지는 건… 그리고 남의 뒷모습만 보면서 뒤쫓아 가는 건 싫어요.”
멤버들에게 가진 약간의 열등감, 인정받고 싶은 심리, 그룹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그 감정들이 류재희의 한탄과도 같은 말에 짙게 묻어나왔다.
류재희 스스로가 이걸 이겨 내지 못한다면 류재희와 나의 사이 개선도는 계속 변동되리란 걸 직감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류재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내가 하준이한테 가이드녹음을 맡기는 건, 그래, 솔직히 음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전부터 하준이랑 작업해 왔으니까 익숙해서 그런 게 제일 커.”
한쪽 팔을 뻗어 류재희 등 뒤의 소파 위에 걸치며 남은 손으로는 소파 팔걸이를 툭툭 두드렸다.
“버스킹은… 나도 내가 랩할 때는 휑하더니 예현이 형 앉혀 놓으니까 관심 몰리는 게 엿 같긴 하더라. 그래도 콘서트 때 네 솔로 무대가 제일 반응 좋았잖냐. 기억나지?”
물기에 젖은 눈을 한 채로 꾹 입술을 깨문 류재희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내려 류재희의 등을 가볍게 내리쳤다. 류재희가 찔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악! 형 손 진짜 맵다고요!”
“그리고 넌 지금도 막내거든. 애초에 막내의 기준이 언제부터 키와 얼굴이었냐. 제일 나이 어린 게 막내 아니야, 인마.”
나도 우리 크루에서 막내 소리 듣고 사는데, 어?
“그리고 따라잡고 싶다고 투정 부리는 게 따악 막내의 덕목이네. 요즘은 뭐냐, 그… 막내온탑? 그게 유행이라더라. 그렇다고 내 머리 위에까지 설 생각은 하지 말고.”
“모든 형들의 위에 강림하는 게 진정한 막내온탑인데요.”
키득거리면서 대꾸하는 걸 보니 농담할 기분 정도는 된 모양이었다.
젠장, 이렇게까지 말해도 사이 개선도 1%가 죽어도 안 오르네.
에휴, 일단 좀 시간 남았으니까.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는 류재희를 돌아보며 손을 까딱였다.
“기왕 작업실 온 김에 이번 정규 앨범 타이틀곡 후보곡 가이드녹음이나 하고 가라.”
“하준이 형이 아니고 제가요…?”
류재희가 불신으로 물든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 한 바가지 서린 목소리로 거듭 물었다.
“저한테 한 번 시키고 하준이 형 버전으로 데모곡 다시 내려고 그러죠.”
“시꺼, 인마. 사람을 뭐로 보고. 이번에는 네가 녹음한 버전으로 블라인드 투표에 낼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류재희를 향해 투덜거렸다.
“왜, 뭐, 네 입으로 네가 하준이보다 더 보컬 실력이 위라며.”
부럽다고 나한테 성토할 때는 언제고.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 류재희에게 가사가 적힌 악보를 내밀며 장난식으로 덧붙였다.
“투표 떨어지면 내 탓 아니고 네 탓이다?”
“메인 보컬 못 믿어요?”
악보를 훑던 류재희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보는 눈이 반짝 빛났다. 오랜만에 마주한 생기 넘치는 류재희의 모습에 픽 웃으며 대꾸했다.
“당연히 믿지.”
[멤버 ‘류재희’와의 사이 개선도 100을 달성했습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100%)
-견하준(100%)
-김도빈(100%)
-류재희(100%)]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