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4화(4/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화
내 물음에 셋이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저 형은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진짜 몰라서 저러는 걸걸. 그래도 분위기 파악하고 자기가 말실수했냐고 묻는 게 나름 장족의 발전 아닐까.”
“하준이 형은 해탈하셨구나. 저게 그래도 발전한 거라니, 예전엔 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다 들린다, 이 자식들아.
그리고 사실 말실수한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초심도가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한답시고 깎여서 왜인지 궁금했을 뿐이지.
심드렁한 눈으로 세 개의 머리통을 내려다보고 있자 견하준이 손바닥으로 제 앞의 바닥을 툭툭 쳤다.
“자, 이든아. 이리 와서 앉아 볼래?”
망할, 괜히 물어봤네. 저건 30분은 기본인 견하준의 잔소리 모드 ON이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기에 털썩 앉았다. 짙은 갈색 눈동자가 진중한 시선으로 나를 마주 보았다.
“우리가 데뷔 앨범 준비하면서 노력하고 고생했던 건 기억나지?”
아니. 나한테는 7년 전 일인데 그렇게 세세하게 기억날 리가 없지.
딴청 부리고 있자 대충 긍정으로 알아들었는지 견하준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싹 지우고 우리를 내려치면서 어차피 안 될 것에 뭘 기대하냐고 빈정거리는 게 옳은 태도일까? 그건 너 스스로한테도 예의가 아닌 거야.”
그러니까 빈정거리는 어조가 문제였다는 건가?
여전히 문제점을 찾지 못한 나는 볼을 긁적였다. 나는 그저 솔직했을 뿐인데.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더라. 회귀 전에 견하준의 잔소리가 사라졌던 게.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잔소리에 감회가 새로운 것도 잠시,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장연설에 절로 하품이 나왔다.
“아무리 봐도 전혀 반성하는 눈이 아닌데…….”
“시꺼, 도비.”
김도빈의 정수리를 꾹 누르며 몸을 일으킨 나는 녀석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견하준에게 말했다.
“씻고 올 테니까 세 줄 요약해서 자기 전에 다시 말해 주라.”
화장실로 향하는 내 등 뒤에서 류재희가 기가 막힌다는 어조로 견하준에게 물었다.
“아니, 저 정도가 발전한 거예요?”
“예전이었으면 내가 뭐라 하던 귀 막고 화장실로 튀었겠지. 저것도 많이 발전한 거라니까? 일단 세 줄 요약이라도 들을 마음이 생겼다는 거잖아.”
“……하준이 형은 이든이 형 엄마예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화장실 문을 닫고 심호흡했다. 이건 부를 때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상태창.”
혹여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거의 입술만 뻐끔거리는 수준으로 작게 속삭이자 상태창이 떴다.
그중 어서 확인하라는 듯 끊임없이 반짝거리는 위클리 퀘스트 창을 열었다.
[☞위클리 퀘스트를 확인하세요!] [▶주 5회 이상 공식 SNS에 셀카와 글 올리기(초심도 +2) ▶주 6회 이상 팬반응 서치하기(초심도 +2)▶주 4회 이상 팬카페 FROM 게시판에 글 올리기(초심도 +2)] [※퀘스트를 모두 완료하면 추가 초심도 10이 주어집니다!] [※위클리 퀘스트의 퀘스트 목록은 주마다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습니다!] [※한 주간 위클리 퀘스트를 두 개 이상 완수하지 않는다면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무슨 이런 귀찮은 퀘스트들만 다 있어?”
인상을 팍 찌푸리며 퀘스트 목록을 훑었다. 이딴 거 할 시간에 곡을 하나 더 쓰겠다, 젠장. 심지어 강제 이수 페널티까지 단다.
빡센 퀘스트에 혀를 내두르다가 회귀 전의 누군가가 생각나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부 팬 사랑꾼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막내가 꾸준히 해 오던 것들이었다. 류재희 저 녀석은 이 모든 걸 보상도 안 받고 해냈단 말이야?
쟤도 사실 나보다 먼저 회귀해서 시스템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던가…….
[초심 되찾기 프로젝트는 오직 ‘윤이든’ 님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어, 그래. 알겠다. 부지런히 팬서비스하던 놈 의심하는 게 그렇게 억울하든?
득달같이 달려와 류재희 시스템 조종설을 부정하는 시스템에 혀를 차며 다시 위클리 퀘스트로 관심을 옮겼다.
일단 이번 주의 위클리 퀘스트를 완료하면 1주당 초심도 16을 얻는 게 가능하다.
데뷔 초임을 고려했을 때 현재는 기본 퀘스트만 주어졌을 확률이 높으므로, 아마 여기서 생략은 안 될 테니 1주에 16 이상의 초심도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초심도가 깎이기만 하지 않는 건 다행이군.’
일주일 만에 초심도를 0까지 다 깎아 먹는 게 아니고서야 회생할 구석은 있었다. 일요일까지 단 1점이라도 남긴다면 회귀를 막을 수 있다.
일단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나는 견하준, 나, 서예현 이렇게 셋이 함께 쓰는 방에 들어와 매트리스에 누워 소속사가 알려 준 공식 SNS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REVE_official @LnL_reve
[유제 Dream]사랑하는 팬분들!
처음 인사드리네요, 레브 유제예요☺
오늘 데뷔 무대 잘 보셨나요? 드디어 데뷔했다는 게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ㅎㅎ 앞으로도 활동하면서 팬분들 만날 생각에 기대되네여!
앞으로도 저희 오래오래 봐요!(햄스터 이모지)
#Reve #레브 #유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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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공식 SNS 계정과 공식 팬카페의 FROM 게시판에 셀카와 함께 인사 글을 올린 막내에 혀를 내둘렀다.
저 이름 옆의 Dream은 레브의 뜻인 ‘꿈’의 영단어와 편지의 00 드림이라는 말장난으로 류재희가 밀던 거였지 아마?
나중에는 이게 고착화되어서 다른 멤버들도 공식 계정에 글 올릴 때마다 서두를 저걸로 썼었다.
대충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참고하며 글을 쭉 훑던 내 시선이 햄스터 이모지에 머물렀다.
얘는 또 자기를 햄스터로 미네.
지금이야 팀 내 최단신에 얼굴이 귀염상이라 햄스터 모에화가 그럭저럭 어울리지만 2년 후인 열아홉 살 류재희는 키가 훌쩍 커 버린다.
그것도 팀 내 최장신 수준으로 성장하고. 보송보송했던 얼굴선도 확 짙어져서 햄스터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팬들은 거대 햄찌라고 어떻게든 우겨 나가더라.
참 신기하단 말이지. 남이 나를 거대 햄찌라고 부르면 기분이 참 끔찍할 것 같은데, 그 별명을 좋아하면서 남들에게 자랑까지 한다는 게.
그냥 취향 차이인가?
‘그렇다고 내가 얘한테 대뜸 미래의 너는 햄스터랑 닮은꼴이라곤 하나도 없으니 이거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모르겠다, 막내가 알아서 하겠지. 햄스터든, 시궁쥐든.
어디 듣보 언론사에서 써 준 데뷔 뉴스 링크 공유 게시글과 데뷔곡 콘셉트 사진, 류재희가 올린 글 말고는 깨끗한 피드를 내리다 보니 절로 묘한 얼굴이 되었다.
이 공식 계정은 회귀 전에도 거의 안 들어왔었다. 내 사진도 류재희가 제 사진 올릴 때 나를 붙들고 찍은 컷 몇 장이나 겨우 올렸을까.
공계에 글을 올리는 퀘스트는 주 5회였기에 횟수가 주 4회로 더 적은 공식 팬카페에 글 올리기 퀘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From. 이든](사진)
안녕하세요, 레브 이든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중한 인사말과 함께 휴대폰 갤러리 속 연습생 시절 찍은 걸로 추정되는 적당한 셀카까지 첨부하여 글을 업로드했다.
이제까지 공식 게시판에 쓴 글 중에 가장 긴 글이었다.
예전에는 잘 들었던 팝송 가사 한 줄 올려놓은 거로 생존신고 했었지, 아마?
[공식 게시판에 2줄 이하의 성의 없는 글 작성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따끔, 또다시 몸을 찔러 오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쯤 되면 저 시스템, 소름 돋을 지경이다. 언어 감지, 시선 감지에 이어서 게시글 감지까지 하다니.
또 알게 된 초심도 차감 사유를 머릿속에 새기며 글 수정을 터치했다.
‘쓸 말이 없는데 대체 뭘 쓰라는 건데. 우리가 지금 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아 죽겠다. 이게 대체 뭔 꼴이냐. 그냥 노래 한 소절 적어 놔도 됐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다시 7년 차로 회귀시켜 주면 안 될까?
할 말을 꾸역꾸역 짜내어 겨우 3줄로 인사 글을 늘리면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 문장 당 한 번씩 한숨을 내쉬었다.
“야, 한숨 쉬면 빨리 늙는다. 노화 오기 시작하면 피부랑 얼굴 훅 가는 거야.”
스킨-로션-에센스-아이크림-수분크림을 얼굴에 순서대로 챱챱 바르고 있던 서예현이 내게 한마디 했다.
저걸 찍어서 팬들에게 보여 주면 무슨 반응일지 궁금하네. 꼴깝 떤다고 욕할까, 아니면 우리 예현이는 관리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할까.
일단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리란 건 알겠군.
“어어, 나는 비주얼만 맡은 형이랑 다르게 실력 멤이라 괜찮아.”
아야,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찔러 오는 고통에 몸을 움찔했다.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저 형은 속이 참 좁구나.
내가 자기 실력 끌어 올리려고 개고생한 건 싹 잊고 술자리에서 내게 막말했을 때부터 알아봤긴 했는데, 뭔 이런 말로까지 기분 상하고 난리냐. 그럼 지가 비주얼 멤이지 실력 멤이야?
또 회귀하고 싶진 않으니까 서예현에게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다섯 살 어린이 칭찬하는 수준으로 해야겠다. 지금 저 인간 때문에 깎인 초심도만 2점이라고.
기초 화장품 뚜껑을 닫으며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실력 없어서 미안하다.”
“미안할 것까지야. 실력 멤 아니라는 소리 안 나올 때까지 죽어라 굴려 줄 건데, 뭐.”
잠시간 나를 빤히 마주 보던 서예현은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확실히 맨날 봐도 새로울 정도로 잘생기긴 잘생겼다.
“너는 그 엿 같은 화법을 좀 고칠-”
서예현의 말을 자르며 벌컥, 방문이 열렸다. 류재희가 문틈으로 얼굴과 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어, 뭐야? 이든이 형, 팬카페에 글 올렸어요?”
“왜, 나는 올리면 안 되냐?”
“으아아, 내가 1등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팬 사랑꾼 컨셉이랑 타이틀은 제 거라고요!”
“가져라, 가져. 팬 사랑꾼이든 나발이든 너 다 가져.”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사람한테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해 대는 막내 녀석의 얼굴을 향해 베개를 던졌다.
너는 컨셉이지만 나는 생존이라고, 생존, 인마.
* * *
이제 1주차 활동도 슬슬 끝나 가고 있었다.
활동하는 동안 공식 계정 팔로우와 팬카페 가입 멤버 숫자는 찔끔찔끔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는 아니었다.
위클리 퀘스트 완수를 위해 열심히 서치를 해 보아도 ‘레브’ 검색 결과는 우리 공계, 그리고 몇몇의 「얘네 누구야? 레브?」 같은 잡담이 전부였다.
‘이든’을 검색하면 「무엇이든」이나 나 말고 다른 이든 씨만 나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신인 그룹 레브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컴백한 중견 그룹의 대기실에서 책잡히지 않도록 직각으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하고는 데뷔 앨범을 돌렸다.
물론 그 앨범은 내 손에서 떠나자마자 대기실의 탁자 위에 툭 내팽개쳐졌다.
노래 잘 들었다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구라 멘트와 함께 가식적인 미소로 격려의 토닥거림을 선사하는 선배 보이그룹에게 다시 한번 인사하고는 다음 대기실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쟤들도 곧 아라리오 tv랑 쇼다운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