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12화(41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12화
“왜, 왜 제가 저희 형한테 카페를 차려 주리라 확신을 하시는 거죠?”
물론 김도빈은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핀트 나간 말이나 해 댔다.
그래, 이래야지 김도빈이지.
“인마,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지를 못할망정 딴지를 걸고 있어!”
“그리고 솔직히 형은 음악 부문에나 감이 있지 디저트는 잘 사 먹지도 않으시잖아요. 그냥 있으면 한두 개 먹지.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디저트 부문에서는 하준이 형이 훨씬 더 믿음직스러운데요.”
“야, 하준이는 다른 건 몰라도 디저트 입맛만큼은 고급이라 걔한테 조언받으면 안 돼. 대중성을 못 잡는다고.”
“응? 내가 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견하준이 휴가를 마치고 네 번째로 숙소에 도착했다. 딱 자기 말을 할 때에 맞추어 온 걸 보니 아무래도 양반은 못 되는 모양이다.
“야, 준아. 너 미래에 크림 잔뜩 든 마카롱이 유행할 거 같냐?”
미래에 확실하게 유행을 타는 디저트를 슬쩍 찔러 보자 견하준이 곧바로 질색했다.
“아니, 절대. 듣기만 해도 진짜 맛없어 보이는데. 마카롱에 크림을 굳이 그렇게 잔뜩…?”
거봐, 얘는 프랑스 정통 마카롱 이런 거 아니면 취급을 안 한다니까. 확신의 유행템임에도 자기 취향 아니라고 유행 절대 안 한다고 하는 거 봐라.
견하준 조언 듣고 디저트 카페 차리면 바로 망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마카롱 이야기는 왜 나와? 도빈이 마카롱 사업한대?”
견하준의 의문 어린 물음에 김도빈이 가볍게 툴툴거렸다.
“셋이나 있는데 왜 바로 저를 지목하시나요.”
“그야 막내는 생각이 깊어서 굳이 제일 바쁜 지금 사업을 벌릴 생각을 전혀 안 할 게 분명하고, 이든이는 본인 음악 작업할 시간을 마카롱 사업 같은 거랑 나눌 리가 없잖아.”
“반은 맞추셨어요. 일단 저랑 관련된 이야기이긴 한데 제가 아니라 저희 형이에요. 그리고 그 확률도 반반.”
“음, 그렇구나.”
전혀 궁금해하지 않아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마카롱 이야기를 끝낸 견하준이 뒤늦은 인사를 건넸다.
“다들 휴가 잘 보냈어?”
여느 때처럼 가족들이 챙겨 준 일용할 양식들을 두 손 가득 이것저것 싸 들고 돌아온 견하준은 류재희에게 제일 먼저 가족 일은 잘 마무리되었냐고 다정하게 묻고 다시 김도빈을 돌아보며 짧은 감탄사와 함께 말했다.
“도빈이, 이번에는 예현이 형한테 잔소리 안 듣겠다.”
항상 김도빈은 명절 휴가에 본가만 다녀오면 살이 좀 올라서 오는 덕분에 서예현의 경악과 닦달을 한 몸에 받고는 했으니 견하준이 이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애가 살이 안 찌는 체질이 아니라 먹는 것 대비 많이 움직여서 살이 안 찌는 거더라.
좋아하는 음식들도 서예현 기준 딱 살찔 음식들(ex. 돈까스, 제육볶음, 치킨… etc.)이라 몸을 덜 움직이게 되는 휴가 때만 되면 얼굴이 살짝 둥글어져서 왔다.
“이번에는 설 피크에 이든이 형 집에 있어서 그래요. 아무도 제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 주지 않는 환경이라.”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누가 밥그릇에 반찬 올려 줘야지 밥을 먹냐?”
“제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 옆에서 할머니가 계속 반찬 올려 주시고 밥도 고봉밥을 담아 주시는데 그걸 어떻게 안 먹어요.”
“할머니의 사랑이 참 깊구나. 네가 찌워 온 게 살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이었던 거지.”
빠른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그런데 형 조부님도 생각보단 엄하시지 않던데요. 저는 류재의 말과 예현이 형의 팔순 잔치 및 영통 세배 썰로 엄청 엄격하신 호랑이 할아버님을 생각했는데, 음…”
그래, 네 눈에는 생각보다 덜 엄해 보였겠지. 네가 할아버지의 말문을 제대로 막히게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내 길을 인정받은 지금, 나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기세도 이전보다는 한풀 꺾였으니 김도빈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팔순잔치에서 싸잡혀 딴따라 소리를 듣고 디스랩 좀 들었다고 호령 섞인 축객령까지 한 자리에서 받았던 서예현은 다르겠지. 류재희와 다르게 이쪽은 그렇게 깊게 박혀 버린 이미지를 정정할 기회도 없지 않았는가.
“준아, 혹시 내년에 세뱃돈 수금하러 우리 친가 같이 갈 생각 없냐? 다른 멤버들은 다 한 번씩 받았는데 너만 안 받았더라고? 심지어 도빈이가 이번에 한 번 지르고 와서 이제 세뱃돈도 30만 원이 아니라 40만 원으로 늘었다.”
“굳이?”
역시나 견하준은 내가 예상했던 답을 내뱉으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하긴, 세뱃돈 많이 준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집 친가 따라간다고 흔쾌히 승낙하고 쫄래쫄래 따라갈 놈은 김도빈밖에 없지.
“혼자만 같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면 소외감 느껴지지 않겠어? 아,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왜 너만 한 번을 안 데리고 오냐는데? 너희 싸웠냐고 물어서 순간 식은땀 났다, 내가.”
“하긴, 우리가 한 번 싸우긴 했지. 하지만 그게 너희 집에 내가 안 간 이유는 아니잖아. 그런데 예현이 형은 언제 간 적 있었어?”
“우리 집에 온 적은 없고, 할아버지 팔순잔치 때 갔지. 나름 집안 행사잖아?”
“음, 그러면… 조금 더 생각해 볼게.”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던 음식 꾸러미를 들고 몸을 일으킨 견하준이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에 음식 꾸러미를 놓고 찬장에서 락앤락을 꺼낸 견하준이 집에서 싸 온 음식들을 바로바로 꺼내 먹기 좋게 소분하는 걸 류재희가 돕는 동안 휴대폰과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소파에 여전히 앉아 있는 김도빈을 툭툭 쳤다.
“도빈아, 너는 뭐하냐. 너는 이 집 안 사냐? 빨리 튀어 가서 안 도와?”
“소신 발언! 그러면 저랑 마찬가지로 이 숙소에 함께 살고 계시는 형은 같이 안 돕고 뭐 하시려고요?”
“소신 발언 같은 소리 하네. 나는 인마, 내일부터 시작할 음원 녹음 미리 준비하고 있다. 왜, 너도 지금 기강 한 번 잡아줘?”
삐뚜름하게 웃으며 묻자 내가 류재희 첫째 동생 놈을 잡아 댔던 장면이 떠올랐는지 김도빈이 군기 바싹 잡힌 모습으로 부엌을 향해 달려갔다.
가믹스를 마친 데모 INST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더 손봐야 할 부분이 있나,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도어락 소리가 섞여 들어가 집중을 깼다.
휴가 막차 문을 닫고 마지막으로 숙소에 도착한 서예현이었다.
짐을 거실에 내려놓자마자 제일 먼저 김도빈의 얼굴과 몸 상태를 확인한 서예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엌에 있던 다른 멤버들도 한 번씩 쭉 둘러보았다.
나름 만족했는지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소파를 향해 걸어오며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하…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카이사르 보고 싶다.”
“형님, 그 말씀을 왜 저를 보면서 하십니까?”
내 의문 어린 물음에 화들짝 놀란 서예현이 펄펄 뛰어 댔다.
“안 닮았어! 안 닮았다고!”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여기에서 닮았다고 한 사람 아- 무도 없습니다. 혼자 쉐도우 복싱하지 마십쇼.”
“그냥 우연히 시선이랑 내 말이 겹친 거라고! 절대 너를 카이사르 닮았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아, 예예.”
서예현의 고양이가 나랑 그다지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도 ‘닮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아하니 서예현의 강한 부정 역효과가 아주 제대로 나는 모양이다.
* * *
설 연휴 휴가를 끝마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곡 녹음에 들어갔다.
타이틀곡 말고도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기로 예정된 두 곡과 타이틀곡까지, 이 세 곡은 무조건 1주일 안에 곡 녹음 및 후반 작업까지 마쳐야 했다.
“와, 정규 앨범이라고 뮤직 비디오 세 편을 찍다니.”
“그렇게 치면 몽유별곡 활동 때는 정규 아닌데 두 편 찍었잖아. 1집인 CHASE 때는 한편이었는데.”
“음, 그건 그렇네. 그래도 한 앨범에 뮤직 비디오 세 편을 찍은 적은 없었잖아. 안 그래, 류재?”
막내 라인은 뮤직 비디오를 세 편이나 내준다는 말에 마냥 좋아했다.
그럴 만도 했다. 갈려 나가는 건 세 곡을 일주일 안에 완벽하게 뽑아 내어 완성시켜야 하는 A&R팀과 나였으니까.
녹음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사내 녹음실에서 진행되었다.
도입부는 내 파트였기에 서너 번의 녹음으로 끝내고 그다음 파트를 차지하는 이를 불렀다.
“다음, 예현 형님 들어오시죠.”
제 이름이 불리자 서예현이 악보를 들고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런 서예현을 기대 반 흥미 반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형님, 이리 와 보십쇼.’
설 연휴 휴가를 받고 각자의 본가로 뿔뿔이 흩어지기 전, 나는 서예현을 불러 음원 파일 하나를 넘겼다.
‘무작정 시키고 뜯어고치는 걸 반복하기보다는 가이드 라인이 확실하게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일단 형님 개인 파트들 가이드 녹음을 제가 한번 해 봤습니다. 이 느낌만 확실히 살리시면 됩니다.’
그걸 받은 서예현은 기뻐하기는커녕 불신 어린 눈으로 보며 중얼거렸지.
‘그래 봤자 랩 느리게 하는 윤이든 버전이겠지….’
-라고. 듣지도 않고 그러는 게 괘씸해서 이번 녹음에서는 이 느낌을 못 살리기만 하면 달달 들볶아 줄 예정이었다.
‘제가 몸소 겪으면서 형님의 랩 실력을 이해하고 만든 가이드 라인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가이드 라인을, 제 노력을 그렇게 무시해서야 되겠습니까?’
‘목이 아프다고 랩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서예현이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 녹음본을 보며 말했던 때에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터라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댁 하위 호환형인 견하준의 랩실력을 몸소 체험하며 깨달은 바들을 내가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나의 노력의 산물이자 댁에게 맞춘 랩의 정석을 지금 심화용으로 오해하는 거냐고.
‘아무튼, 연휴 내내 열심히 듣고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을 좀 해 보십쇼.’
그 말에 서예현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과연 연휴 동안 정말로 듣고 고민이란 걸 해 봤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노력이란 걸 했냐 안 했냐 여부가 확실히 드러나겠지만.
“오, 형님. 오늘은 녹음실에 들어가는 어깨가 웬일로 당당하게 펴진 상태입니다? 항상 주눅 들어서 들어가시더니.”
평소처럼 도살장 끌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평범하게 걸어 들어가는 서예현을 보고 짧은 감탄사를 터트리니 헤드셋을 쓰고 마이크 앞에 선 서예현이 투덜거렸다.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까지의 네 녹음실에서의 모습을 생각해 봐. 내가 주눅 안 들게 생겼냐고.”
“오늘 녹음에 자신감 있어서 그러는 거라 기대하겠습니다.”
긴장 풀라고 가볍게 던진 말에 서예현이 씩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어, 기대해. 오늘은 꼭 그 기대치 충족시켜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