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1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14화(41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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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일은 G1 프로듀서랑 작업하는 거 다들 알고 있지? 나랑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그쪽도 나만큼이나 빡세니까 긴장하고 임해. 내가 안 잡는다고 대충대충할 생각하지 말고.”
지원이 형과 함께하는 레코딩 전날, 미리 멤버들에게 간단하게 지원이 형의 스타일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우리 멤버들이 대충 임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가 내가 아니니 혹시라도 긴장이 풀어질 걸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였다.
이전에 류재희만 해도 막내들만 모인 특별 그룹 때 나와 달리 그 프로듀서가 너무 이지 모드였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 프로듀서가 원래 작업이 빡센 편이 아닌지, 아니면 내가 하도 굴린 터라 류재희가 기준을 확 높여 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형은 G1 프로듀서님이랑 작업 같이해 보신 적 있죠? 이전에 그룹 다섯인가 묶였던 스페셜 스테이지 때 리더그룹 프로듀싱을 G1 프로듀서님이 맡지 않으셨어요?”
“그때도 있고, 우리 데뷔 초에 서라온 선배님 <어떤 엔딩> 피처링했을 때가 그때보다 먼저지, 아마?”
피처링으로 나를 추천하여 지원이 형과 연결해 준 것만으로도 김준범의 인맥 자랑을 들어줄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는 DTB 시즌 5에 나갈 거라며 심사 좀 잘 봐 달라고 내게 부탁하던데 내가 시즌 5 심사를 볼 일이 없어서 유감이었다.
DTB 시즌 5 예선 및 촬영이 시작될 4월은 컴백을 바로 목전에 두고 한창 바쁠 때이기도 했고, 덥넷에서 언질도 따로 없었다.
그리고 만약 덥넷 측에서 나를 DTB 시즌 5 프로듀서로 쓸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지원이 형이 대외비고 뭐고 돌려서라도 내게 먼저 말해 줬겠지.
“저 들었어요. 저번에 G1 프로듀서님이랑 같이 작업했던 친구한테. 완전 살벌하고 빡세다는데요. 그리고 화내시는 게 진짜 무섭대요. 살 떨릴 정도라는데.”
김도빈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내용과 달리 표정은 전혀 긴장하거나 겁먹은 태도가 아니었다.
자기 내일 어떡하냐고 온갖 호들갑을 다 떨고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저렇게 담담한지 의문을 가진 순간.
“그러면서 저 보고 저는 멤버가 프로듀싱해서 부럽다는 거예요. 자기는 그렇게 독설 듣는데도 찍소리도 못했다고. 그래서 저희 녹음 과정 담긴 자컨 보여줬더니 제가 이겼대요.”
김도빈이 알아서 묻지 않아도 먼저 이유를 밝혀 주었다.
“그럼 G1 프로듀서가 윤이든보다 더 난도가 낮다는 소리 아니야?”
서예현이 한숨 놓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놓고 안도했다.
그런 서예현한테 냉정한 현실을 말해 주었다.
“그래도 형님한테는 높습니다. 제가 형님한테 드린 가이드 녹음은 방향성 제시이지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지원이 형이 어떻게 디렉 방향을 잡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때 견하준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도빈이 네가 다른 그룹에 친구도 있어…?”
지원이 형의 프로듀싱이 빡세다는 게 아닌 다른 쪽 때문이었지만.
“우리 그룹은 너무 쇄국 정책이잖아요. 저희 소속사는 직속 선배도 없는데 타 그룹이랑 교류라도 하고 살아야죠. 이든이 형 인맥은 싹 다 힙합 쪽이고.”
“왜, 타 아이돌 멤버들 번호는 많아. 굳이 사적으로 막 만나지는 않아서 그렇지.”
휴대폰을 가볍게 흔들며 대꾸했다. 류재희도 슬쩍 말을 얹었다.
“친구야 저도 있긴 있죠. TK에서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랑 형들 몇 명 TK 나와서 데뷔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들도 몇몇 있고.”
“아무튼, 둘 다 친구 가려 사귀어. 괜히 엮여서 골로 갈 친구 사귀지 말고.”
그나마 내 인맥들은 내 회귀 전 기억을 바탕으로 한 번 걸러 낸 인맥이었지만 얘네는 미래에 사고 칠 관상을 모르잖아.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얘네 친구 체크나 가까운 시일에 한 번 해 봐야겠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견하준은 선 긋기를 존나 잘하고 서예현은 경계심이 심했기에 이 둘은 딱히 걱정이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경고를 미리 해 놓은 상태로 지원이 형의 프로듀싱하에 레코딩을 시작했다.
“뭐야, 왜 다들 표정이 좋아? 도빈 씨는 태생이 해맑다 쳐도 예현 씨는 내가 꽤 빡세게 했는데? 나 이런 반응 처음이라 당황스럽네?”
김도빈에 이어 서예현까지 평온한 얼굴로 녹음 부스에서 나오자 지원이 형이 본인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노란색 색안경을 쓱 올리며 당황인지 감탄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옆에서 보조로 서포트를 해 주고 있는 나를 돌아본 지원이 형이 팔꿈치로 나를 툭 치며 물었다.
“대체 얼마나 굴렸길래 이래? 나랑 연속 세 번 한 애들도 이 정도는 아니야. 걔네 아직도 내가 입만 열고 손만 슬쩍 들어 올려도 INST 끊는 줄 알고 막 움찔거린다니까?”
“굴렸다뇨. 스스로 강하게 큰 거죠, 강하게.”
그저 멤버들이 내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만 바랐던 나는 억울해요. 누가 들으면 내가 아주 험하게 잡은 줄 알겠네.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보탰다.
“네, 맞아요. 이든이 형은 항상 좋게 말해 줘요.”
“이든이가? 하긴, DTB 조별 음원 미션 할 때도 빡세게 잡진 않았지. 그런데 어떤 식으로 좋게 말해 주는데 다들 멘탈이 이렇게 딴딴해요?”
“음… 좋게 말할 때 똑바로 하자. 좋게 말할 때 다시 하자. 좋게 말할 때 성질 건드리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자. 이걸 이제 이를 악물면서 하면.”
상상의 극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건지 김도빈이 의도적으로 뒷말을 삭제했다.
지원이 형이 그럴 줄 알았다고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내 등을 팍팍 두드렸다.
우리 기준 제법 밝은 분위기에서 류재희도 제법 순탄하게 녹음을 마치고 이제 견하준의 차례가 다가왔다.
내 프로듀싱하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녹음을 끝내는 독보적인 TOP 1에 ‘다시’ 소리를 결코 다섯 번 이상 듣지 않는 만년 녹음 우등생.
다들 견하준과 나는 빨리 녹음을 끝내고 나올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는지 녹음을 끝낸 멤버들은 저녁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INST가 다섯 번째로 끊겼다.
“다시. 내가 지금 계속 말하는 거 같은데. 왜 계속 내 디렉을 무시하고 본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거지?”
나직한 지원이 형의 목소리가 얼어붙은 녹음실의 분위기를 더욱 살벌하게 만들었다. 이미 앞선 몇 번의 지적으로 훈훈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진 지 오래였다.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괸 지원이 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러면 디렉팅이 의미가 있나? 본인 해석이 그렇게 이 곡에 중요해요?”
“죄송합니다, 다시 가겠습니다.”
깍듯이 사과한 견하준이 눈을 내리깔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녹음 부스 안에서 항상 자신감에 차 있던 견하준은 어디 가고 어두운 표정의 견하준만이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의외의 복병은 견하준이었다. 내 스타일에 안주하던 건 나 하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회귀 전 견하준은 녹음할 때 어땠더라?
내가 프로듀싱을 하지 않았던 견하준은 어땠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만 기억나는 건,
‘내가 프로듀싱하면 이 곡보다 네 보컬도, 네 음색도 훨씬 잘 살릴 수 있을 텐데.’
‘준아, 네 솔로곡은 내가……’
‘네가……….. 그렇게…….. 나는…….’
[잘못된 접근입니다!]기억을 스치는 흐릿한 목소리에 머리가 갑자기 미친 듯이 지끈거렸다.
잘못된 접근은 또 뭐야? 이마를 짚은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이자 지원이 형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조금 쉬었다가 가?”
“네, 잠깐만 쉬었다가 갑시다.”
바람이나 좀 쐬고 오자고 지원이 형이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멤버들한테는 편히 쉬고 있으라 손짓하고 지원이 형을 따라나섰다.
담배 대신 비타민 스틱을 입에 문 지원이 형이 잠시 침묵하더니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저 친구, 견하준이라 했나? 쿠세가 너무 확고하네.”
“하준이 쪼가 강하긴 하죠.”
“우연히 네 취향이랑 쟤 쿠세가 들어맞은 거야, 아니면 네가 저기에 맞춘 거야?”
잠시 고민하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반반?”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비타민 스틱 연기를 내뱉은 지원이 형이 쯧, 혀를 찼다.
“음색은 엄청 괜찮아. 알테어 차연호 알지. 걔도 음색 괜찮거든. 보니까 걔만 해.”
“에이, 차연호 선배보다 하준이가 낫죠.”
지원이 형한테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물론 차연호의 음색도 내 미학에 제법 들어맞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견하준이 낫지, 솔직히.
“그래, 음색은 낫다 쳐. 그런데 스킬이 부족하잖아. 너무 본인 습관이 강하니까. 디렉에 맞추려는 의지가 없는 건 아닌데 그 능력이 부족하다고.”
제법 신랄한 독설이 쏟아졌다.
“연호가 뭐야, 너희 메인 보컬, 그래, 재희보다도 훨씬 더 부족해.”
“그러니까 재희가 메인 보컬이죠.”
고개를 끄덕이며 태평하게 대꾸했다. 지원 형의 말은 센 편이었지만, 틀린 점도 딱히 없었다.
“쟤 연기도 한다고 했지.”
내가 그것도 말했던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가락 사이에 끼운 비타민 스틱을 까딱한 지원이 형이 충고했다.
“고치라 해라. 본인 쪼가 강한 게 좋은 게 아니야. 보컬에서도, 연기에서도.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게 좋은 일이겠냐.”
“그래도 스타일이 확고하면 아이덴티티가 되는 법 아니겠어요?”
실없이 웃으며 말하자 지원이 형이 가볍게 내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당장 너 DTB 때도 생각해 봐라. 그때 본선 2차 때였냐, G-TE한테 제대로 블락당할 뻔했을 때 랩 스타일 튼다는 선택지 없으면 어쩔 뻔했어.”
“역시, 형한테 안 맡겼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지원이 형의 말을 듣고 있으니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회귀 전의 프로듀서는, 아니 프로듀서들은 견하준의 스타일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 견하준은 매번 제 보컬 스타일을 바꾸어야 했다.
하마터면 견하준의 연기 실력마저 매몰시킬 뻔했네.
“잠깐만….”
멈칫한 지원이 형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설마 비교 좀 해 보고 싶다는 거에 쟤도 포함되는 거야?”
“그냥 문득 제가 지금까지 고수해 오고 있던 방향이 정답은 아니었다는 걸 우연찮게 알게 되어서 다른 멤버들도 체크를 좀 해 보고 싶었거든요. 더 나은 방향이 있는가.”
옆에서 담배 비스무리한 걸 피우고 있어서 그런가, 유독 심심한 입에 입가를 매만지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의외의 부분에서 걸릴 줄은 몰랐죠. 매너리즘이 오긴 왔나 봐요.”
견하준이나, 나나.
어쨌건 내게 할 말을 다 마친 지원이 형과 함께 녹음실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견하준을 툭툭 쳤다.
“준아,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이 정도로 이렇게 풀 죽어 있다니,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온실 속에서 곱게 키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