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42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25화(42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25화
아이템 ‘요리왕 대장금’은 이름값을 아주 톡톡히 했다. 라이브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완벽하게 분식 3종 세트를 선보인 나는 요리 고자라는 별명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꿈♥백일몽@revedream
컨셉질을 4년씩이나 심지어 같멤들한테도 들키지 않고 수행해 오고 있었다니
대체 요리고자 컨셉에 얼마나 진심이었던 건데
공유 1021 인용 10 마음에 들어요 2225
결코레브 @ Alwaysreve
이걸 하준이가 아니라 이든이가 만들었다고???
그것도 준따뚜이 없이????
(떡볶이_튀김_김밥_3종세트.jpg)
공유 503 인용 39 마음에 들어요 369
예스브레인 @asdl662
그러니까 이든이한테 요리란 스킬 발동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운 고오급스킬이라는 거구나!
공유 31 인용 5 마음에 들어요 50
재료와 시간 타령을 지겹도록 한 덕에 이미지도 일부러 요리 망친 컨셉충이 아니라 요리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놈으로 정립되었다.
어찌 되었든 욕먹을 일은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욕을 먹더라도 요리 고자보단 컨셉충이 나았다.
하지만 이 아이템 없이는 본 요리 실력이 다시 세상에 드러날 수 있으므로 이제 최대한 요리 콘텐츠는 피해야 했다.
“형형, 팔보채 해주면 안 돼요? 아니면 유산슬! 전가복!”
“오랜만에 형이 해준 수제 타르타르 소스를 끼얹은 연어 스테이크와 코코넛 슈림프, 감바스 알리오올리오와 폭립을 먹고 싶네요.”
막내 라인은 내게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시켜서 갑자기 향상된 내 요리 실력의 비밀을 캐내고 진실을 밝혀 내려 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래, 한 그릇에 1억 원.”
어림도 없었다.
너희들이 날고뛰어 봤자 다아 내 손바닥 위다. 게다가 나는 그런 음식을 너희들에게 해 준 적도 없다. 그 요리를 해 준 형은 어느 평행세계의 형이냐.
젠장, 나도 김도빈과 대표님에게 어느새 물들어 버린 모양이다. 망할 그놈의 평행 우주.
“인마들아, 어디서 하늘 같은 형을 공짜로 부려 먹으려고.”
그리고 내가 굳이 잡도리를 하지 않아도 우리한테는 몇 주 남지 않은 뮤비 촬영 덕분에 몸무게와 다이어트에 매우 예민해진 서예현이 있었다.
“얘들아, 너희 지금 배가 고프구나?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면 더 배가 고프니까 우리 운동 갈까?”
“형, 배가 고픈데 왜 운동을 가요? 앞뒤가 너무 안 맞는데여. 배가 부르면 운동을 가야죠.”
“운동하고 단백질 쉐이크 먹으면 배고픔이 싹 사라질 거야. 자, 헬스하고 오자.”
오늘도 어김없이 서예현은 막내 라인이 살찌는 음식 이야기를 하자마자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운동 강매를 해 댔다.
덕분에 막내 라인은 서예현의 손아귀에 잡혀 헬스장으로 강제로 끌려가 숙소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그런데 진짜로 어제는 어떻게 한 거야? 레시피를 아예 싹 외웠어?”
견하준도 내심 궁금했는지 슬며시 내 옆으로 와 질문했다. 질문에 부러 대답하지 않고 훗, 웃고만 있었다. 그러면 알아서 견하준이 본인의 가설을 진실로 착각해 줄 터였다.
아이템의 힘을 빌렸다고 말하는 건 너무 씹덕 같아 보이잖아. 그리고 현실적인 견하준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도 없었다.
우리가 이제 오해로 인한 갈등을 풀기 위해 웬만한 건 서로에게 오픈한다지만, 이상하게 말 돌리는 씹덕으로 친구에게 각인되느니 그냥 이런 거에 한해서는 진실을 숨기는 게 낫지.
“그런데 레시피를 숙지하는 것만으로 요리 실력이 그렇게 향상될 수가 있나?”
“너튜브 영상 반복 재생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계- 속 돌렸지. 내가 또 한다면 하는 남자 아니냐.”
콧대를 한껏 세우며 어깨를 으쓱하자 견하준이 어느 정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이제 네가 식사 준비 도울 수 있겠다. 너도 알다시피 예현이 형은 모든 음식을 저칼로리로 만들려는 성향이 강해서 가끔은 도움이 안 될 때가 있거든.”
진심으로 내가 돕기를 바라고 하는 말인지, 눈치 하나는 빠른 녀석이라 이상함을 느끼고 나를 떠보려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군.
전자라면 인정하긴 싫지만 오히려 서예현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서예현은 도움이 안 될 때가 가끔 있겠지만 나는 도움이 될 때가 가끔일 테니까.
그렇게 됐다, 친구야! 그래도 친구가 요리 고자 낙인이 찍히는 것보다는 칼로리 집착증 보유자와 요리하는 게 낫지 않겠냐.
* * *
정규 앨범 뮤직 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최상의 비주얼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거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안무 숙지였다.
이번 정규 앨범 준비가 1집보다 훨씬 더 하드 모드인 이유는 무려 세 곡의 안무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었다.
선공개곡과 타이틀곡, 그리고 선공개곡도 타이틀곡도 아니지만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기로 결정이 난 곡, 이렇게 세 곡이었다.
“이러고 뮤비 중에 하나는 퍼포먼스 파트 없는 거 아니에요?”
김도빈이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저 녀석이 하는 말이 씨가 되는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차마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와, 그러면 억울해 미친다.”
“그다지 억울할 건 없지 않아? 그래도 음방이랑 행사에서 한 번은 부를 거잖아. 콘서트도 있고, 조금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연말 시상식도 있고.”
“세 곡 안무를 2주일 동안 한꺼번에 익히는 거랑 두 곡 먼저 익히고 컴백 전까지 한 곡 더 해서 세 곡 익히는 거랑은 다르지.”
손가락을 양옆으로 까딱하며 견하준의 말에 반박했다.
“그래, 달라.”
바닥에 늘어진 서예현은 웬일로 견하준의 말이 아니라 내 말에 동감을 표했다. 안무 세 개를 한꺼번에 익히기가 어지간히 힘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형들이 힘들 만해요. 퍼포먼스에 이번에 힘 빡 줬거든요. 몇 군데는 제가 좀 더 어렵게 고쳤기도 하고.”
“덕분에 내가 매일 연습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구나….”
서예현이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안무 콘셉트가 콘셉트인 만큼 현 안무는 레브가 이제까지 해 왔던 것과는 결이 달랐다.
한 번 경험 정도는 했던 콘셉트이긴 했지만 연말 시상식 스페셜 스테이지용으로 단기간에 뜯어고쳐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만든 안무와 난이도가 같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나는 회귀 전 의 기억까지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었지만 나랑 김도빈을 제외하곤 다들 처음 경험하는 콘셉트에 감을 바로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특히 서예현은 몇십 번의 피나는 연습 끝에야 뚝딱이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벗어났어도 우리는 매일이 웃참 챌린지였다.
다들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페셜 스테이지 은 절제된 담백하고 은근한 섹시였고 지금은 노골적인 섹스 어필이었으니.
며칠 하고 바로 적응될지 알았더니 아니더라. 가장 큰 장벽이 있더라.
“그래도 염색하고 머리 다듬은 채로 이렇게 연습하니까 그지 같았던 머리로 연습했을 때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그때는 진짜 연습실 거울 보다가 웃겨서 다음 안무 생각이 안 났어.”
바로 우리의 머리였다. 왜 남자는 머리빨이라고 하는지 거울에 비친 우리의 퍼포먼스 모습을 보고 깊이 깨달았다.
스타일을 잡기 전에 머리를 기르느라 더벅머리 혹은 병지컷이 된 꼴의 다섯 그지들의 한껏 치명적인 척하는 섹시한 안무를 보는 게 너무 고역이었다.
꼭 한 명씩은, 심지어 별로 웃음이 없는 편인 견하준마저도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1절도 다 못 채우고 음악을 멈추기에 급급했다. 표정 연기까지 곁들이는 날에는 그냥 다 같이 배 잡고 연습실 바닥 굴러다니는 날이고.
그래서 오늘은 비주얼 회의를 거치고 샵에 가서 헤어스타일을 잡은 덕분에 처음으로 웃지 않고 완곡을 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든이 형 후드만 좀 벗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형 때문에 웃겨요. 후드 쓰려면 그렇게 머리를 스펀지 실험맨처럼 싸매지 말고 머리가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면 안 될까요?”
“엉, 안 돼. 머리가 안 보이게 하려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후드 끈을 더욱 조였다.
바뀐 머리 색들 때문인지 연습실이 참 휘황찬란했다. 계속 보고 있자니 눈이 아픈 것 같아 그나마 머리 색이 이전과 제일 비슷한 류재희에게 시선을 두었다.
류재희는 흑발로 결정 났지만 본인의 타고난 머리 색이 살짝 옅은 탓에 짙은 흑발을 연출하기 위해 염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탈색은 아니라 머릿결이 상할 일은 없어서 부러웠다.
“이야, 너는 그래도 머리 색이 인상 억제기였다. 머리 색이 짙어지니까 인상이 더, 음…”
한결 더 나른함과 퇴폐미가 돋보인다고 박수 치며 내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육성으로 내뱉는 김도빈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와, 저 말을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맨정신으로 하지?
“나도 머리 색 옅어지면 인상이 조금이나마 완화되어 보이려나?”
타고나길 반곱슬에 모발도 두꺼워 유독 시커멓게 타고난 내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묻자 류재희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엔 형은 은발이나 금발이나 회색 머리를 해도, 아니, 무려 깜찍한 핑크색으로 염색을 해도 전혀 인상이 죽지 않았는데요.”
머리 색의 문제가 아니었군.
“형형, 저는요? 이러니까 인상 좀 세 보이지 않아요?”
김도빈이 불쑥 제 머리를 내 눈앞에 들이밀며 물었다.
김도빈은 흑발에 채도 낮은 어두운 적발 가르마 브릿지 염색을 했다. 가르마를 타지 않으면 그냥 언뜻 붉은 기가 비쳐 보이는 평범한 흑발로 보였다.
하지만 김도빈 본인은 가르마 브릿지가 매우 마음에 드는지 머리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 가르마를 따라 쓸어 댔다. 덕분에 정신이 매우 사나웠다.
“형은 갈발 착붙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흑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지금 빨간색이 좀 섞여서 그런가? 아니면 나이 들면서 좀 달라졌나? 어울리는 머리가?”
“왜, 나도 눈에 힘주면 나름 퇴폐라고.”
제가 눈에 힘만 주면 퇴폐 미남이 된다 착각하고 눈을 부릅뜨는 김도빈을 향해 심드렁하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퇴폐가 아니라 퉤다, 인마.”
“네? 퇴폐가 아니라 퉤폐라고요? 아닐 텐데. 형이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저 멀뚱한 표정과 어벙한 질문에 퉤가 침 뱉는 모양새라는 걸 알려줄 의욕도 싹 사라졌다.
“에휴, 그래도 다들 염색 잘됐는데 왜 나만 이 꼬라지냐.”
“형도 그 머리 나름 진짜 잘 어울려요.”
“이게 뭐가 잘 어울려!”
뒤집어써 머리를 가리고 있던 후드를 신경질적으로 벗으며 버럭 했다.